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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1월 10일 화요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지지한다더니, ‘기업주 처벌’엔 선 긋는 국민의힘

 정의당 “과징금 강화 수준으로는 해결책 될 수 없어, 산재 줄이려면 원청 대표에 책임 물어야”

김도희 기자 doit@vop.co.kr
발행 2020-11-10 18:48:25
수정 2020-11-10 18:4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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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 다섯 번째)과 주호영 원내대표(왼쪽 세 번째부터),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중대재해 방지 및 예방을 위한 정책간담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0.11.10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 다섯 번째)과 주호영 원내대표(왼쪽 세 번째부터),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중대재해 방지 및 예방을 위한 정책간담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0.11.10ⓒ정의철 기자/공동취재사진  

국민의힘은 10일 정의당이 21대 국회 1호 법안으로 발의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 협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산업재해 방지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장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하도록 한 조항에는 적극적으로 찬성하면서도, 산재의 원청 책임을 명확히 해 사업주와 경영책임자를 형사처벌 하도록 한 조항에는 소극적인 입장을 보였다.

정의당이 발의한 법안 원안에 대체로 동의한다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법안 원안을 통과시키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주호영 원내대표 간 미묘한 시각차도 드러났다.

국민의힘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중대재해 방지 및 예방을 위한 정책간담회’를 열었다.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이 주최해 김 위원장, 주 원내대표 등이 참석했다. 정의당 강은미 원내대표도 초청돼 모습을 보였다.

지상욱 여의도연구원장은 정책간담회를 여는 머리말에서 “고(故) 노회찬 의원이 2014년 위험방지 의무 불이행 시 사업주를 처벌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발의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과 우리 당에서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자동 폐기됐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이 점에 대해서 이 자리를 빌어서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국민의힘은 노동자의 안전을 지키고 노동자를 적극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정책 마련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며 “특히 산업안전 문제는 정파 간 대립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대상으로 “국회에 들어와 있는 민주당, 국민의힘, 정의당”을 거론했다.

주 원내대표는 “마음이 좀 많이 무겁다. 너무 늦었다”며 “제도적 허점을 고치지 않고는 (산재 사고) 방지가 안 된다는 생각을 꾸준히 해 오고 있다”고 밝혔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자당이 중대재해와 관련한 정책간담회를 연 것에 의미를 부여하며 “국민의힘이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강은미 원내대표에게 “(국민의힘이) 흔쾌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약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왼쪽 두 번째)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중대재해 방지 및 예방을 위한 정책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0.11.10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왼쪽 두 번째)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중대재해 방지 및 예방을 위한 정책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0.11.10ⓒ정의철 기자/공동취재사진

그러나 훈풍은 길게 가지 못했다. 김 위원장과 주 원내대표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구체적으로 짚는 과정에서 엇갈린 입장을 나타냈다.

특히 주 원내대표는 정책간담회 중간 이석하며 정의당이 발의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대한 입장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지금 시스템으로는 부족해 처벌과 제재를 강화해 (산재 사고를) 줄여가야 한다”면서도 “정의당이 내놓은 법안을 통째로 다 받을 것인지, 일부 조정할 것인지에는 해당 상임위원회에서 논의해봐야 할 문제”라고 답했다.

그는 국민의힘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위해 정의당과 정책연대에 나설 가능성에 대해서는 “법안 놓고 이야기하는 것을 하나하나 정책연대라고 표현할 필요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법안의 핵심 내용이기도 한 중대재해를 ‘기업 범죄’로 인식해 사업주 및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과잉입법이 아닌지 종합적으로 검토해 판단해야 한다”며 “민사든 형사든 훨씬 더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이어 “형사처벌을 병행할 것인지의 문제는 좀 더 심도 있는 토론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징벌적 손해배상 부분에 대해서는 “예전부터 찬성”이라고 말했다.

반면 김 위원장은 장내를 나서며 취재진과 질의응답 중 “정의당이 발의한 ‘모두가 산재를 방지해야 한다’는 것에 대한 이견의 여지가 없다. 그 법률을 하는 데 있어서 국회가 전폭적으로, 각 당의 입장을 떠나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징벌적 손해배상 문제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고도 언급했다.

사업주 및 경영책임자 처벌에 대해서는 “산재 방지를 위한 안전시설을 법적으로 규정했는데 사업주가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경우에는 (사업주를) 처벌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의당과 정책 연대 가능성에 대해서는 “무슨 얘기가 나오는지 살펴볼 것”이라며 여지를 남겼다.

한편, 정의당은 책임자 처벌은 배제하고 일부 요건만 조합해 기존의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하는 수준으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대신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단순히 기업이 더 많은 금전적인 배상을 하도록 하는 것보다 위험 방지 의무를 다하지 않은 책임자를 처벌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라는 지적이다.

정의당은 과징금 제도만 강화하고 책임자 처벌 등 핵심 조항은 뺀 산안법 개정으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갈음하려는 것으로 알려진 민주당의 행보에도 우려를 표하고 있다.

정의당 김종철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중요한 것은 내용”이라며 “민주당이 최근 산안법 개정을 언급하며 과징금을 강화하는 수준으로 산재를 예방하겠다고 하는데 이는 전혀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지금까지 과징금이 없어서 산재 문제가 해결이 안 된 게 아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기업과 원청의 대표이사가 책임지고 안전 관련 조치를 하도록 하고, 이를 소홀히 한 경우 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만 산재를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다. 주 원내대표도 이 사실을 잘 알아야 할 것”이라며 “생명의 문제를 두고 돈 문제로 접근하지 않기를 민주당과 국민의힘에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 원내대표도 간담회 발언 중 “‘죽지 않고 일할 수 있는 권리’를 위한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며 “중대재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중대재해가 개인의 실수에 의한 사고가 아니라는 것을 명확히 인식해야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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