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현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가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한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은 지난해 6월 서울중앙지검 수사팀과의 부적절한 '돈 봉투 만찬' 파문으로 면직 처분됐다. 이전까지 그는 검찰과 법무부에서 주요 요직을 거친 전형적인 '엘리트 검사'였다. 그뿐 아니라 그는 박근혜 정권에서 권력의 핵심과 연결된 검찰 실세였다. 피해자 서 검사가 고통 속에 보냈던 8년 동안 그는 어떻게 살았을까?
국회의원에게도 뻣뻣했던 검찰 실세
국회의원에게도 뻣뻣했던 검찰 실세
▲ 안태근 검찰국장 정상출근 '돈 봉투 만찬사건'의 당사자인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이 19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법무부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2017.5.19 | |
ⓒ 연합뉴스 |
안 전 국장은 지난 1987년 제29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1994년 서울지검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법무부 검찰국 검사,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 2부장, 법무부 정책기획단장, 대검 정책기획단당, 서울서부지검 차장 등을 지냈다. 2013년에는 박근혜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전문위원을 거쳐 법무부 인권국장에 임명됐고, 2015년에는 검찰 인사와 예산을 총괄하는 검찰국장이 됐다. 법무부 검찰국장은 고검장 승진 1순위로 꼽히며, 검찰총장추천위원회에도 참석하는 최고 요직이다.
안 전 국장이 대중들에게 이름을 알린 것은 '돈 봉투 사건'이 처음이 아니었다. 그는 지난 2016년 11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법무부 검찰국장으로 출석해 '부산 엘시티 비리 의혹' 사건과 관련해 노회찬 정의당 의원의 질문을 받았다. 노 의원이 "엘시티 사건에 대해서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보고가 되고 있느냐"라고 묻자 안 전 국장은 "기억이 없다"라고 답했다. 당시 우병우 민정수석의 검찰 수사 개입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시점이었다.
이에 노 의원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보고 안 했으면 안 한 거지, 보고 했을 수도 있다는 얘기인가?"라고 질책하자 "보고 안 했을 수도 있고. 아니, 제가 보고한 기억이 없다"라고 말했다. 노 의원이 "답변을 그따위로 하는가? 보고한 사실이 없는 게 아니라 기억이 없다고?"라고 하자 "그럼 모르겠습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국민을 대신해 질문하는 국회의원에게 성의 없는 답변만 늘어놓자 노 의원은 "막장입니다. 막장"이라고 혀를 찼다.
안 전 국장은 이후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검찰 수사 과정에서도 등장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그는 당시 우병우 민정수석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 소위 말하는 '우병우 라인'이었던 셈이다. 그중에서도 안 전 국장은 검찰 인사와 예산을 총괄하는 검찰국장으로 우 전 수석의 최측근 역할을 했다. 그리고 수차례 구속영장이 기각되고 압수수색 정보가 새어 나가는 등 우 전 수석에 대한 검찰 수사가 번번이 어긋나자 안 전 국장의 이름이 거론됐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하던 박영수 특검팀은 안 전 국장과 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른 2016년 7월부터 10월 사이에 1000차례 이상 통화한 사실을 확인했다. 당시 검찰은 우 전 수석의 가족회사 ㈜정강 등을 압수수색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 안 전 국장은 "우 수석과 업무상 통화를 했다"라고 해명했지만, 4개월간 1000차례 통화는 하루 8건 이상을 했다는 것으로 단순 업무상 통화라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의원 앞에서도 뻣뻣하고, 정권 실세와도 막역했던 안 전 국장이 시련을 겪은 것은 지난해 6월 '돈봉투 만찬' 사건이 터지면서부터다. 지난해 법무부·대검찰청 합동감찰반에 따르면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과 안 전 국장은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했던 검찰특별수사본부(특수본) 간부 6명, 검찰국 과장 2명이 참석한 만찬 자리에서 돈봉투를 돌렸다. 안 전 국장은 특수본 간부들에게 70만∼100만 원씩, 이 전 지검장은 법무부 과장 2명에게 100만 원씩 격려금을 줬다.
이에 안 전 국장은 곧장 사의를 표명했지만, 징계절차가 진행되면서 우선 대구지검으로 좌천됐다. 결국, 지난해 6월 법무부는 이 전 지검장과 안 전 국장에게 중징계인 면직을 의결했다. 면직이 확정됨에 따라 이 전 지검장과 안 전 국장은 퇴직금과 연금은 정상적으로 받지만, 2년간 변호사 개업은 할 수 없게 됐다. 이에 두 사람은 지난해 9월 "면직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법원에 행정 소송을 낸 상태다.
안 전 국장은 이후 최근 종교에 귀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앤조이> 보도에 따르면 안 전 검사는 지난해 10월 온누리교회에서 간증(신앙고백)을 하며 "30년 동안 공직자로 살아오며 나름대로 깨끗하고 성실하고 열심히 순탄하게 공직생활을 해왔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뜻하지 않은 본의 아닌 일로 공직을 그만두게 되었고, 주변의 많은 선후배·동료·친지들이 '너무 억울하겠다'며 같이 분해하기도 하고 위로해 주었다"라고 말했다.
'돈봉투 사건'으로 불명예스럽게 공직을 떠났다는 얘기다. 그는 또 "오랜만에 만난 지인들이 얼마나 마음고생 많냐고 묻지만, 하나님을 영접할 기회를 주시고, 교만을 회개할 기회를 주신 거라 생각하니 처음 느꼈던 억울함과 분노도 사라졌다"라며 "믿음 없이 교만하게 살아온 죄 많은 저에게 이처럼 큰 은혜를 경험하게 해주신 나의 주 예수 그리스도께 감사와 찬양을 올린다"라고 말했다. 안 전 국장의 간증 영상에는 그가 울먹이는 모습도 담겨 있다.
"그날 '그 사람'의 그 눈빛이 떠올라..."
이에 노 의원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보고 안 했으면 안 한 거지, 보고 했을 수도 있다는 얘기인가?"라고 질책하자 "보고 안 했을 수도 있고. 아니, 제가 보고한 기억이 없다"라고 말했다. 노 의원이 "답변을 그따위로 하는가? 보고한 사실이 없는 게 아니라 기억이 없다고?"라고 하자 "그럼 모르겠습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국민을 대신해 질문하는 국회의원에게 성의 없는 답변만 늘어놓자 노 의원은 "막장입니다. 막장"이라고 혀를 찼다.
안 전 국장은 이후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검찰 수사 과정에서도 등장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그는 당시 우병우 민정수석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 소위 말하는 '우병우 라인'이었던 셈이다. 그중에서도 안 전 국장은 검찰 인사와 예산을 총괄하는 검찰국장으로 우 전 수석의 최측근 역할을 했다. 그리고 수차례 구속영장이 기각되고 압수수색 정보가 새어 나가는 등 우 전 수석에 대한 검찰 수사가 번번이 어긋나자 안 전 국장의 이름이 거론됐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하던 박영수 특검팀은 안 전 국장과 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른 2016년 7월부터 10월 사이에 1000차례 이상 통화한 사실을 확인했다. 당시 검찰은 우 전 수석의 가족회사 ㈜정강 등을 압수수색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 안 전 국장은 "우 수석과 업무상 통화를 했다"라고 해명했지만, 4개월간 1000차례 통화는 하루 8건 이상을 했다는 것으로 단순 업무상 통화라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의원 앞에서도 뻣뻣하고, 정권 실세와도 막역했던 안 전 국장이 시련을 겪은 것은 지난해 6월 '돈봉투 만찬' 사건이 터지면서부터다. 지난해 법무부·대검찰청 합동감찰반에 따르면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과 안 전 국장은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했던 검찰특별수사본부(특수본) 간부 6명, 검찰국 과장 2명이 참석한 만찬 자리에서 돈봉투를 돌렸다. 안 전 국장은 특수본 간부들에게 70만∼100만 원씩, 이 전 지검장은 법무부 과장 2명에게 100만 원씩 격려금을 줬다.
이에 안 전 국장은 곧장 사의를 표명했지만, 징계절차가 진행되면서 우선 대구지검으로 좌천됐다. 결국, 지난해 6월 법무부는 이 전 지검장과 안 전 국장에게 중징계인 면직을 의결했다. 면직이 확정됨에 따라 이 전 지검장과 안 전 국장은 퇴직금과 연금은 정상적으로 받지만, 2년간 변호사 개업은 할 수 없게 됐다. 이에 두 사람은 지난해 9월 "면직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법원에 행정 소송을 낸 상태다.
안 전 국장은 이후 최근 종교에 귀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앤조이> 보도에 따르면 안 전 검사는 지난해 10월 온누리교회에서 간증(신앙고백)을 하며 "30년 동안 공직자로 살아오며 나름대로 깨끗하고 성실하고 열심히 순탄하게 공직생활을 해왔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뜻하지 않은 본의 아닌 일로 공직을 그만두게 되었고, 주변의 많은 선후배·동료·친지들이 '너무 억울하겠다'며 같이 분해하기도 하고 위로해 주었다"라고 말했다.
'돈봉투 사건'으로 불명예스럽게 공직을 떠났다는 얘기다. 그는 또 "오랜만에 만난 지인들이 얼마나 마음고생 많냐고 묻지만, 하나님을 영접할 기회를 주시고, 교만을 회개할 기회를 주신 거라 생각하니 처음 느꼈던 억울함과 분노도 사라졌다"라며 "믿음 없이 교만하게 살아온 죄 많은 저에게 이처럼 큰 은혜를 경험하게 해주신 나의 주 예수 그리스도께 감사와 찬양을 올린다"라고 말했다. 안 전 국장의 간증 영상에는 그가 울먹이는 모습도 담겨 있다.
"그날 '그 사람'의 그 눈빛이 떠올라..."
▲ JTBC에 출연한 서지현 검사. | |
ⓒ JTBC |
안 전 국장이 권력을 등에 업고 출세 가도를 달리는 동안 서지현 검사는 어떤 생활을 했을까?
그는 30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한 아이의 엄마로서 지난 8년간 참을 수 없는 수치심에 매일 밤 가슴을 쥐어뜯었다"라며 "그날 '그 사람'의 그 눈빛이 떠오르는데 잠을 이룰 수가 있었겠느냐"라고 말했다. '그 사람'은 안 전 국장을 뜻한다. 서 검사는 또 "그날 충격이 너무 커 화장실에 쓰러져 있다가 집에 있는 아이 생각에 겨우 정신을 차리고 귀가했다"라며 "이후 그날의 트라우마로 유산을 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앞서 서지현 검사는 검찰 내부 통신망에 올린 글을 통해 "2010년 10월 30일 한 장례식장에서 법무부 장관을 수행하고 온 당시 법무부 간부 안태근 검사로부터 강제추행을 당했다"라며 "소속청 간부들을 통해 사과를 받기로 하는 선에서 정리됐지만, 그 후 어떤 사과나 연락도 받지 못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서 검사는 "갑작스러운 사무 감사를 받은 이후 검찰총장의 경고를 받고, 통상적이지 않은 인사발령을 받았다"라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 모든 일이 벌어진 이유를 알기 위해 노력하던 중 인사발령의 배후에 안 검사가 있다는 것을, 안 검사의 성추행 사실을 현 자유한국당 의원인 당시 최교일 법무부 검찰국장이 앞장서 덮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에 안 전 국장은 언론과 인터뷰에서 "오래전 일이고 술을 마신 상태라 기억이 없지만 그런 일이 있었다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라며 "다만 그 일이 검사 인사나 사무감사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사실상 성추행 사건 자체는 부정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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