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정 '4·16 교육 체제' 선포, 수능폐지 등 파격적
16.04.20 17:50
최종 업데이트 16.04.20 21:00
▲ 왼쪽부터, 조희연 서울 교육감, 최교진 세종 교육감,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 장휘국 광주 교육감, 민병희 강원 교육감 | |
ⓒ 황명래 |
경기도 교육청이 세월호 참사 2주기 4일 뒤인 20일 오후 경기도 교육연구원 대강당에서 기존 교육과 다른 새로운 교육인 '4·16 교육체제'로 전환하겠다고 선포했다.
선포식에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과 장휘국 광주 교육감, 민병희 강원 교육감, 최교진 세종 교육감, 조희연 서울 교육감과 세월호 유가족, 경기도 학생, 학부모, 교사 등 약 500명이 참여했다.
이날 선포식에서 전국 17명 교육감 중 14명이 채택한 공동 선언문을 발표했다. 경기도 교육 연구원이 지난 1년여 동안 연구한 '4·16 교육체제' 세부 내용을 이수광 연구부장이 발표했다. 4.16 참사 아픔을 바탕으로 새로운 희망을 만들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기억을 넘어 희망을 만들겠습니다'가 선포식 주제다.
이 부장 발표에 따르면 4.16 교육 체제는 '민주적 교육체제 실현'을 목적으로 한다. 이를 위해 교육활동, 교육정책 등 교육과 관련한 모든 것을 국가가 아닌 교사 학부모 등의 교육주체가 민주적인 절차를 통해 결정해야 한다. 핵심 가치는 협력, 창의, 자율 등이고 추구하는 인간상은 배움을 즐기는 학습인, 실천하는 민주시민, 따뜻한 생활인, 함께하는 세계인이다.
세부 정책 목표에 수학능력시험 폐지와 고교 완전 무상교육, 외국어고, 국제고, 자사고, 과학고를 일반고로 전환해야 한다는 파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교육재정 혁신을 위해 누리 과정(3~5세)예산편성을 교육청이 아닌 중앙정부로 규정해야 하고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내국세 비율을 20.27%에서 25.27%로 올려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재정 "슬픔을 넘어 희망을, 고통을 넘어 새로운 꿈을"
▲ 이재정 교육감이 행사 시작을 알리는 '여는말'을 하고 있다. | |
ⓒ 황명래 |
▲ 교육감들이 행사를 마치고 학생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
ⓒ 황명래 |
이재정 교육감은 "4·16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 교육이) 분명히 달라져야 한다는 준엄한 명령을 들었고, (변화를 위해) 교육감들은 몸부림쳤다. 또한, 세월호 진실을 못 밝히는 것에 부끄러움도 느꼈다"며 "이젠 슬픔을 넘어 희망을, 고통을 넘어 새로운 꿈을 만들어야 한다. 오늘이 새로운 교육 혁명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선포식의 의미를 설명했다.
이 교육감에 이어 마이크를 잡은 윤영우 학생(안산 성포고 3)은 "가만히 있으라는 어른들 말 잘 듣다가 엄청난 비극 맞았다. 스스로 판단하고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민주시민 교육을 해 달라"는 바람을 전했다. 강연선 학부모는 "한 발 뒤에 있는 사람에게 함께 가자고 어깨를 내줄 수 있는 따뜻한 사람을 만드는 교육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안산 단원고 곽순 교사는 "(경쟁을 강조하는)입시 위주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이익에 눈이 멀어 세월호 참사를 일으켰다. 뼈아프게 성찰해야 한다"며 "학생 적성과 능력을 계발하는 교육으로 나의 행복과 다른 사람 행복을 모두 중요하게 생각하게 하는 교육으로 바뀌어야 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교육감들이 4.16 교육과 관련한 대화도 나누었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은 "학생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게 하는 그런 교육이 가능하게 해 달라는 (학생)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라고 말했다. 장휘국 광주 교육감은 "현실적 당면 과제가 무엇이냐"는 이재정 교육감 물음에 "누리과정 문제"라고 답했다.
최교진 세종시 교육감은 "세월호 참사를 우리 사회 영성의 디딤돌로 삼아야 한다. 학생 인권을 우선 하는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민병일 강원도 교육감은 "왜 가라앉았을까, 왜 구하지 않았을까...세월호 참사 무엇인가 의도가 있지 않고는 이럴 수 없다"며 "누군가 의도를 가지고 했다면, 그 세력을 뿌리 뽑아야 4·16 교육이라는 새로운 교육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뼈있는 말을 남겼다.
"교육으로 안전하고 행복한 사회 시스템 만들 터"
▲ 선포식 참가자들 앞에서 416 교육과 관련한 대화를 나누고 있는 교육감들 | |
ⓒ 황명래 |
이날 교육감 14명이 공동 채택한 선언문도 발표했다. 14명은 이재정 경기 교육감, 조희연 서울 교육감, 이청연 인천 교육감, 장휘국 광주 교육감, 설동호 대전 교육감, 김석준 부산 교육감, 최교진 세종 교육감, 민병희 강원 교육감, 김병우 충북 교육감, 김지철 충남 교육감, 이석문 제주 교육감, 박종훈 경남 교육감, 김승환 전북 교육감, 장만채 전남 교육감이다. 다음은 선언문 전문.
"함께 만들겠습니다"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의 민낯이 드러난 상징적인 사건입니다.
우리는 이 참사를 떠올릴 때마다 아이들을 지켜내지 못했다는 자책과 한 명도 구해내지 못했다는 회한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입니다.
우리는 이 참사를 잊을 수가 없습니다. 우리는 부모가 자식을 키우는 마음으로 교육하는 사람들이고, 꽃잎 같은 아이들을 떠나보낸 비극을 짊어진 상주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우리는 온 마음으로 세월호 참사를 수없이 곱씹으며 왜 이러한 참사가 일어나게 되었는지, 왜 한 명의 아이도 살리지 못했는지,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통스럽게 성찰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누군가가 그 희망을 만들어 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는 하지 말아야 합니다. 바로 우리가 희망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그래서 슬픔을 다짐으로 바꾸고, 다짐을 실천으로 옮기고, 실천은 변화를 끌어내는 힘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만 한국 사회와 우리 교육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는 시대적 책무와 과제에 대한 소임을 다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에 우리는 다음과 같이 약속하고 다짐합니다.
1) 우리는 입시와 경쟁의 교육에서 벗어나 아이들을 살리고 공동체로 더불어 살아가는 민주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는 교육을 하겠습니다.
2) 우리는 공공성과 민주성을 기반으로 실현될 수 있는 교육 시스템을 구축하겠습니다.
3) 우리는 교육으로 안전하고 행복한 사회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4) 우리는 한국 사회 패러다임의 전환을 위하여 교육의 질적인 발전 방안을 공동으로 연구하고 정책을 세워 함께 추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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