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의역 3주기 추모문화제가 5월25일 2시에 구의역 앞에서 열렸다. 400명의 시민들이 모인 자리에 산재로 사망한 청년노동자의 가족들이 함께했다. 특성화고 졸업생이자 CJ에서 일하다가 죽은 故김동준의 어머니, 故이한빛 PD의 아버지, 제주현장실습생 故이민호의 아버지와 어머니, 삼성반도체에서 일하다가 산재를 당한 한혜경님과 어머니, 그리고 청년 건설노동자 김태규의 누나가 함께했다. 필자는 추모제 사회를 보며 가족들을 한 분한 분 소개해 드렸다. 가족들이 일어나서 추모제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할 때마다 참가자들이 눈물을 흘렸다.
많은 사람들이 청년노동자 산재사망이 일어날 때마다 죽음에 슬퍼하고 추모하며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반복되는 청년노동자들의 사망 소식을 보면서 2016년 5월28일 이후 3년이 지난 지금 과연 무엇이 바뀌었을까 의문이 든다. 구의역 스크린도어 참사가 일어난 지 3년이 지난 지금 무엇이 변했고, 무엇이 바뀌어야 하는지 짚어보고자 한다.
김군 동료들은 정규직이 됐지만
여전히 또 다른 외주화에 시달리고 있는 공공부문 노동자들
여전히 또 다른 외주화에 시달리고 있는 공공부문 노동자들
필자는 구의역 김군이 한국사회에 남기고 간 과제를 3가지로 정리한다. 첫 번째는 청년비정규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직고용) 문제이다. 두 번째는 특성화고 졸업생 노동자들의 현장실습 및 노동환경에 대한 문제이다. 세 번째는 위험의 외주화와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이다.
구의역 김군은 서울시의 대표 공공기관인 서울메트로의 하청업체 은성PSD 비정규직 노동자였다. 구의역 김군이 사망한 뒤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는 김군의 동료들을 무기계약직인 안전업무직을 거쳐 정규직으로 직고용 했다. 여전히 비정규직 출신들의 경력을 인정해주지 않는 차별은 존재하지만, 더 이상 하청 비정규직 신분은 아니다. 지하철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화는 서울 지하철뿐만 아니라 전국의 지하철에서 공통적으로 변한 부분이다.
하청비정규직 노동자가 본사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것은 고용의 안정성과 노동자의 안전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 외주화는 하나의 현장에서 노동자가 하나의 운영시스템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외주화된 회사 숫자만큼 여러 개의 운영시스템으로 움직이게 된다. 하청업체 직원들은 정보에서 소외되는 것이다. 직고용을 해서 하나의 시스템으로 움직일 수 있게 해야 안전을 지킬 수 있다. 더불어 직고용을 해야 노동자들 간의 동료의식이 생길 수 있다. 구의역 김군 사고 이후 장례식장에서 같은 하청업체 직원을 제외하고, 지하철 정규직 노동자들의 얼굴을 보기 어려웠다. 이는 하나의 현장이지만 회사가 달랐기 때문에 동료의식을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2017년 5월 문재인 대통령은 당선이 된 직후 인천공사를 찾아갔다. 거기에서 문 대통령은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이야기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 이후 공공기관과 민간에서 모두 경쟁을 하듯이 정규직화를 선언했다. 대통령의 발언은 IMF이후 20년간 지속된 ‘민영화와 외주화는 끝났다’는 상징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2년이 지난 지금 공공부문에서 정부가 말한 정규직은 대부분 또 하나의 외주, 자회사로 되고 있다. 자회사는 노동자들이 하나의 시스템으로 움직이게 하지 못한다는 지점에서 안전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방식이다.
차별 없고 안전한 사회 만들려는 특성화고 졸업생들
구의역 김군은 특성화고 졸업생 출신 노동자였다. 은성PSD가 저임금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2014년 하반기 특성화고 학생들을 대거 고용할 때, 친구들과 함께 현장실습생으로 스크린도어 수리 업무를 시작했다.
‘구의역 김군’의 후배들은 김군 사망 직후 구의역스크린도어 9-4승강장 앞 포스트잇에 “선배의 죽음의 남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적었다. 그 김군이 후배들이 2017년 7월 구의역에 모여 특성화고등학생권리연합회를 창립하면서 ‘제2의 김군’이 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다음 해인 2018년 5월에는 특성화고졸업생노동조합이 설립되면서 한국사회에서 한 번도 주목받지 못했던 집단인 특성화고 출신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2017년 11월 현장실습생 故이민호의 죽음 진실을 밝히는 과정에서 특성화고 현장실습 문제가 한국사회에 많이 알려졌다. 제주라바를 만드는 생수업체 제이크레이션은 값싼 노동력을 얻고자 2017년 8월 물이 많이 팔리는 여름 성수기에 현장실습생을 대거 고용했다. 하루빨리 돈을 벌고 싶었던 현장실습생 故이민호는 안전설비는 뒤로한 채 값싼 노동력을 얻고자 했던 사장의 욕심에 삶을 마감했다. 이 사건이 사회에 알려지자 정부는 현장실습 폐지를 들고 나오면서, 특성화고 졸업생들의 노동안전 문제에 대해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당사자들이 변화의 주체로 나서면서 한국사회에서 특성화고 졸업생들의 노동안전 문제, 현장에서 고졸출신 노동자들의 차별을 당연한 것이 아니라 바꿔야 할 과제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많은 회사에서 고졸 출신들의 승진차별을 당연하다고 여긴다. 이를 명문화한 공공기관도 있다. 그러나 특성화고 졸업생들은 학력이 아닌 실력으로 평가받고 싶다고 창립선언문에 이야기했다. 2019년 4월 건설현장에서 사망한 故김태규와 같은 20대의 특성화고 출신 노동자들의 노동안전 문제, 학력으로 인한 차별을 그만 받고 싶다는 특성화고 출신 노동자의 외침에 대해 이제는 한국사회가 무엇이든 화답을 해야 할 시기가 아닌가 생각된다.
줄어들지 않는 산재 사망사고
외주화가 노동자를 죽이는 근본적 원인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인식한 사건이 ‘구의역 김군’ 사고였다. 기업이 노동안전 비용과 산업재해 이후의 책임을 지고 싶지 않아서 안전업무를 외주화 시킨 결과가 김군의 죽음이었다. 산재사망 90%가 외주화된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들이다. 노동자들이 ‘구의역 김군’ 이후 지속적으로 안전업무 위험의 외주화의 문제점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산재사망사고가 줄어들지 않았다.
2018년 11월 서부발전 하청업체 한국발전기술 노동자인 ‘김용균’이 사망했다. 김용균 어머니의 헌신적인 노력과 노동자들의 싸움, 시민사회의 연대로 28년 만에 산업안전보건법, 이른바 ‘김용균법’이 통과됐다. ‘김용균법’은 산업안전에 있어서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고, 그동안 법으로 보호받지 못한 특수고용노동자, 라이더 노동자의 안전을 보장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시행령에 있어서 정부가 후퇴한 안을 들고 나와서 논란이 있지만 한국사회의 노동안전에서 진일보한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문재인 정부가 2017년 집권 이후 2020년까지 산재사망자를 절반으로 줄인다는 목표아래 여러 가지를 추진했지만, 고용노동부는 2018년 2142명이 산업재해로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2017년보다 산재사망으로 줄어든 인원이 없었다. 김용균법 통과와 더불어, 정부가 김용균 사망사고 이후 내린 공공기관에서 2인1조 지침 등이 산재사망사고에 영향을 미치길 바란다. 정부는 우선 입법취지보다 후퇴한 산안법 시행령 개정부터 해야 할 것이다.
구의역 김군이 이후 한국사회는 많은 것이 변했고, 또 여러 과제들이 남아있다. 김군의 죽음을 잊지 않고, 슬퍼만 하는 것이 아니라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져야 한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3주기인 지금이 절망적이지만은 않다. 한국사회에서 아침에 인사하고 저녁에 집에서 가족을 보지 못하는 일이 더 이상 없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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