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왜 이러시나?
이 정부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남북관계, 북미관계, 북핵문제를 정말 자신의 정책 기조에 맞게 풀려는 의지가 있는지, 없는지 정말 확인이 안 된다.
처음 한두 번은 그러려니 했다. 준비가 안 되었으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어 참고 또 참으며 인내했다. 하지만, 쌓이는 반복은 이미 임계점을 넘어서게 했고, 이후부터는 실수가 아닌 의도이거나, 본심으로 되었다.
평화를 얘기하면서도 절대 통일을 얘기하지 않은 것이라든지, 남북 간 합의문을 내왔으면서도 이 핑계 저 핑계만 댄다든지, 한반도 문제와 남북관계 문제를 제대로 파악해내지 못한 것이라든지, “어려운 시절에도 민족의 자존심을 지키며 끝끝내 스스로 일어서고자 하는 불굴의 용기를 보았습니다.(문 대통령 평양 능라도 5.1경기장 연설문)”를 얘기하면서도 ‘가난한 북’으로 매도하는 것이라든지, 등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벅차다.
그렇게 뒤죽박죽이던 이 정부의 대북인식, 남북관계, 비핵화 문제에 대해 최근 돌이킬 수 없는 큰 시그널이 하나 발생했다.
제52차 한·미 안보협의회의에서 양국 국방장관은 남·북·미 3국의 정상 간 합의를 종잇장으로 만들고. 또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재추진을 무색케 했으며, 나아가 이 정부의 정책기조인 한반도 평화와 번영 프로세스를 완전 소각했다.
서욱 장관은 제52차 한-미 안보협의회의 공동성명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강조, 필자)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폐기(강조, 필자)를 위해 미국과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공약해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대원칙기조를 완전 뒤집어 버렸다.
설명하면 이렇다.
남·북·미 3국 간 정상이 합의한 대원칙은 1990년대부터 논의돼왔던 ‘북핵 비핵화’프레임을 ‘한반도 비핵화’프레임으로 대전환 시켜낸 것이었다.
4.27판문점 공동선언문 제3조 4항은 다음과 같다. “④ 남과 북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하였다.”“
북미싱가포르 정상회담 합의문 제 3항은 다음과 같다. “3.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선언’을 재확인하고 북한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할 것을 약속한다.”
어마어마한 의제 대전환이었고, 그래서 기간 남북미 대결사가 남북미 평화사로 전환할 수 있는 토대가 만들어진 것인데, 그것을 다시 원점으로 되돌려 버린 것이다. 20년 전 프레임 ‘북한 비핵화’로 되돌이표 한 것이다.
더해서 이제까지 남·북·미 3국 정상 간에 단 한 번도 합의된 바 없는 ‘미사일 프로그램 폐기’까지 제52차 한·미 안보협의회에서 다뤄냄으로써 자신의 이 발언-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외교적 레토릭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북한 비핵화’를 목표로 하는 정치적 인식임을 뒷받침해냈다.
하여 북에 대한 미국의 핵 위협 강화를 용인하고, 북이 (핵)무기를 사용하기 이전이라 하더라도 북을 타격할 수도 있는 군사력을 구비하겠다는 정책이 고스란히 그 양국합의에 드러났다.
즉, 북은 이 합의에 따라 핵무기를 폐기해야 하지만, 한·미 군사 당국은 핵무기를 포함한 군사적 압박을 계속하겠다는 일방주의(군사대결주의)가 채택되어 졌고, 이것이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추진과 어떻게 공존할 수 있으며, 9월 평양공동선언 부속합의서인 <9·19 남북 군사분야 합의서>가 실현되어질 수 없음을 만천하에 고한 것이다.
<9·19 남북 군사분야 합의서> 1항과 5항의 합의내용은 다음과 같다. “1. 남과 북은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으로 되는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하였다.”, “5. 남과 북은 상호 군사적 신뢰구축을 위한 다양한 조치들을 강구해 나가기로 하였다.”
9.19 군사분야 합의서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던가? 남과 북 ‘일체의 적대적인 행위 전면 중지’와 ‘신뢰구축을 위한 다양한 조치’가 이뤄줘야 하는데, 서욱 장관의 발언은 계속 북을 군사적으로 압박하는 것으로 되어져야 하기 때문에 북은 당연히 반발하게 되어 있다. 우리 정부 스스로 약속위반을 먼저 했다는 멍에와 낙인도 두고두고 씻을 수 없는 과오이다.
곤궁한 처지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당연히 문책해야 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정책기조에 대한 신뢰성을 회복해야 한다. 그러나 불행히도 현재까지 이 부분에 대한 대통령의 입장표명이나, 청와대의 입장은 나오지 않는다. 도대체 뭐란 말인가?
부서의 장이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이 정부의 정책기조에 정면 반기를 드는데, 그것도 세 정상 간 합의정신을 완전히 뒤집어버려 상황에 따라서는 한반도의 안정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군사적 긴장을 불러올 수도 있는 그런 엄청난 발언을 했는데도 아무런 조치가 없다? 이해가 갈 수 없다.
마침, 모 신문에 실린 다음과 같은 기사제목이 생각났다. “文, 한번도 경험한 적 없는 '無 레임덕' 대통령 될까”(<쿠키뉴스>, 2020.10.30.)
청와대와 대통령은 여기에 만족하고 있을까? 그렇다면 그것이야말로 큰일이다.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이 정부의 정책기조인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정책이 기저에서부터 뿌리채 흔들리고 무너져 내리고 있는데도, 그런데도 장관 하나 경질하지 못하고 5년 뒤를 생각한다? 참으로 ‘웃고프고’ 무책임한 기대이다.
해서 누가뭐래도 당장 이 불미스러운 사달(‘일어난 사건이나 사고’를 일컫는 옛말, 事端)을 해소해내어야만 한다.
어떻게 권력내부 레임덕 하나 못 해결하면서 앞으로 남은 민심과 관련된 레임덕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단 말인가? 성립할 수 없다.
그렇게 성립할 수 없다면, 과거의 초심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내가 왜 대통령이 되려 했는지’를 반드시 기억해내어야 한다.
거기에 대통령 되시기 전 <문재인의 운명>이라는 책에서 ‘운명’까지 거론했던 자신의 철학과 정책 기조가 보일 것이다.
민주당만을 위한 정파적 이해관계, 좁은 인재풀(중종은 당시 사림을 대표하며 가장 급진적인 이념을 가졌던 조광조 같은 인물도 중용했다.)에서 좀 과감히 벗어나 좀 더 광폭적으로 인재를 수용해야 한다.
그래서 자신의 손발이 돼줘야 할 인물 하나 못 찾아 바로 코밑에서 보란 듯이 반기를 들이대는 그런 반북 대결주의자가 발탁되는 이 사달이 멈춰져야 한다.
'정책-인물' 부조화 문제를 그렇게 풀어 5년 뒤를 생각해내어야 한다.
않으면, 역사는, 민심은 “뭐하러 대통령 됐습니까?” 반드시 그렇게 물을 수밖에 없다.
김광수 약력
저서로는 『수령국가』(2015)외에도 『사상강국: 북한의 선군사상』(2012), 『세습은 없다: 주체의 후계자론과의 대화』(2008)가 있다.
강의경력으로는 인제대 통일학부 겸임교수와 부산가톨릭대 교양학부 외래교수를 역임했다. 그리고 현재는 부경대 기초교양교육원 외래교수로 출강한다.
주요활동으로는 전 한총련(2기) 정책위원장/전 부산연합 정책국장/전 부산시민연대 운영위원장/전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사무처장·상임이사/전 민주공원 관장/전 하얄리아부대 되찾기 범시민운동본부 공동운영위원장/전 해외동포 민족문화·교육네트워크 운영위원/전 부산겨레하나 운영위원/전 6.15부산본부 정책위원장·공동집행위원장·공동대표/전 국가인권위원회 ‘북한인권포럼’위원/현 대한불교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 부산지역본부 운영위원(재가)/현 사)청춘멘토 자문위원/6.15부산본부 자문위원/전 통일부 통일교육위원 / 평화통일센터 하나 이사장/(사)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한 협력 자문위원 외 다수가 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