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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만20세의 나이에 2018년 US오픈에서 우승부터 올해의 호주오픈까지 그랜드슬램 우승컵을 네 번 들어올린 테니스 스타 오사카 나오미가 올해의 두번째 그랜드슬램인 프랑스오픈에서 기자회견 거부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자 그냥 기권했다. 이후 유례 없는 이 일에 대한 외신 기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오사카를 지지하는 기사에는 정신건강의 중요성이나, 여성 선수들의 권력 신장, 혹은 흑인 선수들의 고충에 기사도 많지만 스포츠계 제도권 일반에 대한 비판도 많다. 그 중 애틀랜틱에 실린 기사 하나 소개한다.
세계 2위의 테니스 선수이자 모든 스포츠를 통틀어 역사상 가장 많은 연간 소득을 기록 중인 여성 선수 오사카. 그녀가 의무적인 경기후 기자회견을 둘러싸고 관계자들과 힘겨루기를 하다가 프랑스오픈에서 기권했다.테니스계여, 축하한다. 당신들은 오사카 나오미(24)와의 전쟁은커녕 전투도 못 이기고 그냥 갑질로 테니스의 가장 큰 스타 중 하나가 그랜드슬램 대회를 기권하게 만들었다. 오사카가 계속 경기를 했다면 당신네가 필요로 하는 팬들과 관심을 그녀가 꽤 끌어들였을 텐데 말이다.
프랑스오픈은 오사카가 한번도 3라운드를 통과해 본 적이 없는 그랜드슬램 대회다. 그래서인지 오사카는 지난 주 SNS를 통해 자신의 정신 건강을 위해 프랑스오픈의 모든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나는 사람들이 선수들의 정신건강은 신경 쓰지 않는다는 인상을 자주 받았다. 기자회견을 보거나 기자회견을 할 때면 특히 그랬다. 사람들이 선수들을 기자회견장에 억지로 앉혀, 우리에게 예전에 여러 차례 답했던 질문, 그리고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드는 질문을 하기 일쑤다. 나는 나를 의심하는 사람들에게 질문을 받을 생각이 없다”며 말이다.
이에 대중과의 소통은기본적인 의무라며 오사카를 즉각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실은 이번 사건으로 최고 엘리트 선수들이 겪는 더 근본적인 문제들이 드러났을 뿐이다.
스포츠의 결정권을 누가 쥐고 있는가? 운동협회들과 대회 관계자들인가, 아니면 실제로 경기를 치르는 선수들인가? 선수들이 SNS를 통해 팬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을 경우, 전통적인 스포츠 매체들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그리고 선수들, 특히 유색인종 선수들이 대회 관계자들이나 운동협회들, 언론 모두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느낄 때 어떤 행동을 취할 수 있을까?
나는 20여 년간 스포츠 관련 기사와 글을 써 온 사람으로서 오사카를 그토록 괴롭게 만드는 경기후 기자회견에 수없이 많이 참석했다. 언론과 팬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경기와 선수에 대한 이해를 높인다. 기자회견은 선수들이 왜 예상 밖의 선전을 했는지, 혹은 왜 기대에 못 미쳤는지를 알고, 경기만 봐서는 알 수 없는 선수들의 성격과 매력을 아는 데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베테랑 언론인에게도 기자회견은 어색할 수 있다. 대부분의 기자들은 운동선수들과의 개인 인터뷰를 선호하지만, 언론사가 많으니 그게 불가능하다. 기자들이 기자회견에 의존해야 하고, 그러다 보니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선수들에게 거슬리는 질문을 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테니스이기 때문에 기자회견이 더 중요하다. 농구나 미식축구, 야구의 경우 시즌 동안 선수들이 거의 매일 기자들과 얘기를 나눈다. 하지만 테니스 선수들은 대회 중이 아니면 만나기가 어렵다. 그래서 기자들이 기자회견에 더 공격적으로 달려든다.
(기자회견은 선수들을 보여주고 정보를 제공하는 기본적인 기능도 하지만, 각종 스포츠 협회들의 또 다른 소득원이 되기도 했다. 선수들이 언론과 얘기할 때 뒤에 여러 기업과 브랜드 이름들이 있는 것을 봤을 것이다. 다 돈을 들인 거다.)
그런데 프랑스오픈 관계자들은 오사카를 지원할 방법을 고민하거나 타협을 하려 하지 않았다. 오사카가 1회전 승리 이후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않자 그녀에게 1만5천 달러의 벌금을 부과했다. 이는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않은 여러 테니스 스타들 또한 규정대로 이 벌금을 냈다.
하지만 프랑스오픈 관계자들은 이에 만족하지 않았다. 다른 테니스계 관계자들도 ‘건방진’ 오사카를 혼내주고 싶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리하여 네 개의 그랜드슬램(호주오픈, 프랑스오픈, 윔블던, US오픈) 관계자들이 공동성명을 발표해 오사카에게 언론을 만날 의무를 다하지 않으면 더 많은 벌금은 물론이고 향후 그랜드슬램 대회 출전 금지 등 강력한 징계를 내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공동성명서의 한 대목이다. “지위나 신념, 성과에 상관없이 모든 선수를 동등한 대우하기 위해 규정이 존재하는 것이다. 스포츠에서 한 선수에게 유리한 조건이나 이점을 주지 않는 것보다 중요한 건 없다. 모든 선수가 언론과 소통하느라 시간을 할애하는데 한 선수만 그 의무를 거부하는 지금의 상황 같은 경우 말이다.”
하지만 그 결과, 그러니까 오사카의 대회 기권은 그 누구에게도 좋지 않았다. 게다가 오사카의 이후 설명 때문에 테니스 관계자들의 냉담함은 더 부각됐다. “대회를 방해하거나 분위기를 흐릴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내 타이밍이 아쉽고 메시지가 더 명확할 수 있었다는 점을 인정한다. 실은 2018년 US오픈부터 몇 차례 장기적 우울증에 시달렸고, 그것을 극복하는 게 무척 힘들었다.” 오사카가 쓴 내용이다.
그랜드슬램 관계자들이 누가 갑인지를 오사카에게 보여주는 게 목표였다면 큰 실수를 한 것이다. 그들이 보여준 게 있다면, 그 어느 때보다 선수들의 영향력이 커진 지금, 그런 구닥다리 전술은 효과도 없고 오히려 역효과만 낼 가능성이 높다는 것뿐이다.
모든 스포츠 종목의 최고 엘리트 선수들은 더 이상 침묵하지 않는다. 자신의 개인적인 어려움이든 중시하는 사회적, 정치적 이슈에 대해서든 침묵하지 않는다. 그들은 운동선수가 아닌 한 인간으로 보여지기를 원하며 스포츠를 넘어 사회적인 편견에 맞서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2020년 US오픈 당시 미국에서는 인종차별 반대시위가 전국적으로 벌어지고 있었다. 아이티 출신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오사카도 가만있지 않았다. 그녀는 경찰이 죽인 흑인들의 이름이 새겨진 검은 마스크를 쓰고 나왔다. 오사카가 이 대회로 세 번째 그랜드슬램 우승을 달성한 후, 한 기자가 그녀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는지를 물었다. 그녀는 “음, 당신이 생각한 메시지는 무엇이었는가? 그게 핵심이다. 사람들이 이 이슈를 얘기하게 만드는 게 목표였던 것 같다”고 답했다.
오사카는 또한 엄청난 논란 속에서 세레나 윌리엄스에게 승리했던 2018년 US오픈 결승을 자신의 불안과 우울증의 시발점으로 콕 집어 말하는 등, 프랑스오픈에서 기권하면서 정신적인 문제로 인한 고통에 대해서도 직설적으로 얘기해 여러 종목의 선수들의 지지를 받았다. 이 중 다수는 언론과 얘기할 때 같은 불안감을 느낀다고 했다. 세레나 윌리엄스는 “오사카에게 연민만 느껴진다. 그게 어떤 건지 알기 때문에 그녀를 안아주고 싶은 마음뿐이다. 이미 얘기했지만, 나도 그런 입장에 놓인 적이 많았다”고 했고, 농구 스타 스테판 커리는 “애초에 이런 위치에 놓이지 말았어야 했지만, 당신은 정말 인상적인 결정을 내렸다. 권력을 쥔 관계자들이 자기 선수들을 보호하지 않을 때에도 당신은 옳은 일을 했다. 진심으로 존경한다, @naomiosaka”라고 트윗했다.
다는 아니지만, 내가 아는 기자의 대부분은 어려움을 겪는 선수를 조심스럽게 대한다. 그렇지만 취재 선수들의 정신건강과 쉼없이 쏟아지는 관심이 그들에게 미치는 영향, 그리고 멋진 승리뿐만 아니라 견디기 어려운 패배와 잘못한 결정, 평소 실력보다 떨어진 경기력 등을 매번 설명해야 하는 것이 정신적으로 얼마나 힘든 지에 대해 깊게 생각하는 기자는 거의 없다.
대부분의 기자는 언론의 스포트라이트와 협회 관계자들과의 갈등은 성공적인 프로 선수라면 누구나 치러야 하는 대가라 생각한다. 하지만 요즘 선수들은 다른 사람들의 해맑은 즐거움만을 위해 고통스러워도 억지로 즐거운 척하기를 거부한다.
미국프로농구 브루클린 네츠의 스타 포인트 가드 카이리 어빙은 지난달을 포함해 이번 시즌에서 두 번이나 인터뷰를 거부해 벌금을 물었다. 어빙은 우선 작년 비시즌 합동훈련을 하던 중 다음과 같은 성명을 발표했다. “오늘은 언론과 만나는 대신 나의 메시지가 제대로 전달되도록 이 성명을 발표한다. 나는 매일 출근하고, 즐겁게 훈련하고, 경기를 치르고,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며 함께하는 팀 관계자들과 동료 선수들과 함께 우승을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나의 이번 시즌 목표는 농구장 안팎에서의 노력으로만 말하는 것이다. 올해 모든 이들의 삶이 달라졌다. 그래서 우리들, 그리고 나의 삶도 달라져야 한다. 지금부터 그 변화를 시작하고자 한다.”
미국프로농구 규정에 따라 2만5천 달러의 벌금을 문 어빙은 인스타그램에 이렇게 응답했다. “나의 벌금이 소외계층을 위해 쓰였으면 좋겠다. (팬데믹으로) 우리가 지금 얼마나 힘든 지를 생각하면 특히 더 그렇다. 평화, 사랑, 위대함이 나의 목표다. 그러니 나와 팀을 더 이상 방해하지 말고, 우리의 예술을 감상했으면 한다. 나는 졸개와 얘기하지 않는다. 나의 관심은 그보다 귀하다.”
어빙이 드디어 입을 열었을 때 그는 ‘졸개’ 얘기가 기자들에 대한 공격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어빙은 이렇게 해명했다. “자기 삶의 주인으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플랫폼이 마련됐을 때, 부당한 대우를 받는 이들이 있는 것 같다. 우리 선수들은 우리가 보호를 받는 안전한 공간에서 뛰고 싶다.”
협회와 언론 모두가 유색인종 선수들을 근본적으로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찜찜함 때문에 많은 선수들이 팬들에게 직접 자기 이미지를 만들어 보여주려 한다. 러셀 웨스트브룩, 르브론 제임스, 스티븐 커리, 케빈 듀랜트 등읠 NBA 스타들을 포함한 수많은 쟁쟁한 선수들이 자기 기획사나 미디어 회사를 직접 차린 이유도 그거다.
굉장한 수의 팔로워들이 있는 이들은 대중에게 직접 자기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이들에게는 자기 브랜드를 키우거나 홍보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런데 제도권이 이런 현실에 적응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늘 그래 왔다는 핑계로 제도권이 선수들에게 지시하거나 강요하는 시대는 끝났다.
오사카가 제기한 문제들은 사라지지 않는다. 요즘은 선수들이 기자들에게 맡기기 보다는 직접 자기 얘기를 하고 싶어 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선수들은 현회나 대회 관계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 언론과의 힘겨루기에서조차 이기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이제는 선수들이 이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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