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세 농민 백남기씨가 경찰이 쏜 직격 물대포에 맞아 쓰려져 혼수상태에 빠진 지 성탄절인 25일, 42일째를 맞았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폭력‧살인진압’ 책임자 문책은커녕 이들을 대거 승진시켜 비난을 사고 있다.
경찰청은 지난 22일 치안정감 6명과 치안감 24명에 대한 승진·전보 인사를 단행했다.
이 중 서울경찰청장으로 내정된 이상원 경찰청 차장은 백남기씨가 쓰러진 이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살수차는 인권보호
장비”라면서 “이번(민중총궐기대회)에도 (살수차를 사용하지 않았다면)쌍방간 더 큰 피해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한 인물이다.
또 경기청장으로 승진한 정용선 국장은 민중총궐기 참가자들과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수사를 총지휘했다. 이외에도 민중총궐기
경비 지휘부였던 이상철 서울청 경비부장이나 통합진보당 해산 이후 당원들 수사를 검토해온 이재열 서울청 보안부장도 승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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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출처=공무원U신문 김상호 기자 페이스북> |
민중총궐기 수사와 경비 등을 담당해온 경찰들이 대거 승진하자, 백남기씨의 큰 딸 백도라지씨는 “이 나라 정부는 정말 답이 없고, 미쳤고, 구제불능인데다가 악하다”고 맹비난했다.
도라지씨는 성탄절인 25일 아버지에게 보내는 페이스북 편지글을 통해 “권력이라는 게 어디까지 비인간적일 수 있는지 요 한달 사이에 절절히 체험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폭력‧살인진압’ 핵심 책임자들이 승진한 데 대해 “설령 승진 점수가 쌓였더라도 지들이 공표했듯 시위 진압 관련 내부 조사를
벌이고 있다면 관련자들에 대한 승진은 모두 중단시켜야 되는 것 아니냐”면서 “이 나라는 상식이라는 것을 철저하게 농락하는 데
도가 텄다”고 분개했다.
이어 “(경찰이)눈치 보느라 입 밖으로 말을 못할 뿐이지 아빠에게 그리고 농민들에게 미안해할 거라고 생각했다”면서 “그런데 미안한 마음은 털끝만큼도 없고 하느님이 주신 귀중한 생명을 해한 이들에게 상을 준다”고 지적했다.
백도라지 씨는 또 “세상에 정의란 없는걸까? 세상에 없는 거라서 우리가 그렇게 간절히 구하는걸까? 민주화(동생)가 말했던
것처럼 요즘은 자꾸 자문하게 된다”면서 “왜 하필 아빠일까? 왜 하필 우리 가족이고, 농민 노동자가 당해야 할까? 이 나라는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라고 개탄했다.
한편, 이번 경찰 인사를 두고 일각에서는 단지 경찰 내부 인사평가가 아닌, 정권의 정치적 판단이 개입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4일 <민중의소리>는 “살인적 진압 책임자들을 경찰 수뇌부로 승진시키는 정권”이란 제목의 사설을 통해 “박근혜 정권이 친위세력을 꾸리지 않고는 더 이상 정상적인 국정운영이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다”고 꼬집었다.
이어 “민심이 떠난 대통령이 누구에게 기댈 데는 뻔하다”면서 “국민의 비판과 바람은 아랑곳하지 않고 거침없이 밀어붙이는 대통령에게 필요한 경찰은 민중의 지팡이가 아니라 공안몰이의 충실한 집행자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사설은 또 “정부가 ‘책임을 물으라’는 국민의 목소리에 되려 ‘승진 잔치’로 답한 셈”이라면서 “정권에 충성만 하면 사람이 죽을 지경이 돼도 상관 없다는 것인가. 얼마나 국민을 우습게 알면 이런 인사를 하는가”라고 맹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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