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 압박을 위한 북한의 저강도 군사조치
입력 : 2019.05.04 15:08 수정 : 2019.05.04 16:04
북한이 4일 오전 단거리 발사체 수 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함으로써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미국과의 대치 국면의 긴장도를 높였다. 이번 발사는 지난 17일 북한 국방과학원이 진행한 신형 전술유도무기 사격시험에 이어 긴장의 수위를 한 단계 높인 것이다.
한·미 정보당국은 우선적으로 이 발사체가 무엇인지를 파악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발사체의 정체를 정확히 파악해야 의도를 분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발표에서 ‘불상의 단거리 발사체 수 발’이라고만 밝혔다. 비행거리가 70~200㎞에 이르기 때문에 신형 방사포를 발사한 것인지 단거리 미사일을 쏜 것인지 분명치 않다.
일단 북한이 ‘넘지 말아야할 선’을 넘은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모든 발사를 금지하고 있다. 만약 북한이 이날 발사한 것이 단거리 탄도미사일이라면 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에 해당한다. 하지만 안보리는 과거에도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에는 즉각적인 대응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따라서 북한의 이날 발사는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와 전면전을 선포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
북한이 이처럼 선을 넘지 않는 ‘저강도 군사 조치’를 취한 이유는 미국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는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보냄으로써 미국을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이 이에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시험하기 위한 행동인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하노이 북·미 회담 결렬 이후 북한에 대해 점점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북한의 ‘단계적 비핵화’ 요구에 대해 분명하게 거부 표시를 하고 ‘포괄적인 비핵화 약속’을 하지 않으면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뜻을 기회있을 때마다 강조하고 있다. 이에 대해 북한은 비핵화 의지에 변함이 없음을 강조하면서도 ‘미국이 현재의 셈법을 바꾸지 않는 한’ 타협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지난달 30일 “비핵화 협상이 실패할 경우 우리는 분명히 경로를 변경해야 할 것”이라며 “경로 변경은 미국만의 특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날 북한의 발사는 최 부상이 말한 경로변경 가능성을 행동으로 표현한 것이다.
북한은 지난해 미국과 대화를 시작하면서 ‘핵실험·미사일 발사 모라토리엄(유예)’을 선제적으로 약속한 바 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일시 중단함으로써 사실상의 ‘쌍중단’ 상태가 유지돼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 대화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일 수 있는 가장 큰 근거중 하나는 북한이 더 이상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미국에 대한 위협이 중단된 상태라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의 이날 발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느긋하게 버틸 수 있는 근거가 무너질 수도 있음을 경고하기 위한 의미가 포함돼 있다.
아직 북한이 핵·미사일 실험 중단 약속을 깬 것으로 간주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날 발사는 미국 내 대북 인식을 악화시키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불신을 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 위원장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누누히 강조해온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에 변화가 있을지 여부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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