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홍섭 2019. 05.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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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가시 찔려 평생 고통, 식인 사자 되기도
» 아프리카포큐파인 대 사자. 얼핏 상대되지 않을 것 같은 대결에서 종종 사자는 목숨을 잃기도 한다. 에릭 킬비(왼쪽),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아프리카포큐파인은 몸무게가 열 배는 무거운 최상위 포식자 사자도 쓰러뜨리는 당찬 동물이다. 쥐목 호저과에 속하는 이 동물은 몸무게 13∼27㎏으로 제법 크지만, 초식성 쥐의 일종이다. 그러나 몸 옆구리와 뒤에 밤송이처럼 돋은 강모 깃은 치명적 무기이다.
아프리카포큐파인과 사자의 관계를 생태학적으로 분석한 연구결과가 나왔다. 연구자들은 1960년 이후의 연구 문헌을 비롯해 신문기사, 유튜브 등 인터넷 자료 등을 조사해, 이 동물로 인해 다치거나 죽은 사자의 사례 50건을 찾았다.
연구 책임자인 줄리언 커비스 피터한스 미국 루스벨트대 교수는 “기록을 검토한 결과 어떤 조건에서 사자가 포큐파인 사냥에 나서는지, 또 깃에 찔린 사자가 어떻게 되는지를 더 잘 알 수 있게 됐다”고 필드 박물관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공동 연구자인 개스톤 셀레시아 미국 시카고 로욜라대 명예교수는 “한 마디로 아프리카 사바나에서 벌어지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다. 백수의 제왕이 맛좋고 통통한 포큐파인을 먹으려 하지만 결국 깃에 찔리고 만다”고 말했다.
» 포식자의 공격을 받으면 아프리카포큐파인은 몸 뒷부분의 깃을 곧추세워 위협한다. 토마스 핸드위케,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아프리카포큐파인은 포식자에 맞서 몸 뒷부분의 강모 깃을 곧추세워 위협한다. 길이가 35㎝에 이르는 뾰족한 깃은 사람의 손톱이나 머리카락 성분인 케라틴 성분인데, 몸에서 쉽게 빠지기 때문에 길고 뾰족한 깃에 찔린 포식자는 크게 다칠 수 있다.
50마리의 불운한 사자들에게서 공통점이 드러났다. 다른 먹이 찾기가 힘든 가뭄이 심할 때 젊은 수컷 사자가 대부분 피해를 봤다. 피터한스 교수는 “수컷이 더 자주 포큐파인에 당하는 경향이 나타났다”며 이를 ‘젊고 멍청한 수컷 신드롬’이라고 불렀다. 경험 없는 젊은 수컷이 위험한 공격에 쉽게 나서는 데다 무리 생활을 하지 않는 외톨이여서 깃에 찔렸을 때도 동료가 빼주지 않기 때문이다.
» 포큐파인의 강모 깃. 손톱이나 머리카락과 같은 케라틴으로 돼 있으며 길이가 30㎝를 넘기도 한다. 스텔켄바르켄,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사자의 무모한 공격은 사람에게까지 영향을 끼친다. 깃에 찔려 야생동물 사냥을 하지 못하게 된 사자가 가축과 사람을 공격하게 된다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1965년 사람을 잡아먹었다 붙잡혀 박제된 사자 2마리를 단층촬영으로 조사했다. 한 마리에는 23㎝ 길이의 깃이 코를 관통해 꽂혀 있었고, 다른 한 마리의 부러진 송곳니의 신경에 3㎝ 길이의 부러진 깃이 박혀 있었다.
두 마리 모두 뼈에 감염된 흔적이 있었고, 냄새를 맡지 못하는 등의 이유로 사람 사냥에 나서게 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피터한스는 “포큐파인 부상은 사자가 사람을 공격하는 전조”라고 말했다.
» 포큐파인에 찔린 뒤 사람을 잡아먹다 1965년 사살된 사자. 코에 박힌(흰 부분) 포큐파인의 깃이 보인다. 존 페로트, 줄리언 커비스 피터한스 제공
생태계의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가 될 수도 있다. 피터한스 교수는 “1960년대부터 사자의 행동을 연구해 오면서 우리는 사자가 영양, 얼룩말, 들소 등 발굽 달린 대형 먹이를 선호한다는 사실을 안다”며 “사자가 이들보다 먹이로서 질이 떨어지는 포큐파인을 공격하는 것은 이미 지역적 먹이 공급에 차질이 있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이 연구는 과학저널 ‘동아프리카 자연사’ 최근호에 실렸다.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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