강호제 / 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소장
최근 제시되고 있는 새로운 남북교류협력에 대한 제안들에서 가장 부족한 것은 구체적인 내용이 적다는 것이다. 이전과 달라야 하고, 새로운 흐름에 부응해야 한다는 점에서 ‘새로움'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 속에는 ‘구체적인 무엇'이 빠져 있다. 구체적인 내용 없이 단순히 ‘새로운 것'만 이야기하다 보면 공허해질 뿐이다. 이에 ‘새로운 무엇'의 자리에 ‘과학기술'을 놓고 다양한 분야에서 진행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업 내용과 방향을 제안해보려 한다.
우선 사업 영역을 새로운 과학기술을 개발하는 ‘연구(연)’와 과학기술을 활용하는 사람을 키우는 ‘교육(학)’ 그리고 구체적인 성과를 만들어내고 경제적 번영을 가져올 수 있는 ‘산업(산)’으로 나누어보겠다. 여기에 사회 전체 구성원들의 인식, 특히 ‘혐북'이라고 하는 병폐를 극복하기 위한 ‘대중인식 개선' 부분이 필요하지만 이는 이전 글들로 대신하겠다.
1. 산업
1) 북한의 과학기술과 고급 노동력, 남한의 자본과 마케팅 능력, 세계 시장
남북이 공존, 공영하기 위해서는 산업의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고 중요한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산업 방식이 지금처럼 ‘남한의 기술과 자본, 북한의 노동력과 자원'의 결합 형태면 안 된다. 이는 지금 현재 가장 합리적인 남북 교류협력 방안으로 대부분 인정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제국주의적, 식민지적 인식이 깊게 내재되어 있다. 북한을 값싼, 하지만 우수한 노동력 공급처로, 풍부하지만 개발되지 않은 자원을 공급할 수 있는 곳으로 여기는 것은 과거 제국주의 국가들이 식민지를 바라보던 인식과 같다.
단순한 자원 거래나 단순한 노동만으로는 고부가가치를 생산할 수 없다. 자원을 최대한 가공하거나 고급 노동을 해야만 고부가가치를 생산할 수 있다. 따라서 새로운 남북 교류협력 사업에서 산업의 영역에서는 ‘북한의 과학기술, 고급 노동력을 활용하고 남한의 자본 및 마케팅 능력을 결합’하는 것이 기본 방향이어야 한다. 그리고 경쟁 대상이나 활동할 시장은 국내보다는 세계 시장이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산업의 기본이 될 ‘북한의 과학기술’이 과연 쓸모 있는가에 대한 판단이다. 만일 북한의 기술 중에서 쓸만한 것이 없다면 이런 구상 자체가 실현 불가능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간단하면서도 난해할 수밖에 없다. 이 질문은 합리적 판단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북한 특수성’, 즉 이데올로기 경쟁에 따른 결과인 ‘혐북' 인식 때문에 생긴 오해에서 시작된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북한의 기술을 활용한 교류협력 구상에 대해 ‘북한 기술 수준'을 묻는 사람은 북한 전공자들, 즉 북한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들에게서 많이 나온다. ‘과학기술' 혹은 ‘첨단'이라는 말이 북한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선입견'이 강한 사람들이 이런 반문을 자주 한다. 과학기술에 대한 기초 상식, 즉 북한이라는 특수성을 빼고 하나의 국가를 대상으로 과학기술적인 측면의 판단만 한다면 ‘수준'을 논하는 질문은 잘 안 하게 된다.
북한은 자체로 보유하고 있는 기술 수준을 ‘핵', ‘미사일'과 같은 무기 기술로 강변하고 있다. 다른 나라에서 절대 이전해주려 하지 않을 무기 제작 기술을 보유하고 있음을 최근 북한의 무기 시험을 통해 보고 있기 때문에 북한 보유의 기술 수준은 단순한 저개발 국가의 그것이 아니다. 만일 다른 선진국의 무기를 보고 베낀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 수준은 놀라운 것이다. 직접 가르쳐주지 않은 그 기술을 옆에서 관찰하는 것만으로 복제하는 일, 그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후발 국가 중에서 추격발전에 성공하여 선도국가로 바뀌었다고 인정받는 우리나라도 기술 복제 능력에 의해 추격발전이 가능했다는 것을 염두에 둔다면 북한의 기술 수준에 대해 평가절하할 필요는 없다.
또한 어떤 형태가 되었건 간에 북한 경제는 ‘자립'을 목표로, 자립을 기반으로 운영되고 유지되며 발전하고 있다. 이런 흐름을 뒷받침하는 기술은 경제적 효율성이나 비교 우위의 정도에서 여러 판단이 가능할 수는 있지만 분명 쓸모 있다는 것이다. 최소한 북한과 같은 상황에서는 쓸모 있는 기술이라는 것이다. 전 세계가 하나의 시장으로 통합되어 있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모든 사회가 동일한 조건에 놓여 있지 않기 때문에 북한 사회에서 인정받은 기술은 다른 사회에서 인정받을 수도 있다.
사업화를 위한 면밀한 검토를 거친 것은 아니지만, 최근 북한이 공개한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남북 교류협력 사업화할 만한 사례를 제안해보겠다. 아직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영역이니, 아이디어 차원에서 검토해보자. 북한의 과학기술을 활용한다는 게 어떤 건지.
사례 1 : 항균/멸균 공기 필터 활용, 공기청정기 제작
최근에 와서 우리나라에서도 미세먼지에 대한 걱정이 굉장히 많아졌다. 일반 마스크로는 전혀 거를 수 없는 미세먼지로 인해 공기청정기에 대한 관심이 많이 높아졌다. 그런데 제대로 작동하는 공기청정기는 거의 100만원 대를 넘어간다. 대중적인 공기청정기는 30만원 대이고 가성비로 주목 받는 샤오미는 저가형으로 15만원까지 낮추었다.
그런데 공기청정기의 구조는 의외로 간단하다. 공기 속 먼지를 걸러내는 ‘필터'가 핵심이고 오염된 공기가 필터로 들어가서 정화된 다음 잘 확산되도록 돕는 ‘선풍기(팬)’가 붙어 있는 구조이다. 여기에 공기가 오염된 정도에 따라 작동을 달리할 수 있게 ‘센서'가 추가되고 무선으로 조종할 수 있게 만드는 컨트롤러가 있다. 필터는 계속 교체해주어야 하므로 가격이 낮아야 유지비가 적게 든다. 팬은 소음이 적어야 하고 공기를 순환시키는 능력이 좋아야 한다. 센서와 컨트롤러는 특별한 기술이 요구되는 건 아니다. 그래서 최근 자동차 에어컨 필터와 팬 그리고 IOT키트를 결합하여 10만원 수준에서 자작(DIY)하는 흐름도 생겨나고 있다.
최근 북한의 국가과학원 소속의 종이공학연구소에서는 ‘항균, 멸균'까지 가능한 고성능 필터를 개발하였다. 공기필터가 미세한 먼지만 걸러내지 않고 세균까지 걸러내고 세균 증식까지 방지할 수 있는 의료용 필터를 개발했다는 뉴스가 있었다. 실제 병원의 공기정화 시스템에 사용한다고 한다. 구체적인 성능이나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를 기반으로 공기청정기를 만들면 요즘 형성되기 시작한 공기청정기 시장에서 경쟁력이 생길 수 있을 듯하다. 기능은 1단계 높고, 가격은 10% 가량 낮게 만들 수 있으면 가능하지 않을까? 게다가 핵물질 추출에 사용되는 원심분리기의 기술을 잘 활용하면 저소음 팬도 잘 만들 수 있지 있다고 ‘선전'하면 소비자들을 설득할 수 있지 않을까?
정리하면, 북한 국가과학원 종이공학연구소에서 공기청정기의 핵심 부품인 고성능 필터를 제작하고, 남이나 북의 저소음 팬, 그리고 남한에서 제작한 센서와 컨트롤러를 결합시켜 공기청정기를 만들면 경쟁력 있는 상품이 만들어질 듯하다.
사례 2 : 부품 재활용 산업
북한에서는 굉장히 오래 전에 만들어진 기계설비들이 정상작동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자동차나 비행기 등도 다른 나라에서는 이미 단종되고 박물관으로 들어간 기종도 정상적으로 운행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는 각종 금속 부품들을 재생하는 기술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하다. 오래 사용하여 마모된 부품들을 도금이나 코팅 등의 방법으로 재생하고 부러진 것은 용접하여 사용하는 것이다.
최근 북한의 국가과학원 물리학연구소에서는 ‘불꽃방전 피복장치'를 새롭게 개발하였다고 한다. 이는 전기가 통하는 대부분의 물질을 부품의 표면에 입힐 수 있다고 한다. 새로운 부품을 쉽게 구할 수 있는 곳에서는 많이 개발되지 않았을 산업인데 북한의 특수성으로 인해 많이 발전한 듯하다.
사례 3 : 화장품(기능성)
꽤 오래 전부터 북한의 화장품이 좋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평양화장품공장과 신의주화장품공장은 북한의 대표적인 화장품 제조공장인데 여기서 ‘은하수', ‘봄향기'라는 브랜드가 생산된다. 최근 이들 공장에서는 기능성 화장품의 성능이 유럽에서 생산되는 유명한 화장품 브랜드보다 효과가 좋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중국과 동남아에서 우리나라를 찾는 관광객들이 찾는 대표적인 상품이 화장품이다. 그만큼 한국산 화장품은 가격과 성능 면에서 매우 우수하다고 알려져 있다. 실제로 명동에는 관광객들이 찾기 때문에 옛날 브랜드가 아직도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만일 북한의 기능성 화장품 생산능력을 우리나라 화장품의 명성과 잘 결합하면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 시장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듯하다.
물론 북한산 화장품의 성분에는 일반적으로 기준과 다른 것이 들어 있을 수 있다. 일정되는 성분과 금지되는 성분 등에 대한 기준을 공통으로 적용하게 되면 분명 매력적인 상품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사례 4 : 비날론 상품화 (스포츠 타월, 특수 섬유, 방탄/방염 섬유)
북한은 석탄에서 추출하는 합성섬유 생산 능력을 갖고 있다. 북한에서는 ‘비날론'으로 부르는 PVA 계열의 합성섬유는 특수 섬유로 가공하기 쉽다. 예를 들어 물을 빠르게 많이 흡수할 수 있는 스포츠 타월, 방탄 섬유, 방염 섬유 등을 만들 수 있고 수술 후 인체에 녹아 없어지는 실, 땅에 묻으면 자연분해되는 일회용 비닐 등을 만들 수 있다.
비날론의 가장 큰 문제는 불순물을 제거하는 것인데 북한의 비날론을 정밀 검토한 섬유학자는 불순물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북한의 비날론 생산 시스템은 규모와 기능 모든 면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를 잘 활용하면 합성섬유 시장에 새로운 흐름을 만들 수 도 있을 것이다.
2) 중소기업부의 Tips 프로그램에 북한 과학기술 전담 액셀러레이터 추가
최근에 기술주도형 창업을 정려하고 성공확률을 높이기 위한 제도가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는데 중소기업부에서는 ‘TIPS(Tech Incubator Program for startup Korea, 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지원, www.jointips.or.kr)’ 프로그램을 도입하여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전 시기에는 스타트업(벤처)을 자금 지원 중심으로 도와주었는데 TIPS 프로그램에서는 자금뿐만 아니라 기술을 포함한 사업에 필요한 전반적인 사항을 지원해주는 액셀러레이터를 통해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즉 성공한 경험이 있는 사업가가 기술자문까지 가능한 팀을 꾸려 스타트업을 지원 육성할 때 정부가 이들 팀을 단위로 자금을 비롯한 각종 지원을 제공하는 형식이다.
액셀러레이터는 정부에서 자격을 부여 받은 단체로 기술과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들을 발굴하여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멘토와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 액셀러레이터들의 지원을 받은 스타트업은 최소 1억 수준의 자기자본을 갖고 있으면 정부에서 5억에서 7억 가량을 다양한 형태로 지원한다. 스타트업에서는 자본금 부담을 줄이고, 정부 입장에서는 자금을 지원받은 업체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방법이다.
액셀러레이터는 각각 자기들의 전문 분야가 있다. 만일 북한 과학기술 활용을 전문으로 하는 액셀러레이터가 추가될 수만 있다면 남북 교류협력사업에 새로운 흐름이 생길 것이 분명하다. 북한과 사업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중심이 되고 과학기술 자문 능력이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북한 과학기술을 중심으로 한 스타트업을 선발 육성하기 시작하면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그만큼 발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2. 교육/학생
1) 국제 올림피아드/경시대회 단일팀 참가
최근 평창올림픽에 북한 선수팀의 참가와 함께 스포츠 단일팀 구성에 대한 기대가 많이 높아졌다. 1991년 탁구 단일팀이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우승했던 경험은 많은 사람들에게 짜릿한 기쁨의 기억을 남겼다.
경기가 보통 스포츠 부문에만 있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과학기술 부문에도 경시대회가 많이 있다. 물리, 수학, 화학, 천문, 코딩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학생들이 문제를 푸는 실력을 겨루는 경시대회(올림피아드)가 매년 개최된다. 중고등학생들이 참가하는 것도 있고 대학생들이 참가하는 것도 있다. 이 대회를 위해 해당 학회에서는 매년 다양한 절차를 통해 국가대표를 선발하여 국제대회에 보낸다. 여기서 남한과 북한은 모두 상당히 높은 성적을 거두어왔다.
수학, 과학부문의 단일팀은 스포츠 단일팀보다 구성하기 쉽다. 원래 있던 절차에서 마지막에 두 팀이 아니라 한 팀으로 합치면 되기 때문이다. 어차피 수학, 과학 경시대회는 주어진 문제를 빠르고 정확하게 푸는 것이 대부분이므로 함께 호흡을 맞추어야 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코딩 대회나 실험 대회만 협력이 필요한 단체전 성격이 강하지 다른 대회는 개인전과 개인들의 성적을 합산하는 수준의 단체전으로 구성되기 때문이다.
남북 모두 교육열이 높고 수학, 과학을 중심으로 한 교육이 미래를 위한 것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기술혁신 체제, 생산성 주도형 경제 체제를 지향하는 것은 남북 모두 같기 때문에 수학과학 올림피아드 단일팀 구성은 미래를 열어나가는 교류협력 사업이 될 수 있다.
2) 교수/학습 방법 전람회, 전시회, 경진대회
199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남한의 인터넷 사교육 시장은 전세계적으로 가장 앞선 원격교육시스템을 만들었다. 전세계적으로 거리의 제약을 극복하고 지식 순환/교육 속도를 높이기 위해 ICT기술을 활용하려는 추세이다. 보통 e-Learning이라는 말로 대표되는 새로운 산업이 생기고 있는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기술과 함께 교육 컨텐츠가 새롭게 구축되어야 하는 의외로 성장속도가 더딘 부문이다. 단순히 인터넷을 활용하여 거리의 제약만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학습과 강의 도구와 방법을 ICT기술로 바꾸는 것이라 더딘 것이다.
북한은 뒤늦게 원격교육체계라는 이름으로 개발이 시작되었다가 최근에는 12년제 의무교육제를 본격 시행하면서 학교 e-Learning 전반적인 부문으로 개발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북한의 경우 남한에 비해 하드웨어 기술은 많이 뒤떨어져 있지만 소프트웨어 기술은 상당한 수준에 도달해 있고, 국가 전체적으로 지향을 잡고 있기 때문에 컨텐츠 제작 부문에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이런 부문에서 교류협력을 하게 된다면 북한의 호응이 다른 부문보다 클 것으로 예상된다.
3. 연구/전문가
1) 연구 정보 교환과 공동 연구
전문 연구활동은 연구소와 대학을 중심으로 전개되는데 이는 남북이 모두 비슷하다. 그리고 이전 시기 과학기술자들의 정보 교환 및 공동연구를 약간 해보았다. 즉, 부문별로 남북 과학자들이 학술대회와 같은 공동행사를 진행하다가 뜻이 맞는 부문이 생기면 공동 연구를 진행하면 된다.
다만 이전 시기 연구자들의 교류협력 사업이 산발적으로 전개되어 개별 행사와 교류협력 사업의 경험이 누적되지 않고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이제는 특히 연구부문에서는 교류협력 사업을 담당하는 기관을 만들어 조정과 지원을 전담할 수 있게 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이전 시기 상당한 수준까지 남북이 함께 논의하다가 무산된 ‘남북과학기술협력센터'와 같은 만들 필요가 있다. 당시 구상은 북한은 평양 시내 토지를 제공하고 남한은 건축비를 제공하여 협력센터를 만들고 이곳을 통해 남북공동연구를 진행한다는 것이었다.
2) 남북 과학기술/산업 정보센터 설립
이전 시기 남북과학기술 협력을 위해 ‘남북과학기술협력센터’를 평양에 만들자는 제안이 있었다. 당시 ‘남북과학기술협력센터’는 공동연구 지원에 집중한 기관이라면 지금은 정보 소통을 전담하는 기능이 더 요구된다. 정보소통이 단절되었던 기간이 10년이나 되었기 때문에 남, 북 양쪽의 정보들을 최대한 빨리 수집, 정리하여 유통해야 할 필요가 강해졌다.
특히 북한은 과학기술 전당과 정보소통 전담 기관까지 생겼는데 우리는 그 흐름을 거의 알지 못하고 있다. 지난 기기에도 북한 과학기술이나 산업에 대한 정보를 분석하는 기관은 거의 없었다. 유일하게 만들어졌던 북한과학기술네트워크(NKTech)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에서 개설한 웹페이지 수준이었지 연구를 전담할 수 있는 기관이 아니었다.
북한에 대해 체계적인 연구를 담당하는 기관들에도 과학기술이나 산업에 대한 연구는 거의 안 했다고 볼 수 있다. 산업연구원에 북한을 연구하는 팀이 있어 산업과 관련한 연구를 조금씩 수행하긴 했지만 인력이 매우 작아 규모 있는 사업을 거의 못했다. 북한 과학기술과 산업 전반에 대한 체계적이고 안정적인 연구가 이루어질 수 있게 ‘남북 과학기술/산업 정보센터'가 설립되면 새로운 남북교류협력 사업에 도움이 많이 될 것이다.
4. 새로운 출발, 새로운 동행
최근 한반도 주변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한.미 정상회담이 진행되었고 G20 정상회의가 예정되어 있다. 비단 정상들의 활동만이 아니라 지자체를 비롯 여러 단체들이 새로운 남북 관계를 예상하고 활동의 폭을 넓히고 있다.
새로운 출발을 시작한 지금, 우리를 가두었던 상상력을 마음껏 발산했으면 좋겠다. 지금까지 따로 걸어왔던 남북이 새로운 동행으로 서로를 인정하고 함께 걷기 시작했으면 좋겠다. 통일, 남북 관계에서는 생소했던 ‘과학기술', 이를 통한 새로운 교류협력이 가능하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함께 지혜를 모았으면 좋겠다. 이것만 받아들여도 ‘혐북'은 극복될 수 있을 것이다.
|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