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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가 내리는 가운데, 14일 오후 황태성 묘소에서 ‘고 황태성 선생 52주기 묘소 참배식 및 황태성 평전 봉증식’이 진행됐다. [사진-이재수 프로듀서] |
52년 전, 그날의 아픔을 되살리듯 경상북도 상주시 청리면 청상리에 위치한 대남 밀사 황태성의 묘가 있는 한 야산에는 한겨울인데도 비가 부슬부슬 내렸다.
14일 이른 아침부터 20인승 버스를 대절해 서울에서 출발한 일군의 참배객들은 3시간에 걸쳐 상주로 내려왔다.
이들을 변함없이 맞이한 사람은 이곳 상주에서 곶감 농사를 지으며 황태성 묘지기를 자처하고 있는 전성도 전 전농 사무총장. 그는 상주가 고향이고 상주에서 줄곧 살아왔다.
황태성 묘를 찾는 이들은 예년 같았으면 눈길을 헤쳐 올랐을 테지만 올해엔 빗길을 올랐다.
경사가 심한지라 눈이 오든 비가 오든 힘들긴 마찬가지다. 게다가 나이 80세가 넘는 참배객들도 있어 길 없는 산길을 오르기가 여간 힘들지 않다.
묘를 안내하는 리본이 나뭇가지에 묶여있어 리본을 찾아 오르면 되지만 워낙 경사가 심하고 길도 없어 미끄러지기 일쑤고 게다가 아직 뻣뻣이 서 있는 가시나무덤불이 자꾸 옷깃이며 발목을 붙잡는다.
이날의 참배는 예전의 참배에 비해 세 가지 면에서 특별했다.
첫 번째는 ‘황태성 사건’의 전모와 인간 황태성을 조명한 책 『박정희 장군, 나를 꼭 죽여야겠소』를 봉증하게 된 것이고, 두
번째는 미국에 거주하는 황태성의 손녀 유경 씨가 메시지를 전해 온 것이고, 세 번째는 홍일선 시인이 황태성을 다룬 ‘시천주侍天主
오늘’이라는 제목의 시를 최초로 공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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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날의 참배는 예전의 참배에 비해 세 가지 면에서 특별했다. [사진-이재수 프로듀서] |
비가 내리는 가운데, 이날 오후 황태성 묘소에서 ‘고 황태성 선생 52주기 묘소 참배식 및 황태성 평전 봉증식’이 노진민 (사)국제청소년평화재단 이사장의 사회로 시작됐다.
초헌, 아헌, 종헌에 이어 이승헌 추모연대 사무국장의 황태성 약력보고와 권낙기 통일광장 대표의 추도사가 이어졌다.
이창훈 4.9통일평화재단 사료실장이 대독한 메시지에서 황유경 씨는 “할아버지 비록 할아버지의 뜻대로 아직 평화통일은 되지
않았지만 지금 이렇게 많은 분들이 할아버지의 뜻을 기리며 이 나라를 짊어지고 있습니다”고는 “곧 평화통일을 기대해 봅니다”며
통일에 대한 기대감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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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에 거주하는 황태성의 손녀 유경 씨가 전해온 메시지. |
김학규 ‘박종철기념사업회’ 회장이 홍일선 시인의 ‘시천주侍天主 오늘’을 낭독했다. 이 시는 황태성이 대남 밀사로 1961년 8월 31일 임진강을 건너는 광경을 묘사한 것이다.
시는 당시 임진강을 건너는 황태성의 모습을 “오늘은 홀로 강을 건너가지만 / 내일은 천 사람 만 사람이 어깨동무해 / 남북을
북남을 잇는 다리를 놓겠다고 / 맹세한 혁명가 황태성 그 이 / 조선의 혁명가 황태성 아아 그 이”라고 묘사한다.
이어 공동 저자인 김학민 씨와 이창훈 씨가 황태성 평전인 『박정희 장군, 나를 꼭 죽여야겠소』를 고인에게 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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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태성 영정에 봉증된 『박정희 장군, 나를 꼭 죽여야겠소』[사진-이재수 프로듀서] |
가족을 대표해서 황태성의 조카사위인 권상릉 씨가 감사의 말을 전했다.
권상릉 씨는 “황태성 선생이 임진강을 건너던 그날 온 몸에 피멍이 들었을 것”이라면서 “나머지 생애를 통일을 위해 바치겠다며, 남쪽에 군사정부가 들어서면 통일이 늦어진다고 보았기에 임진강을 건넜을 것”이라고 상정했다.
그는 “남쪽에서 북진통일, 멸공통일이 횡행하던 시기에 목숨을 걸지 않았다면 남쪽으로 올 수 없었을 것”이라고는 “오늘 참가자들이 조국의 평화통일을 위해 황 선생의 뜻을 이어받자‘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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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태성의 조카사위 권상릉 씨(오른쪽)가 참배객들에게 감사의 말을 하고 있다. [사진-이재수 프로듀서] |
황태성 묘지기 전성도 씨는 굳은 날씨에도 변함없이 멀리서 찾아온 참배객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이날 참배식에는 이외에도 통일원로 임방규 선생과 김영옥 선생, 김원봉 ‘김상진기념사업회’회장, 이재수 ‘늘봄 프로덕션’대표 그리고 최초로 황태성 논문을 쓴 박상희 박사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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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배식 후 모두가 한자리에서 찰칵. [사진-이재수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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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천주侍天主 오늘
ㅡ서기 1961년 8월 31일
홍일선
밤 깊었으리
음력 팔월 초이레
야윈 달빛이 외진 숲에 이르러
잠시 지친 발걸음 멈춘 곳
거기 길이 끝나는 곳에서
더 가야할 길이
사람들이 아직 가지 않은 길이
어둔 밤 임진강으로 이어졌으리
물의 일생이
더 아득한 곳 더 목마른 곳
아픈 세상 아주 외로운 땅 찾아가
고요히 육신 내려놓는 것이었으니
그곳에서 스스로를 비우는 것이었으니
강물의 기나긴 도정이
드넓은 바다에 이르지 않아도
가문 땅 쓰라린 시간 속으로 스며들어
아픈 흙살 보듬어 안아주어
높으나 서로 낮아서 모두 귀한 시간
깊으나 서로 얕아서 모두 어진 시간
노동이 신성한 나라
땀흘려 일하는 사람들이 주인인 나라
만들고 싶었던 이
강을 건너가고 있었나니
오늘은 홀로 강을 건너가지만
내일은 천 사람 만 사람이 어깨동무해
남북을 북남을 잇는 다리를 놓겠다고
맹세한 혁명가 황태성 그 이
조선의 혁명가 황태성 아아 그 이
그가 찾아가는 곳은
꿈에도 잊은 적 없는 상주 청상리도
비명에 스러진 평생의 도반
혁명가 박상희 임종업 유택도 아니었으리
강물의 일생처럼 생을 바쳐서라도
오로지 필생의 일이 있었으니
젊은 날 자기를 많이 따랐던 소년
총칼로 5.16쿠데타를 일으켜
지금은 국가재건최고회의 박정희 의장
그를 만나러 가는 길이었으니
강이 어둠에게 물었으리
강이 하늘에게 물었으리
히로히토 왜왕에게 혈서를 써서
대일본제국 군인이 된 다카키 마사오를
믿느냐고 물었으리
한 때는 남로당에 입당 국군 비밀 당원이었다가
동지들을 밀고하고 살아남은
박정희를 믿느냐고 물었으리
4월 학생의 숭고한 피로 구한 나라를 탈취한
박정희를 정녕 믿느냐고 물었으리
어둠 속 강물이
기어이 도달하려했던 곳
어둠 속 하늘이
오래 아주 오래 눈 주셨던 곳
사람이 곧 하늘인 나라
궁궁을을 그 나라가
오늘 1961년 8월 31일 이었으리
그렇게 강물은 더 외로운 땅 찾아서
시천주 오랜 소원속으로
스며들었으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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