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조선노동당 대회의 하이라이트는 당 중앙위원회 사업총화 보고다. 특히 6일부터 시작된 이번 7차 당대회가 36년 만에 열리는 만큼 그 관심이 클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런지 김정은 당 제1비서는 6-7일 이틀에 걸쳐 사업총화 보고를 했다. 김 제1비서는 당 6차 대회부터 이날 7차 대회까지의 기간을 ‘총결기간’이라 부르고 ‘총결기간은 준엄한 투쟁의 시기이자 영광스러운 승리의 연대’라고 규정했다. 아울러 김 제1비서는 “제7차 대회는 온 사회의 김일성-김정일주의화의 기치높이 우리 당을 더욱 강화하고 사회주의강국 건설과 주체혁명의 최후 승리를 앞당겨나가는데서 역사의 분수령으로 될 것”이라고 의미를 규정했다. 이번 사업총화는 크게 △주체사상·선군정치의 위대한 승리, △사회주의위업의 완성을 위하여, △조국의 자주적 통일을 위하여, △세계의 자주화를 위하여, △당의 강화발전을 위하여 등, 5개 부문으로 되어있다. 여기에서는 이들 5개 부문을 관통하는 국제적 관심사의 키워드인 핵문제, 남북문제, 북한 경제 등에 주목해 보자.
먼저, 핵문제는 세계적 관심이 집중된 문제다. 북한은 이미 세 차례의 핵실험과 한 차례의 수소탄 실험을 했다. 김 제1비서는 북한이 “핵강국의 지위에 당당히 올라선 것만큼 그에 맞게 대외관계를 발전시켜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2년 4월 개정 헌법 서문에 명시한 핵보유국을 재확인한 것이다. 또한 “제국주의의 핵위협과 전횡이 계속되는 한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을 병진시킬 데 대한 전략적 노선을 항구적으로 틀어쥐고 자위적인 핵무력을 질량적으로 더욱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천명했다. 이 역시 2013년 3월 31일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채택한 병진노선을 지속하겠다는 것이다. 현재로선 미국 등이 대북 적대시정책을 바꿀 가능성이 없기에 ‘병진노선’을 ‘항구적으로’ 추구하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면서 김 제1비서는 △핵선제 불사용 △핵전파방지 의무 이행 등을 밝혔다. 외부세계더러 두려워하거나 걱정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들 역시 2013년 4월 1일 제정된 ‘핵보유국 지위 공고화법’을 재확인한 것이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세계의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하여 노력할 것”이라는 대목인데, 이는 앞으로 미국을 상대로 핵군축 회담을 하겠다는 의미다. 또한 김 제1비서는 미국에 대해 △대북 적대시정책 철회 △정전협정의 평화협정으로의 대체 △주한미군철수 등을 요구했다.
통일문제는 남북관계에서 궁극적인 과제다. 그럼에도 지금 남북관계는 최악의 상태에 있다. 김 제1비서는 조국통일은 “가장 중대하고 절박한 과업”이라면서 “조국의 자주적 통일을 기어이 이룩하려는 것은 우리 당의 확고한 결심이며 의지”라고 강조했다. 그는 통일은 누구의 승인이나 도움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면서 남측이 외세공조를 중지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연방제 방식의 통일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남과 북이 6.15공동선언에서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과 남측의 연합제안의 공통성’에 합의했는데, 이후 남측이 ‘제도통일’에 매달렸다면서 “연방제 방식의 통일 실현에로 방향전환”할 것을 촉구했다. 이는 북측이 6.15선언 2항의 ‘연합연방제 방식’을 ‘연방제 방식’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면서 절박한 문제가 남북관계 개선이라면서 그 첫 번째로 “북남 군사당국 사이의 대화와 협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는 현 대북제재 국면의 출로가 남북 군사회담에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특히, 김 제1비서는 남과 북이 합의한 조국통일3대원칙(7.4남북공동성명)과 6.15공동선언, 10.4선언은 “그 누구도 일방적으로 부정하거나 외면할 권리가 없다”며 남측을 압박했다.
북한의 경제문제는 생존과 번영에 있어 사활적인 문제다. 북한은 일찍이 사회주의강성국가 건설에서 사상강국, 군사강국은 이뤘기에 남는 문제가 경제강국이라고 밝혀 왔다. 김 제1비서도 이날 “사회주의 건설에서 이룩한 자랑찬 성과는 일심단결의 정치사상강국, 불패의 군사강국을 일떠세운 것”이라면서 ‘경제강국 건설이 현 시기 기본전선’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 우리나라가 정치군사강국의 지위에 당당히 올라섰지만 경제부문은 아직 응당한 높이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면서 “경제 전반을 놓고 볼 때 첨단 수준에 올라선 부문이 있는가 하면 어떤 부문은 한심하게 뒤떨어져 있으며 인민경제 부문들 사이 균형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고 선행부문이 앞서나가지 못하여 나라의 경제발전에 지장을 주고 있다”며 구체적으로 ‘아픈 곳’까지 까밝혔다. 그 대안으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2016-2020년)을 제시했다. 그는 이 5개년 전략의 목표가 “인민경제 전반을 활성화하고 경제부문 사이 균형을 보장하여 나라의 경제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그 첫째 과제로 전력문제 해결을 강조했다. 즉, 전력문제를 푸는 것이 “5개년 전략 수행의 선결조건이며 경제발전과 인민생활 향상의 중심고리”라는 것이다.
당 중앙위 사업총화 보고가 지난 총결기간을 결산·평가하고 향후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라 볼 때, 북한이 기존 원칙과 기본에 충실했음을 알 수 있다. 핵문제의 경우 ‘핵보유국-병진노선-핵선제 불사용-세계 비핵화’ 등을 열거했는데 이는 사실상 불가역적 핵보유국임을 선언한 것이다. 정부가 8일 북한의 ‘세계 비핵화’ 언급에 대해 “전 세계가 비핵화하기 전까지 북한의 비핵화는 없다는 의미”라고 해석한 것이 그 예다. 통일문제에서도 일각에서 북한이 연방연합제 안을 좀 더 정교하게 제시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오히려 보수적으로 연방제 안을 강하게 들고 나왔다. 정부는 북측의 대화 주장에 대해 “진정성이 없는 선전공세에 불과하다”고는 “비핵화의 길로 나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측의 대북 접근의 알파와 오메가는 ‘비핵화’인 셈이다. 다만 북측의 남북 군사회담 필요성 제기에 대해서는 “공식 회담 제안으로 보지 않는다”면서 “공식 제안이 오면 그때 가서 판단할 문제”라고 공을 넘겼다. 경제문제에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을 새롭게 제시했는데, 이는 앞으로 주시할 대목이다. 핵문제와 통일문제에 대한 북한의 이 같은 원칙적이고 보수적인 대응은 북한 고유의 특성과 더불어 현 시기 국제적 차원의 대북 제재 국면과 연관이 있어 보인다. 특히, 사위(四圍)가 대북 제재로 둘러싸인 상황에서 적극적인 돌파보다는 축성(築城)을 지키자는 심리가 발동했을 것이라는 점이다. ‘북한 대 미국’, ‘북측 대 남측’은 또 다시 새롭고도 머나먼 여정에 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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