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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6월 11일 금요일

보수층의 강력한 권력의지, "한 박자 빠른" 이준석 밀어올리다

 [분석] 젠더·공정 논란 뛰어들어 바람 타고 당권 잡아... 정치권에 시작된 혁신 싸움

21.06.11 19:54l최종 업데이트 21.06.11 19:54l
국민의힘 새 대표에 이준석…헌정사 첫 30대 당수 국민의힘 이준석 신임 대표와 최고위원 등이 11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함께 손을 잡고 인사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정미경, 김재원 최고위원, 김기현 원내대표, 이준석 대표, 조수진, 배현진 최고위원, 김용태 청년최고위원.
▲ 국민의힘 새 대표에 이준석…헌정사 첫 30대 당수 국민의힘 이준석 신임 대표와 최고위원 등이 11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함께 손을 잡고 인사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정미경, 김재원 최고위원, 김기현 원내대표, 이준석 대표, 조수진, 배현진 최고위원, 김용태 청년최고위원.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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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힘 이준석 신임 당 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당선 된 뒤 정진석 의원과 포옹하고 있다.
▲  국민의힘 이준석 신임 당 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당선 된 뒤 정진석 의원과 포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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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정사상 최초의 30대 보수정당 대표가 탄생했다. 그것도 제1야당의 '당수(黨首)'다.

국민의힘은 11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제1차 전당대회에서 37세의 이준석 후보를 신임 당대표로 선출했다. 2위를 기록한 나경원 후보와의 격차는 6.68%p. 내용을 들여다보면 단지 한자릿수 격차를 훨씬 넘어선다.

다른 경쟁자들과 달리, 그는 캠프 사무실을 차리지도 않았고, 투표권을 가진 당원들에게 보내는 문자메시지는 최소화한다는 방침으로 선거를 뛰었다. 지역을 다닐 때도 지원차량 없이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통상 당내 경선에서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조직표 결집엔 상대적으로 힘을 투사하지 않은 셈이다.

그러고도 이 대표는 70% 비중을 차지하는 당원 선거인단 투표에서 37.41%(5만5820표)를 얻어 40.93%(6만1077표)를 얻은 나경원 후보에 3.52%p 차 밖에 뒤지지 않았다. 그리고 30% 비중을 차지하는 일반국민 여론조사에선 58.76%를 얻어 전체 판을 뒤집었다(관련기사 : 37세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 시대... 득표율 43.82% http://omn.kr/1tuyh).

'박근혜 키즈'로 시작한 정치 10년... 그의 소신 "정치는 한 박자 빠르게"
 

 이준석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
▲  지난 2012년 5월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중인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 시절의 이준석 대표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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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당수 혹은 30대 국가 최고지도자가 세계적으로 없던 일은 아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만 39살에 대통령에 당선됐고,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만 37살에 최연소 노동당 대표로 취임해 총리까지 올랐다. 경륜 역시 탄탄한 편이었다. 마크롱 대통령은 대통령 수석보좌관·경제수석·재정경제부 장관을 역임한 바 있고, 저신다 아던 총리는 17세이던 2008년 노동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해 4선 의원을 지내는 등 21년의 관록을 자랑한다.

이준석 대표는 어떨까. 2011년 '박근혜 키즈'로 정치권에 데뷔했다. 하버드대 출신 벤처기업가란 수식어가 붙었다. 2007년 설립한 무료 과외 봉사 단체 '배움을 나누는 사람들(배나사)'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눈길을 끌었다. 2011년 11월 배나사를 방문했던 박 전 대통령은 한 달 뒤 그를 직접 비대위원으로 발탁했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과 이상돈 전 의원 등이 당시 그와 함께 비대위원으로 활동했다. 당시 중앙선관위 디도스 사건 관련 특검 주장, '논문표절 의혹' 문대성 당선자와 '성추행 의혹' 김형태 당선자에 대한 탈당 요구 등을 서슴없이 내놓으면서 주목을 끌었다.

2012년 대선 이후엔 험로를 걸은 편이다. 2016년 20대 총선과 2018년 재보궐선거, 2020년 21대 총선에서 서울 노원병 후보로 출마했지만 모두 낙선했다. 2016년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후엔 탈당·복당 등의 과정도 거쳤다. 당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일각의 탄핵 추진에 동의했던 그는 이후 탈당해 유승민 전 의원 등이 주도하는 바른정당에 합류했다. 바른정당·국민의당 합당으로 탄생한 바른미래당에선 최고위원으로 활동했지만 당내 갈등 끝에 탈당, 2020년 다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으로 복귀했다.

고난의 10년이라 칭할 만한 시간이었지만 그의 존재감은 점점 뚜렷해졌다.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활동하는가 하면 예능 출연도 마다하지 않으면서 인지도를 쌓았다. SNS를 중심으로 기존의 여의도 정치문법과 다른 화법을 구사하는 것도 주된 포인트였다. 다소 조롱기가 섞였으나 그가 '0선 중진'이란 별칭을 얻은 이유다.

특히 각종 현안 이슈에 기민한 반응을 보였다는 점도 빠뜨릴 수 없다. 이는 2011~2012년 '박근혜 비대위' 활동 때부터 보여준 그의 장점이었다. 그는 2012년 5월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총선에서 맞붙은 손수조 새누리당 후보에게 목이 잘린다는 내용의 만화 패러디물을 페이스북을 통해 공유했다가 큰 논란을 빚었다. 민심이 나빠질 뻔 했지만, 그의 사과는 빨랐다. 하루 만에 내용을 삭제한 후 문 대통령에게 전화로 사과 의사를 전하고, 같은 날 오후 문 대통령을 직접 찾아가 다시 사과했다.
 
 새누리당 이준석 비대위원이 민주통합당 문재인 상임고문의 목 잘린 만화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가 비난이 일자,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산빌딩 로비에서 이 위원이 문 상임고문을 찾아 고개 숙이며 사과하고 있다. 이날 이 위원은 문 상임고문에게 전화로도 사과했지만 "직접 찾아뵙고 사과하는 것이 도리이다"며 "명예를 훼손한 것에 대해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 위원은 문 상임고문을 배웅한 뒤 취재기자들의 질문에 "평소에 존경하는 분이신데 (물의를 빚어) 이렇게 처음 만나게 되어 죄송하다"고 말했다.
▲  새누리당 이준석 비대위원이 민주통합당 문재인 상임고문의 목 잘린 만화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가 비난이 일자,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산빌딩 로비에서 이 위원이 문 상임고문을 찾아 고개 숙이며 사과하고 있다. 이날 이 위원은 문 상임고문에게 전화로도 사과했지만 "직접 찾아뵙고 사과하는 것이 도리이다"며 "명예를 훼손한 것에 대해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 위원은 문 상임고문을 배웅한 뒤 취재기자들의 질문에 "평소에 존경하는 분이신데 (물의를 빚어) 이렇게 처음 만나게 되어 죄송하다"고 말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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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당시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항상 빠르게 움직이는 편"이란 질문을 받고 "시시비비가 분명할 때, 신중하게 움직이는 것도 좋겠지만, 그러면 정치인이 법관과 무슨 차이가 있겠느냐. 정치는 한 박자 빠르게 책임질 수 있어야 하고, 한 박자 빠르게 진실을 밝히려는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관련기사 : "목잘린 만화 사과가 언론플레이? 상처 받아 난 들러리 아니다... 박근혜 지시받지 않았다" http://bit.ly/JhTdtv).

최근 이 대표의 존재감을 더 크게 확장시킨 것도 젠더·공정 이슈에 대한 기민한 대응이다. 그는 이수역 폭행 사건·GS25 포스터 손가락 논란 등 국면에서 2030 남성의 '대변인'을 자처하면서 논란의 중심에 뛰어 들었다. 경선과정 중엔 능력주의에 매몰돼 있다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공정한 경쟁'을 주장, 여성·청년 할당제 폐지, 공직후보자 자격시험 등을 주장했다.

"국민의당이 새로운 보수가 된 것"... 혁신 싸움

논란이 없었던 건 아니다.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는 이날(11일) 본인 페이스북에 이 대표의 당선을 축하하면서도 그의 '공정한 경쟁' 기조와 관련, "승자와 패자를 나누고 다르게 보상하는 경쟁은 시장의 원리일지 모르지만, 사회를 운용하는 정치의 원리일 수는 없다"고 꼬집었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난 4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 "(이준석 후보는) 사실상 어떻게 보면 안티 페미니즘을 정치적으로 동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론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는 편"이라고 지적했다.

그에게 남겨진 숙제도 만만치 않다. 당장 야권의 유력한 대권주자로 부상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어떻게 영입할지, 2018년 재보궐선거 공천 논란으로 악연을 쌓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합당 논의는 어떻게 마무리할 지 관건이다(관련기사 : 이준석 "윤석열의 탄핵 입장 유지돼야 시너지 효과" http://omn.kr/1tv4h). 그가 경선과정에서 밝힌 할당제 폐지나 공직후보자 자격시험 등의 실현 및 안착 가능성도 주목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당내 인사들은 '30대 당수'로 인한 새로운 변화에 대해 기대감을 여과없이 드러내고 있다. 하태경 의원은 이날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한 인터뷰에서 이 대표의 낙승을 예측하면서 "저희 당이 새로운 보수가 된 거다. 구태보수가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정의했다. 정진석 의원은 이날 전당대회 후 "국민의힘의 변화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 그리고 당원들의 정권교체 갈망이 그대로 투영된 결과"라며 "내년 대선은 누가 더 빨리, 누가 더 많이 변하느냐의 싸움이다. 실로 오랜만에 혁신의 순간을 맞았다"고 평했다.

이준석 - 윤석열 조합.... 이준석 - 조수진·배현진·김재원·정미경 호흡
 
큰사진보기 국민의힘 이준석 신임 당대표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1차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된 뒤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  국민의힘 이준석 신임 당대표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1차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된 뒤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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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평론가들도 비슷한 평가를 내놨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정치권 전반에 던지는 변화와 쇄신, 물갈이 메시지다.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이준석 대표를 통해 표출됐다"면서 "특히 보수·국민의힘 지지층의 권력의지가 이 대표를 통해 분출한 성격이 있다"고 말했다.

'이준석 체제'의 안착 가능성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봤다. 그는 "(이번 결과를 통해) 보수층의 의지가 무엇인지 만천하에 드러났다. 바로 대선 승리"라며 "이명박·박근혜와 거리가 먼 당대표와 대선후보, 이준석과 윤석열 조합이다. 이런 보수 민심이 워낙 강렬해서 당내에서 (이 대표에게) 강하게 반발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 소장 역시 "이준석 후보가 선출되지 않았다면 변화를 거부하는 정당이란 낙인이 찍힐 뻔 했는데 이번 결과로 역동적이고 젊어지는 효과가 발생했다. 내년 대선에서 (국민의힘에) 상당히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반대로 민주당은 (이준석 체제로) 이미지만으로도 낡은 정당·기득권 정당이 되어 버렸다"고 평했다.

그는 '이준석 대표는 중요한 결정을 한 경험이 없다, 항상 갈등의 중심에 있었다'는 당내 일각의 우려에 대해서는 "비판을 위한 비판"이라며 "이 대표는 지난 10년 동안 비대위원과 최고위원을 거치면서 중요한 당의 의사결정을 지켜봐 왔고 세 번이나 지역구에 출마하면서 정치적 내공도 많이 쌓인 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간 방송 등에서 평론을 하면서 여러 사안들에 대해 확고한 원칙을 갖고 있어서 어느 다른 누구보다 잘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대선 경선 관리에서도) 사적 인연·감정을 배제하고 본인이 평론한대로, 생각한대로 당을 이끌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장 소장은 새 지도부의 최고위원으로 선출된 조수진·배현진 의원, 김재원·정미경 전 의원과 이 대표와의 호흡과 관련해선 "(이 대표와 성향상 다른 면이 있어서) 같은 뜻으로 움직일지는 두고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당대표와 최고위원 경선을 따로 진행하는)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라 당대표의 힘이 클 수밖에 없다. 김재원 전 의원이 새 최고위원 중 중진이긴 하지만 원외인 만큼 최고위원들이 뭉쳐서 당대표의 권위에 도전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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