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영 전 장관 “천안함 첫 보고는 좌초, 이후 어뢰로”[항소심] “MB에도 보고, 어뢰피격 나도 미심쩍어…최원일 함장 울면서 어뢰라 확신해, 판단수정”
(미디어오늘 / 조현호 기자 / 2019-05-16)
김태영 전 국방부장관이 천안함 침몰사건 직후 처음엔 자신도 어뢰피격이라는 주장을 미심쩍어 했고, 최초 보고는 좌초였고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도 보고했다고 증언했다. 김 전 장관은 최원일 천안함장을 만나 물었더니 울면서 어뢰피격이라고 해 그 때부터 어뢰라고 확인(판단)했다고 밝혔다. 처음엔 북한 공격이라고 생각지 않았다고 했다.
김 전 장관은 16일 오후 서울고법 형사5부(재판장 김형두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신상철 전 민군합동조사위원의 천안함 관련 명예훼손 사건 항소심 공판에 출석해 이같이 최초 증언했다.
김 전 장관은 “해군이 정확한 원인을 몰라, 저한테 애매하게 보고됐다. (좌초라고) 대통령께도 말씀드려서 ‘이거를 북한의 행동이라고 어떻게 확인할 수도 없는 것 아닙니까’(했더니 이명박 전 대통령이) ‘정확하게 처음부터 객관적으로 조사하라’고 말씀 주셨고, 그래서 조사했다”고 설명했다.
김 전 장관은 “그것을(어뢰라는 것을) 저도 미심쩍어 함장을 만나 물은 적도 있다. 그랬더니 함장이 막 울면서 ‘자기가 볼 때 분명한 어뢰 피격’이라고 했다. 그때부터 (어뢰라고) 확인했지만, 모든 가능성 열어놓고 했다”고 답했다. 그는 처음부터 북한 공격을 정해놓고 조사한 건 전혀 아니라고 설명했다.
구체적 보고내용을 묻자 김 전 장관은 “깜깜한 밤중에 일어난 일을 어떻게 자세히 보고 했겠느냐”며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았다.
김 전 장관이 최초 좌초로 보고 받은 사실을 직접 언급한 건 처음이다. 합조단 보고서에 의하면 김광보 중위(포술장)가 21시28분 2함대 상황실에 좌초라고 휴대전화로 보고했다. 이 보고가 대통령까지 올라갔다는 간접증언(청와대 행정관 저서 등)만 있었고 장관이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하고 논의한 사실은 처음 확인됐다.
다만 김 전 장관은 이후 북한 어뢰 피격으로 민군 합동조사단 결론이 났다며 “그 주변에 좌초시킬 만한 해저구조물이 없다”고도 설명했다.
이날 재판에서 TOD 영상이 다 공개됐는지도 쟁점이 됐다. 김 전 장관이 사고다음날인 2010년 3월27일 백령도에서 망원경으로 해상을 보는 사진에 등장하는 작전상황도 질문이 이어졌다. 작전상황도에 표시된 6곳이 TOD 영상을 촬영한 곳이 아니냐는 변호인 신문에 김 전 장관은 “해안에 국방예산이 충분치 않아 전부 다 배치되지는 않는다. 여기(백령도)는 어떤지 모른다”고 했다.
천안함 반파 순간 영상이 있는데 비공개한 것 아니냐고 묻자 김 전 장관은 “그게 없다. (TOD 초병이) 지켜보고 있지 않는한 모른다. 그래서 폭발순간 자체는 영상에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명박 ‘내가 배만들어봐서 아는데…’ 발언 어떻게 나왔나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10년 4월1일 “내가 배 만들어봐 아는데.. 북 개입 증거 없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점검하고 있지만 북한이 개입됐다고 볼 만한 증거는 아직 없다”고 발언했다는 한겨레신문(4월2일자) 보도의 진위도 관심을 받았다.
김 전 장관은 “(이 전 대통령 발언이) 기억은 안 나지만, (그때까지) 북한 개입증거를 밝히지 못해 그런 말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통령이 그런 판단을 한 근거를 묻자 김 전 장관은 “(이 전 대통령이) 여러 사람 얘기 들었다”며 “열흘동안 그럴 가능성 있다고 얘기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 김태영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 2010년 11월29일 국회예결위 전체회의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답변이 어뢰로 기운다’ VIP메모의 진실
김 전 장관이 VIP 메모를 보는 장면이 촬영된 노컷뉴스 사진의 진위도 쟁점이었다. 메모엔 “답변이 ‘어뢰’쪽으로 기우는 것 같은.. (기자들도 그런식으로 기사쓰고)..”라고 적혀 있었다. 김 전 장관은 “내가 어뢰일 것 같다고 얘기한 것 같다. 정확치는 않다. 대통령은 북한 어뢰로 고정하는 것으로 나갈까 염려해서 (메모가) 나간 것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명박 대통령에게 ‘북한 소행’으로 보고하거나 주장하면서 설득했느냐는 신문에 김 전 장관은 ”20일 발표할 때까지 (분석을 통해) 밝혀진 것이지, 제가 주장하고 설득해서 만들었다는 건 극히 잘못된 생각“이라고 했다.
김 전 장관은 천안함 함수가 반파 이후 즉시 가라앉지 않고 16시간22분간 떠 있었다는 사실을 보고받아 알고 있었느냐는 신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떠 있는 사실을 발표하지 않은 이유를 두고 김 전 장관은 “기억을 못하겠다”면서도 “일부러 발표 안했다는 주장은 언어도단이다. 배가 뒤집혔는지 말 못할 이유가 뭐가 있냐”고 말했다.
러시아 조사단 보고서 내용이 조작?
김 전 장관은 러시아 조사단이 ‘천안함 침몰을 북한 소행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결론을 내린 걸 인정하지 않았다. 김 전 장관은 ”적국이라 기술적으로 너무많이 오픈하는 것은 그렇지만 정확히 설명해줬고, 돌아가서 조사단이나 러시아측이 아무런 행동을 안했다“며 ”그런데 미국 누구를 통해서 그런 말이 나왔다. 나는 조작이 아닌가 싶다. 러시아 조사단이 조사한 것은 없다”고 했다.
그러나 안수명 박사(전 안테크 대표)가 미 해군에게 정보소송으로 입수한 토마스 에클스의 이메일에서 러시아조사단 보고서 내용이 2014년 공개됐다. 그런데도 김 전 장관은 “이 자체가 만들어진 거짓말이라고 생각한다”며 “러시아가 발표하기를 희망했는데, 발표한적 없다. 조작돼서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엔 안보리 결의문에서 북한이라는 주체가 빠진 채 발표된 이유를 두고 김 전 장관은 “중국이 강력하게 반대했고, 참여연대 등 천안함 조작을 생각하는 많은 분들이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며 “우리 정부가 바르게 하는 것을 모함하는 세력 때문에 저런 꼴 났다”고 비난했다.
중국에 국제조사단 합류 요청을 안한 이유에 김 전 장관은 “참여요청을 하지 않았다”며 “중국은 (북한을) 감쌌기에 정확한 조사가 안됐을 것”이라고 했다. 북한의 공동조사 제안에 응하지 않은 이유에 김 전 장관은 “북한이 공동조사 했으면 보나마나 절대 아니라고 했을 것”이라며 “친북 분들이 덩달아 난리칠 것이라 북한 공동조사를 수용하기 곤란했으리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스웨덴 조사팀장 에그니 위드홀름이 정부가 발간한 조사결과보고서 서명란에 ‘한국합동조사단에 조력한 자신들이 관여한 부분에만 동의한다’고 쓴 것에 김 전 장관은 “스웨덴은 소수가 왔기에 자신들이 관여한 부분은 동의했고, 조사 안한 부분은 동의하지 않는다는 뜻이지 전체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피고인 처벌을 원하느냐는 재판장 질의에 김 전 장관은 “그렇다”며 “저는 개인적 감정은 없지만, 정부가 민군합동으로 외국인을 지원받아 조사해 과학적이고 객관적으로 조사했는데도 비과학적, 소설적 상상력을 발휘해 군 지휘자를 비방한 것에 분노한다”고 주장했다. 김 전 장관은 “개인적으로는 그럴(의혹제기할) 수 있다고 보지만, 정부가 바르게 하려는 노력을 비난하는 행위는 국론을 분열시키기에 심각하게 받아들여 철저히 처벌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2010년 3월27일 오전 서해상에서 전날 발생한 해군 초계함 천안함 침몰사건의 대책 논의를 위해 안보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있다. 김태영(오른쪽) 장관도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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