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송희영 전 주필과 관련한 불미스러운 일들로 인해 조선일보 독자 여러분께 충격과 실망을 드린 데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이 대우조선해양의 남상태 전 사장과 조선일보 송희영 주필이 2011년 9월 대우조선으로부터 ‘이탈리아-그리스 호화 여행’을 제공받고 그 대가로 우호적인 사설과 칼럼을 써준 혐의를 폭로하자 송주필이 사퇴하고 난 후 방상훈 사장이 내놓은 사과문의 일부다. 방 사장은 “이번 일을 계기로 그 동안의 ‘잘못된’ 관행을 바꿔야 하고, 이번 사건을 계기로 관행이라는 명분으로 이어졌던 취재 방식, 취재원과의 만남 등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조선일보가 근본적으로 바뀔 수 있을까? 조선일보가 어떤 신문인가? 자칭 일등신문이라는 조선일보는 대부분의 신문사들처럼 ‘진실, 공정, 정의’와 비슷한 ‘정의옹호, 문화건설, 산업발전, 불편부당’이라는 사시(社是)를 내걸고 신문을 발행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고당 조만식선생의 8개월 동안의 사장직을 맡으면서 내건 이러한 사시(社是)를 상표처럼 내걸고 있다. 그런데 조선일보가 이런 사시(社是)를 제대로 지키고 있을까? 조선일보가 정의옹호니 불편부당이라면 소가 웃을 일이다. 창간이후 친일제, 친이승만 친박정희, 친전두환… 으로 이어지는 조선일보의 역사는 단 한번도 정의나 불편부당한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다.
오죽하면 일베조차 ‘끝없는 기무서이 감싸기, 송희영 주필 등의 각종 언론권력 남용 횡포, 끊임없는 우병우 의혹제기 보도로 국정을 뒤흔든 기레기 언론사의 막장보도 행태 애독자와 전 국민을 배반 한 조선일보는 폐간이 답이다’라고 개탄했을까?
“춘풍이 태탕하고 만화가 방창한 이 시절에 다시 한 번 천장가절(당시 왜왕 히로히토의 생일)을 맞이함은 억조신서가 경축에 불감할 바이다. 성상 폐하께옵서는 육체가 유강하옵시다고 배승하옵는 바 실로 성황성공(황공을 더욱 높힌 말) 동경동하(경하를 더욱 높힌 말)할 바이다. 일년일도(일년에 한 번 있는) 이 반가운 날을 맞이할 때마다 우리는 홍원(넓고 큼)한 은과 광대한 인에 새로운 감격과 경행이 깊어짐을 깨달을 수가 있다.”
일제시대 일본천왕에 이런 용비어천가를 부른 조선일보는 가증스럽게도 ‘민족지’ 운운한다. 일제강점기 시절 애국금차회(1937), 국민정신총동원조선연맹(1938), 임전대책협외희(1941), 조선임전보국단(1941)... 등 친일 단체에 가담해 야차같은 짓을 짓을 한다. 박정희가 10월유신을 발표하자 “앞으로의 보다 보람되고 영광스러운 삶을 얻기 위하여 진정 알맞은 조치임을 기쁘게 생각한다.… 가장 적절한 시기에 가장 알맞은 조치… 비상 사태는 민주제도의 향상과 발전을 위하여 하나의 탈각이요, 시련이요, 진보의 표현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는 1972년 10월 18일 자 조선일보 사설을 보면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영구집권을 꿈꾸며 한국적 민주주의라고 우기며 시작한 유신도 박정희시대를 유지시켜 준 일등 공신은 바로 조선일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등신문 조선일보는 광주학살로 세울 정권의 살인자 전두환을 찬양하는 용비어천가도 가관이다. ‘인간 전두환’이라는 큰제목, ‘육사의 혼이 키워낸 신념과 의지와 행동’이라는 소제목을 보면 정말 웃음도 안 나온다. ‘이해관계 얽매이지 않고 남에게 주기 좋아하는 성격’, ‘운동이면 못하는 것 없고 생도 시절엔 축구부 주장’, ‘사에 앞서 공, 나보다 국가 앞에서, 자신에게 엄격하고 책임 회피 안 해…’ ‘위대하신 우리의 영도자 전두환 장군…’1980년 8월 23일 조선일보 3면에 실린 사설 제목이다.
전두환이 광주시민을 학살하는 현장을 “군의 이러한 입장과 결의가 새삼 천명되었다는 것은 전 국민의 공감과 지지를 받아 마땅하다. (1979년 12월 20일 자 사설)거나 학살에 저항하는 시민을 ‘총을 든 난동자’로… 국민 일부를 보호하기 위해 취한 이번 행동에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었음은 당연한 일이었으며… 신중을 거듭했던 군의 노고를 우리는 잊지 않는다.”(1980년 5월 28일자 조선일보 사설)는 주장은 광주학살의 공범자다.
조선일보가 저지른 매국적인 작태와 반민족적 반민중적 역사는 일일이 다 기록하기 조차 어렵다. 더더욱 놀라운 사실은 조선일보는 이러한 후안무치한 과거에 대해 단 한 번의 사과를 한 일이 없다. 그러면서 당당하게 ‘민족지’니 ‘일등신문’운운하고 있는 모습은 후안무치의 극치다. 이런 조선일보가 송희영 주필에 민감하게 사과문을 발표한 것은 그들이 잘못을 시인하고 정체성까지 바꾸겠다는 것은 아니다. 그들이 두려워 하는 이유는 조선일보 독자들이 구독거부와 함께 언론개혁을 촉구하는 시민들의 요구가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방상훈사장의 사과가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는 조선일보 평기자들이 노조를 통해 요구한 사항들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이 ‘사과와 더불어 반성하고 달라져야 한다’는 선언적인 말장난을 하고 있는 것이다. 방사장의 사과문 어디에도 지금까지 조선일보가 저지른 반민족적, 친유신적, 친 재벌적인 보도에는 일언반구의 반성도 없다. 오직 송주필 개인의 탈법적 왜곡보도에 대한 사과가 전부다. 조선일보가 진정으로 거듭나고 싶다면 그들이 저지른 과거의 추악한 잘못에 대해 국민 앞에 석고대죄부터 해야 한다. 사과는 그다음에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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