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이 국민의힘과의 합당에서 당명 변경까지 요구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합당 입장문을 통해 “통합 야당은 당헌과 정강정책을 통해 중도실용 노선을 정치의 중심에 세워야 한다”면서 “당 대 당 통합 원칙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안 대표의 주장에 대해 안혜진 국민의당 대변인은 <한겨레>와의 전화 통화에서 "당명을 바꾸지 않은 상태에서 외연 확장이 될 수 있는지 논의를 해야 한다고 판을 연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국민의당의 입장을 종합해보면 국민의힘과의 통합은 흡수 합당이 아니라 당헌부터 당명까지 바꾸는 새로운 정당을 만드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이준석 대표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갑자기 처음 듣는 얘기다. 지금까지 합의된 사항과는 좀 다른 내용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며 “제가 주호영 전 대표로부터 인수인계받은 것도 그렇다”며 황당하다는 반응이었습니다.
“기득권 내려놔야”한다는 안철수의 진짜 속내는?
안철수 “국민의힘은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
이준석 “국민의힘은 6월 11일 부로 기득권은 없다”
안철수 대표는 14일 국민의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제1야당을 비롯한 모든 양심적인 정치 세력들이 철저히 자신의 기득권을 내려놓고, 우리 정치의 근본부터 바꾸겠다는 진정한 변화의 의지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이 대표는 페이스북에 관련 기사를 공유하며 “국민의힘에 6월 11일 부로 이제 기득권은 없다”며 “걱정 놓으시고 하루빨리 합류하실 수 있도록 문을 열겠다”는 글을 남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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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은 국민의힘과의 합당 논의를 하는 지난 5월 12일 전국 253개 지역위원회 위원장을 공모하는 공고를 냈다 ⓒ국민의당 |
안 대표가 자꾸 ‘기득권’을 언급하는 이유는 102석의 국민의힘과 합당하려는 국민의당은 고작 비례대표 3석만 보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민의당이 서둘러 지역위원장을 모집하고 있지만, 국민의힘은 급조된 조직이라며 지분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분위기입니다.
양당이 보유한 의석과 지역 조직 등을 감안하면 국민의당은 아예 협상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안 대표는 국민의힘에게 기득권을 내려놓고 당 대 당 통합 원칙을 지키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는 것입니다.
안 대표의 주장은 마치 동네 편의점 사장이 백화점 대표에게 똑같은 지분으로 새로운 회사를 만들자는 주장과도 같습니다. 현실 세계에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럼에도 안 대표가 당당하게(?) 당 대 당 통합을 말할 수 있는 이유는 국민의힘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반드시 야권 통합을 해야 한다는 상황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합당이 어그러질 경우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야권대통합 실패로 대선까지도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
안 대표는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이용하는 것입니다. 심지어 합당이 원하는데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독자출마까지 할 수 있다며 국민의힘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이준석의 딜레마... 바른미래당을 기억해야
국민의당과 합당을 해야 하는 이준석 대표는 안철수 대표를 그리 달가워하지 않습니다. 이미 그가 어떤 인물인지 바른미래당 시절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2018년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바른미래당은 안철수계와 유승민계의 집안싸움으로 내분이 심했습니다. 특히 이준석 당시 노원병당협위원장은 노원병에 공천 신청을 해놓고도 한 달 이 넘도록 후보로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당시 노원병에는 안철수 측근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가 출사표를 던졌다가 자진 사퇴했지만 내부에서는 이준석 위원장이 경쟁력이 없다면서 후보로 확정해주지 않았습니다. 이준석 위원장이 계파 갈등의 피해를 고스란히 겪은 셈입니다.
바른미래당은 새누리당에서 탈당한 바른정당과 안철수의 국민의당이 합당해서 만든 정당입니다. 새로운 중도보수를 내세우며 대안 정당으로 시작됐지만 내부 정파 간의 다툼으로 사라졌습니다. 바른미래당을 보면 야권 대통합을 위해 합당한다고 무조건 좋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물론 바른미래당이 안철수 때문에 쪼개졌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안 대표가 참여했던 정당들이 모두 내분을 겪었다는 점을 놓고 본다면 합당을 만만하게 봐서는 안 됩니다.
안 대표가 국민의힘에 기득권을 내려놓으라고 해도 본인부터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으면 합당 뒤에도 잡음은 계속 발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세력도 없고, 본인이 주장해온 새정치라는 약발도 떨어진 안 대표가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잘해야 최고위원 정도에 불과합니다. 이보다 더한 공동대표와 같은 요구를 하며 몽니를 부릴 경우 국민의힘은 바른미래당처럼 또다시 내분으로 당이 쪼개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준석 대표의 정치적 역량을 잘 보여준 잣대가 국민의당과의 합당이 될 것입니다. 과연 바른미래당처럼 흘러갈지, 야권대통합을 이룰지에 따라 이 대표의 정치력도 판가름받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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