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 위안부문제 활동가 김부자교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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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단한 자기 소개를 부탁한다
"저는 일본에서 태어난 재일 한국인 2세로, 소학교부터 대학원까지 일본의 학교에서 공부했고, 대학원때 재일 조선인 여성운동사를 공부했고, 박사과정중 한국의 식민지 시기의 여성에 대한 교육과 여성문제에 대해 연구했다. 이후 한국의 한신대학교에서 일본문화와 사회를 3년 반 동안 강의했고, 2009년부터 도쿄외국어 대학교에서 Gender Study 와Gender History를 강의하고 있다.
한국의 식민지 시기에 대한 연구를 하면서 위안부문제에 대한 관심을 자연스레 갖게 됐고, 윤정옥선생님을 만난 것을 계기로, 1990년대초부터 일본에서 위안부문제 해결을 위해 일본 내 여성단체과 같이 활동을 하고 있으며, “Fight for Justice”와 “전쟁과 여성에 대한 폭력Research Action Center(VAWW RAC)”이라는 단체에서 활동중이다."
- 일본에서 위안부 문제와 관련된 활동, 특히 일본정부를 상대로 벌이는 활동이 쉽지 않을텐데,일본정부의 탄압이나 차별은 없었나?
"물론 쉽지않다. 잘 알겠지만, 2000년 이후 일본은 급격히 우경화되고 있으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위안부는 매춘였다”, “위안부는 자발적 매춘부였다”등 아베정부와 일본내 우익 세력들의 위안부문제에 대한 일본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역사왜곡 시도가 갈수록 집요해지고 강력해지고 있다.
또한 이미 일본내에서 위안부문제는 말해서는 안되는 금기가 되어버린 상황이다. 하지만 일본의 심각한 전쟁범죄에 대한 반성과 사과를 이끌어내고, 역사적인 사실을 제대로 교육하기 위해서 필요하다고 믿기에, 일본내의 양심적인 학자들, 인사들과 함께 위안부문제 해결을 위한 활동을 시작했다.
그러한 노력의 결과, 1990년대부터 지금까지 피해자들의 증언과, 증거자료와 사실들을 많이 확보했고, 이 증거와 자료들에 근거해 위안부 제도와 위안소의 설치.운영을 기획하고 입안한 책임자들을 찾아서 역사적 심판을 묻는 일과, 그에 근거한 위안부제도 운영에 대한 사실인정, 피해자들에 대한 사죄와 배상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본에서는 정부차원의 직접적인 탄압은 없었지만 특히 2010년 이후 일본사회에서 재일 한국인과 위안부문제에 대해 노골적인 반한감정을 노출하고, 우익세력들의 왜곡이 증폭됐다는 걸 많이 느낀다.
재일 한국인과 특히 총련계 한인학교에 대한 공공연한 “혐오발언과 범죄”(예를 들면 “모든 한국인을 죽이자”는 우익세력 의 데모가 횡행하고 있다)가 증가하고, 재일 한국인을 무조건 반대하고 차별하며 탄압하는 움직임이 많다. 또한 시위도 계속되고 있다. 아울러 아베 정권하에서 “위안부는 성노예가 아니였다”는 우익들의 입김이 거세지고 있다는 점과 언론들의 우익적인 성향으로의 변화가 크게 달라진 현상이라고 말할 수 있다."
- 캐나다 방문중 토론토대학교와 한국 교민들을 대상으로 위안부문제와 관련한 다큐멘터리영화 <기억과 살다>라는 영화를 상영했는데 이 영화에 대해 설명을 부탁한다
"이 다큐멘터리영화는 일본인 저널리스트 도이 도시쿠니(土井敏邦) 씨가 지난 1994년 12월부터 2년 동안 서울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삶과 죽음을 옆에서 지켜보며 촬영. 편집한 다큐멘터리 작품이다.
고(故)김순덕(2004년 작고). 강덕경(1997년 작고) 할머니 등 지금은 돌아가신 위안부 할머니 6명의 삶과 위안부가 된 경위, 위안부 시절과 해방후 겪은 고통들에 대한 증언, 일상생활들이 3시간 30분 가량 2부에 걸쳐 담겨져 있다.
제작초기에는 도이씨가 일본인 남성감독이라는 점 때문에 할머니들의 거부감도 있었지만, 도이감독의 진심이 받아들여져 제작할 수 있었다. 이 영화가 다른 영화들과 다른 점 중의 하나는 피해자들의 피해내용과 특히 할머니들이 겪은 가족과의 갈등과 아픔을 심도있게 다루었다는 점이다.
일본인이 만든 ‘위안부’ 피해자를 다룬 다큐멘터리로 주목을 받은 이 작품의 제작배경은 2013년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오사카시장이 “군 위안부제도가 당시에 필요했다는 걸 누구나 알고 있다” 는 일본의 가해책임을 회피하는 발언에 충격과 자극을 받아서 제작한 것이다.
도이 감독은 "일본인들이 “피해 여성들의 '얼굴'을 모르기 때문에 그 '고통'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판단하고, 그녀들의 “얼굴과 기억”을 전하여 반성과 사죄에 참여하는 것이 가해국 언론인으로서 해야할 책임이라는 생각으로 이 영화를 제작했다"고 한다.
제작된 영화를 상영하고 위안부문제를 알리기 위해 <기억과 살다> 상영위원회가 구성됐고, 저도 그 멤버 중 하나다. 이 영화는 2015년 6월 도쿄 히비야 컨벤션홀에서 최초 상영을 했는 데, 일본내에서 상영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바로 위안부에 관한 영화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작년엔 도쿄, 교토 등에서 상영했었다. 이번에 캐나다에서 토론토대학과 토론토에 거주하는 우리 동포들의 힘으로 상영할 수 있게 돼 너무 기쁘고, 한국과 세계 각지에서 많이 상영되어 위안부문제를 널리 알려내고, 올바른 역사인식의 확산과 위안부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 웹사이트 Fight for Justice(http://fightforjustice.info/)에 대해 설명을 부탁한다
"Fight for Justice는 2013년 8월 1일부터 시작한 웹사이트로, 내가 일본의 양심적인 학자들과 활동가들에게 제안해서 만들어진 웹사이트다. 이를 운영하게 된 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다.
첫번째는 일본의 식민지 지배와 위안부 문제에 대해 사실에 기초하는 시각과 역사교육을 청소년들과 젊은 세대들에게 인터넷을 통해 전달하기 위해서다. 다른 대학의 강의과정을 통해 알게 된 일본학생들의 위안부문제에 대한 지식과 시각이 심각하게 왜곡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원인으로는 2000년 이후 일본의 중.고등학교 교과서에서 위안부문제와 관련한 내용이 사라지기 시작했고, 2006년 이후로는 관련내용이 완전히 삭제돼 위안부 문제에 대해 배울 기회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젊은 세대가 친숙한 인터넷을 통해, 역사적 사실과 객관적인 자료에 근거한 정보를 제공해서, 조금이나마 근거있는 역사적 사실을 확산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두번째로는 일본의 우익단체들이 위안부문제를 왜곡하기 위해 인터넷을 통해 유포하는 잘못되고 근거없는 정보에 대항하기 위해서이다. 일본의 우익단체들은 이미 세계 각국의 언어로 “위안부는 매춘부다”, “위안부는 자발적이었다” 또는 “거짓말”이라는 동영상과 홍보물들을 대대적으로 유포하고 있고 여기에는 한국의 유명 걸그룹 가수들도 동원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인터넷 매체를 통해 위안부문제와 관련된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자료들과 학술적인 자료들을 제공, 위안부문제에 대한 역사적 사실을 전달하기 위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급격하게 우경화되고 있는 일본사회에서 위안부문제는 이미 Taboo(금기)화 됐고 말해서는 안되는 것으로 제약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는데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 이기도 하다.
Fight for Justice에는 두 개의 단체 'VAWW RAC'와 '일본의 전쟁책임센터'가 같이 참여하고 있으며, 일본 내에서 위안부문제에 대한 연구의 제1인자인 요시미 요시야키, 하야시 히로후미, 오노자와 아카네씨 등이 같이 활동하고 있다."
-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활동을 다른 나라와의 같이 활동하고 있는가? 아울러, 일본 내에서 이문제에 대해서, 남북한교민간의 공감대 형성이나 협력관계는 있는가?
"물론이다. VAWW RAC는 일본인 여성을 중심으로 하는 단체다. 위안부 문제는 잘 알다시피 일본제국에 의해 저질러진 매우 심각한 전쟁범죄로, 이에 관련된 국가들은 한국, 북한, 중국, 대만, 필리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네델란드 그리고 동티모르 등 많은 나라들에서 광범위하게 저질러졌다.
이에 대해서 위안부제도를 만든 책임을 묻기 위해 2000년에 도쿄에서 여성국제전범법정이 열렸다. 이를 이어받아 VAWW RAC를 통해 일본 내 양심세력들과 함께 일본정부의 가해책임을 묻는 활동, 일본사회의 위안부에 대한 시각을 바꾸고자 하는 여러 활동, 그리고 각국에 생존해 있는 위안부 피해자들을 지원하고 다른 나라의 많은 여성단체와 같이 피해자들이 원하는 사죄와 보상의 실현을 중심으로 같이 활동하고 있다.
VAWW RAC는 개인자격으로 가입해서 활동하는 조직이기 때문에 일본 내에서 위안부문제에 대한 남.북한 교민단체를 통한 직접적인 교류는 없지만 개인적으로 참가해서 활동하고 있는 분들이 계실 것이다."
- 위안부문제에 아베 신조 일본수상의 집권이후, 일본이 급격하게 우경화되고, 자위대의 재무장등일본의 평화헌법에 반하는 극우적 성향이 노골화 되고 있다. 이에대해 어떻게 생각하며, 이를 저지하기 위한 방안이나 행동이 일본내에서 진행되고 있는가?
"일본의 평화헌법 수호를 원하는 일본 시민들이 많다. 일례로 작년 전 일본의 전쟁반대를 위한 시위에 12만 명의 인파가 국회에 모여 시위를 벌였는데도, 선거에서는 아베를 위시한 우익인사들을 뽑는 아이러니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마치 2008년 한국의 광우병시위 때 100만 명이 반대를 하는 시위를 벌였지만 박근혜가 대통령으로 뽑히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보면 된다."
- 일본 내에서 위안부문제 해결을 위해 활동하시는 분 입장에서 본, 지난 연말의 한.일정부간 위안부문제 합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결론적으로, 말도 안되는 것이며 피해자가 원하는 합의내용이라고 볼 수 없다. 합의발표를 접했을 때 무척 화가 났는데, 일본정부보다 오히려 한국정부에 대해 더욱 화가 난다. 문제해결에 대한 책임을 가해자 정부가 지는게 아니라 피해자 정부가 전적으로 책임지는 내용인데다 위안부문제는 그 합의를 통해 “모두 해결되었다”는 포괄적 합의에 대해서 인정할 수 없다.
가장 핵심적인 것은 아베수상이 직접 표명하는 공식적인 사죄가 없다는 것이다. 피해자에 대한 공식적인 사죄와 반성없이 돈을 주고 끝내자는 것은 합의가 아니라 역사에 대한 명백한 왜곡이어서 수용할 수 없다."
나비토론토, 토론토 알파, 희망21, 토론토 대학 한인학생회 등 그동안 2차 세계대전 위안부성노예 피해자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캐나다 한인/ 주류사회에 알려왔던 단체들의 공동주최로 지난 9월 13일(화), 6시-토론토대학교 로바츠 도서관, 그리고 17일(토), 3시-노스욕시청 대회의실에서 북미에서는 처음으로 <기억과 산다>를 상영했다. 영화상영 후 김부자교수와 질의응답을 통해 일본 내에서의 위안부문제에 대한 활동과 현황에 대해 관객들과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나양일 캐나다통신원 news@minplu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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