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7일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검증위원회가 김해신공항 백지화를 발표했습니다. 민주당은 긍정적인 반응이지만, 야당인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반대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검증위 발표 이후 국민의힘 대구시당위원장인 곽상도 의원 등 대구·경북 의원들은 의원회관에서 김해신공항 백지화 관련 간담회를 열었습니다.
곽 의원은 “아무 권한도 없는 총리실 검증위의 결론에 맞춰 백지화 수순을 밟는 것은 국책사업을 신뢰하는 국민에 대한 횡포”라며 “김해가 안 된다면 밀양신공항부터 우선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국민의힘 소속 권영진 대구시장도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해신공항이 갑자기 문제가 생기고 가덕도로 옮기겠다는 천인공노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대구경북은 가덕도신공항에 합의해 준 적이 없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대구·경북 지역 국민의힘 소속 지자체장과 의원들이 반대하면서 지도부 내에서도 입장이 다르게 나왔습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김해신공항 백지화)발표해버리면 새로운 공항에 대한 논의가 시작될 것 아닌가”라며 “부울경쪽에서 얘기하는 가덕도 공항에 대한 강구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수밖에 없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에반해 지역구가 대구인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내년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어떻게든 덕을 보려고 변경을 추진하는 것 같다”면서 김 위원장과 다르게 비판적인 입장을 나타냈습니다.
가덕도신공항 원하는 부산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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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덕도신공항 조감도 ⓒ부산시 |
동남권 신공항 논의는 2007년 이명박씨가 대선 공약에 포함시키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여러 논의 끝에 김해공항 확장, 밀양신공항, 부산 가덕도신공항 등으로 구체화됐습니다. 부산시민들은 김해공항 확장보다는 가덕도신공항을 선호했습니다.
2016년 부산일보가 조사한 여론조사를 보면 부산시민들은 ‘부산의 지역균형 발전을 위해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57.7%가 ‘가덕도 신공항 건설’이라고 응답했습니다.
동남권 신공항 사전 타당성 용역 결과를 예상하는 질문에서 응답자의 58.4%가 가덕도로 결정될 것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습니다. 만약 가덕도가 아닌 방안으로 결정되면 부산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46.3%가 ‘정치적 결정이므로 재검토를 요구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2016년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정된 뒤에도 부산·울산·경남 지역 민주당 지자체장들과 정치인, 시민들은 끊임없이 가덕도신공항 추진을 요구해왔습니다. 부산시민들은 이번 검증위 발표로 가덕도신공항 추진에 힘을 받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안고 있습니다.
부산시장 보궐선거의 핵심은 ‘가덕도신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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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 의뢰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부산시민을 대상으로 조사한 ‘부산광역시 총선 사후 여론조사’ 부산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821명을 대상으로 지난 16일 설문지를 이용한 전화면접조사 방식으로 실시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4%포인트 수준, 응답률은 13.2%.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
4.15총선 이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부산시민들은 ‘코로나19를 극복한 이후 부산 지역 경제 회복을 위해 가장 우선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현안 사업’으로 가덕도신공항 건설 결정을 꼽았습니다.
추석 연휴 직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부울경 지역 정당 지지도를 보면, 추석 전에는 민주당(36.9%)이 국민의힘(29.9%)을 7%P 앞섰지만 연휴 직후에는 오히려 국민의힘(35.1%)이 민주당(30.3%)보다 4.8%P 높았습니다.
국민의힘이 뚜렷하게 잘한 것이 없는데도 정당지지도가 올랐던 이유는 정세균 총리가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신공항은 문 대통령의 공약이 아니다”라고 답변하면서 민심이 돌아섰기 때문입니다.
내년 부산시장 재보궐선거의 핵심은 오거돈 시장의 중도 사퇴도 문재인 정부 심판론도 아닌 ‘가덕도신공항’입니다. 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서둘러 부산에서 “김해신공항은 확장성에서 분명 한계가 있다. 백년대계를 위해 가덕신공항이 필요하다고 정부에 제안한다”고 말한 이유입니다.
박근혜 결정 재연되나? 딜레마에 빠진 국민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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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김종인 비대위원장과 하태경, 이언주 등 부산지역 정치인들이 내년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부산 북항개발 현장을 방문해 설명을 듣고 있는 모습 ⓒ국민의힘 |
국민의힘이 내년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이기려면 반드시 ‘가덕도신공항’ 추진을 적극적으로 찬성하고 밀어줘야 합니다. 그러나 대구·경북 등 TK 지역의 반발이 만만치 않습니다.
만약 국민의힘이 가덕도신공항에 올인한다면 핵심 지지 기반인 TK지역에서 민심을 잃을 수 있습니다. ‘가덕도신공항’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 내년 부산시장 보궐선거는 포기해야 합니다.
동남권신공항은 국민의힘에게는 계륵입니다. 박근혜 정권도 지지 기반인 TK와 PK가 신공항을 두고 싸우자 갈팡질팡하다가 결국 김해공항 확장을 김해신공항이라는 이름으로 둔갑시켜 억지로 무마시켰습니다.
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자 지지도 1위를 달리고 있는 서병수 의원에게도 ‘가덕도신공항’은 골치가 아픈 선거 이슈입니다. 이미 서 의원은 2014년 지방선거 때 “가덕신공항 유치에 시장직을 걸겠다”고 공약했다가 낭패를 본 적이 있습니다.
하태경, 이언주 등 국민의힘 부산지역 정치인들은 당연히 내년 보궐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가덕도신공항’을 내세우겠지만, 당내 주류 세력인 TK 정치인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쉽지가 않습니다.
동남권신공항을 두고 국민의힘 내부 갈등은 깊어질 전망입니다. 국민의힘이 TK와 PK 어느 손을 들어줄지는 계속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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