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에 갯벌 뺏긴 거위 원종 개리, 한강하구 떠난다
갯벌과 습지 땅속에 머리 박고 여린 뿌리 캐먹는 습성
» 마무리로 날갯짓을 한다.
» 거위의 원종인 개리. 그래서인지 기러기보다 친근하게 느껴지는 새다.
중요 먹이터 공릉천 하류 등 수위 조절로 갈대 조절해야
»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법정 보호종 개리. 세계적인 멸종위기종이기도 하다. 머리와 목 윗부분은 갈색 아래는 흰색으로 선명하게 갈라져 기러기와 쉽게 구분된다.
개리는 일산대교와 오두산 전망대 사이 사구에서 주로 겨울을 났다. 한강, 임진강, 염하강, 예성강이 합류하는 기수역인 오두산 전망대 앞 갯벌은 특히 개리의 주요 월동지었다.
이곳은 생물이 다양하고 풍부하면서 부드러운 모래층과 갯벌이 개리에 적합한 서식환경을 제공했다. 한때 800마리 이상의 개리를 관찰 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 2005년 파주시 오두산 전망대 앞 갯벌의 모습. 이곳은 개리의 주요 월동지였다.
» 갈대밭이 넓어지면서 개리의 중요한 먹이터이던 곡릉천 갯벌이 사라졌다. 지금이라도 수문을 조절하여 갈대의 번성을 막을 수 있다.
그 후 2006년부터 점차 개리의 수가 줄어들더니 2007년 이후 오두산 전망대 갯벌이 점점 사라지고 변형되면서 월동하는 개리의 모습은 볼 수 없게 됐다.
뿐만 아니라 2월이면 한강하구에서 월동하던 개리가 곡릉천으로 이동해 북상할 때까지 서식했지만 이곳도 현재는 개리는 볼 수가 없다. 한강 개발로 한강의 유속이 달라지면서 갯벌은 줄어들고 갈대밭은 늘어나 세섬매자기, 줄풀 같은 개리가 즐겨먹는 식물의 뿌리를 더는 보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2007년께 완공됐을 것으로 보이는 북한 임진강 상류인 황강 댐으로 인한 임진강의 유량 변화도 상황을 악화시킨 것으로 추정된다.
» 2006년 곡릉천에서 월동하던 개리. 목에 이동경로를 추적하기 위한 인식표가 달려있다.
김승호 DMZ생태연구소장은 3월 초 우리나라 전역에 퍼져있던 개리가 북상 중에 한강하구 산남습지와 대동리 습지 일부에 300여마리 잠시 머물고 가는 실정이라며 안타가워 했다.
이제는 한강하구에서 개리가 긴 목을 쭉 빼고 갯벌 깊숙한 곳까지 머리를 처박고 먹이를 찾는 모습을 볼 수 없게 됐다. 그나마 북상개체가 한강하구의 명맥을 유지해 주고 있다.
» 개리는 먹이를 찾기 위해 땅을 파는 습성이 있어 물기가 있는 갯벌을 좋아한다.
먹이로 수생 식물이나 육상 식물의 잎, 조개류 따위를 먹지만 세섬매자기, 줄풀의 여린 뿌리를 좋아한다. 길고 날렵한 부리와 목은 갯벌을 비집어 이런 먹이를 찾기 쉽다.
먹이를 찾을 때는 긴 목 전체를 펄 깊숙이 집어넣는다. 머리 전체가 진흙으로 뒤범벅이 돼 불편할 것 같지만 개리의 깃털에는 기름기가 풍부해 물과 진흙이 들러붙지 않고 그대로 씻겨 내려간다.
» 개리는 먹이를 찾기 위해 가슴까지 갯벌 속으로 밀어넣는다.
» 깃털에 기름기가 많이 분비되는 개리의 얼굴이 번들거린다. 그러나 흙은 묻지 않는다.
어느 정도 배불리 먹었다 싶으면 따뜻한 양지에서 암수가 부리로 깃털을 가다듬으며 열심히 몸단장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 줄풀 뿌리를 캐먹는 개리. 옆에 파낸 흙이 수북히 쌓여 있다.
» 몸단장을 하며 기지개를 켜는 개리.
개리는 무리를 지어 행동하지만 가족 단위나 부부가 함께 움직인다. 다른 개리가 영역을 침범하면 긴 목을 앞으로 쭉 뻗고 소리를 질러 쫓아낸다. 반대로 남의 영역에 침범할 때도 이런 자세를 취한다.
» 무리를 지어 이동하는 개리 가족.
» 영역을 침범하거나 영역을 지킬 때는 목을 앞으로 곧게 뻗어 위협한다.
더 심한 싸움은 목과 몸을 치켜세우고 날개를 펴 펄럭이며 상대를 향해 돌진을 한다. 기러기나 오리의 걸음걸이보다 더 기우뚱거려 왠지 어설퍼 보인다.
모습이나 습성, 소리가 거위와 아주 비슷하다. 하기야 개리를 가축화한 것이 거위여서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인지 큰기러기보다 친숙하게 느껴진다.
» 오른쪽 개리가 날개를 펴고 적극적으로 침임자를 몰아내고 있다.
큰기러기와 생김새도 비슷하지만 개리가 큰기러기보다 약간 크다. 개리는 암수의 깃털색이 똑같아 구분하기 어렵지만 수컷이 좀 더 큰 편이다.
»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큰기러기. 머리와 목의 무늬에서 개리와 대조적이다.
개리는 날개 길이 41~48㎝, 꽁지 길이 11~17㎝이다. 겨울새로 10월에서 이듬해 4월 사이에 볼 수 있다. 옆머리와 뒷머리·머리꼭대기·뒷이마·뒷목은 붉은 갈색이고, 턱밑은 연한 적갈색, 목·뺨·옆 목은 흰색이다. 미성숙한 개체는 기부의 흰 띠가 없다.
» 먹이를 찾아 날아드는 개리.
또 가슴은 연한 황갈색, 배는 흰색, 날개는 어두운 회갈색이다. 겨울에 호수나 간척지·풀밭·습지·논밭 등에 수십 마리씩 떼를 지어 살며, 번식지에서는 강변이나 풀밭, 호수의 작은 섬 등에서 땅 위 움푹 패인 곳에 마른 풀을 깔아 접시 모양의 둥우리를 튼다.
» 휴식 중에도 실눈을 뜨고 경계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6월께 4~6개의 알을 낳고, 먹이로 수생식물이나 육상 식물의 잎, 조개류 따위를 먹는다. 먹이를 찾기 위해 땅을 파기도 한다. 시베리아 중남부, 아무르 등지에서 번식하고 한국·일본·중국(북동부)·몽골·시베리아(동부)·캄차카반도 등지에서 겨울을 난다.
» 개리의 뒷모습.
한국에서는 1982년 11월4일 흑기러기와 함께 천연기념물 제325호로 지정되었고, 2012년 5월31일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2급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남아있는 5만여 마리의 개리 가운데 80%가 몽골에서 서식하면서 번식한다. 특히 러시아,중국과 접한 몽골 동부 다구르 아이막은 천혜의 개리 서식지로 알려져 있다.
» 개리 뒤로 대백로, 쇠오리가 보인다.
동북부 지역의 호흐 호수와 부요르 호수가 대표적인데 모두 사람의 손이 거의 닿지 않는 지역이다. 언젠가 한강하구에도 개리가 다시 돌아 올 날을 기대해 본다.
글·사진/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겨레 <물바람숲>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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