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를 위해 찾은 5월 25일 토요일 광화문광장은 찢어질 듯한 스피커 소리에 귀가 아팠고, 옆 사람과의 대화조차 불가능할 정도였습니다.
이날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에서는 자유한국당의 장외집회가 열리고, 광화문 중앙광장(세종대왕상)에서는 4월 16일 약속국민연대, 4.16가족협의회 공동주최로 ‘세월호 참사 진실은폐, 민주주의 훼손, 자유한국당 적폐세력 심판’을 촉구하는 대규모 범국민촛불문화제가 개최됐습니다.
자유한국당은 촛불문화제를 의식한 듯 빠른 템포의 가요 등을 연신 틀어댔고, 크레인에 매달린 대형 스피커를 통해 나오는 굉음 때문에 객석 뒤편에서는 촛불문화제 무대에서 발언하는 목소리나 4.16합창단의 공연을 거의 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한 공간에 두 개 집회가 열리는 모습을 보면서, 충돌(?) 보다는 극우 지자자들의 폭언과 폭력이 걱정됐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촛불문화제 도중 극우 지지자들의 시비는 계속됐고, 폭력 사태도 벌어졌습니다.
세월호 유가족의 애절한 마음을 조롱하는 피켓
촛불문화제 무대에서는 세월호 진상규명에 관한 영상과 세월호 유가족들의 애절한 마음이 담긴 발언이 이어졌습니다. 그러자 객석 뒤편을 맴돌던 극우 지지자는 급조한 ‘세월호 시체팔이’라고 적은 피켓을 들고 조롱하듯 걸어 다녔습니다.
세월호 유가족과 촛불문화제 참가자가 통로를 지나가자 극우 지지자 여성 한 명은 그들을 향해 폭언을 했고, 황급히 피하는 그들을 쫓아가며 주먹을 휘두르기도 했습니다.
세월호 유가족을 향한 폭언과 폭력은 이날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광화문광장에서는 너무나 흔히 볼 수 있었던 모습입니다.
제발 부탁드린다.
우리 유가족 엄마들과 서명지기 그리고 피켓팅 하는 분들을 괴롭히지 말아 달라.
365일 세월호 진상규명에 매달리는 유가족과 416연대 활동가들 그리고 우리 유가족 옆에서 봉사활동 하시는 분들은 괴롭히지 말아달라.
당신들이 괴롭힐 만큼 그분들이 잘못한 것 없다.
그분들 모두 내 가족이며 내 형제이다.
당신들이 두른 태극기의 숨은 뜻은 알고 있는가?
당신들이 내 뱉는 독설 속의 시체팔이가 무슨 뜻인지 알고 하는 말인가?
당신들이 우상시하는 박근혜가 우리 국민들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알고 있는가?
경찰은 불법적인 폭력을 단 한건도 용납하지 마라. 단 한번이라도 우리 유가족 엄마들이나 활동가들이 불법적인 폭력에 당한다면 경찰들이 전부 책임져야 할것이다. 나 같이 못난 위원장 믿고 광화문 세월호 광장에 아이들 억울함을 알리려고 나오신 분들이다. 제발 우리를 보호하라. 저들을 보호하지 말고. (장훈 4.16연대 공동대표/준형이 아빠)
장훈 4.16연대 공동대표는 전날 페이스북에 ‘유가족과 활동가들, 봉사자들을 괴롭히지 말아 달라’며 경찰에게 ‘우리를 보호해달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태극기와 극우라는 완장이 있다고 해도 인간을 조롱하고 멸시하며 폭력을 휘두르는 행위는 법적으로 처벌받아야 마땅한 증오 범죄입니다. 이날 현장에서 목격한 모습 만으로도 경찰의 수사와 보호가 시급해 보였습니다.
촛불행진에 극우 지지자 난입 ‘아찔한 순간’
촛불문화제가 끝난 뒤 유가족과 참가자들은 촛불을 들고 거리를 행진했습니다. 행진이 시작되고 불과 몇 분 뒤 다급한 목소리로 ‘경찰’을 애타게 외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극우 지지자 남성 한 명이 촛불행진을 향해 난입했고, 다행히 참가자들과 경찰의 제지로 안쪽까지는 들어오지 못했습니다.
이날 촛불행진에는 주말을 맞아 부모의 손을 잡고 나온 아이들이 많았습니다. 특히 유모차를 타고 온 아기들도 있었습니다. 만약 촛불행진 안쪽까지 들어왔다면 그 과정에서 아이들이 다칠 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촛불행진 바깥쪽 차선은 교통이 통제되지 않았기에 극우 지지자로 아수라장이 됐다면 더 큰 참사가 벌어질 수도 있는 아찔한 순간이었습니다.
언제까지 극우 지지자의 폭력을 묵과할 것인가?
집회 현장에 나가면 극우 지지자들의 폭언과 폭력을 매번 목격합니다. 이들은 과격한 행동과 충돌을 연출하기 위해 주변을 맴돌며 고의적으로 시비를 겁니다. 특히 생방송을 하는 극우 유튜버들이 많아지면서 클릭이나 후원을 위해 자극적인 장면을 연출하기도 합니다.
극우 지지자들은 세월호 유가족이나 진보 집회 참가자들과 싸우는 것을 자신의 애국을 증명하는 길이자 훈장처럼 여깁니다. 마치 서북청년단의 ‘빨갱이 처단’과도 같은 모습으로 광기마저 느낍니다.
문제는 경찰이 집회 도중 벌어지는 극우 지지자의 폭력과 폭언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이날 집회 도중 폭언과 폭력을 휘둘렀던 극우 남성은 경찰에게 체포되지도 않은 탓에 또다시 촛불행진에 뛰어들 수 있었습니다. 이 남성이 큰 사고를 유발할 수도 있었음에도 경찰은 강력하게 제지하지 않았고, 촛불행진을 향한 조롱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이날 촬영한 영상을 보면 극우 지지자 남성이 자유한국당 해체 손피켓을 든 여성의 눈을 찌르려고 했고, 여성의 얼굴에는 위협을 느낀 표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단호한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기에 집회 현장에서 극우 지지자들은 계속해서 자신들의 세를 과시하고 폭언과 폭력을 휘두를 수 있는 것입니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런 극우 지지자들의 만행을 계속 봐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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