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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월 12일 금요일

투자기법 시청료가 120만원? 가상화폐가 만든 '한방' 열풍

18.01.13 11:30l최종 업데이트 18.01.13 12:00l



이쯤 되면 대한민국을 집어 삼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장관이 가상화폐 폐지를 이야기하자 장관 해임 청원이 쏟아진다. 가상화폐 거래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한 은행은 순식간에 연관검색어로 '해지'가 붙는다. 

가상화폐 관련 커뮤니티에는 '단기투자'와 관련된 글들이 난무하고, 음식점이나 카페 사람들이 모인 장소에선 '가상화폐'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가상화폐 폐지 발언한 장관 해임요구 빗발, 은행도 곤욕
'어디까지 내려가나...' 법무부가 가상화폐거래소 폐쇄를 추진하겠다고 밝히자 가상화폐 관련주들이 11일 동반 급락했다. 사진은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에스트레뉴빌딩에 있는 가상화폐 오프라인 거래소 코인원블록스의 대형 전광판에 표시된 동반 급락한 비트코인 시세표를 시민들이 바라보고 있다.
▲ '어디까지 내려가나...' 법무부가 가상화폐거래소 폐쇄를 추진하겠다고 밝히자 가상화폐 관련주들이 11일 동반 급락했다. 사진은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에스트레뉴빌딩에 있는 가상화폐 오프라인 거래소 코인원블록스의 대형 전광판에 표시된 동반 급락한 비트코인 시세표를 시민들이 바라보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11일 박상기 법무부 장관의 '가상화폐 폐지' 발언이 나온 뒤, 청와대 청원 게시판이 들썩였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의 해임을 청원하거나, 부동산 투기 의혹을 조사하라는 청원이 쏟아진 것. 

반발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정부는 "조율되지 않은 내용"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상기 장관 해임, 투기 조사 등을 청원하는 글만 이틀새 288건이 게시됐다. 13일 오전 기준 가상화폐규제에 반대한다는 청와대 청원에 참여한 사람들은 14만 명(14만 4406명)이 넘었다. 

12일 오후 1시, '신한은행 해지'가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신한은행이 15일부터 기존에 가상화폐 거래소를 통해 운영해온 가상계좌의 추가입금을 금지한다고 하자 나타난 현상이다. 

가상화폐 투자자인 손아무개씨는 "신한은행 말고 다른 은행도 많은데, 가상화폐 거래를 하지 않겠다는 신한은행과 굳이 거래할 필요가 없다"라며 "다른 은행을 알아볼 것"이라고 말했다. 

가상화폐 앱 이용자 100만 넘어, 구글 트렌드 관심도도 급등

가상화폐와 관련해 부정적인 언급이나 조치를 취하면 '공공의 적'이 되는 분위기다. 가상화폐의 투자자 규모가 얼마인지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는다. 

다만 가상화폐 거래소 앱 다운로드 수를 통해 어림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인 빗썸(Bithumb) 앱을 내려받은 사람 수가 100만 명(구글 플레이 기준)이 넘었고, 업비트앱도 100만 다운로드를 돌파했다.   

네이버 카페에서 '비트코인(가상화폐 한 종류)'으로 검색하면, 가상화폐 관련 카페 수 십개가 등장한다. 회원 수만 50만 명 수준인 카페도 2곳이나 있다. 구글 트렌드에서 '비트코인'에 대한 관심도 수치는 지난해 12월 24일~30일 '61'에서 올해 1월(1월 7일~13일) '100'으로 증가했다. 

가상화폐 투자자들은 대부분 '단기 투자 성향'이 강하다. 지난해 10월 가상 화폐에 500만원을 투자한 대기업 직원 손아무개씨도 그렇다. 그는 이번주 이오스(가상화폐의 한 종류)에 투자한 자금을 또 다른 가상화폐인 미플로 옮겼다. 그는 "현재 미플의 전망이 좋아 옮겼는데, 조금 올라 돈을 벌면 다시 다른 화폐로 갈아탈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실 손씨는 단기 투자로 옮겨 타기를 반복하다가, 큰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경험이 있다. 지난해 10월 투자한 한 가상화폐가 수익률이 신통치 않아 며칠 뒤 다른 화폐로 옮겼다. 그런데 그 가상화폐는 석 달이 지나자 20배가 넘게 급등했다. 

"오래 갖고 있기 어려워, 단타로 치고 빠지기"
 비트코인을 두고 청와대와 법무부 사이의 엇박자가 발생했다.
▲  비트코인을 두고 청와대와 법무부 사이의 엇박자가 발생했다.
ⓒ pexels

손씨는 "그걸 그냥 갖고 있었으면 500만원에서 1억원이 됐을 텐데, 지금 생각하면 너무나도 아쉽다"면서도 "한번 투자한 가상화폐를 가만히 갖고 있는다는 게 마음처럼 쉽게 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네이버의 한 가상화폐 카페에서 '단타(단기투자의 시쳇말)'라는 제목으로 글을 검색하면, 900건이 넘는 게시글이 검색된다. 대부분 단타로 수익을 낸 것을 인증하거나, 단타로 수익을 내는 방법을 문의하는 내용이었다. 

이 가운데 '단타로 먹었다'는 제목의 글은 조회 수만 2만 건이 넘었다. 이 글에 첨부된 링크를 따라가보니 단타 투자 기법을 알려주는 동영상이 게시된 곳으로 연결됐다. 2회, 총 2시간 분량의 동영상을 보려면 100만원이 넘는 돈을 내야 했다.  

동영상 게시자는 "원래는 400만원에 할까 하다가 많이들 들으시라고 120만원에 내놓았다"고 친절한 설명까지 덧붙였다. 

가상화폐 광풍, 운에 기대는 물질주의 사회 상징

석 달 전 가상화폐에 수 천만원을 투자한 송아무개(29)씨는 "투기라고 한다면 투기가 맞다"라며 "일반 회사원 입장에서는 목돈을 만질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은데, 가상화폐는 그런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가상화폐 시장에 뛰어들기를 고려하는 사람도 비슷한 성향을 보인다. 최근 가상화폐와 관련해 알아보기 시작했다는 장아무개(35)씨는 "장기로 투자하기보다는 무조건 단타로 큰 돈을 벌고 나오는 게 목적"이라며 "암호 화폐 투자를 통해 수 십배씩 이익을 내는 사람들도 많지 않느냐"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희망이 없는 시대적 상황이 가상화폐 광풍 현상을 낳았다고 보고 있다. 열심히 돈을 모아도 집 한 채 제대로 살 수 없는 현실에서 사람들이 한 번의 '대박'에 집착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 

곽금주 서울대 교수는 "열심히 모아서는 평생 집 한 채 장만할 희망조차 없는 상황에서 사람들이 한 번의 대박을 찾는 것"이라며 "운에 기대는 물질주의 시대가 된 것 같다"라고 말했다. 

곽 교수는 또 "가상화폐 시장에서 아직 실패 사례가 나오지 않는 것도 사람들의 투자 심리를 자극한다"면서 "우리나라의 경우, 남들이 하면 다 따라하는 집단적인 동조 심리도 강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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