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법 외면하고 5·18 막말 전력 사무총장 내정한 이준석 대표
- 금준경 기자 teenkjk@mediatoday.co.kr
- 승인 2021.06.18 08:40
첫 30대 제1야당 대표가 된 이준석 체제에 대한 언론의 관심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파격적인 따릉이 출근으로 주목을 받은 이준석 대표가 정작 ‘차별금지법’ 제정에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내고, 5·18 민주화운동 막말 전력이 있는 인사를 사무총장으로 인선하는 등 ‘기존 보수’와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한겨레와 전남일보는 이 같은 이준석 대표 모습에 “실망”이라고 했다.
이준석 ‘차별금지법 시기상조’ 발언에 한겨레 “실망”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7일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해 “시기상조”라며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날 한겨레와 인터뷰에서도 “차별금지법에 대한 당내 논의를 많이 진행하지 않아서 당론이라고 할 만한 것이 형성되지 않았다”며 “당 구성원들이 우려와 반발이 있다면 제가 그걸 강행할 명분도 없다”고 했다.
부산일보는 “출근길 따릉이 등 파격 행보로 주목 받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정책적 이슈에서는 기존 보수 진영 입장을 그대로 이어가는 모습”이라고 했다.
한겨레는 “이준석 ‘차별금지 입법 시기상조’, 실망스럽다” 사설을 내고 “당론이 정리되지 않고,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입법을 기약 없이 미루는 것 역시 제1야당을 이끄는 지도자의 태도가 아니다”라며 “차별금지법이 보호하고자 하는 인간의 존엄성은 사회적 합의를 거쳐야 하는 게 아니라 누구나 당연히 누려야 할 헌법적 권리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차별금지법을 공동발의해 ‘고군분투’하는 의원들에 주목했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차별금지법 제정안을 공동 발의한 한 의원은 황당한 협박 문자를 하루 최소 50통씩 받는다. 이들에게 전달되는 문자를 보면 ‘혐오’적인 시선은 물론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면 국가가 붕괴된다거나, 이슬람에 나라 주권을 팔아먹는다는 식의 비약도 찾아볼 수 있다.
한국일보는 “법안을 발의한 의원들은 이런 저항에 굴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며 장혜영 정의당 의원, 이상민 민주당 의원 등의 입장을 전했다. 장혜영 의원은 한국일보에 “이런 힘듦을 견디면서 가는 자긍심도 있다. 이유 있는 괴로움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5·18 막말 한기호 사무총장 내정
한편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당 사무총장에 5·18 민주화운동 관련 막말을 한 한기호 의원을 내정한 데 대해 논란이 일었다.
경향신문은 한기호 사무총장 내정에 “변화와 쇄신을 말하는 이준석 체제가 맞나며 의아해하는 목소리도 흘러나왔다”며 “한 사무총장은 2014년 사회관계망서비스에 ‘북한의 각종 매체에는 5·18을 영웅적 거사로 칭종하고 대대적인 기념행사를 한다. 왜 북한이 우리 기념일을 이토록 성대하게 기념하는지 궁금하다’며 5·18과 북한과의 관련성을 거론해 논란이 됐다”고 설명했다.
전남일보는 사설을 통해 “이 대표가 취임 이후 광주 방문을 통해 광주의 아픔을 잊지 않겠다는 발언을 한지 3일 만에 나온 인선으로서 호남과의 동행 의지를 의심케 만드는 사안”이라며 “정치권에 돌풍을 몰고온 30대 젊은 당 대표 등장에 정치 변화에 대한 기대감을 가졌던 지역민에게 실망감이 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겨레 열린편집위 “스피커 큰 사람 섭외 필요 있었나”
이날 한겨레는 지면에 독자위원회인 ‘열린편집위원회’의 지난 14일 회의 내용을 게재했다. 이날 회의에는 최근 논란이 된 이준석 대표 ‘공덕포차’ 캐스팅 철회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한겨레는 부제목을 통해 관련 내용을 “애초 섭외 안했으면 더 좋았을 것” “스피커 큰 남성만 3명 뽑은 건 문제” “내부 치열한 논의 독자에 알릴 필요”라고 요약했다.
황세원 위원(일in연구소 대표)은 “개인적으로는 이 대표를 ‘공덕포차’ 출연진에서 제외한 내부 의사결정은 잘했다고 본다”며 “혐오 발언이나 갈등조장 발언을 할 수 있다는 위험이 감지됐으면 출연 여부를 다시 판단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황세원 위원은 “(진중권 전 교수와 함께 나오는) 이 구도로 방송에 나오면 더 자극적인 발언을 많이 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고 본다. 그런 일을 한겨레가 할 필요가 있냐는 생각한다”고 했다. 김민정 위원장(한국외대 교수)은 “이 대표를 처음부터 섭외 안 했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처음부터 왜 남성 3명만 섭외를 했냐는 부분에 대해서는 문제 제기를 하고 싶다. 이미 너무나 큰 목소리를 내고 있는 사람을 한겨레가 섭외할 필요가 있겠냐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김경미 위원(섀도우캐비닛 대표) 역시 “두 사람은 이미 주목받는 사람들”이라며 “한겨레의 경우 패널을 섭외할 때 투자의 개념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성 패널은 특히 언론에서 잘 등장하지 않는데, 한겨레가 이런 부분을 더 고민해서 섭외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논의 과정과 소통 방식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임자운 위원(법률사무소 지담 변호사)은 “마이크를 줬다가 뺏는 방식으로 적극적으로 배제를 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섭외에 대한 문제 제기는 있을 수 있다고 생각을 한다”며 “섭외했다가 철회하는 과정에서 내부적 기준이나 절차 같은 것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그런 부분을 더 고민해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민정 위원장은 “결론이 어떻게 났건 내부에서 이렇게 열심히 논의한 것이라면 충분히 지지하고 동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다만 이런 경우 보통 독자들이 미디어 전문지의 기사를 통해 한겨레 입장이 몇줄만 반영된 기사를 보고 관련한 상황을 알게 된다. 독자들에게 한겨레 내부의 치열한 고민이나 논의, 이견이 수렴되는 과정을 설명해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재명 vs 윤석열, 상반된 해석 내놓은 조선·매경
대선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지지율이 오차범위 내 접전 양상으로 나타났다. 엠브레인퍼블릭, 케이스탯리서치, 코리아리서치, 한국리서치가 지난 14~16일 전국 18세 이상 1004명에게 실시한 조사에서 ‘차기 대통령감으로 누가 가장 적합한지’ 물은 결과 이재명 지사가 25%, 윤석열 전 총장이 24%로 나타났다.
매일경제는 매일경제와 MBN이 알앤써치에 의뢰해 전국 성인 1051명을 대상으로 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했다. 이 조사 결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지지율은 34.1%,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지지율은 33.2%로 나타났다.
두 여론조사 모두 양대 후보가 ‘오차범위 내 접전’ 양상인 점은 동일하다. 하지만 추이를 보면 조선일보가 보도한 여론조사에서는 윤석열 전 총장 지지율이 올랐고, 매일경제가 보도한 여론조사에서는 윤 전 총장 지지율이 하락하는 모양새다.
여론조사 추이가 달랐던 만큼 언론의 해석도 엇갈렸다. 조선일보는 “윤 전 총장이 최근 공보라인을 정비하고 조만간 본격적인 정치 참여 선언을 검토하면서 지지층이 결집한 것으로 해석된다”며 ‘지지율이 오른 이유’를 설명했다. 반면 매일경제는 “이준석 돌풍 이후 윤 전 총장 지지율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전언정치에 대한 피로감이 있다고 보는 의견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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