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훈 기자 qa@vop.co.kr
발행 2019-05-31 18:51:53
수정 2019-05-31 19: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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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사위는 대검찰청 산하 진상조사단으로부터 용산참사 조사 결과를 보고받고 심의한 결과를 31일 공개했다.
우선 진상조사단은 용산참사 발생 당시 화재의 위험이 매우 큰 상황에서 화재 발생에 대비한 준비가 매우 미흡했음에도 경찰이 진압 작전을 중단하지 않은 채 강행한 것은 경찰청 훈령인 ‘인권보호를 위한 경찰관 직무규칙’을 어겨 위법했다고 판단했다.
특히 진압작전 필요성 여부에 대해 진상조사단은 “철거민들은 고립된 상태에서 낮은 기온과 살수로 인한 추위와 배고픔 등으로 농성을 장기간 지속하는 것이 어려웠고, 일반시민이 통행하는 도로 쪽으로는 화염병이나 벽돌 등을 투척하지 않았으므로 긴급하게 진압작전을 개시해야 할 필요성이 없었다”고 봤다.
검찰 수사에 대해서도 진상조사단은 “무리한 진압을 결정하고 졸속으로 실행한 것은 당시 서울경찰청장 등 지휘부였으므로 사건 실체를 제대로 규명하기 위해서는 경찰지휘부에 대한 수사가 필요했지만 서면조사에 그쳤다”며 “검찰이 경찰 진압행위의 위법성 여부에 대해 적극적으로 수사하려는 의지가 없거나 부족했다고 보인다”는 결론을 내렸다.
또 “용역업체 직원들의 불법행위 및 이에 대한 경찰의 묵인과 방조는 수사 초기 확보된 동영상 자료에서도 쉽게 확인이 가능하다”며 “용역업체 직원의 살수(撒水) 및 방화 행위에 대해 묵인·방조한 경찰의 위법행위(직무유기 혐의)에 대해서는 전혀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과거사위는 철거민들의 특수공무집행방해치사 혐의와 경찰관의 업무상과실치사 혐의에 대한 수사를 균형있게 다루지 못한 점 등을 언급하며, “수사 과정과 결과는 공정하고 정의로워야 하며, 피의자 뿐 아니라 국민에게서 그렇다고 평가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기본적인 의무가 있다. 그러나 거리로 내쫓긴 철거민들이 요구하는 ‘정의로움’을 충족하기엔 부족했다고 판단된다”고 총평했다.
그러나 과거사위는 “이 사건 수사가 사건의 진상을 은폐하거나 왜곡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심의해 ‘사건의 실체 규명을 위한 수사 의지가 부족했다’는 진상조사단 결론과 온도차를 보였다. 물리적으로 철거민들이 일으킨 화재와 경찰의 무리한 진압 중 무엇에 초점을 맞추느냐에 따라 이 사건의 본질이 달라진다는 점에서 ‘은폐나 왜곡은 아니’라는 과거사위 심의 결과는 다소 의아한 대목이다.
청와대 등 개입 의심…수사상 잘못으로 실체 확인 못 해
당시 검찰 수사에 청와대 등 권력기관이 개입됐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진상조사단은 청와대 행정관이 경찰청 홍보담당관에게 ‘용산 사건으로 인한 촛불시위 차단을 위해 강호순 연쇄살인 사건을 적극 활용하라’는 취지의 이메일을 보낸 점, 경찰청 대응문건에 ‘민정2비서관’이라고 적힌 부분이 있는 점 등에 비춰 진상조사단은 “검찰 수사에 청와대 등이 개입했을 것으로 의심되는 상당한 개연성이 있다”고 봤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외압의 실체를 확인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서는 “김석기 서울경찰청장의 휴대전화에 대한 통신사실확인자료가 누락돼 김 청장에게 수신된 통화기록이 확보되지 못한 수사 과정의 잘못에 그 원인이 있다”고 판단했다.
유족 동의 없는 시신 부검, 수사기록 열람·등사 등도 문제…검찰 공식 사과 권고
진상조사단은 과거 검찰이 사망자들의 시신을 유족 동의 없이 긴급부검하도록 구두 지휘한 점, 철거민들의 재판에서 변호인들의 수사기록 열람·등사를 거부한 점 등도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과거사위는 검찰이 유족들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할 것을 권고했다.
이와 함께 수사기록 열람·등사에 관한 교육 및 제도 개선, 긴급부검 지휘에 대한 검찰 내부의 구체적 판단 지침 마련, 검사의 구두 지휘에 대한 서면 기록 의무화 등도 권고됐다.
과거사위는 이날 심의를 끝으로 약 1년 6개월간의 활동을 마무리했다.
강경훈 기자
법조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