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세월호 유가족·시민 '기억과 약속의 길' 도보순례·난장 문화제 열려
15.12.06 22:10 최종 업데이트 15.12.06 22:13박호열(tkaenao)
여 당 추천 위원들에게 집단행동을 사주하는 문건을 만들어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를 흔드는 정부. 198억7천만 원의 3분의 1수준인 61억7천만 원으로 대폭 삭감된 특조위의 내년 예산.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가로 막는 거짓이 진실을 희롱하며 맞은 세월호 참사 600일의 풍경이다.
416가족협의회와 416연대, 세월호 안산시민대책위원회는 세월호 참사 600일을 맞아 6일 오후 단원고등학교 2학년 교실(416 교실) 방문을 시작으로 '세월호 참사 600일 기억과 약속의 길'을 걸었다. 세월호 미수습자 수습과 진상규명, 안전사회 실현을 위한 약속과 의지를 다지는 이날 행사는 오후 2시 단원고에서 시민 300여명과 함께 416 교실을 방문하는 '애들 보러 학교가자'로 시작했다. '영만 엄마' 이미경씨가 416 교실을 지켜야 하는 이유에 대해 말했다.
" 오직 남아 있는 건 단 하나 우리 아이들이 마지막까지 살아 숨 쉬던 이 교실입니다. 이 교실 또한 어떻게든 빨리 치워버리고 잊으려고 한다면 미래는 더 참혹한 세상이 될 겁니다. 그래서 이 교실이 참사의 마지막 현장이 되길 간절히 바랍니다. 이 교실은 분명 먼 훗날 오늘을 돌아 볼 수 있게 하는 기억과 안전 교육의 현장이 될 것입니다."
교실 방문에는 '262명이 들려주는 10개의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었다. 시민들은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 250명과 교사 12명(미수습자 9명 중 학생 4명, 교사 2명)이 마지막 수업을 했던 10개의 교실에서 아이들의 흔적과 온기를 어루만지며 '마음의 소리'를 나눴다. 또한 제자들과 함께 꿈과 희망을 설계했던 2학년 교무실에서 선생님들이 남긴 '사랑의 소리'를 함께 들었다.
그래서일까. 교실 사이를 걷는 발걸음은 조용하다. 유가족이 마련한 '기억의 공책' 위로 시민들이 써 내려가는 볼펜 소리가 사각거렸다. 2학년 6반 교실에서는 한 어머니가 아들의 이름을 목 놓아 부르며 통곡했다. 미수습 상태인 조은화, 허다윤, 남현철, 박영인 학생 교실에서는 간간이 훌쩍임이 울렸고, '기억의 공책'에는 엄마와 삼촌, 시민들이 600일을 맞아 짧은 추모의 글을 남겼다. 그리고 책상 위와 복도를 가득 채운 잊지 않겠다는 다짐들이 속울음을 위로했다.
"은화 학생! 얼굴이 보고 싶네요. 여기 모든 아픈 기억들 다 잊어버리고 하늘에서는 예쁜 천사가 되어요."(2학년 1반 조은화)
"다윤아, 요섭 삼촌이야. 아빠랑 엄마랑 너 돌아 올 때까지 끝까지 찾을게. 우리 꼭 만나자! 꼭 돌아와."(2학년 2반 허다윤)
"현철아, 벌써 600일이야. 차가운 바다에 있을 너를 생각하면 내 마음도 추워. 기다리고 있어. 미안한 어른이."(2학년 6반 남현철)
"영인아! 얼마나 힘드니. 곧 엄마 품으로 올 수 있을 거야. 좋은 세상 만들기 위해 노력할게. 천국에서 잘 지내…"(2학년 6반 박영인)
'기억과 약속의 길'은 이날만이 아니었다. 416기억저장소는 지난 2월부터 지금까지 3000여명의 시민들이 주말마다 416 교실을 둘러보고 합동분향소까지 걸으며 세월호 참사를 되새겨왔다. 11월 24일에는 416 교실지키기 시민모임이 발족됐다. 시민모임이 벌인 온라인 서명운동에는 5일 현재 6000여 명의 시민이 동참했다. 오는 10일까지 1만 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리고 아직 자식을 떠나보내지 못한 엄마 아빠들은 매주 교실을 청소를 하며 아이들을 지켜왔다.
"416 교실을 지키지 못하면, 세월호 참사는 잊혀집니다"
" 교실을 지키는 게 최종목적이 아닙니다. 단원고에서 새로운 교육을 시작한다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슬픔을 강요하는 추모공간이 필요한 게 아닙니다. 슬픔을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정면으로 마주하며 오히려 이겨낼 수 있는, 추모와 교육이 공존하는 단원고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널리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
그 416 교실이 보존 논란에 휩싸였다. 요점은 이렇다. 416가족협의회는 지난 9월 경기도교육청과 단원고에 학교 안에 교사를 증축하고 교실을 재학생들의 수업공간과 완전히 차단한 후 원형 보존하며, 학교 밖에 416기념관을 짓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한 '단원고 교사증축과 416기념관 건립을 위한 제안'을 했다. 기념관 건립비용은 50억 원 안팎이다.
도교육청은 11월이 돼서야 입장을 밝혔다. 내년 1월 명예졸업식 이후 완공 때까지 2년여 동안 안산교육지원청 별관에 교실과 교무실을 임시로 '배치'한 후 단원고 진입로 옆 도로부지를 확보해 5층 규모의 '416민주시민교육원'을 건립하고 그곳에 이전, 복원하겠다고 제안한 것이다. 이에 대해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우리가 바라는 건 단원고와 교육청이 새로운 교육을 어떻게 할 건지입니다. 이에 대한 답이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416 이전으로 돌아가려고 하기 때문에 교실을 비울 수 없는 겁니다. 결론적으로 새로운 교육에 대한 진심어린 고민과 실행이 전제되지 않은 어떠한 제안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유 위원장은 도교육청 제안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으며 반대 이유를 밝혔다. 도교육청의 제안대로 교육원 건립을 위해 학교 앞 도로부지를 확보할 경우 공원 등이 사라지면서 유가족과 주민 간에 갈등이 유발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안산시 역시 부정적이다. 도로부지를 매입할 경우 공청회 등을 열어 주민 의견을 수렴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내년부터 세월호 추모사업 논의가 본격화되는 마당에 주민들과의 공감대 형성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갈등 유발을 조장하는 안을 어떻게 받겠느냐는 것이다.
경기도와 도교육청이 절반씩 부담하는 교육원 건립비용 100억 원 조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유 위원장은 "경기도는 50억 조성과 관련 어떠한 결정도 내리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다만 도교육청이 최선을 다해 (경기도를) 설득하겠다는 게 전부로 핵심은 내년 1월 11일 명예졸업식 이후 교실을 빼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도는 물론 도의회와 사전 조율이 전혀 안 됐다는 것이다.
도교육청의 제안이 신뢰도가 떨어지는 데는 민주시민교육원이 416 교실의 대안으로 준비된 게 아니라는 점도 한몫했다. 유 위원장은 "(교육원 건립은) 지난 경기도교육감 선거 때 공약으로 단원고와 관련짓지 않아도 어차피 교육청이 할 공약사업이었다"며 "이러니 어찌 교육청의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있겠냐고"고 토로했다. 유가족들이 교육청 안을 교실 철거를 위한 수순으로 보는 이유 중의 하나다.
유 위원장은 무엇보다 세월호 참사 이후 단원고에서 새로운 교육을 시작하는 게 교실 보존 이유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교육청은 교실을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에 앞서 단원고에서 시작할 새로운 교육의 내용과 목적이 무엇인지에 대해 먼저 제안을 했어야 했다"며 "교실 보존을 뛰어넘어 진정한 교육을 담보하는 안을 제안한다면 언제든지 수용여부를 검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도교육청의 제안 순서가 틀렸다는 지적이다.
세월호 유가족과 경기도교육청·단원고·일부 재학생 학부모들이 416 교실 보존을 두고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상황에서 시민들은 이번 논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 진상규명과 함께 교실 존치도 함께 가야 한다. 다만, 교실 존치가 시민들 간의 갈등으로 비쳐지지 않아야 하는데 그런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어서 걱정이다. 교실 존치가 안 되는 이유가 뭔지 정말 모르겠다. 왜 안 되는지 거꾸로 물어보고 싶다." (오정숙, 자영업)
"교실을 치우는 것은 참사를 묻어 버리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원양어선과 돌고래호가 침몰했는데 국민들은 무감각하다. 그렇기 때문에 교실은 반드시 보존돼야 한다. 참사의 현장을 입시 전쟁을 치르는 공간으로 되돌리는 것은 아이들에게 모욕적인 처사라고 생각한다." (김미숙, 주부)
"동거차도에서 시민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416 교실을 찾은 시민들은 3시 20분께 단원고에서 화랑유원지 합동분양소까지 도보순례에 나섰다. 노란색의 추모 깃발을 앞세우고 손 피켓을 든 시민들은 416기억저장소 김종천 사무국장의 안내로 화랑유원지 산책로를 함께 걸었다. 길가에는 떨어진 낙엽 대신 유가족들의 600일간 활동상을 담은 펼침막이 벌거벗은 나무를 보듬고 있었다.
짧은 겨울 해가 서녘에 버티고 있을 즈음 세월호 정부합동분향소 앞 광장에서 600일 난장 문화제가 열렸다. 분향소 앞마당에는 유가족들이 감사의 마음을 담아 시민들에게 떡과 차 등 한 끼를 나누는 '먹을거리 부스', 참사 600일 동안 가족과 시민들의 활동을 담은 사진·웹자보·세월호를 주제로 한 도자기 등을 전시한 '전시 부스', 기억과 약속의 나무에 메시지를 남기는 '참여 부스'가 시민들을 맞았다.
'예은 엄마' 박은희씨의 사회로 진행된 문화제에는 시민 500여 명이 참여했다. '예은 엄마'가 미수습자의 이름을 한 명씩 차례대로 부르면 시민들이 그 이름을 따라 부른 후 각자가 기억하는 세월호 희생자의 이름을 다 같이 외치며 문화제의 막이 올랐다.
증 언과 연대의 발언에서 '경빈 엄마' 전인숙씨는 동거차도에 머물고 있는 단원고 어머니들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부모들은 정부에서 세월호 인양 참관을 거부하자 인양 현장이 잘 보이는 동거차도로 산으로 올라가 카메라 망원렌즈로 인양 작업을 지켜보고 있다.
" 세월호 인양을 지켜보기 위해 엄마들이 동거차도에서 처참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중략) 부모들이 찢어지는 가슴 부여안고 현장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지금 인양 작업을 제대로 하는지 안하는지 알 수가 없어 너무 답답해요. 시민 여러분 누구라도 동거차도로 오세요. 엄마 아빠의 마음으로 동거차도로 와 주세요. 시민 여러분들께서 끝까지 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아요. 함께 끝까지 해주세요."
산청간디학교 노규미 학생은 "인터넷에서 시민을 검색해 보니 주권이 국민에게 있다는 뜻이던데 권력이 국민에게 있는 세상을 위해 지난해 꽃피던 봄날의 그 시간을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연지 엄마의 노란손수건 회원은 "오는 14일부터 세월호 청문회가 열리니 관심을 갖고 지켜봐 달라"며 "416교실 보존을 위해 부모님들이 도교육청 앞에서 매일 피케팅을 하고 있는데, 시민 여러분들이 함께 해 주는 것만큼 큰 힘이 되는 게 없다"고 당부했다.
전명선 416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해 서울 광화문과 안산에서 유가족과 함께 헌신적으로 활동해 온 시민 6명에게 '아름다운 동행'의 마음을 담은 선물을 증정하기도 했다.
600일 문화제는 416가족합창단이 '약속해'를 부르는 가운데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추모하는 공간이자 '가만히 있으라'던 부끄러운 교육을 반성하는 현장인 416 교실을 지킬 것을 다짐하며 막을 내렸다.
○ 편집ㅣ손병관 기자
▲ 세월호 참사 600일인 6일 오후 단원고 2학년 2반 교실(416 교실)을 찾은 시민들이 아이들이 마지막 수업을 한 교실에서 생전의 흔적과 온기를 어루만지며 깊은 상념에 젖어 있다. | |
ⓒ 박호열 |
여 당 추천 위원들에게 집단행동을 사주하는 문건을 만들어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를 흔드는 정부. 198억7천만 원의 3분의 1수준인 61억7천만 원으로 대폭 삭감된 특조위의 내년 예산.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가로 막는 거짓이 진실을 희롱하며 맞은 세월호 참사 600일의 풍경이다.
416가족협의회와 416연대, 세월호 안산시민대책위원회는 세월호 참사 600일을 맞아 6일 오후 단원고등학교 2학년 교실(416 교실) 방문을 시작으로 '세월호 참사 600일 기억과 약속의 길'을 걸었다. 세월호 미수습자 수습과 진상규명, 안전사회 실현을 위한 약속과 의지를 다지는 이날 행사는 오후 2시 단원고에서 시민 300여명과 함께 416 교실을 방문하는 '애들 보러 학교가자'로 시작했다. '영만 엄마' 이미경씨가 416 교실을 지켜야 하는 이유에 대해 말했다.
" 오직 남아 있는 건 단 하나 우리 아이들이 마지막까지 살아 숨 쉬던 이 교실입니다. 이 교실 또한 어떻게든 빨리 치워버리고 잊으려고 한다면 미래는 더 참혹한 세상이 될 겁니다. 그래서 이 교실이 참사의 마지막 현장이 되길 간절히 바랍니다. 이 교실은 분명 먼 훗날 오늘을 돌아 볼 수 있게 하는 기억과 안전 교육의 현장이 될 것입니다."
교실 방문에는 '262명이 들려주는 10개의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었다. 시민들은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 250명과 교사 12명(미수습자 9명 중 학생 4명, 교사 2명)이 마지막 수업을 했던 10개의 교실에서 아이들의 흔적과 온기를 어루만지며 '마음의 소리'를 나눴다. 또한 제자들과 함께 꿈과 희망을 설계했던 2학년 교무실에서 선생님들이 남긴 '사랑의 소리'를 함께 들었다.
그래서일까. 교실 사이를 걷는 발걸음은 조용하다. 유가족이 마련한 '기억의 공책' 위로 시민들이 써 내려가는 볼펜 소리가 사각거렸다. 2학년 6반 교실에서는 한 어머니가 아들의 이름을 목 놓아 부르며 통곡했다. 미수습 상태인 조은화, 허다윤, 남현철, 박영인 학생 교실에서는 간간이 훌쩍임이 울렸고, '기억의 공책'에는 엄마와 삼촌, 시민들이 600일을 맞아 짧은 추모의 글을 남겼다. 그리고 책상 위와 복도를 가득 채운 잊지 않겠다는 다짐들이 속울음을 위로했다.
"은화 학생! 얼굴이 보고 싶네요. 여기 모든 아픈 기억들 다 잊어버리고 하늘에서는 예쁜 천사가 되어요."(2학년 1반 조은화)
"다윤아, 요섭 삼촌이야. 아빠랑 엄마랑 너 돌아 올 때까지 끝까지 찾을게. 우리 꼭 만나자! 꼭 돌아와."(2학년 2반 허다윤)
"현철아, 벌써 600일이야. 차가운 바다에 있을 너를 생각하면 내 마음도 추워. 기다리고 있어. 미안한 어른이."(2학년 6반 남현철)
"영인아! 얼마나 힘드니. 곧 엄마 품으로 올 수 있을 거야. 좋은 세상 만들기 위해 노력할게. 천국에서 잘 지내…"(2학년 6반 박영인)
'기억과 약속의 길'은 이날만이 아니었다. 416기억저장소는 지난 2월부터 지금까지 3000여명의 시민들이 주말마다 416 교실을 둘러보고 합동분향소까지 걸으며 세월호 참사를 되새겨왔다. 11월 24일에는 416 교실지키기 시민모임이 발족됐다. 시민모임이 벌인 온라인 서명운동에는 5일 현재 6000여 명의 시민이 동참했다. 오는 10일까지 1만 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리고 아직 자식을 떠나보내지 못한 엄마 아빠들은 매주 교실을 청소를 하며 아이들을 지켜왔다.
"416 교실을 지키지 못하면, 세월호 참사는 잊혀집니다"
▲ 단원고 2학년 10반 옆에 자리한 2학년 교무실은 선생님들이 수학여행을 가기 전 마지막 수업을 한 풍경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하지만 2학년 10개 교실과 교무실은 보존 위기에 처해 있다. | |
ⓒ 박호열 |
" 교실을 지키는 게 최종목적이 아닙니다. 단원고에서 새로운 교육을 시작한다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슬픔을 강요하는 추모공간이 필요한 게 아닙니다. 슬픔을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정면으로 마주하며 오히려 이겨낼 수 있는, 추모와 교육이 공존하는 단원고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널리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
그 416 교실이 보존 논란에 휩싸였다. 요점은 이렇다. 416가족협의회는 지난 9월 경기도교육청과 단원고에 학교 안에 교사를 증축하고 교실을 재학생들의 수업공간과 완전히 차단한 후 원형 보존하며, 학교 밖에 416기념관을 짓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한 '단원고 교사증축과 416기념관 건립을 위한 제안'을 했다. 기념관 건립비용은 50억 원 안팎이다.
도교육청은 11월이 돼서야 입장을 밝혔다. 내년 1월 명예졸업식 이후 완공 때까지 2년여 동안 안산교육지원청 별관에 교실과 교무실을 임시로 '배치'한 후 단원고 진입로 옆 도로부지를 확보해 5층 규모의 '416민주시민교육원'을 건립하고 그곳에 이전, 복원하겠다고 제안한 것이다. 이에 대해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우리가 바라는 건 단원고와 교육청이 새로운 교육을 어떻게 할 건지입니다. 이에 대한 답이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416 이전으로 돌아가려고 하기 때문에 교실을 비울 수 없는 겁니다. 결론적으로 새로운 교육에 대한 진심어린 고민과 실행이 전제되지 않은 어떠한 제안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유 위원장은 도교육청 제안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으며 반대 이유를 밝혔다. 도교육청의 제안대로 교육원 건립을 위해 학교 앞 도로부지를 확보할 경우 공원 등이 사라지면서 유가족과 주민 간에 갈등이 유발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안산시 역시 부정적이다. 도로부지를 매입할 경우 공청회 등을 열어 주민 의견을 수렴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내년부터 세월호 추모사업 논의가 본격화되는 마당에 주민들과의 공감대 형성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갈등 유발을 조장하는 안을 어떻게 받겠느냐는 것이다.
경기도와 도교육청이 절반씩 부담하는 교육원 건립비용 100억 원 조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유 위원장은 "경기도는 50억 조성과 관련 어떠한 결정도 내리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다만 도교육청이 최선을 다해 (경기도를) 설득하겠다는 게 전부로 핵심은 내년 1월 11일 명예졸업식 이후 교실을 빼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도는 물론 도의회와 사전 조율이 전혀 안 됐다는 것이다.
도교육청의 제안이 신뢰도가 떨어지는 데는 민주시민교육원이 416 교실의 대안으로 준비된 게 아니라는 점도 한몫했다. 유 위원장은 "(교육원 건립은) 지난 경기도교육감 선거 때 공약으로 단원고와 관련짓지 않아도 어차피 교육청이 할 공약사업이었다"며 "이러니 어찌 교육청의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있겠냐고"고 토로했다. 유가족들이 교육청 안을 교실 철거를 위한 수순으로 보는 이유 중의 하나다.
유 위원장은 무엇보다 세월호 참사 이후 단원고에서 새로운 교육을 시작하는 게 교실 보존 이유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교육청은 교실을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에 앞서 단원고에서 시작할 새로운 교육의 내용과 목적이 무엇인지에 대해 먼저 제안을 했어야 했다"며 "교실 보존을 뛰어넘어 진정한 교육을 담보하는 안을 제안한다면 언제든지 수용여부를 검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도교육청의 제안 순서가 틀렸다는 지적이다.
세월호 유가족과 경기도교육청·단원고·일부 재학생 학부모들이 416 교실 보존을 두고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상황에서 시민들은 이번 논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 진상규명과 함께 교실 존치도 함께 가야 한다. 다만, 교실 존치가 시민들 간의 갈등으로 비쳐지지 않아야 하는데 그런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어서 걱정이다. 교실 존치가 안 되는 이유가 뭔지 정말 모르겠다. 왜 안 되는지 거꾸로 물어보고 싶다." (오정숙, 자영업)
"교실을 치우는 것은 참사를 묻어 버리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원양어선과 돌고래호가 침몰했는데 국민들은 무감각하다. 그렇기 때문에 교실은 반드시 보존돼야 한다. 참사의 현장을 입시 전쟁을 치르는 공간으로 되돌리는 것은 아이들에게 모욕적인 처사라고 생각한다." (김미숙, 주부)
"동거차도에서 시민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 세 월호 참사 600일인 6일 오후 단원고에서 정부합동분향소까지 도보순례를 마친 유가족과 시민들이 김종천 416기억저장소 사무국장의 안내로 화랑유원지 산책로를 지나 세월호 정부합동분향소로 들어서고 있다. 길가에는 참사 이후 유가족의 활동상을 담은 펼침막이 게시됐다. | |
ⓒ 박호열 |
416 교실을 찾은 시민들은 3시 20분께 단원고에서 화랑유원지 합동분양소까지 도보순례에 나섰다. 노란색의 추모 깃발을 앞세우고 손 피켓을 든 시민들은 416기억저장소 김종천 사무국장의 안내로 화랑유원지 산책로를 함께 걸었다. 길가에는 떨어진 낙엽 대신 유가족들의 600일간 활동상을 담은 펼침막이 벌거벗은 나무를 보듬고 있었다.
짧은 겨울 해가 서녘에 버티고 있을 즈음 세월호 정부합동분향소 앞 광장에서 600일 난장 문화제가 열렸다. 분향소 앞마당에는 유가족들이 감사의 마음을 담아 시민들에게 떡과 차 등 한 끼를 나누는 '먹을거리 부스', 참사 600일 동안 가족과 시민들의 활동을 담은 사진·웹자보·세월호를 주제로 한 도자기 등을 전시한 '전시 부스', 기억과 약속의 나무에 메시지를 남기는 '참여 부스'가 시민들을 맞았다.
'예은 엄마' 박은희씨의 사회로 진행된 문화제에는 시민 500여 명이 참여했다. '예은 엄마'가 미수습자의 이름을 한 명씩 차례대로 부르면 시민들이 그 이름을 따라 부른 후 각자가 기억하는 세월호 희생자의 이름을 다 같이 외치며 문화제의 막이 올랐다.
▲ 6일 세월호 정부합동분향소에서 열린 600일 난장 문화제에서 단원고 ‘경빈 엄마’ 전인숙씨, 산청간디학교 노규미 학생, 김연지 엄마의 노란손수건 회원(왼쪽부터)이 증언과 연대의 발언을 하고 있다. | |
ⓒ 박호열 |
증 언과 연대의 발언에서 '경빈 엄마' 전인숙씨는 동거차도에 머물고 있는 단원고 어머니들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부모들은 정부에서 세월호 인양 참관을 거부하자 인양 현장이 잘 보이는 동거차도로 산으로 올라가 카메라 망원렌즈로 인양 작업을 지켜보고 있다.
" 세월호 인양을 지켜보기 위해 엄마들이 동거차도에서 처참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중략) 부모들이 찢어지는 가슴 부여안고 현장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지금 인양 작업을 제대로 하는지 안하는지 알 수가 없어 너무 답답해요. 시민 여러분 누구라도 동거차도로 오세요. 엄마 아빠의 마음으로 동거차도로 와 주세요. 시민 여러분들께서 끝까지 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아요. 함께 끝까지 해주세요."
산청간디학교 노규미 학생은 "인터넷에서 시민을 검색해 보니 주권이 국민에게 있다는 뜻이던데 권력이 국민에게 있는 세상을 위해 지난해 꽃피던 봄날의 그 시간을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연지 엄마의 노란손수건 회원은 "오는 14일부터 세월호 청문회가 열리니 관심을 갖고 지켜봐 달라"며 "416교실 보존을 위해 부모님들이 도교육청 앞에서 매일 피케팅을 하고 있는데, 시민 여러분들이 함께 해 주는 것만큼 큰 힘이 되는 게 없다"고 당부했다.
전명선 416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해 서울 광화문과 안산에서 유가족과 함께 헌신적으로 활동해 온 시민 6명에게 '아름다운 동행'의 마음을 담은 선물을 증정하기도 했다.
600일 문화제는 416가족합창단이 '약속해'를 부르는 가운데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추모하는 공간이자 '가만히 있으라'던 부끄러운 교육을 반성하는 현장인 416 교실을 지킬 것을 다짐하며 막을 내렸다.
○ 편집ㅣ손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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