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노동개악 저지! 전태일 3 법 쟁취!”
비대위원 전원 삭발, 국회 앞 농성 돌입
ILO 핵심협약 비준을 명분으로 한 노동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정부가 결사의 자유와 단결권, 단체교섭권에 대한 최소한의 국제기준을 지키겠다며 ‘핵심협약 비준’을 추진하면서 반대로 노동기본권을 후퇴시키는 노동관계법 개정안을 내놨다. 경영계는 정부 개악안의 내용도 모자라 ‘파업 시 대체인력 투입’과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배제’ 등 더 큰 개악안을 요구하고 있고, 국민의힘은 ‘노동개혁’을 내세우며 자본의 요구를 담은 추가 개악을 노리고 있다.
이에 맞서 노동자들은 총파업·총력투쟁을 결심하며 노동법 개악을 저지하겠다는 결심을 세웠다.
가장 앞장에서 선 것은 제1노총 민주노총이다.
민주노총은 지난 9월 ‘모든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 적용’, ‘모든 노동자의 노조 할 권리’, ‘모든 노동자의 죽지 않고 일할 권리’를 위한 투쟁을 결심하면서, 10만 노동자·국민의 동의를 얻어 ‘근로기준법 11조’와 ‘노조법 2조’ 두 개의 법을 개정하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하는 ‘전태일 3법’을 입법 발의했다. 노동법 개악을 저지하고 전태일 3법 입법 투쟁에 100만 조합원과 함께 조직의 힘을 집중하겠다는 결심이다.
그 결심이 4일 여의도 국회 앞에서 김재하 민주노총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위원장과 비대위원들의 삭발로 표현됐다.
“옛 부터 전장에 나가는 장수는 자신들이 살아 돌아오지 못할 것을 예견하고 자신들이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머리터럭(머리털)을 가족들에게 남겼다. 오늘의 삭발 결의는 그런 의지다. 절대 물러서지 않고, 탄압에 맞서, 개악을 무력화시키는 투쟁을 결의하는 삭발이다.” 비대위원들이 앞에 서고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들이 삭발을 도왔다.
삭발 의식을 마친 김재하 비대위원장의 목소리가 결연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정권이 민주노총을 고립화시키고 언론을 장악해 헛소리를 퍼트리면서, ILO 핵심협약 비준을 ‘개혁’으로 치장하고, 정반대인 노동악법을 통과시켜 재벌의 환심을 사고자 할 뿐”이라 강력히 규탄했다.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가, 국회를 대표하는 유력정치인들이 노동법 개정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고 외쳤다.
김 비대위원장은 “2500만 노동자들이 민주노총의 주장과 투쟁을 지지하고 있고, 박근혜 퇴진 촛불을 들었던 양심적 시민 사회단체들이 함께 마음을 보태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승리할 수밖에 없다”고 결의를 높였다.
민주노총 가맹노조들에서도 노동법 개악에 맞선 투쟁의 결심이 확산, 가속화되고 있다. 총파업·총력투쟁의 결심을 마친 금속노조, 공공운수노조, 민주일반연맹 위원장들도 국회 앞에서 결의를 밝혔다.
최준식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노동법 개악이 국회에 상정되면 쟁의권이 없는 조직이더라도 민주노총의 이름으로 결연히 투쟁에 나서겠다”고 말했고, 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노동법 개악에 맞선 총파업을 결의했다”면서 “개악안이 국회 환노위 고용노동소위, 법안심사소위에 상정되면 총파업으로 맞서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유진 민주일반연맹 위원장은 “중소영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조합으로 전태일 3법 쟁취를 반드시 쟁취하기 위해 전 조직이 총파업을 불사한 투쟁을 결심했다. 쓰나미 같은 노동개악에 맞서 쓰나미 같은 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결의했다.
10기 임원선거에 후보로 출마한 4개 조 후보들도 회견장을 찾아 “노동법 개악 저지와 전태일 3법 쟁취를 위해 투쟁의 중심에 서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김재하 비대위원장은 “선거가 진행된다고 해서 탄압이 중단되는 것 아니고, 노동법 개악이 중단되는 것도 아니다. 민주노총은 선거도 하고 투쟁도 동시에 할 수 있는 조직”이라며 투쟁을 독려했다.
끝으로, “향후 정권과 정치권의 대응에 따라 투쟁 수위를 더욱 높여갈 것”이라며 “하루라도 빨리 악법을 철회하지 않거나 민주당이 입장을 밝히지 않는다면 정권을 세운 촛불이 거대한 횃불이 되어 정권으로 향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노동개악 저지, 전태일 3법 쟁취를 위한 국회 앞 농성에 돌입했다.
민주노총의 역사는 모든 노동자의 기본권 쟁취와 확대를 위한 투쟁의 역사이고 이를 막아서는 개악에 맞선 투쟁의 역사이다. 민주노총의 2020년 11월은 거세게 밀려오는 노동개악을 저지하는 투쟁으로 그리고 전태일 3 법 쟁취 투쟁으로 향하는 오늘의 역사이다.
25년 전 민주노총이 탄생한 이듬해 기습 날치기로 몰아닥친 노동법 개악에 맞서 완강한 총파업 투쟁으로 이를 막아섰던 기억이 생생하다. 우리는 그 날선 투쟁의 기억을 되새기며 다시 여의도에 농성장을 꾸린다. 차가운 칼바람을 맞으며 풍찬노숙을 준비한다. 그 어느 한순간도 노동자에게 따뜻한 햇살 내리쬐는 좋은 날이 있었냐마는 오늘따라 갑자기 떨어진 기온은 우리가 처한 현실에 더해져 더 차갑고 시리다.
우리는 코로나 19를 통해 노동조합 밖의 노동자들이 단발마의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며 어떻게 삶의 벼랑으로 내몰렸는지 확인했다. 또 밀려오는 자본의 해고와 구조조정에 맞서 싸울 수 있는 구심은 노동조합뿐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아니 아예 노동조합을 하지 말라고 한다. 이렇듯 노동자에겐 생명줄이지만 재벌과 자본에게는 그들의 이익을 침해하고 그들만의 세상을 위협하는 최대의 걸림돌인 노동조합을 무력화 시키려고 한다. 아니 노동조합을 하지 말라고 노골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노동법 개정안이 그러하고 때맞춰 맞장구 치는 재계와 여야정치권의 부화뇌동이 그러하다.
토론과 협의의 틈은 보이지 않고 오로지 일방적인 강행만 존재한다. ILO 핵심협약 비준을 핑계로 전대미문의 역대급 노동개악을 시도하고 있다. ILO 핵심협약을 비준하고 비준이 발효되는 1년 동안 관련된 국내의 노동관계법을 국제기준에 맞게 정비하라는 ILO의 권고와 취지는 찾아볼 수 없다.
법률, 법학자 단체와 다양한 시민사회 그리고 국제사회에서 지적하는 개악요소에 대해선 일언반구 말도 없이 형식적인 몇 차례의 토론을 통해 마치 노동계의 입장을 청취하고 수용한 것처럼 사기를 치며 거세게 몰아붙이고 있다.
민주노총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단순하고 명쾌하다. 다른 답이 있을 수 없다. 그 답은 이러하다. 민주노총은 100만 조합원을 넘어 2,500만 노동자의 생명줄을 자본의 무한 착취와 수탈의 나락으로 떨어뜨릴 노동법 개악 저지에 모든 역량을 바쳐 싸울 것이다. 오늘 이 자리에 만들어지는 농성장과 농성투쟁이 그 마중물이고 깎은 머리는 결코 물러설 수 없음을 그리고 조직적 결의에 바탕한 총파업 – 총력투쟁의 디딤돌임을 밝힌다.
우리의 힘이 다하지 못해 부러질지언정 결코 굽힐 수도 물러설 수도 없다. 노동개악 저지를 위해 이러저러한 제약을 넘어 끓어오르는 현장의 분노를 하나로 모을 것이다. 각 사업장의 절실한 이해와 요구에 기반하고 또한 그것을 넘어서는 노동개악 저지, 전태일 3 법 쟁취의 단일한 전선으로 결집시켜 투쟁할 것이다.
이것이 민주노총에게 부여된 사회적 책임이고 역할이기에 우리는 기꺼이 투쟁의 머리띠를 묶는다. 100만의 조합원을 넘어 2,500만 모든 노동자의 권리와 존엄을 위해 단호하게 싸울 것이다.
50년 전 11월의 전태일 열사를 생각한다. 자신을 던져 인간해방을 선언했던 그 결단의 시간을 앞둔 전태일 열사를 생각하며 외친다.
노동개악 분쇄하자!
전태일 3 법 쟁취하자!
2020년 11월4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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