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의 나비효과, 수질악화가 낙동강하굿둑 개방 논의 불러
생태계뿐 아니라 경제적인 관점 필요…관리권한 지자체 이전도 검토해야
» 올여름 녹조로 물든 경남 창녕 함안보의 물을 수문을 열어 내보내고 있다. 낙동강하굿둑을 열면 생태계가 살아나고 주민들의 삶의질도 좋아질 것인가. 오른쪽은 과거 막히기 전 낙동강 하구의 모습을 간직한 을숙도 밖 모래톱인 대마등 안쪽 모습. 사진 김봉규 기자(왼쪽) 조홍섭 기자
하굿둑으로 틀어 막혔던 강이 열리고 있다. 부산·경남권을 관통하는 낙동강하굿둑이 이르면 내년부터 일부 개방될 예정이다. 수문 일부를 여는 것이어서 바닷물이 하천 상류에 있는 취수장까지는 이르지 못하게 수문의 개방시간이나 개방량을 조절한다. 취수장 등을 더 상류로 옮기는 작업이 완료되는 2025년에는 완전 개방을 한다는 목표다.
하천은 하천법에 따라 국가가 관리하는 국가하천과 지자체가 관리하는 지방하천으로 나뉘고 또 각각은 1급과 2급으로 구분된다. 국가하천에는 한강, 낙동강, 금강 등 13개 하천이 있다. 지방 1급 하천에는 삼척 오십천 등 3개 하천이, 지방 2급 하천에는 총 312개 하천이 바다로 흘러든다.
대형하천이라 할 수 있는 국가하천과 지방 1급 하천 17개 가운데 지형적 여건으로 하굿둑으로 토지와 담수호를 만들 필요가 적은 동해안의 태화강 등 6개 하천을 빼면 11개 하천이 남는데, 이중 절반 이상인 7개 하천에 하굿둑이 건설되어 있다. 70년대 후반 건설된 아산호와 삽교호를 비롯해 남쪽으로 금강과 만경‧동진강, 영산강, 낙동강이 모두 하굿둑으로 막혀 있다.
농지와 농업용수를 공급한 하굿둑
» 영산강하굿둑. 한겨레 자료사진
하구를 막아 담수호와 농토를 만드는 하굿둑 건설 사업은 우리 연안에서 매우 일반적인 개발방식이었다. 국토개발이 활발히 벌어지던 1970년 이후 2000년대 초반까지 우리나라의 수많은 하천의 입구는 하굿둑으로 막혀갔다.
전라남도에 있는 영산강에는 1981년 하굿둑이 완공되면서 207㎢에 달하는 농경지와 여기에 공급할 농업용수를 함께 얻었으며, 이 사업을 통해 5만 6000t 규모의 미곡을 증산할 수 있게 되었다.
식량 자급률이 낮은 당시 불과 4㎞ 길이의 하굿둑 건설만으로 엄청난 경제적 효과를 얻은 것이다. 2000년대 초반까지 우리 사회에서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킨 새만금 개발 사업 역시 만경강과 동진강의 하구를 막는 사업이었고, 만 입구에 33㎞의 방조제를 건설해 400㎢에 달하는 농지와 함께 담수호를 조성하려 했다.
» 2006년 끝막이 공사가 마무리된 새만금 방조제의 위성 사진.
이처럼 하구를 막는 사업이 농지와 함께 여기에 공급할 용수까지 얻을 수 있었고, 더욱이 강 양쪽의 지역을 잇는 역할까지 했기 때문에 누구나 하구를 막지 못해 안달이었다. 환경단체가 새만금 간척사업에 반대해 대규모 반대시위가 벌어지고 법정에까지 비화한 지 불과 10여 년이 지났다. 이제 하굿둑을 열자는 주장이 힘을 받는 모습을 보면 정말 극적인 변화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가둔 물은 많아도 쓸 물이 없다
하구를 두고 왜 이런 변화가 생겼는지 다시 낙동강으로 돌아가 구체적으로 따져 볼 필요가 있다. 낙동강하굿둑을 개방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은 2000년대 중반 국책 연구기관이 하구역 연구를 시작하고, 당시 대통령 자문 지속가능발전위원회가 <지속가능한 하구역 관리체계 구축방안 연구>를 하면서 처음 나왔다.
이후 지역의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하굿둑의 개방 필요성이 간헐적으로 논의되기는 했지만, 이처럼 갑작스럽게 개방이라는 흐름으로 전환될 줄은 그 누구도 쉽게 상상하지 못한 일이다. 낙동강하굿둑의 관리를 맡은 수자원공사 역시 당연히 반대하던 일이고 관할 정부부처인 국토교통부 역시 부정적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9월23일 부산시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이른바 ‘낙동강 시대’를 열겠다며 하굿둑의 개방 일정을 발표했다.
수질개선을 위해서는 하굿둑을 열어야 한다
» 녹조가 심해 보 수문을 연 함안보. 4대강 사업이 부른 수질오염은 그 원조 격인 낙동강 하굿둑 개방으로 이이어지고 있다. 김봉규 기자
공식입장을 담은
부산시 보도자료에 나타난 하굿둑을 개방하려는 이유를 보면, “낙동강 수질은 호수화가 가속되어 물이 썩고 저층에는 무산소 상태가 발생하여 물고기가 대량 폐사했으며, 4대강 사업 이후로는 녹조류의 번식이 심각, 취수에도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라고 적고 있다.
즉 4대강 사업의 영향이 너무 막심하여 하굿둑을 막았던 중요한 이유인 취수원의 확보가 어려워졌음을 밝히고 있다. 낙동강하굿둑 개방 논의는 지난 정권에서 야심 차게 추진한 4대강 사업의 나비효과로 볼 수 있다. 사실 나비의 날갯짓보다는 훨씬 강력하고 직접적이기 때문에 나비라는 단어가 적절해 보이지는 않지만, 아무튼 용수를 확보하자는 이유로 시작한 4대강 사업이 결과적으로 보를 막아 용수를 확보하자는 점에서는 ‘선배 사업’인 낙동강하굿둑을 열어젖히는 계기가 됐다.
그렇다면 부산시는 하굿둑을 어떻게 열려고 할까? 하굿둑 개방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결국 둑 안쪽 담수호에서 얻는 용수를 어떻게 대신하느냐는 것이다.
부산시는 먼저 염분의 영향을 받는 취수원의 이전을 준비하고 있다. 공업용수를 담당하던 덕산정수장을 올해 안에 이전하여 내년부터 하굿둑을 부분적으로 개방하고, 2025년까지는 식수 취수원을 이전하여 하굿둑을 완전히 개방하겠다는 일정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김해지역 농지에 공급하던 농업용수의 염분 피해를 줄이기 위해 염분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상류의 보에서 내보내는 방류수의 수량을 조정할 예정이다. 하굿둑을 막아서 얻고자 했던 취수원을 모두 상류의 다른 곳으로 이전하면 둑을 열어 기수역을 복원하는 일만 남았다.
하굿둑을 열면 강이 살아난다
» 항공기에서 내려다 본 낙동강 하구 을숙도 부근. 2010년 6월16일 촬영한 것이다. 하굿둑이 막힌 뒤로 낙동강 하구는 급격히 변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낙동강하굿둑 개방은 취수원 이전 계획과 함께 원활하게 이루어지는 것 같은데, 그렇다면 하굿둑을 개방하여 달성하고자 하는 기수역 복원, 기수생태계 복원은 어떤 상태를 말하는 것일까? 단순히 하굿둑을 열어 기수역이 형성되면 복원이 완료된 것일까?
기수생태계 복원을 말 그대로 해석하면 담수와 해수가 섞이는 기수 지역에 특이하게 발달하는 생태계를 되살리겠다는 것이다. 사실 해수 유통 이후 하굿둑 인근의 생태계가 어떤 속도로, 어떻게 변해갈지는 사실 누구도 쉽게 예상할 수 없다.
오히려 추상적인 생태계를 복원의 목표로 삼기보다는 조금 쉽게 낙동강 하구에 과거에 살았던 생물 몇 종의 복원을 목표로 삼으면 복원을 바라보는 이들에게 이야기가 있는 구체적인 복원이 되지 않을까?
‘기수생태계 복원’이라는 목표보다는 낙동강 하구를 대표할 수 있는 종을 정하고, 되도록 정량적이며, 시간과 현실적 여건을 고려한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우선 낙동강 하구를 대표하는 기수생물을 무얼로 할지 고민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지금도 낙동강 하구에서 어부들이 잡아 시장에 내놓는 ‘부산청게’라고 불리는 톱날꽃게(
Scylla paramarmosain)가 있다. 우리나라에는 부산과 남해안 일대, 그리고 제주 성산포에서만 주로 나타나는 게로 지금도 부산 어시장에서 꽃게보다 비싼 가격에 거래되는 종이다. 부산청게 외에도 낙동강 하구에만 나타난다는 갈미조개나 먼바다에 나갔다가 강으로 돌아오는 장어도 복원을 상징하는 생물이 될 수 있다.
» 낙동강 하구의 명물인 톱날꽃게(일명 부산청게). 연합뉴스
하굿둑 개방을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기수역 복원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를 이런 생물과 엮어 설정한다면, 열린 수문에서 새로운 생물을 맞이하는 즐거움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복원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해당 생물의 생활사에 필요한 조건을 찾아보고 문제를 개선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하구복원 역시 조금 더 생태적이고 현명하게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강이 살아나면 마을도 살아난다
복원에 대한 또 다른 고민은 과연 ‘복원에 드는 비용은 누가 댈 것인가?’ 또는 ‘복원을 하면 경제가 좋아질까?’와 같은 경제적인 관점에 대한 것이다. 낙동강하굿둑을 통해 담수를 공급받던 부산광역시는 재정 규모가 커 취수장을 상류로 옮기는 작업을 주도할 수 있지만, 하굿둑 개방을 고려하는 다른 시·군·구에서는 쓸 수 있는 재원이 한정되어 있어 소요되는 비용의 문제나 복원의 경제적인 효과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대해 복원을 경제적인 관점에서 고민했던 미국의 사례를 고려할 만하다. 미국은 1990년 루이지애나 주의 연안 습지가 미시시피강 상류의 댐 때문에 퇴적물이 더는 공급되지 않고 침식이 지속되자 하구에서 허리케인에 의한 해일 피해가 급증했다.
미국 정부와 루이지애나 주 정부는 그 대책으로 인공구조물 건설이 아닌 하구의 습지를 보호하고 복원하여 대응하려 했고, 이를 위해 연방법률을 제정하였다, 2000년에는 이를 전국적으로 확대한 ‘하구복원법(Estuary Restoration Act)’을 통해 복원을 국가적인 의제로 설정하여 하구복원 사업을 추진하기도 했다.
더욱이 최근 오바마 행정부는 2009년 ‘회복 및 재투자법(Recovery and Reinvestment Act)’을 제정하기도 했는데, 그 법률명을 보면 ‘재투자’라는 개념과 ‘회복’이라는 개념이 함께 등장하는 점이 흥미롭다. 오바마 정부는 이 법률에 근거하여 에너지나 교육, 의료보험 등 사회 인프라의 확보와 함께 자연환경 복원 사업을 지역경제의 활성화와 연계한 중요 사업으로 봤다.
특히 연안 서식지 복원에만 1900억 원을 투입하였는데, 사업을 주관하는
미 해양대기청은 5000개 이상의 일자리를 만들 것으로 추산하기도 했다. 복원 사업이 단순히 생태계를 보다 원형에 가깝게 돌려놓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해 지역에 일자리를 만들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다는 측면을 강조한 것이다.
우리 역시 복원을 좀 더 경제적인 관점에서 그 효과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생태계의 복원이 아니라 자연형 하구를 두고 형성되어 있던 과거의 지역사회와 지역경제를 복원하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일자리와 경제적 파급효과가 있다는 점을 면밀하게 제시하여야 한다.
단순히 생태계 복원만을 주장해서는 막힌 하굿둑을 열기 쉽지 않다. 특히 하구복원으로 경제적인 피해를 보는 이해관계자를 맞닥뜨리는 순간 생태계를 복원하겠다는 논리는 매우 관념적이고 취약한 주장으로 비칠 수 있다. 하구복원 역시 현실적으로 돈의 문제로 귀결되지만 반대하는 사람을 설득하고 이해를 구할 준비는 필요하다.
새롭게 접근하는 하굿둑 관리
» 생태계 회복과 함께 지역주민이 만족하는 경제적 효과를 내는 것이 낙동강하굿둑 개방의 최대 목표이다. 훼손되지 않은 낙동강 하구 모래톱에서 해안을 바로본 모습. 조홍섭 기자
하굿둑으로 막힌 하구를 터서 기수역을 복원하겠다는 사업은 과거 매립과 간척이 사회적 주류였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변화임이 분명하다. 낙동강하굿둑은 운이 좋게 개방을 위한 준비를 먼저 시작했지만, 영산강이나 금강, 아산호, 삽교호, 보령호, 홍성호 등 많은 하천의 하구가 여전히 하굿둑 내부의 수질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한편, 세계 최장의 방조제인 새만금 방조제는 완공한 지 만 10년이 되었지만, 완공된 새만금 방조제 내부로는 여전히 바닷물이 유통되고 있다. 수문을 닫아 담수호를 조성하면 그 수질이 감당할 수 없게 치솟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새만금은 수문을 막기도 전에 하굿둑의 수문을 열 수밖에 없었던 낙동강의 상황에 직면한 셈이다.
새만금 사업이 아니어도 지금까지 전국 하천에서 하굿둑 사업을 주도했던 수자원공사나 농어촌공사의 입장에서는 매우 난감한 상황일 것이다. 사회적인 요구가 바뀌었다고 당시 하굿둑 건설이라는 사회적 명분에 충실하게 일한 사람과 기관을 비난할 수는 없다.
» 낙동강 하구 몰운대 언덕위를 깎고 들어선 고층아파트 단지. 낙동정맥이 바다와 만나는 능선으로 중요한 가치를 지니는 곳이지만 개발을 막지 못했다. 조홍섭 기자
다만, 시대적 흐름에 따라 요구되는 행동이 바뀌었고 이에 따라 그 접근도 달라져야 할 뿐이다. 이를 위해서는 수질 등으로 문제가 되는 하구의 하굿둑 관리권한을 기존의 공사에서 지자체로 이전하고, 중앙정부는 기존에 양 공사에 투입하던 관리비용을 지자체로 배정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또한 하굿둑을 관리하던 인력의 전문성을 살려 양 공사에 근무하던 전문인력을 하굿둑 개방과 함께 지자체에 편입하는 것도 고려하여야 한다.
많은 사람이 하굿둑 개방과 기수역 복원은 앞으로 우리 사회가 당연히 걸어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낙동강처럼 4대강 사업 이후 녹조 현상이 광범위하게 나타나면서 적어도 하굿둑을 가진 지자체는 수문을 개방해 수질을 개선하는 것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하굿둑을 건설한 이유가 과거 수량의 확보였다면 이제는 수질의 유지, 생태계의 복원이 시대의 새로운 요구가 된 셈이다. 이를 위해서는 왜 복원 사업을 해야 하는지, 기존에 하굿둑을 막은 이유는 여전한지, 아니면 이에 대한 대안이 있는지, 복원한다면 복원의 목표는 무엇으로 설정하고, 누가 필요한 비용을 댈 수 있을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누가 관리할 것인지에 대해 깊은 고민과 검토가 필요하다.
물길을 바꾸기 위해서는 많은 것을 고려하고 돌려놓아야 한다. 다만 하굿둑을 열어 얻을 수 있는 수질과 생태계의 회복 효과, 그리고 지역사회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이 강 하구를 가로막고 서 있는 보를 넘어 올라가길 기대해 본다. 바다에서 태어난 민물장어가 하천을 따라 올라가듯.
육근형/ 환경과 공해연구회 운영위원,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부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