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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6월 3일 목요일

군대 내 ‘여군 성범죄’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상명하복 군대, 직속 상관의 강압적인 성범죄
임병도 | 2021-06-03 10:03:42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공군 여성 부사관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 장 모 중사가 2일 저녁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에 압송되고 있다.ⓒ국방부 제공

지난달 22일 선임 부사관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A 중사가 혼인신고를 한 날 관사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유족들은 “공군의 조직적인 회유와 은폐 시도가 딸을 끝내 죽음으로 몰아갔다”면서 군의 안일한 대처와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서욱 국방부장관이 2일 유가족을 찾아 “한 점 의혹이 없게 수사하겠다”고 밝혔지만 비슷한 사건은 재연될 것입니다.

2014년 현역 사단장이 성추행 혐의로 체포된 후 당시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사건이 재발되지 않도록 성군기 사고 예방 교육을 강화하고 여성 고충처리 전담 인원을 보강해서 상담 및 신고를 활성화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얼마 뒤 현역 중령이 부하 여군과 술을 마시다 모텔로 데려가 성폭행을 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2015년에도 2016년에도 직속 상관이 여군 장교나 부사관을 성추행 하는 사건은 계속 발생했습니다. 급기야 2017년에는 해군 대령에게 성폭행 당한 여군 대위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국방장관이 나서서 강력한 처벌과 재발 방지를 약속하지만 대한민국 군대는 자체적으로 여군을 대상으로 하는 성범죄를 막아낼 수 없는 구조입니다.

상명하복 군대, 직속 상관의 강압적인 성범죄

군대는 상관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조직입니다. 지휘관이나 상관이 강압적으로 술자리에 부르거나 노래방에 가자고 하면 부하 여군들은 거부하기 힘듭니다.

회식 자리에서 부대장이나 지휘관이 성희롱을 하거나 성추행을 하더라도 피해자들은 참을 수밖에 없습니다. 만약 그 자리에서 지적한다면 분위기를 망친다며 상관들이 피해자를 탓하거나 불이익을 주기 때문입니다.

2014년 1월부터 2017년 6월까지 성범죄 피해 여군 총 213명 중 부사관은 124명으로 50%가 넘습니다. 특히 여군 부사관 성폭력 피해자 중에서 하사는 80% 수준으로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여군 중에서 가장 계급이 낮은 하사가 지휘관의 추천과 평가로 이루어지는 장기심사를 앞두고 있다면, 상관의 성폭력을 막거나 피할 방법이 없습니다.

<우리는 회식이 제일 싫어요. 회식 때마다 쉰 살쯤 된 원사들이 “딸 같다”며 옆에 앉혀요. 그러고는 허벅지도 만지고, 등쪽 라인도 쓰다듬어요. 엉덩이도 툭툭 치고…. 언제, 몇 번인지 기억할 수도 없어요. 신임 하사 때부터 지금까지 술 마실 때마다 그래요. 주로 다른 사람들 정신없을 때 손이 쑥 들어와요. 술을 따르라거나 옆에 앉힐 때는 늘 ‘장기’나 ‘연장’을 가지고 협박 아닌 협박을 해요. (부사관은 의무 근무 연수가 3년이다. 2년째에 3년 더 근무할 수 있는 ‘연장’ 심사를 하고, 5년째에 계속 근무할 수 있는 ‘장기’ 심사를 한다. 최근 취업난이 심해지면서 심사의 경쟁률도 높아지고 있다.) 큰 행사가 있을 때면 꼭 지휘관 옆에 앉아서 술을 따르라고 하죠. “꼭 그래야 합니까” 하고 물으면 “너 이런 거 안 하면 어떻게 ‘장기’가 되겠어?”라고 말해요.> (어린 여성 부사관의 증언, 출처:한겨레 21)

<OO부대 소령은 평소 노래방에서 여군, 여군무원을 껴안거나 등을 어루만지면서 춤을 추었고, 악수할 때 검지손가락으로 상대방의 손가락을 간지럽히고 여군 중사에게 “여군 화장실도 업슨데 생리대를 어쩧게 처리하느냐?” “일주일에(부부관계)를 몇번이나 하느냐?”고 질문하고 전간부가 있는 상태에서 “우리 부대 여자들은 생리를 토요일과 월요일에만 하느냐”는 등의 성적수치심을 야기하는 발언을 함> (성적군기 문란행위 처벌 사례, 출처:육군법무감실)

<OO사단 대대장 김모중령은 부하 여군장교를 자신의 관사 등에 불러서 친한 오빠, 동생으로 지내자며 뒤에서 껴안고, 이를 거부하는 여군 장교의 입을 강제로 맞추는 등 자신의 지위를 이용하여 강제적인 성적 접촉을 시도하였음> (성적군기 문란행위 처벌 사례, 출처:육군법무감실)

신고해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군사법원

2014년부터 2017년까지 군대 성폭력 사건 가해자 처벌 결과를 보면 징역형을 선고받은 것은 고작 9명에 불과합니다. 성범죄 가해자들은 집행유예나 기소유예, 벌금형 등의 가벼운 처벌만을 받고 풀려납니다.

군사법원이 선고한 전체 성폭력 사건 중 피해자가 여군인 사건의 선고유예 비율은 10.34%로 일반 법원의 1.36%에 비하면 월등히 높습니다.

군대 내 성폭력 관련 징계처분 273건 중 배제징계 (파면, 해임)는 총 20건으로 7.3% 수준입니다. 성폭력을 저질러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것입니다. 

아무리 피해자가 신고해도 가해자들이 처벌받지 않고 군대로 복귀하니 오히려 보복을 당합니다. 피해자들은 성범죄 신고를 해도 가해자가 제대로 처벌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좌절하거나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군대 내 성범죄를 막는 길은 ‘강력한 처벌’뿐   

▲2014년 현역 육군 중령이 여군 장교와 함께 술을 마신 후 모텔로 데려가 성폭행을 하고, 이후에도 사무실과 승용차 안에서 수차례 성추행한 사건 ⓒMBN뉴스 캡처

군대 내 성범죄를 막는 유일한 방법은 강력한 처벌뿐입니다. 그동안 여군에게 성범죄를 저질렀던 가해자들이 모두 징역형을 선고받거나 군대에서 불명예제대해 군대로 복귀하지 못했다면 지금보다는 피해가 줄었을 것입니다.

실제로 여성도 징병제인 이스라엘은 군대 내 성범죄를 막기 위해서 강력한 처벌 제도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가해자의 처벌로 끝나서는 안 됩니다. 상급 지휘관들도 불이익을 당해야 성범죄를 막을 수 있습니다. 여군 성범죄가 드러날 경우 사단장, 군단장, 참모총장 등이 보직 해임된다면 군 내부 자체적으로 알아서 성폭력을 막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해 싸워야 할 여군들이 성범죄자들 때문에 목숨을 잃는 군대는 누가 봐도 비정상적이자 개혁의 대상입니다.

매번 비슷한 사후대책은 보여주기에 불과하지 실질적인 효과는 전혀 없습니다. 지금은 말뿐인 성범죄 대책보다는 참모총장 또는 최소 해당 부대장들이 군복을 벗고 연금까지도 박탈당하는 강력한 처벌 규정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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