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19.05.08 08:18 수정 2019.05.08 10:22
'똑경제'는 똑똑한 경제필진 4명과 함께 매주 수요일 찾아가는 똑똑한 경제 이야기입니다.[편집자말] |
독립운동가로 청년운동에 앞장 선 도산 안창호 선생이 한 말이다. 한 나라에 청년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잘 표현한 문장이다. 100년 전 이 땅의 청년들 미래는 그야말로 암울했다. 무능한 봉건 왕조는 몰락했고, 그 자리를 일본 제국주의 총독부가 차지했다. 독립과 생존을 위해 수많은 청년들은 미국, 중국, 유럽 등으로 떠났다.
인기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이 이를 잘 보여주었다. 조국에서 부강한 나라의 주역이 되어야 할 청년들에게 당시 한반도는 지옥의 땅이었다. 제국주의 식민지, 패권국가의 점령과 분단, 전쟁과 독재,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지독한 가난이라는 지옥과 같은 시기를 헤쳐오면서 기적을 만들어갔다.
그 중심에 청년들이 있었다. 먼저 산업화의 역군인 청년들은 해외에서, 즉 독일 막장인 탄광과 병원, 베트남 전쟁터, 사우디아라비아의 모래 터, 그리고 이라크 및 리비아의 더운 공사장에서 젊음을 바쳤다. 대한민국은 반만년 역사상 처음으로 경제 10대 강국으로까지 도약했다. 또 다른 민주화의 전사인 청년들은 독재에 맞서 4.19 혁명, 80년 광주 민주화 항쟁, 87년 6월 민주화 운동을 거쳐 2017년 평화적인 촛불혁명을 이끌었다. 아시아에서 최고 수준의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부상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지금 경제 10대 강국이자 아시아 최고 자유민주주의 나라의 청년들 미래가 암울하고 불투명해졌다. 나라가 위기로 가는 가장 큰 징조라고 볼 수 있다. 몇 해 전부터 이 땅의 청년들을 설명하는 '삼포(연애ㆍ결혼ㆍ출산 포기) 세대'라는 용어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이같은 암울한 청년 현실의 핵심 문제는 바로 청년 실업에 있다. 독일의 칼 마르크스도 "노동은 자기실현의 최고 수단"이라고 갈파하지 않았던가? 잿더미 속에서도 날아오른 불사조 같은 대한민국 청년들이 어떻게 이 지경으로까지 되었는가.
청년실업의 문제는 무엇보다도 기득권, 기성세대의 무책임, 무능력과 탐욕으로부터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웃나라 일본, 유럽의 독일 등 여러 나라에선 청년들의 일자리가 남아돌 정도다. 하지만 한국은 최악의 청년실업률을 보이고 있다. 이는 국가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신 OECD 통계에 따르면 청년실업률이 일본의 경우 3.7%로 세계에서 가장 낮고, 이어 독일이 6.5%로 세 번째 낮은 나라이고, 한국은 10.5%로 OECD 국가에서 중간에 해당된 수치다. 하지만 한국의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3월 청년체감실업률은 25.1%를 기록하며 통계발표 이후 최고치 기록을 갱신했다.
그럼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나라 중 하나인 독일은 어떻게 청년 완전고용의 나라가 되었을까?
이를 파악하기 위해 지난 3월 초 청와대 정책기획위원회 위원들 일부와 독일 정부, 대표 기업, 노조, 기업인 대표 단체, 정당, 시민사회 등을 방문했다. 왜냐하면 '현장이 답이 있다'는 원칙에 충실해 한국형 모델을 탐색하기 위함이다.
그 결과 청년일자리를 두고 독일과 한국은 크게 세 가지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정치리더십, 기업, 사회적 연대의 차이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7년 7월 5일 오후(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연방총리실 청사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함께 만찬 회담을 마치고 나오다 환영나온 한국 교민들을 보고 메르켈 총리와 함께 교민들을 향해가고 있다. ⓒ 연합뉴스
먼저 정치리더십, 즉 최고 권력자인 한국의 대통령과 독일의 총리 리더십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국가 그랜드플랜을 세워 부강한 나라 만들기에 앞장서고 있었다. '인더스트리(Industrie) 4.0', 4차 산업혁명을 말한다. 독일은 2011년부터 산업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혁신과 창조를 실천하고 있었고 그 중심에 메르켈 총리가 있다. 반면 당시 한국은 글로벌 트렌드와 동 떨어진 토건산업(4대강)이나 역사 퇴행의 구 냉전 사고에 머물러 있었다.
둘째, 청년에 대한 인식과 투자에서 독일 기업과 한국 기업은 큰 차이를 보였다. 올 1월 초 이낙연 국무총리가 한국의 최고기업 삼성전자를 방문했다. 이날 이재용 부회장은 "소프트웨어 인력이 굉장히 중요한데 우리나라는 너무 부족한 상황"이라면서 "인력 양성에 정부가 관심을 가져달라"고 요청했다. 반면에 독일의 최고기업인 지멘스는 1년에 약 5억 유로(약 6750억 원)을 투자해 기업 스스로 미래 산업역군을 양성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사회공헌의 기부금 총액이 3000억 원 정도다. 지멘스의 절반 밖에 안 되는 금액이다.
셋째, 청년 일자리를 위해 독일은 사회적 연대, 즉 코포라티즘(Korporatisumus)이 살아있고, 한국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대표적으로 독일은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기 위해 범국가 기구로 '인더스트리 4.0 플랫폼'을 설립해 운영한다. 여기엔 연방정부인 경제부 및 교육연구부 장관뿐 아니라 지멘스, 도이치 텔레컴, 보쉬, BMW 등 독일 주요기업, 프라운호퍼 연구소, 그리고 노조 대표가 참여한다. 노사민정의 연대와 협업이 잘 진행되고 있다.
독일은 어떻게?
그렇다면 독일은 청년 완전고용의 나라가 되기까지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들을 펼치고 있을까. 크게 네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먼저 메르켈 총리는 '유럽의 창업국가'를 내걸고 창업에 적극적이다. 대표적으로 청년이 일정 자격을 갖추면 창업지원금 뿐 아니라 2~3년 치 월급을 아무 조건 없이 투자한다. 청년들이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기 위함이다. 한국 정부는 공시족을 양산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둘째, 기업 역시 창업에 적극적이다. 필자의 친구인 균터 팔틴 회장은 교수로서 창업에 성공했다. 이후 그는 자신의 전 재산을 자신이 설립한 '기업가 재단'에 기부했다. 창업기업인을 양성하면서 유럽의 창업 대부가 될 정도다. 이후 그는 독일 기업인들과 베를린에 창업센타인 '팩토리(factory)'를 설립했다. 현재 약 2600개 창업팀과 글로벌 및 최고기업들이 투자 참여해 창업공동체를 운영한다. 이를 통해 창업성공 확률이 높을 뿐 아니라 청년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기업 내부에 '스핀 오프', 즉 사내 창업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셋째, 약 360개 분야에 지멘스, 벤츠 등 수많은 대기업 및 히든 챔피언들이 '인재 사관학교'를 운영한다. 기업들이 인재 양성에 적극 투자해 1년에 약 50만 명을 흡수하고 있을 정도다. 독일 산업 강국의 역군인 '마이스터'를 키워내고 있는 것이다. 대기업들이 인재양성과 동반성장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넷째, '미래 프로젝트'를 통해 좋은 일자리 및 청년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고 있다. 대표적으로 '인더스트리 4.0 플랫폼'이 전국에 운영하는 랩(연구소) 30개를 들 수 있다. 대기업, 중소기업, 벤처기업이 연합해 신제품과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는 미래 산업의 중심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청년들이 마다할 이유가 없다.
결론적으로 독일은 '혁신'이라는 단어를 입에 달고 살 정도였다. 정치 리더(총리 및 정부), 기업가정신, 사회적 시장경제 시스템이 3위 일체가 되어서 일치단결하는 나라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청년의 미래가 암울하면 나라의 미래가 어두울 수밖에 없다. 한국 청년들이 "청년구직활동지원금 얼마보다는 좋은 일자리를 달라"는 외침을 외면해서는 안된다. 청년일자리 비서관을 하나 만들어 생색내기 정치 쇼는 그만하길 바란다. 해법은 하나다. 대통령이 나서 '한반도 평화의 번영을 시대'에 올인 하듯이, 청년일자리 해결에 올인 하길 바란다. 총리에게 전권을 맡기는 방안도 있다. 독일에서 얻는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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