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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문성 작가가 인터뷰 중에 찍은 노무현 대통령의 사진 ⓒ노무현사료관 황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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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노무현 대통령 서거 7주기입니다. 그토록 노무현 대통령을 미워했던 새누리당이 이번에는 “노 전 대통령은 생전에 지역주의 타파 등 통합의 정치를 구현하기 위해 애쓰셨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권양숙 여사를 비롯한 유가족분께도 깊은 애도를 표한다.”는 아주 후한 논평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이름을 말하면서 울컥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가 떠난지 7년이 넘었지만, 그 이름만 불러도 눈물이 나는 사람도 있습니다. 아련한 추억이 떠오르는 사람도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우리 곁을 떠났지만, 왜 많은 사람들이 그를 그리워할까요?
그가 단순히 우리 곁을 떠난 추억과 아쉬움 때문일까요?
아이엠피터는 생전의 노무현 대통령보다 그가 걸어온 길을 각종 사료와 자료를 통해 찾아내면서 더욱 놀라웠습니다. 왜냐하면 단순히 많은 사람의 추모를 받는 인물이기보다는 그가 한국 정치사에 끼친 개혁과 변화의 시도와 노력이 지금 우리 정치를 이끄는 일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한나라당의 118억과 노무현의 12억’
여기 2002년 10월 29일 같은 날 찍은 사진이 있습니다. 한 장은 이회창 대선 후보를 위한 ‘한나라당 중앙당 후원회 및 대선필승 결의대회’ 모습이고, 한 장은 새천년민주당 노무현 대선 후보를 위한 ‘희망돼지 저금통 및 희망티켓 1차 정산금 전달식’의 모습입니다. 모두가 대선 자금을 모금하는 행사였습니다.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대선자금 모금식은 서울올림픽공원 역도경기장에서 당원 8천 명과 김각중 전경련 회장, 김재철 무역협회 회장, 박용성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조남홍 경영자총 연합회 부회장 등 경제 5단체 지도자와 정계, 재계 인사들이 참석했습니다. 노무현 후보 모금 전달식은 새천년민주당 당사 앞에서 조촐하게 열렸습니다.
이날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대선자금 모금액은 118억7천만 원이었고, 노무현 후보에게 전달된 금액은 12억 3천 8백만 원이었습니다. 이회창 후보는 10월 29일 하루 만에 모금된 금액이고, 노무현 후보는 2주 동안 모금한 돈입니다. 10배 가까이 차이가 납니다.
한나라당이 이례적으로 모금액을 발표한 이유가 있습니다. 한 마디로 대세는 이회창이라는 사실을 기업가들에게 대놓고 말한 것입니다. 아무리 노무현 후보가 노력해도, 결국 선거는 돈이고, 그 돈을 전경련 등 재계 인사들이 내놓았으니 승리는 이회창 후보에게 있다는 무언의 압력이었습니다.
‘살아있는 권력과 맞짱을 뜬 검찰’
2002년 대선이 끝났습니다. 2003년 서울중앙지검이 SK그룹의 분식회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대선자금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검찰수사가 진행되면서 불법대선자금 공방이 시작됐습니다.
2003년 7월 21일 노무현 대통령은 특별기자회견을 통해 “각 당의 대선후보가 확정된 시점 이후 사실상 대선에 쓰인 정치자금과 정당의 활동자금 모두를 포함해 공개해야 한다. 대선 자금 문제가 국민적 의혹으로 제기된 이상 투명하게 밝히고 가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고는 정치에 대한 우리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길이 없다”며 “여당과 야당 모두, 16대 대선 자금을 있는 그대로 밝히고 철저하게 검증을 받자고 제안을 합니다.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는 ‘민주당 대선자금에 문제가 있으면 (그것을)조사하면 되는 것 아니냐, 왜 한나라당까지 문제 삼느냐’며 대통령의 제안을 반대하며,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자금공개 제안을 거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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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12월 15일 오전 한나라당사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이회창 전 총재가 10시 37분께 서초동 대검찰청에 출두했다. 이 전 총재의 도착시간에 맞춰 당시 민주노동당 빈민위원회가 대검찰청사 앞에서 ‘차떼기 100억 이회창 전달식’ 퍼포먼스를 벌였다. ⓒ오마이뉴스 권우성 |
검찰의 수사결과 한나라당은 815억7천만 원, 민주당은 78억 68000만원의 불법정치자금이 밝혀졌습니다. 검찰 수사과정에서 한나라당이 트럭을 이용해 LG그룹으로부터 150억 원의 불법대선자금을 ‘차떼기’로 넘겨받은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습니다.
검찰의 대선불법자금 수사로 서청원, 최돈웅, 김영일,서정우 등 한나라당 측 인사와 안희정, 최도술, 여택수, 정대철, 이상수 등 대통령의측근들이 구속됐습니다. 당시 안대희 대검찰청 중앙수사본부장은 좌희정이라고 불렀던 대통령의 측근 안희정씨와 청와대의 권력 최도술을 구속시키면서 살아있는 권력과 맞장을 뜬 사람이라며 팬클럽까지 생겼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검찰 수사결과 발표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옛날에는 문제가 되지 않던 일이 이번에는 문제가 됐다. 고통을 받고 있는 우리모두가 더 나은 내일로 한 발짝 나아가는 과정에서 겪는 진통이 되었으면 한다. 진통과 아픔을 겪고 오늘과 다른 내일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때는 그랬습니다. 아무리 대통령이라고 해도 검찰의 정당한 수사는 인정했고, 검찰또한 살아있는 권력을 두려워하지 않고 수사했습니다. 혹자는 그럽니다. 그놈이 그놈이라고, 하지만 815억과 78억은 다릅니다. 100보나 10보나 같다고 하면 바뀌지 않습니다.
‘초선 의원도 가능해진 정치자금 모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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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개협(정치개혁특별위원회의) 정치관계법 1, 2차 개정안 비교 ⓒ참여정부정책보고서 |
노무현 대통령은 검찰 발표가 있기 전부터 대선자금 공개 제안과 함께 선거법, 정당법, 정치자금법의 개정을 제안했습니다. 정기국회 시정연설에서도 “합법적 정치비용은 현실에 맞게 올리고 선거공영제를 확대할 필요가 있으며 정치신인도 합법적으로 자금을 모을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득표수에 따라 선거비용 전액을 보존해주는 제도 등은 참여정부 시절 만들어진 것입니다. 정치자금법 개정 이전에는 중진 의원들에게 정치자금이 몰렸으나 정치자금법 개정 이후는 초선 의원들도 정치자금 모금액을 넘길 만큼 모금하는 사례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꼴랑 12억에 눈물 흘린 노무현’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에게 대한민국의 대표 기업들이 800억이 넘는 돈을 냈습니다. 그러나 노무현 후보에게는 10년 근속 메달을 보내온 노동자, 결혼반지를 보낸 부부,생활비를 아껴 보내온 미국유학생 부부, 비닐봉지에 꼬깃꼬깃 돈을 모아준 시장 상인들, 용돈으로 꼬박꼬박 모은 돼지저금통을 보내준 초등학생, 폐품수집으로 근근이 모은 10만 원을 보낸 70대 할머니 등이 돈을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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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10월 29일 모아진 희망 돼지저금통을 보고 깜짝 놀라는 노무현 민주당 대통령 후보 ⓒ노무현사료관 |
지금이야 소액 다수 후원금 모금이 당연했지만, 당시 노무현 후보에게 국민들이 보냈던 돈은 대한민국 정치문화를 바꾼 의미있는 사건이자, 우리나라 민주주의와 정치를 발전시키는 크나큰 계기였습니다.
당시 유시민 개혁국민정당 대변인은 ‘후보자가 유권자를 매수하는 것이 아니라, 유권자가 후보를 매수하는 대중적 행동이 시작됐다. 대한민국 정치문화의 새장을 여는 것이다’라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돈이 깨끗하면 정치가 깨끗해지고, 정치가 깨끗해지면 그 정치가 국민들을 위한 정치가 될 것이라고 저는 굳게 믿는다.그래서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이 일은 돈을 깨끗하게 하고, 깨끗한 돈을 통해서 정치를 깨끗하게 하고, 국민을 위한 정치로 만들어 나가는 아주 중요한 개혁이다.개혁의 알파이자 오메가라고 생각한다” (2002.10.29, 희망돼지 전달식 노무현 후보)
하루 만에 118억을 모은 한나라당에 비해 약 13억을 모은 노무현 후보를 객관적으로 보면 초라합니다. 그러나 당시 노무현 후보는 막강한 한나라당의 자금력 앞에서도 ‘큰 소리’를 칠 수 있게 해준 국민들이 너무 고마웠을 것입니다. 아니 엄청난 자신감이 생겼을 것입니다.
노무현을 기억하는 사람이 울컥하는 이유는 별것이 아닙니다.
노무현이라는 사람이 정치인이 가진 대권을 국민에게 돌려주는 “국민대권시대”를 만들고, 왕을 뽑는 대통령선거가 아니라 소신 있고 원칙 있는 친구를 뽑는 선거를 강조했기 때문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혼자 만든 세상은 없습니다.
그러나 노무현과 국민이 함께 만든 세상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오늘은 노무현 대통령이 우리 곁을 떠난 날입니다. 그를 추억하기 보다는 그와 우리가 만들려고 하는 세상이 무엇이었는지 기억했으면 합니다. 어쩌면 노무현 대통령도 하늘에서 국민과 함께 만들려고 했던 세상이 꼭 오기를 간절히 바랄지도 모르겠습니다.
<2006년 청와대에 초청된 노사모 회원의 답사>
참 와보고 싶었습니다.
참 만나보기 원했습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분, 우리가 지지하는 분이 일하시는 모습을 직접 보고 싶었습니다.
불가능해보였던 승리를 쟁취했던 그 날로부터 한참 지나 이제야 오게 되었습니다.
반갑습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여기 오신 분들은 정말 부패없는 새로운 정치를 갈망하고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헌신하셨던 분들입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대접받기 원치 않았고 보상을 원하지도 않았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단 한가지 대통령님(노짱님)의 성공과 우리의 승리입니다.
낡은 시대의 유물을 청산하고 대한민국을 완전히 새롭게 만드는 것 우리 사회가 더 진보하는 것 그것이 우리의 목표입니다. 우리가 다시 승리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우리는 노짱님에게 새로운 용기를 드리러 왔습니다.
여기 오신 분들을 대표해서 말씀드립니다.
힘내십시오. 사랑합니다
필자 주: 이날 노사모 회원의 답사가 끝나자 노무현 대통령은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았다.
이 글 일부에는 참여정부 백서와,노무현 사료관에 남아 있는 노무현 후보 인터넷선거특별본부 취재팀의 기사가 인용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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