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호남 방문' 과 관련해 논란이 뜨겁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이와 관련해 다양한 의견이 담긴 여러분의 글을 기다립니다. [편집자말] |
▲ 광주 조선대 찾은 문재인 대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지난해 11월 18일 광주 동구 조선대에서 특강하기 위해 강연장에 들어서고 있다. | |
ⓒ 남소연 |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광주 방문이 더민주 광주 후보들에게는 득이 될까, 실이 될까. 방문의 내용이 무엇이냐에 따라 득이 될 수도 있고 실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느 경우에도 득이 될 수 없다고 보는 후보도 있다.
예컨대 북구갑의 정준호 후보는 문 전 대표의 '대선 불출마'를 촉구하면서 지난 3일부터 망월동에서 옛 전남도청까지 3보1배를 시작했다. 결코 득이 될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해 그러했을 것이다. 3보1배는 아직 진행중이다.
정 후보의 행동에 대한 지역민의 시각은 좋지 않다. 문 전 대표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가장 젊은 '전략공천' 후보가 자기 비전은 내놓지 않고 탈당파들과 동일한 방식으로 문 전 대표를 '활용'하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문 전 대표의 광주 방문에 대한 생각은 캠프마다 미묘한 차이가 있다. 판을 크게 흔들지 않고서는 반등이 어려운 열세 지역구의 경우 "한 번 오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반면에 초접전을 벌이고 있는 박빙 열세(우세) 지역구에서는 "도박이나 다름없다, 판단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당 지도부는 "당과 협의가 있어야 한다, 현 시점에서 적절한가 생각하고 있다"(정장선 선거대책본부장)면서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문 전 대표의 입장에서 광주방문은 피할 수 없다. 가장 유력한 제1야당의 대선 주자가 야권의 심장부라는 광주를 회피하는 건 대권을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쉽게 발을 떼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광주에서 뛰고 있는 더민주 후보들에게 미칠 정치적 대차대조표가 명확하지 않아서일 것이다.
종합하면, 문 전 대표는 호남선 열차에 몸을 싣고 싶어 하고, 당 지도부는 말리는 형국이다. 열쇠는 광주(호남) 후보들이 쥐고 있는데 유불리 판단이 쉽지 않다.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그가 자신을 비토하는 분들을 만나 허리띠를 풀고 오해를 풀기 위한 실질적인 시도를 했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하였다. 그가 특전사 출신 경상도 사나이답게 오해를 풀고, 사과할 일이 있으면 시원하게 사과하여 대인배의 풍모를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바람의 방향이 크게 바뀔 것으로 믿는다. 광주 사람들은 아마 그것을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광주에서 태어나 광주에서 공부하고 광주에 직장을 두고 있는 한 장년층 아무개씨의 페이스북 글을 요약한 것이다. 나는 이 글에 답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의 진단과 제안이 광주사람들의 일반적인 입장이라고 봐도 틀리지 않다는 이야기다.
광주가 목빠지게 기다리는 것
통상적인 전통시장 순방과 '정권 교체', '새누리 심판', '진짜 야당'이 문재인 방문의 내용이라면 오지 않는 게 좋다. 광주사람들은 단 한 번도 '정권 교체', '새누리 심판'의 숙명을 포기한 적이 없고,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정치적 판단이 우매하지도 않다. 가르치려 들지 말고, 빤한 소리 말라는 것이 '중앙 정치인'에 대한 광주사람들의 요구다.
광주를 대상으로 한 각종 여론조사를 들여다 보면 세대 구간에 따라 지지정당이 확연하게 바뀌는 걸 확인할 수 있다. 20~40대까지는 더민주가 강세다. 50대 이상부터는 국민의당이 강세다. 전통적으로 '민주당'의 강력한 지지세력이었던 광주의 노장층이 더민주로부터 돌아선 것이다. 왜 그랬을까.
광주의 노장층은 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 야당 지도자에서 대통령이 되는 과정을 온 몸으로 겪은 이들이다. 호랑이를 잡으려고 호랑이굴로 들어간 김영삼. 1987년 대통령 선거 대구 유세에서 수많은 돌세례를 피하지 않고 끝까지 연설한 김대중. 종로 국회의원을 버리고 부산으로 뛰어 들어 온갖 곤욕을 치르면서도 당당했던 노무현.
광주의 노장층이 경험한 '대통령이 된 야당 지도자들'의 정치행위는 화려하고 탁월했으며 분명했다. 거기에는 늘 고난이 따랐고, 그 고난을 정면돌파함으로써 야당 지도자들은 마침내 대통령이 되었다. 문 전 대표가 이러한 정치적 결기를 보여준 적이 있었던가? 문 전 대표 스스로도, 지지자들도 "보여주었다"고 간단히 답하기 어려울 것이다.
광주의 노장층들이 이구동성으로 "문재인은 대통령감이 아니다"고 단정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신에게 몰표를 준 호남 유권자들을 만나는 것조차 머뭇거리는 지금 이 모습에서 "대통령감이 안되는 문재인"을 거듭 확인하고 있는 것이다.
인구에 회자되고 있는 '문재인의 호남차별'이 만약 오해라면 "허리띠를 풀고 오해를 풀기 위한 실질적인 시도"를 하면 된다. 그러한 노력은 하지 않은 채 '사람만 좋은' 지금의 문재인이 광주의 노장층은 못마땅한 것이다. 노장층의 생각이 광주 보통사람의 생각이기도 하다. 다만 총선에 임하는 전략이 다를 뿐이다.
광주의 노장층들이 '싫어하는 문재인'을 뒤집으면 '좋아할 수 있는 문재인' 모습이 나온다. 호남을 고립시킨 3당합당의 주역인 탓에 그렇게 싫어했지만 막상 대통령이 되고 나서 개혁적 조치를 시작하자 김영삼 대통령에게 80%가 넘는 압도적 지지를 보내준 도시가 광주다. 문 전 대표라고 해서 다를 것이 어디에 있겠는가.
남은 기간은 1주일이다. 넉넉하게 시간을 잡고 와 며칠이라도 묵으면서 사과할 것은 사과하고, 오해를 풀 일이 있으면 풀고, 막걸리도 마시다 취해 쓰러지기도 하고, 벚꽃 나무 아래서 보릿대 춤도 추고, 금남로나 상무지구 어디에서 지지를 호소하는 큰 절도 하면서 이렇게 말한다면 바람의 방향이 크게 바뀔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저에게 돌을 던지면 맞겠습니다. 저를 내쳐도 좋습니다. 그렇지만 우리 더불어민주당의 젊고 참신한 광주 후보들이, 호남의 후보들이 나랏일 할 기회를 꼭 주십시오. 이 부탁을 드리려고 제가 왔습니다."
정면돌파 하지 않으면 대권도 없다
▲ 광주 조선대 방문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지난해 11월 18일 광주 동구 조선대를 방문해 특강에 앞서 대학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
ⓒ 남소연 |
선거는 합리성에 기반한 선택이 아니다. 열망과 요구, 소통에 근거한 선택이 선거이고, 그 선택 이후에 합목적성을 추구하는 것이 대의제 민주주의이다. 광주시민의 열망과 요구, 소통의 갈증을 푸는 데서 바람은 시작될 것이다. 문재인이기 때문에 실패할 수 있지만, 문재인이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는 곳이 광주이고 호남이다.
광주의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자들은 "대통령감이 되는 문재인"을 만나고 싶어 한다. 와신상담, 일취월장한 문재인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면 우리가 당신을 대권후보로 지지할 수 있다는 모스 부호를 '더민주 반대'의 형식으로 계속해서 타전하고 있다. 무조건 지지하는 '빠'와는 수준이 다른 유권자 행동이다.
문제는 문 전 대표도 그 주변도 이 모스 부호를 해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알려 드린다. 광주가 원하는 문재인의 모습으로 광주에 오면 된다. 당신들 스스로도 인정하지 않았던가. 광주 유권자의 수준이 대한민국 최고라고. 최고의 유권자가 최고가 되려는 이에게 '최고의 포지셔닝'을 주문하고 있는 게 지금의 총선 국면이다.
포장하고 연기하라는 말이 아니다. 기본을 갖추라는 주문이다. 대권에 도전하려면 문재인은 그렇게 바뀌어야 한다는 주문이고, 실제로 그렇게 바뀌어야 한다. 주문사항을 이행하지 못하면 대권은커녕, 대권에 도전할 자격도 없다는 것이 광주 노장층의 냉철한 인식이다.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 의원직 제명(김영삼)도 아니고 사형선고(김대중)를 내리는 것도 아니다. 어제의 지지자들이 내놓은 어려운 문제 하나도 정면돌파하지 않는 유력 대선후보를 도대체 광주가 지지해야 할 이유가 어디에 있겠는가.
광주의 주문대로 오면 바람이 불 것이고, 그렇게 못하겠다면 바람은 역풍으로 바뀔 수 있으니, 아예 오지 않는 것이 낫다. 이것이 '국민의당'을 모스 부호로 삼아 광주의 노장층이 유력대선 후보 문재인에게 타전하는 러브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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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이정우 기자는 광주에 있는 더좋은자치연구소 연구실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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