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 “자영업자 몰락하고 물가 상승하고, 일자리 없어진다”는 비판…폐업 요인은 훨씬 다층적이다
정상근 기자 dal@mediatoday.co.kr 2018년 01월 07일 일요일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후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당장 자영업자들은 비상이 걸렸다. 편의점은 이미 폐업이 속출하고 있다. 최저임금을 감당할 수 없는 많은 자영업자들은 아예 ‘알바’ 쓰기를 꺼려해, 앞으로 구직난은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최저임금 인상분이 물가에 반영돼 물가가 상승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의 삶의 질 개선을 최우선 국정목표로 삼겠다“고 밝혔지만 정부가 오히려 일자리를 줄이는 역설을 만들고 있다.”
지난해에 비해 16.4% 인상된 최저임금이 올해 1월1일부터 적용됐다. 그런데, 불과 하루도 안된 2일부터 한 주 내내, 최저임금으로 인해 경제에 심각한 타격이 있을 것이라는 많은 언론의 우려 섞인(?)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처음에 요약한대로 언론이 최저임금 인상에 회의적인 것은 크게 두 가지 시각이다. 첫 번째는 물가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 그리고 인건비 비중이 높은 소상공인들이 어려워질 것이고, 이로 인해 오히려 일자리 창출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 그것이다.
소상공인들에게 인건비 비중이 높은 것은 사실이고, 최저임금 인상이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소상공인에게 문제는 인건비만이 아니다. 소상공인으로서는 물론 인건비를 조정하는 것이 지출을 줄이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기 때문에,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체감이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지만, 일부 언론에서 영세상인들의 문제를 ‘최저임금’으로만 국한시키는 것은, ‘사실’일지라도 ‘진실’일수는 없다. 왜일까?
ⓒ 민중의소리 자료사진 |
지난해 1월 한국은행 남윤미 연구원이 발표한 ‘국내 자영업의 폐업률 결정요인 분석’의 추정결과에 따르면, “자영업체가 위치한 지역의 인구 및 1인당소득과 같은 지역특성과 지역내총생산, 소비자물가지수와 같은 경기를 반영하는 요소들뿐만 아니라 임대료, 대출이자율, 고정인건비와 같은 비용 요소들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동종업체수와 해당 업체의 업력 및 규모 또한 폐업률을 결정하는 요소로 나타”났다.
2012년 중소기업청 통계에 따르면 점포면적 50㎡ 상가(1층)의 해당년도 1월말 임대료 기준은, 서울 강남역 인근의 경우 2010년 2800만원에서 2012년 4600만원으로, 명동은 2010년 3200만원에서 2012년 5300만원으로, 인천 남동구 구월동의 경우 2010년 270만원에서 320만원으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수도권 평균치도 2010년 946만원에서 1420만원으로 474만원 상승했다. 불과 2년 만에 벌어진 일이다.
올해 7월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담 완화를 위한 소상공인·영세중소기업 지원대책’에 따르면 5인 미만 영세 사업장의 영업비용은 최근 5년 간 연 평균 7.2%나 증가해 같은 기간 중 연평균 매출액 5.8%를 상회했다. 이는 인건비도 인건비지만 신용카드 결제 활성화에 따른 신용카드 수수료 부담 증가, 임대료 상승, 높은 부채수준 등의 이유도 크다. 실제로 대기업에게는 1% 안팎인 신용카드 수수료가 자영업자에겐 최고 2.5%에 이른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의 경우 초기 투자비용부터 상당하다. 2013년 한국경제의 “프랜차이즈 창업 때 본사에 얼마나 내나”기사에 따르면 프랜차이즈 가맹사업의 초기 투자 비용은 편의점 기준으로 최대 7220만원, 제과·제빵점업 5200만원, 외식업은 2억7830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본사로부터 홍보 비용 등을 넘겨받고 불필요한 부분까지 본사물품 사용을 강요받는 등 갑질 문제도 심각하다.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이 ‘최저임금’만의 탓인가?
중앙일보 2018년 1월4일자. 24면. |
중앙일보 4일자, 김동호 논설위원의 ‘최저임금의 역습…일자리 축소와 물가상승 태풍 분다’에는 최저임금 정책이 “점포 무인화 바람에 기름을 붓고 있다”며 이는 “전년 대비 16.4% 오른 최저임금이 그간 주저해오던 무인결제시스템 도입을 자극하면서”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김동호 논설위원 스스로 언급했듯 무인화는 전혀 새로울 것이 없는 현상이며 그것이 최저임금 때문이라는 근거도 없다.
아시아경제는 4일 ‘편의점 月 200곳 문 닫는다’ 제하의 기사에서 “올해부터 최저임금이 대폭 오르면서 지난달 폐점한 편의점이 속출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이 기사에는 “관련업계에 따르면 주요 6개 편의점의 총 점포수는 3만9709개로 잠정 집계됐는데, 특히 지난달의 경우 폐점 점포수가 203개로 연간 처음으로 200개를 넘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이 기사에도 언급됐듯, 12월에 창업한 신규 점포가 398개다. 그 전달 창업 점포 470개에 비해 줄어들었지만 신규 점포 창업이 줄어든 것이 최저임금 때문이라는 근거는 빈약하다. 기사에서는 하나금융투자 자료를 인용해 “매출·임대료·관리비 등이 동일한 경우 최저임금 인상분이 적용되는 편의점 가맹점주의 순수익은 14.3%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는 근거를 들었지만 역으로 최저임금이 동일한 경우 가맹점주의 순수익은 증가할 것이라는 근거는 없다. 매출·임대료·관리비 때문이다.
언론은 소상공인들이 “차라리 내가 일하지 알바를 쓰지 않겠다”는 답답함을 강조한다. 그래서 고용에 타격이 있을 것이라 주장한다. 하지만 한겨레가 5일 보도한 “편의점·피시방 등에 ‘구인’ 문의하니…50곳 중 47곳 ‘오른 최저임금 주겠다’” 제하 기사를 보면 한겨레는 50곳을 대상으로 최저시급 지급 의사를 물었고 이에 47곳에서 “최저임금 이상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몇몇 사례를 들어 자영업자들이 최저임금 인상으로 아르바이트생을 기피한다는 보도와는 다른 분위기다.
최저임금, 타격은 맞지만….
앞서 설명한대로 최저임금 인상 역시 소상공인들의 운영비에 영향을 주는 요인인 것은 맞다. 하지만 최근 언론의 보도는 최저임금 ‘때문에’ 소상공인이 몰락하고 있다고 몰아가고 있다. 임대비 상승은 ‘부자’인 건물주들의 소득을 늘리고, 신용카드 수수료는 ‘재벌’인 신용카드사 소득을 늘린다. 그리고 프랜차이즈 갑질은 역시 프랜차이즈 본사의 배를 불린다. 하지만 많은 언론은 그 층층이 쌓인 원인 중 하나, 가난한 최저임금 노동자들에게 쥐어지는 ‘최저임금’만을 탓하고 있다.
물론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사회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강남의 한 아파트에서는 경비노동자들이 해고될 위험에 처했고, 일부 사용자들이 수당을 없애고 식비를 빼가는 등 불법·편법 행태를 자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을 ‘최저임금 때문’이라고 탓할 수는 없다. 해당 강남 아파트의 경우 최저임금을 준수하는데 드는 관리비 인상분은 한 가구당 월 3천원대 수준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권오인 사회정책팀장은 “(인상된 최저임금이) 시행된지 몇일도 안됐고 첫 월급도 안나왔다”며 “언론의 보도가 과도하다”고 비판했다. 권 팀장은 “정부가 지원책을 가지고 있는데 엄밀한 판단도 없이 쓰러질 것처럼 분위기를 조장하고 있다”며 “인건비 비중이 높긴 하지만 비용구조를 뜯어보면 임대료, 프랜차이즈 로열티, 신용카드 수수료 등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권 팀장은 “오히려 정부가 관리감독을 제대로 해야 한다”며 “실태조사를 하고 재벌·대기업 중심의 관행을 구조개혁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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