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진맥진한 새들 앞 도사린 포식자와 투명 방음벽의 위험
» 이동 중인 큰유리새가 나뭇가지에서 피곤한 기색으로 쉬고 있다.
» 영문도 모른 채 유리 방음벽에 부딪혀 죽은 소쩍새.
매서운 겨울은 새들을 움츠리게 할 것 같지만, 몸을 건강하게 만들 가장 좋은 계절이다. 추운 겨울을 잘 견디면 다음 세대를 이어갈 수 있는 확률이 커진다. 겨울나기는 종의 번성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
겨울을 잘 난 철새는 번식을 위해 이동에 나선다. 수천㎞의 목숨을 건 여정이다. 남보다 먼저 좋은 번식장소를 확보해야 짝을 얻을 수 있다.
» 먼 비행을 마친 유리딱새가 땅에서 쉬고 있다. 깃털도 매끈하지 못하고 거칠다. 내일이면 회복될 것이다.
장거리 이동 과정에서 예측할 수 없는 환경변화와 체력고갈로 위험한 상황을 맞이하게 되고 죽기도 한다. 새들의 선대가 그랬듯이 힘겨운 여정을 반복한다.
» 이동 중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도로에서 먹이를 찾는 작은 도요새.
특히 작은 새가 머나먼 거리를 이동하는 것은 더욱 경이로워 보인다. 태평양에서부터 시베리아까지 드넓은 대양을 건너는 도요새는 300g의 몸무게로 하는 작은 날갯짓으로 무려 1만㎞ 이상을 넘나든다.
» 동남아에서 온 황금새도 피곤한 모습이 역력하다.
» 먼 거리를 날아왔는지 딱새가 몸을 가누지 못하고 땅에서 쉬고 있다.
도요새는 이동 중 3~5월께 우리나라 해안 갯벌에 들러 일주일 정도 머물다 간다. 시베리아나 알래스카에서 번식을 마친 뒤에는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의 월동지로 이동하기 위하여 8~10월 다시 우리나라를 통과한다. 큰뒷부리도요 등 일부 도요는 알래스카에서 호주까지 쉬지 않고 단번에 비행하기도 한다. 황금새도 호주나 알래스카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 이동하는 새들에게 거대한 유리 방음벽은 죽음의 장벽이다. 최근 주민의 요구에 따라 대부분의 방음벽이 투명한 유리를 쓰고 있다.
봄이 되어 번식지로 날아가는 새들에게는 5000~1만㎞가 기본적인 비행 거리이다. 가을에는 그 길을 따라 새끼들이 어미와 함께 이동하며 자연스럽게 이동 길목을 배운다. 중간 기착지를 이용하는 새들은 지정석처럼 단골 쉼터까지 둔다. 그때 그 장소에 가면 늘 만났던 새를 만날 수 있다.
» 투명 방음벽에 부닥쳐 죽은 새를 까치가 먹고 있다.
기진맥진하여 날개를 늘어뜨리고 움직일 수조차 없는 몸으로 휴식을 취하는 새를 보면 안쓰럽다. 진정한 삶을 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산다는 건 자신과의 싸움이고, 그래서 아름다운지도 모른다. 자기 몸조차 가누기 힘든 새들은 천적에게 잡아먹히거나 체력이 고갈되어 목숨을 잃기도 한다.
» 방음벽에 부딪혀 괴로워하는 제비. 살 가망이 없어 보인다.
» 몸을 가누지 못하는 새를 족제비가 사냥한다.
이동 시기에 힘든 길을 이겨내면 또 다른 적과 마주하게 된다. 유리창이나 방음벽이다. 영문도 모른 채 부딪혀 죽는다. 그야말로 새들에게는 죽음의 벽이다.
천적인 족제비, 길고양이, 까치는 유리 벽에 부딪혀 정신이 없거나, 이동 중에 기운이 빠져 스스로 몸을 가누지 못하는 새를 냉큼 잡아먹는다. 먼 거리를 이동하는 새들에게는 여기저기 깔린 위험과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
» 경기도 장기동의 투명 방음벽은 길 건너 야산과 이어져 있어 이동하는 새들의 충돌사고가 빈발한다.
» 방음벽에 부딪혀 죽은 소쩍새와 흰배지빠귀.
» 투명 방음벽은 죽음의 덫이다. 충돌해 죽은 큰유리새와 쇠밭종다리.
아름다운 새소리는 자연이 살아있다는 징표이다. 우리가 자연환경에 엄청난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어렵게 찾아오는 새들의 쉼터를 무심코 훼손해서는 곤란하다.
» 충돌사고로 죽은 숲새(시민 제보).
» 새들은 방음벽 너머로 날기보다는 본능적으로 창틀 사이의 ‘빈 공간’으로 날려 한다. 그쪽이 에너지가 덜 들고 천적의 눈에 덜 띄기 때문이다.
» 방음 유리창에 충돌해 죽은 큰유리새 암컷. 입에서 흘러나온 체액이 미처 마르지도 않았다.
오늘도 목숨을 건 새들의 위대한 비행은 계속된다. 우리 곁에 있는 동물들은 우리의 진정한 이웃이다. 현재 가장 시급한 문제는 죽음의 문턱을 넘나드는 새들에게 죽음의 덫인 유리 방음벽이다.
전국적으로 전수 조사를 하여 방음벽을 설치할 때 새들의 충돌을 막을 조처를 하도록 해야 한다. 건물 표면의 유리벽과 유리창에 대해서도 충돌을 줄일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글·사진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겨레 환경생태 웹진 ‘물바람숲’ 필자. 촬영 디렉터 이경희, 김응성
» 이동 중인 큰유리새가 나뭇가지에서 피곤한 기색으로 쉬고 있다.
» 영문도 모른 채 유리 방음벽에 부딪혀 죽은 소쩍새.
매서운 겨울은 새들을 움츠리게 할 것 같지만, 몸을 건강하게 만들 가장 좋은 계절이다. 추운 겨울을 잘 견디면 다음 세대를 이어갈 수 있는 확률이 커진다. 겨울나기는 종의 번성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
겨울을 잘 난 철새는 번식을 위해 이동에 나선다. 수천㎞의 목숨을 건 여정이다. 남보다 먼저 좋은 번식장소를 확보해야 짝을 얻을 수 있다.
» 먼 비행을 마친 유리딱새가 땅에서 쉬고 있다. 깃털도 매끈하지 못하고 거칠다. 내일이면 회복될 것이다.
장거리 이동 과정에서 예측할 수 없는 환경변화와 체력고갈로 위험한 상황을 맞이하게 되고 죽기도 한다. 새들의 선대가 그랬듯이 힘겨운 여정을 반복한다.
» 이동 중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도로에서 먹이를 찾는 작은 도요새.
특히 작은 새가 머나먼 거리를 이동하는 것은 더욱 경이로워 보인다. 태평양에서부터 시베리아까지 드넓은 대양을 건너는 도요새는 300g의 몸무게로 하는 작은 날갯짓으로 무려 1만㎞ 이상을 넘나든다.
» 동남아에서 온 황금새도 피곤한 모습이 역력하다.
» 먼 거리를 날아왔는지 딱새가 몸을 가누지 못하고 땅에서 쉬고 있다.
도요새는 이동 중 3~5월께 우리나라 해안 갯벌에 들러 일주일 정도 머물다 간다. 시베리아나 알래스카에서 번식을 마친 뒤에는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의 월동지로 이동하기 위하여 8~10월 다시 우리나라를 통과한다. 큰뒷부리도요 등 일부 도요는 알래스카에서 호주까지 쉬지 않고 단번에 비행하기도 한다. 황금새도 호주나 알래스카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 이동하는 새들에게 거대한 유리 방음벽은 죽음의 장벽이다. 최근 주민의 요구에 따라 대부분의 방음벽이 투명한 유리를 쓰고 있다.
봄이 되어 번식지로 날아가는 새들에게는 5000~1만㎞가 기본적인 비행 거리이다. 가을에는 그 길을 따라 새끼들이 어미와 함께 이동하며 자연스럽게 이동 길목을 배운다. 중간 기착지를 이용하는 새들은 지정석처럼 단골 쉼터까지 둔다. 그때 그 장소에 가면 늘 만났던 새를 만날 수 있다.
» 투명 방음벽에 부닥쳐 죽은 새를 까치가 먹고 있다.
기진맥진하여 날개를 늘어뜨리고 움직일 수조차 없는 몸으로 휴식을 취하는 새를 보면 안쓰럽다. 진정한 삶을 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산다는 건 자신과의 싸움이고, 그래서 아름다운지도 모른다. 자기 몸조차 가누기 힘든 새들은 천적에게 잡아먹히거나 체력이 고갈되어 목숨을 잃기도 한다.
» 방음벽에 부딪혀 괴로워하는 제비. 살 가망이 없어 보인다.
» 몸을 가누지 못하는 새를 족제비가 사냥한다.
이동 시기에 힘든 길을 이겨내면 또 다른 적과 마주하게 된다. 유리창이나 방음벽이다. 영문도 모른 채 부딪혀 죽는다. 그야말로 새들에게는 죽음의 벽이다.
천적인 족제비, 길고양이, 까치는 유리 벽에 부딪혀 정신이 없거나, 이동 중에 기운이 빠져 스스로 몸을 가누지 못하는 새를 냉큼 잡아먹는다. 먼 거리를 이동하는 새들에게는 여기저기 깔린 위험과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
» 경기도 장기동의 투명 방음벽은 길 건너 야산과 이어져 있어 이동하는 새들의 충돌사고가 빈발한다.
» 방음벽에 부딪혀 죽은 소쩍새와 흰배지빠귀.
» 투명 방음벽은 죽음의 덫이다. 충돌해 죽은 큰유리새와 쇠밭종다리.
아름다운 새소리는 자연이 살아있다는 징표이다. 우리가 자연환경에 엄청난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어렵게 찾아오는 새들의 쉼터를 무심코 훼손해서는 곤란하다.
» 충돌사고로 죽은 숲새(시민 제보).
» 새들은 방음벽 너머로 날기보다는 본능적으로 창틀 사이의 ‘빈 공간’으로 날려 한다. 그쪽이 에너지가 덜 들고 천적의 눈에 덜 띄기 때문이다.
» 방음 유리창에 충돌해 죽은 큰유리새 암컷. 입에서 흘러나온 체액이 미처 마르지도 않았다.
오늘도 목숨을 건 새들의 위대한 비행은 계속된다. 우리 곁에 있는 동물들은 우리의 진정한 이웃이다. 현재 가장 시급한 문제는 죽음의 문턱을 넘나드는 새들에게 죽음의 덫인 유리 방음벽이다.
전국적으로 전수 조사를 하여 방음벽을 설치할 때 새들의 충돌을 막을 조처를 하도록 해야 한다. 건물 표면의 유리벽과 유리창에 대해서도 충돌을 줄일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글·사진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겨레 환경생태 웹진 ‘물바람숲’ 필자. 촬영 디렉터 이경희, 김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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