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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월 15일 월요일

또 연기? 개헌특위 위원장 맡은 한국당 1년간 뭐 했나

18.01.15 20:51l최종 업데이트 18.01.15 20:51l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월 10일 신년기자회견을 통해 헌법 개정과 관련해 6월 지방선거와 국민투표 동시 실시를 다시 한번 강조했습니다.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개헌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로 활동하고 있는 하승수 변호사가 개헌과 관련해 시민들이 알아야 할 쟁점들을 연속기고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관련 내용에 대한 어떤 글도 환영합니다. [편집자말]
작년부터 본격화된 개헌 논의는 새해들어서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국회에서 논의는 작년 1년 동안의 지지부진한 논의와 자유한국당의 '몽니'때문에 동력을 잃었지만, 지난 10일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지방선거와 동시 개헌 국민투표' 의지를 다시 한번 밝혔기 때문이다. 

이로써 닫힐 것같은 개헌 논의의 뚜껑이 다시 열린 셈이다.

뚜껑이 다시 열리다 
여야 개헌 갈등... 국회 파업  여야가 국회 개헌특위 연장 문제와 관련해 협상력을 발휘하지 못한 채 끝까지 대립하면서 지난 11일 문을 연 12월 임시국회는 25일 현재까지 법안을 한 건도 처리하지 못했다. 여야는 애초 지난 22일 본회의에서 새해 예산안 처리 등의 과정에서 밀린 주요 법안과 함께 감사원장·대법관 인준안을 처리할 예정이었으나 개헌특위 연장 문제를 둘러싼 갈등으로 본회의 자체를 열지 못했다.
▲  개헌특위 관련해 국회는 지난 1년 동안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자료사진)
ⓒ 연합뉴스

그러나 단편적인 언론보도만으로는, 주권자인 시민들 입장에서 '개헌'이 왜 필요하고, 어떤 내용으로 개헌이 되어야 하는지를 이해하기 어렵다. 1987년 이후 30년이 넘게 헌법을 손보지 못했기 때문에, 손봐야 할 내용들이 쌓여있어서 더더욱 어렵게 느껴지는 측면도 있다. 

그러다보니 손쉬운 방향으로 접근하려는 경향도 보인다. 예를 들어서 지금 헌법에 담겨있지 않은 권리를 소개하면서 개헌이 필요하다는 식으로 개헌의 당위성을 얘기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헌법의 기본권 조항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이렇게만 설명하는 것은 쟁점을 회피하는 것이다. 

이번 개헌의 쟁점은 '국가의 권력을 어떻게 배분하고 어떻게 통제하고, 주권자인 국민들은 어떻게 참여할 수 있는가' 이다. 이것을 국가운영체제라고 부를 수도 있고, 정치시스템이라고 부를 수도 있다. 한마디로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가 어떻게 운영되어야 하는지에 관한 기본규칙을 정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 삶과 무관한 문제들이 아니다. 간단한 예로, 국민들이 재판에 참여하는 '국민참여재판'이 2008년부터 운영되고 있다. 무작위로 추첨된 시민들이 유죄·무죄여부에 대해 치열하게 토론하고 판단한다. 직업법관이 내리는 판결보다 오히려 국민참여재판에서 시민들이 내리는 결론이 더 설득력있는 경우들도 있다. 

문제는 그렇게 해서 배심원들이 내린 결론을 법관이 따를 의무가 없다는 데 있다. 지금 헌법 27조 1항에서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갖기 때문에 법관이 아닌 배심원들의 판단이 구속력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시민배심원들이 내린 판단이 구속력을 갖게 하려면 헌법개정이 필요하다. 

이것은 그동안 법관들이 독점해 온 사법권력에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고 통제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이처럼 권력의 배분이라고 하는 것이 반드시 '지금 권력을 가진 자들끼리' 권력을 나누는 문제는 아니다. 주권자인 시민들의 의견이 직접 반영될 수 있는 통로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대한민국의 권력구조를 근본적으로 재편하는 일이다. 따라서 이번 개헌에서 직접민주주의의 확대는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민심이 그대로 반영되는 선거제도도 헌법에 명시해야 한다. 지금처럼 국회의원들이 공직선거법을 통해서 선거제도를 정하게 하면, 당리당략에 따른 선거법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 학계, 시민사회는 물론이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조차도 주장하고 있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각 정당이 얻은 정당득표율대로 전체 국회의석을 배분하는 제도)'가 도입되려면, 아예 헌법에 원칙을 명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핀란드, 오스트리아 등의 국가는 그렇게 하고 있다. 

지방분권도 이번 개헌에서 다뤄야 하는 중요한 주제이다. 지방분권은 문재인 대통령도 계속 강조하고 있는 부분일 뿐만 아니라, 보수-진보 모두 동의하는 주제이다. 그만큼 지방자치가 제대로 안 되고 있고, 지역의 위기감이 큰 것이다. 물론 지방분권과 함께 지역내부의 민주주의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는 중요한 숙제이다. 지방자치단체장의 권한이 너무 막강하고 지방의회는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주민소환, 주민투표, 주민소송같은 주민 직접참여제도가 도입되어 있지만, 실효성이 약해서 유명무실한 실정이다. 이런 문제들이 지방분권과 같이 논의되어야 한다. 

권력구조와 관련해서도 주권자들을 소외시키는 논의는 그만해야 한다. 언론에서는 대통령 4년중임제-이원정부제-의원내각제를 놓고 뜬구름잡는 여론조사를 하고 있는데, 그것도 문제이다. 이건 마치 '아빠가 좋아? 엄마가 좋아?'라고 물어보는 식이다. 

사실 대통령4년중임제-이원정부제-의원내각제의 정확한 차이를 아는 주권자들이 얼마나 될까? 

한가지만 얘기하면, 대통령 4년 중임제든 이원정부제든 의원내각제든 대통령은 존재할 수밖에 없다. 의원내각제 국가인 독일에도 대통령은 존재한다. 의원내각제라고 해도 총리에게 임명장을 줄 사람이 필요하고 비상사태에 대비하는 것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통령을 뽑아놓는 것이다. 다만 독일의 대통령은 간접선거를 통해 선출하고, 일상적인 국정운영에는 관여하지 않는 것이다. . 

이원정부제 또는 분권형 대통령제로 불리는 정부형태도 좀더 정확하게 알 필요가 있다. 이원정부제에 대해, 외치는 대통령이 맡고 내치는 총리가 맡는다는 식으로 설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헌법상 권한을 그렇게 구분하기는 어렵다. 

이원정부제 또는 분권형 대통령제는 대통령을 국민들이 직접 선출하고 군통수권, 총리·장관임명권 등 중요한 헌법상 권한을 대통령이 갖되, 국회 다수파에 기반한 총리가 실질적으로 상당한 역할을 수행하는 정부형태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이원정부제로 분류되는 국가에서는 총리가 장관제청권을 갖고 실질적인 역할을 한다. 

그러나 대통령-총리간의 권한배분을 헌법에서 명확하게 구분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이원정부제에서는 대통령-총리-국회간의 협치가 매우 중요해진다. 그래서 이원정부제 또는 분권형 대통령제를 하려면, 국회의원 선거제도가 반드시 정당득표율대로 의석을 배분하는 방식이어야 한다. 그래야만 국회가 민심을 그대로 반영하는 구성이 되고, 특정 정당이 국회를 좌지우지하기 힘들게 된다. 그래서 국회 내부에서부터 여러 정당들이 협상하고 타협하는 정치가 이뤄지게 되고, 국회 다수파를 대표하는 총리를 통해 대통령과도 협치를 하게 된다. 선거제도 개혁은 대통령4년 중임제든, 이원정부제든 필요한 일이지만, 이원정부제를 택하려면 더더욱 필요한 일이다. 

개헌 논의를 개방해야 하는 이유 
신년사 하는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 앞서 새해 국정운영 구상이 담긴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 신년사 하는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 앞서 새해 국정운영 구상이 담긴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대통령4년 중임제'도 지금의 대통령권한을 그대로 두고 대통령의 임기를 4년으로 하고 2번까지 할 수 있게 하자는 의미가 아니다. '대통령 4년 중임제'는 오히려 대통령의 권한을 지금보다 축소하는 내용까지 포함하고 있다. 국회 개헌특위 자문위원회에서 나온 '대통령 4년 중임제' 의견을 보면, 지금 행정부가 갖고 있는 법률안 제출권을 없애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감사원도 대통령 소속이 아니라 독립기관으로 하도록 되어 있다. 대통령을 최대8년까지 할 수 있도록 하는 반면에, 대통령을 포함한 행정부를 지금보다 더 견제·감시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대통령 4년 중임제'의 내용인 것이다. 

어떻게 보면 이런 문제는 정답이 없는 문제이다. 그래서 막연하게 '대통령4년중임제-이원정부제-의원내각제중에 어느 것이 좋아?'라고 논의할 문제가 아니다. 대한민국의 역사와 현실을 고려해서 구체적인 토론을 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문제야말로 국회에서만 논의할 것이 아니라 주권자들에게 논의를 개방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주권자인 국민들에게는 제대로 된 설명도 하지 않고, 국회중심으로 개헌논의를 해 왔다. 그리고 그 결과는 형편없다. 국회 내에서의 합의는커녕, 같은 정당 안에서도 합의를 하지 못하는 것이 대한민국 국회의 현주소이다. 

그래서 대통령이 직접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자유한국당은 최근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 국민투표를 하는 것에 반대하면서, '지방선거 이후에 올해 안에 개헌을 하자'고 주장하고 있는데, 말도 안되는 얘기이다. 지금까지 하나도 합의가 안 됐는데, 지방선거가 끝난다고 갑자기 합의가 되겠는가? 작년 한 해 동안 개헌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으면서도 한 치의 합의도 이끌어내지 못한 자유한국당은 국민들 앞에 무릎 꿇고 반성하는 것부터 먼저 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 개헌을 대통령에게만 맡길 일이 아니다. 주권자인 시민들이 개헌의 내용과 쟁점에 대해 알아야 한다. 그래서 어떻게 개헌을 하는 것이 우리 삶의 문제를 해결하고, 보다 나은 나라를 만들 수 있을지 주권자들이 의견을 내야 한다. 

물론 '굳이 헌법까지 알아야 하나? '라는 생각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알고 토론을 해서 좀더 나은 헌법을 만들면, 앞으로 남은 생애는 보다 편하게 살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우리 후세들은 굳이 이런 것까지 몰라도 될 것이다. 좋은 헌법, 민주적인 선거제도는 그 사회의 가장 소중한 공유자산이다. 그것을 위해 지금은 수고로움을 감내할 필요가 있다. 

☞관련기사 : 한국당 개헌예산 51억원 '먹튀' 사건의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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