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많은 이들이 인터넷으로 뉴스를 보며, 제목을 훑어보다 관심 있는 기사를 골라서 자세히 읽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뉴스 제목을 어떻게 다느냐가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되었고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이 제목만 자극적으로 다는 이른바 '낚시 제목'도 흔하게 등장하고 있다.
특히 북한 관련 뉴스는 반론 요청을 받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더욱 심하다.
많은 이들이 뉴스 제목만 보고 북한에 대해 오해, 왜곡, 편향적 인식을 갖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이유로 북한 관련 뉴스 제목의 문제점을 짚어보는 코너를 마련하였다.
지난 주에 남북당국회담이 결렬됐다는 소식을 보도한 뉴스 제목 2개를 보자.
<8년 만의 남북 당국회담 '금강산'을 못 넘었다>(12.13. 경향신문)
<테이블에 앉은 北의 관심은 '돈' 뿐이었다>(12.14. 조선일보)
먼저 경향신문 제목을 보면 남북당국회담에서 금강산 관광 재개가 쟁점이었고, 이게 합의가 안 돼 결국 회담이 결렬됐다는 사실관계를 객관적으로 표현하였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북한이 금강산 관광 재개 주장을 ‘돈’ 때문에 하는 것이라고 규정하면서 비난하였다.
조선일보의 제목만 보면 북한이 남북관계마저 돈벌이 수단으로 바라본다고 여기기 쉽다.
물론 금강산 관광이 재개되면 북한의 수익이 올라갈 수는 있다.
하지만 금강산은 이미 외국인 관광객에게 개방돼 중국인, 유럽인들이 많이 찾고 있는데 북한이 굳이 돈 때문에 금강산 관광 재개에 집착한다고 보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거꾸로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지 5년이 지나도록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방북 협상을 진행하는 현대아산 기업에게 같은 표현을 쓴다면 어떻게 될까?
예를 들어 이번 남북당국회담이 결렬된 것을 두고 현대아산 측이 "매우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는데 뉴스 제목을 <당국회담을 보는 현대아산의 관심은 '돈' 뿐이었다>는 식으로 달았다가는 곤욕을 치렀을 것이다.
하나 더 살펴보자.
<北, 당국회담 결렬 책임전가.. "남측, 그릇된 입장과 태도">(12.12. 연합뉴스)
북한이 회담결렬의 책임을 한국에 물은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연합뉴스는 자기 책임을 남에게 떠넘길 때 사용하는 '책임전가'라는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자연스레 회담결렬의 책임이 북한에게 있음을 명시하였다.
회담결렬의 책임에 대해서는 여러 입장이 있을 수 있으며 어느 일방에게 100% 책임이 있는 경우는 흔치 않다.
이번 회담에 대해서도 국내 일부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의 회담 자세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물론 한국 언론이니 당연히 한국 정부의 입장에서 북한을 비판할 수 있지 않은가 생각할 수도 있다.
미국, 중국, 일본 같은 '다른 나라'와 회담을 하다가 결렬되었을 경우 일방적으로 한국 정부의 입장에서 보도할 수는 있겠다.
하지만 북한은 우리에게 '다른 나라'가 아니며, 화해와 협력을 통해 통일로 나아가야 하는 상대방이다.
그렇기 때문에 언론이 저런 식의 일방적인 표현을 쓰는 건 '통일 친화적'이지 않다.
'책임전가'란 표현보다는 '책임 물어'같은 객관적 표현이 적당하지 않았을까!
북한에 대한 보도를 할 때 적대감을 가지고 왜곡, 편파보도를 하면 그 결과 반북인식이 올라가는 것은 물론 북한 당국도 한국 정부를 불신하고, 그래서 남북대화 결렬되어 통일은 멀어지게 된다.
국내 언론사들이 2000년 8월 11일 합의한 '남북언론기관 공동합의문'만 준수하더라도 이런 문제는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문경환 기자 NKtoday21@gmail.com ⓒNK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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