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족 최대의 '실수'... 또다시 선거는 닥치고
▲ 박근혜 대통령이 2014년 4월 17일 오후 전남 진도군 세월호 침몰 사고 피해자 가족들이 모여 있는 진도체육관을 찾아 실종자 구조와 향후 대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
ⓒ 유성호 |
2014년 4월 17일, 대통령의 진도 체육관 방문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이제 와서 다시 기억을 해보면 지푸라기라도 잡을 수밖에 없었던 가족들을 앞에 놓고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에 대하여 철저한 조사와 원인 규명으로 책임질 사람은 엄벌토록 할 것이며, 이 자리에서 한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 여기 있는 사람들 다 물러나야 한다. (실종자 수색과 관련하여) 마지막까지 우리가 찾겠다고 그렇게 약속드리고 왔습니다. 실종자 가족께서 이제 끝내도 된다 하실 때까지 할 거니까 염려 안 하셔도 됩니다."
이 말이 거짓으로 밝혀지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대통령이 다녀간 이후에도 실종자 구조와 수색에는 별다른 진전이 없었고, 급기야는 자식 잃은 부모들이 "제대로 작업을 하라"며 진도대교를 향해 밤새워 걸었다.
"최종 책임은 대통령인 저에게 있다" 그것으로 상황 끝
▲ 2014년 5월 9일 오전 3시 50분 경 청와대로 가는 길목인 청운동주민센터 앞에서 세월호 희생자 유족들이 경찰에 가로 막히자 연좌시위를 하고 있다. | |
ⓒ 권우성 |
내가 그 자리에 없었기 때문에 정확한 사정은 알 수 없으나, 가족협의회는 5월 16일 이른 새벽에 청와대로부터 대통령 면담 일정을 통보 받았다고 한다. 당시 유가족들은 서로 잘 모르는 사이였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의견 개진을 할 수는 없었지만, 나는 주위의 몇몇 사람들에게 그 자리에 가서는 절대 안 된다고 얘기했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대통령은 진도체육관에서 한 약속도 이행하지 않았다. 5월 8일 저녁에 KBS를 항의 방문한 후 청운동 동사무소 앞에서 대통령 면담을 밤새도록 요구했을 때 따뜻한 물 한 사발도 건네지 않았다. 그런 대통령이 먼저 제안한 면담에 섣불리 대응한다면 면죄부만 주는 결과가 되어 버리고 말 것이라고 나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대통령 면담은 어떤 상황에서도 아이들의 영정이 있는 분향소를 대통령이 다시 방문한 이후에야 해야 한다고 나는 주장을 했다.
명분이야 어찌되었건 가족들은 청와대로 향했고, 그것은 우리 가족이 진상규명을 위해 한 활동 중에서 최대의 실수가 되어 버렸다고 나는 주장한다. 대통령은 그 자리에서 이렇게 이야기 했다고 한다.
"특별법은 만들어야 하고, 특검도 해야 한다. 무엇보다 진상 규명에 유족 여러분의 여한이 없도록 하는 것, 거기에서부터 깊은 상처가 치유되기 시작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갖고 있다... 각계 의견을 폭넓게 수렴했지만, (참사 현장을) 오랫동안 지켜보신 유가족 여러분의 의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2014년 5월 16일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세월호 유족과 면담하고 있다. | |
ⓒ 청와대 |
이후 언론들은 대통령과 정부가 이 참사를 해결하기 위하여 구체적인 행동을 한 것이 없는데 마치 다 해결한 것처럼 보도를 했고, 정확히 3일 뒤에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다.
"이번 사고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최종 책임은 대통령인 저에게 있습니다. 그 고귀한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대한민국이 다시 태어나는 계기로 반드시 만들겠습니다."
이 한마디로 모든 상황은 종결되었고, 이후 행해진 지방선거와 재·보궐 선거에서 여당이 사실상 승리했음은 이미 알고 있는 대로다.
대통령의 약속이 국민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기도 전에 저들은 가슴 깊숙이 숨겨 놓았던 본색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국회의 국정조사를 열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쳤고, 국정조사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하도록 억지를 쓰며 발목을 잡았다. 청문회를 원천적으로 봉쇄를 했다.
가족들이 그렇게 열망하는 수사권과 기소권이 부여되는 특별법 제정을 방해했고, 특별법에 보장된 조사기간을 단축하고 예산을 삭감해 버렸다. 심지어는 세월호 참사의 원인을 밝혀야 할 특조위 위원에 특조위 활동을 적극적으로 방해하는 '불량' 조사위원을 추천했다.
특조위가 요청한 '특검 요청'을 일언지하에 깔아뭉개 버렸다. 실종자 가족들이 그렇게도 원하는 인양을 정치적 흥정의 대상으로 삼으면서 애간장을 지금도 녹이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이것들은 그들이 행한 일의 끝도 전부도 아니며 극히 일부분일 뿐이다.
김무성 대표, 유족에게 어떻게 했는지 되돌아 보라
▲ 2014년 10월 29일 박근혜 대통령의 시정연설이 열린 국회 본청 앞에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차를 타고 떠나려하자, 세월호 유가족 창현 아빠가 무릎을 꿇고 "세월호특별법 제정 꼭 도와주십시오"라며 간절하게 요청하고 있다. | |
ⓒ 이희훈 |
지난 4월 1일 날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유가족들을 향해 "심심한 사과"를 언급했다고 한다.(<민중의 소리> 세월호 유가족에 사과? 김무성의 '만우절 거짓말' 참조) "2년 전 세월호 사고를 생각하면서 저미는 가슴을 안고 왔다"고 말했다고 한다. 참으로 개가 웃을 노릇이다.
참사 유가족들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지역구 후보자 김명연 의원을 지원하기 위해 유세를 하던 중 그런 말을 했나 보다. 피해자의 한 사람으로 솔직히 기분이 나쁘다. 그들이 이 참사의 문제점을 밝히고 피해자와 유가족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던 중 2% 부족한 상태에서 그런 발언을 했다면 이해는 하겠지만, 지금껏 유가족들을 이상한 집단으로 몰아붙이다가 선거에서 한 표가 아쉬울 때 저렇게 뻔뻔스럽게 말 하는 것을 보면, 사람이 맞기는 맞는지, 사람이 모인 집단이 맞는지, 이런 생각마저 든다.
물론 선거가 끝나면 내려갈 사람이지만(솔직히 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친박이 득시글거리는 정글 속에서 눈치 없는 김무성 대표가 선거 후에도 건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나는 믿지 않는다) 그래도 현직 당 대표가 그런 말을 했다면, 표를 의식하여 변방 한 구석에서 마이크 들고 할 것이 아니라 기자들 불러 놓고 공식적으로 발표할 것을 권한다.
그곳에서 세월호 유가족을 당당하게 탄압했던 것처럼 마음이 변한 이유를 당당하게 밝혀야 한다. 지난 날 과오를 깊이 반성하고 있고, 앞으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하여 어떻게 할 것인지 정확하게 비전을 제시해야만 한다.
세월호 특별법을 제정해 달라며 무릎까지 꿇은 창현 아빠의 외침을 외면한 이유도 설명하고, 수사권·기소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유가족들과 시민사회의 요구를 "사법체계를 흔드는 그런 결단을 제가 어떻게 내릴 수 있겠나. 어떻게 민간인, 그것도 피해자 가족이 참여하는 민간인에게 어떻게 수사권을 부여할 수 있겠나"라고 했던 지난날 발언의 배경도 솔직히 고백해야만 한다.
국회의 '정부 시행령 시정 요구권'을 강화하는 국회법 개정안에 합의한 유승민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배신의 정치"로 낙인이 찍히자 유 원내대표의 손을 놓아버린 것에 대해서도 변명해야 하고, 대통령이 그렇게도 기억하기 싫어하는 7시간에 대한 의견도 분명히 밝혀야 한다.
그 정도 된다면 나는 그들의 진정성을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선거가 D-1이다. 진정으로 국민을 위하는 마음이 가슴 저편에 조금이라도 남아 있다면 빨리 이 땅에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뭔지, 국민이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지 찾아서 실행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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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세월호 사고로 목숨을 잃은 고 박수현군의 아버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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