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5.18과 미국 (2) 발포명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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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정보요원 출신 김용장 씨가 5.18 최초 발포 명령자로 전두환 씨를 지목해 논란이 뜨겁다.
김용장 씨는 “1980년 5월 당시 전두환이 K57 비행장에 와서 정호용 특전사령관과 이재우 505보안대장과 회의를 마치고 서울로 돌아간 이후, ‘발포와 사살행위’가 이뤄졌다”면서 “당시 전두환의 방문 목적은 사살 명령이었다”고 폭로했다.
1980년 5월 21일 오후 1시 광주 전남도청 앞 광장. 시민들을 향한 계엄군의 총구에서 일제히 불꽃이 일었다.
도청 앞에는 계엄군 11공수(최웅 준장) 61, 62, 63대대와 7공수(신우식 준장) 35대대가 대기중이었다.
갑작스러운 발포로 이날만 시민 54명이 현장에서 숨지고 500여명이 다쳤다.
이후 27일 새벽 계엄군이 도청을 유혈진압하고 광주 전역을 장악할 때까지 민간인 2800여명이 죽거나 실종됐다.
이처럼 발포도 있었고, 사망자도 생겼지만 ‘사살 명령’을 내린 자는 39년째 나타나지 않는다.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은 21일을 전후해 자위권을 발동됐을 뿐 발포 명령은 없었다고 주장한다.
주영복 당시 국방부 장관, 이희성 계엄사령관, 정도영 보안사 보안처장 등이 자위권 발동을 결정했고 계엄군은 이를 발포 명령으로 받아들였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지만, 최초 발포 명령자는 밝혀내지 못했다.
누가 발포를 명령했는가? 아무도 하지 않았다고 하니 질문을 바꿔보자.
누구에게 발포 명령 권한이 있는가? 그 권한은 군사작전지휘권을 가진 주한미군사령관에게 있다. 이제 발포 명령자를 찾는 일이 한결 수월해 졌다.
발포 명령을 한 자는 3명으로 압축된다. ①위컴 주한미군사령관이 직접 했거나, ②주한미군사령관에게 광주로 파견된 계엄군 20사단에 대한 지휘권을 양도받은 자이거나(이 경우에도 발포전 주한미군사령관의 승인은 필요하다), ③권한 없는 자가 현장에서 우발적으로 명령한 경우다.
이중 ③일 가능성은 없다. 왜냐하면 군 지휘권자의 명령없이 부대를 이동시키고 민간인에게 발포하는 행위는 그 자체로 군사반란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때는 12.12군사반란으로 계엄령이 선포된 상태. 계엄상태에서 또다른 반란이 일어날 리 만무하고 만약 일어났다 하더라도 사후에는 제압됐어야 한다. 그러나 39년이 지난 지금까지 계엄군의 반란을 제압했다는 소식은 없다.
그렇다면 ①위컴 사령관이거나 ②자위권을 발동하고 20사단의 광주 투입 승인을 요청한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이 발포 명령자다.
전두환이 비무장지대를 관할하던 한미연합사령부 소속 20사단 1만7천여명에 대한 지휘권한을 어느 수준까지 양도받았는지에 따라 위컴 사령관에게만 책임이 있는지 아니면 전두환과 위컴의 공동 책임인지가 가려진다.
작전지휘권은 작전통제권, 전투 편성, 임무 부여, 임무 수행에 필요한 지시 권한으로 분류된다. 이중 전두환이 위컴으로부터 부여받을 수 있는 권한은 고작 ‘임무 수행에 필요한 지시 권한’ 정도다.
전두환은 과연 임무(시위 진압) 수행에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지시(발포 명령) 권한을 행사했을까? 이 경우에도 민간인에게 발포하는 행위는 작전통제권에 해당하는 사항임으로 주한미군사령관의 승인을 반드시 득해야 한다.
이러나저러나 위컴 주한미군사령관은 발포 명령 책임을 면할 길은 없다. 반면 전두환은 위컴 사령관의 ‘민간인 사살’ 명령에 따라 임무를 수행한 것일 뿐이라고 한다면 정상이 참작될 수 있다. 재판 중인 전두환 피고인이 법정에서 어떻게 진술할 지 지켜볼 일이다.
1982년 3월 미국에 광주 학살의 책임을 물어 ‘부산 미문화원 방화 사건’이 발생했다. 이후 강원대학교 성조기 소각사건(1982년 4월), 대구 미 문화원 폭발사건(1983년 9월), 부산 미 문화원 투석사건(1985년 4월), 미대사관 방화 미수, 서울 미문화원 점거 사건(1985년 5월), 김세진 이재호 열사 분신(1986년 4월), 부산 미문화원 점거 사건(1986년 5월) 등 반미 투쟁에 불이 붙었다.
반미의 무풍지대였던 대한민국을 반미 열풍지대로 바꿔놓은 5.18광주. 그러나 39년이 지난 지금까지 ‘누가 쏘았는지?’, ‘왜 쏘았는지?’조차 밝히지 못한 현실은 군사작전통제권이 여전히 미군의 손에 있는 것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강호석 기자 sonkang11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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