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홍섭 2019. 05.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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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줄 탄력으로 힘 축적, 우주선 26배 가속도로 먹이 덮쳐
» 부채거미가 한껏 당긴 거미줄을 앞 두 쌍의 발로 쥐고 고정 줄과 고정줄 여유분을 뒷발로 움켜쥔 모습. 뒷발을 놓으면 새총의 총알처럼 몸이 튀어나간다. 새러 한 제공.
사람이 새총이나 활을 이용해 힘을 증폭하듯이 부채거미가 거미줄을 새총처럼 이용해 사냥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캥거루나 개구리가 근육의 한계를 넘어 점프할 수 있는 것은 힘줄의 탄력을 이용해 모은 힘을 한꺼번에 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 이외의 동물이 자신의 근육이 아닌 사물을 이용해 힘을 증폭하는 사례가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새러 한 미국 애크런대 박사과정생 등 이 대학 연구자들은 14일 미 국립학술원회보(PNAS)에 실린 논문에서 “부채거미의 일종(힙티오테스 카바투스)이 거미줄을 새총처럼 활용해 여러 차례 근육 수축으로 모은 힘으로 자신의 몸과 거미줄을 앞으로 쏘아 먹이를 포획한다”고 밝혔다.
이 거미는 부채 모양의 그물을 펼친 뒤 끄트머리에서 먹이가 그물에 걸리길 기다린다. 연구자들은 고속촬영으로 이 거미의 사냥 방법이 다른 거미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 거미는 앞의 다리 두 쌍으로 포획용 그물을 쥐고 맨 뒷다리는 배에서 나온 고정그물을 쥐고 있다. 몸은 두 그물을 잇는 다리 구실을 한다(그림 참조).
» 부채거미의 사냥 행동 분석. A. 앞과 뒷다리로 각각 고정용과 포획용 거미줄을 움켜쥔 부채거미. 거미는 두 거미줄을 잇는 다리 구실을 한다. B. 꽁무니에서 나온 고정 거미줄을 뒷다리로 쥐고 있다. C. 사냥용 거미줄을 쥔 앞다리. D, E. 끈끈이가 달린 사이 그물과 힘을 지탱하는 고정그물로 이뤄진 부채거미의 거미줄 얼개. F. 몸을 ‘발사’한 뒤 가속도(푸른 선)와 속도 그래프. 새러 한 제공.
거미는 마치 활시위나 새총을 당기듯이 앞다리로 그물을 당겨 힘을 모은다. 이때 고정그물의 일부는 둘둘 감아 보관한다. 연구자들은 “이런 상태로 먹이가 걸리기까지 여러 시간을 기다린다”고 밝혔다.
먹이가 그물에 걸리면 활시위를 놓듯 뒷다리로 움켜쥔 고정 줄을 놓고, 그 탄력으로 몸이 앞으로 튀어나간다. 감아두었던 고정 줄이 다 풀리면 거미는 급정지하고, 그 반동으로 끈끈한 거미줄이 튀어나가 먹이를 감싼다.
연구자들은 “이런 방식으로 부채거미는 체중이 7㎎이지만 실제로는 145㎎에서 나오는 힘을 낸다”고 밝혔다. 거미가 거미줄을 당겨 축적한 탄력을 이용해 튀어나갈 때 가속도는 773㎨로 우주왕복선이 발사될 때 최대 가속도의 26배에 이르렀다.
거미는 이런 ‘거미 총’을 먹이에 따라 여러 번 발사하기도 했다. 연구자들은 “그물을 먼 거리에서 내던지는 것이 먹이로부터 상처를 입을 위험을 줄여 준다”고 밝혔다.
» 활시위처럼 팽팽하게 당긴 거미줄을 쥔 부채거미 앞다리가 자연스럽게 굽어 있다. 여러 시간 이런 자세를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수수께끼다. 새러 한 제공.
실제로 연구실에서 그물 던지기를 하지 못하게 한 거미는 사냥에 전혀 성공하지 못했지만, 정상적인 거미는 72%의 사냥 성공률을 보였다. 연구자들은 “앞발을 구부린 상태에서 어떻게 팽팽한 거미줄을 장시간 붙들고 있으면서 지치지 않는지 밝히는 것은 앞으로의 연구과제”라고 밝혔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S. I. Han et al, External power amplification drives prey capture in a spider web, PNAS, www.pnas.org/cgi/doi/10.1073/pnas.1821419116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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