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5.14 09:55:34
[주간 프레시안 뷰] 상식의 정치, 상식의 나라
이제 몇 주 뒤면 20대 국회가 개원합니다. 2020년까지 입법과 정책을 통해 국정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될 당선자들에게 여러 가지 주문이 많이 쏟아집니다.
일하는 국회, 정책을 잘하는 국회의원, 정부를 잘 견제하는 입법부, 서민의 목소리를 잘 듣는 국민의 대표가 되어 달라는 요청들이 있습니다.
저도 한 가지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위의 요청들처럼 거창하지 않습니다. '상식적인 정치'를 해 달라는 것입니다.
알아들을 수 없는 정치
4.13 총선을 열흘 남짓 앞 둔 어느 날, 뉴스에서 손석희 앵커가 각 정당의 출마자들을 인터뷰했습니다.
<국민의당>
손석희 "1여다야 구도가 사실상 새누리당에 유리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습니다"
김성식 "그렇지 않습니다. (…) 저희는 국민의 열망을 안고 승리로…."
손석희 "제 질문은 그게 아니고 현실이 그렇다는 지적이 있다는 것인데요. (…) 그럼 안 대표가 오늘 이야기한 40석이 안 되면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책임을 지겠다는 건 무슨 뜻인가요?"
김성식 "네, 그것은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책임을 진다는 뜻이고요. "
손석희 "…"
<더불어민주당>
손석희 "1여다야 구도에 국민의당만큼 혹은 그보다 더 큰 책임이 사실 더불어민주당에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용섭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 당에서 나간 분들이고, 통합을 하자는 제안도 했고."
손석희 "진정성 있는 통합 제의라기보다는 압박하는 모양새다 이런 이야기가 있는데요."
이용섭 "그렇지 않습니다."
손석희 "제 질문과는 상관없이 그저 입장만 반복해서 말씀하시네요"
<새누리당>
손석희 "탈당한 무소속 비박들은 복당한다고 하는데요"
권성동 "선거 후 최고위원회에서 판단 할 사안입니다"
손석희 "그렇다면 복당은 절대 없다는 당의 입장이 변화가 있는거군요?"
권성동 "그렇지는 않고요."
손석희 "알겠습니다. 제가 뭐라고 물어봐도 다들 하고 싶은 말씀만 하시는 군요."
이 날 20분 넘게 텔레비전 뉴스를 봤습니다만, 그 동안 정치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하나도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하긴 인터뷰를 잘 한다는 손석희 앵커가 전혀 이해를 못하는데 제가 무슨 수로 이해를 하겠습니까?
주요 3당을 대표해서 나온 정치인들은 다른 정당보다 자신의 정당이 옳다고 합니다. 그런데 국민이 보기에는 똑 같습니다. 일단 무슨 말인지를 알아들어야 뭐가 어떻게 다른지 짐작이라도 할 것 아닙니까? 이런 정치를 좀 그만 할 수는 없을까요?
영국의 정치학자 버나드 크릭은 정치란 '다른 사람의 말을 듣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국민이 들어도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는 이야기를 하는 것을 '정치'라고 부를 수는 없습니다. 설령 이것을 정치라고 한다 해도, 그 정치가 민주주의가 아니라는 것만은 확실합니다.
당선인 정치인 여러분, 국민이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정치하십시오.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모두 국민들에게 알기 쉽게 말했던 정치인들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정치인들의 수사를 따라하지 않았고, 박근혜 대통령의 수첩연설은 50대의 중졸 아주머니들이 쉽게 이해하는 수준에 맞춰져 있던 것으로 유명합니다. 대통령이 되고 싶다면 지금부터 '쉽게 말하는 법'을 연습하십시오.
비상식의 일상화와 '의원병'
우리 정치인들이 알아듣지 못할 말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가끔 무슨 말인지 알 수 있는 말을 하기도 합니다. 위 인터뷰와 같은 날 여당의 친박실세 최경환 의원은 한 출마자의 개소식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제가 경제부총리를 했습니다. 전관예우라고 제가 임명해 놓은 공무원들이 수두룩합니다. 용인에 확실한 예산을 보내드리겠습니다. 돈이 어디로 누구한테 가는지 손바닥처럼 알고 있습니다. 야당 뽑아서는 용인을 위한 예산을 절대 확보할 수 없습니다. 제대로 하려면 힘 있는 여당을 뽑아야 합니다. (도시가 발전하려면) 야당 후보를 뽑으면 절대 안 됩니다."
이 분은 경제부총리를 하는 동안 국가 경제에는 관심이 없고, 어떻게 하면 전관예우를 받아서 총선에서 여당의 승리에 기여할 것인지를 고민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한국의 경제가 지금 이 모양 이 꼴이고, 조선 산업 구조조정이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되었나 봅니다.
일하는 국회, 정책을 잘하는 국회의원, 정부를 잘 견제하는 입법부, 서민의 목소리를 잘 듣는 국민의 대표가 되어 달라는 요청들이 있습니다.
저도 한 가지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위의 요청들처럼 거창하지 않습니다. '상식적인 정치'를 해 달라는 것입니다.
알아들을 수 없는 정치
4.13 총선을 열흘 남짓 앞 둔 어느 날, 뉴스에서 손석희 앵커가 각 정당의 출마자들을 인터뷰했습니다.
<국민의당>
손석희 "1여다야 구도가 사실상 새누리당에 유리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습니다"
김성식 "그렇지 않습니다. (…) 저희는 국민의 열망을 안고 승리로…."
손석희 "제 질문은 그게 아니고 현실이 그렇다는 지적이 있다는 것인데요. (…) 그럼 안 대표가 오늘 이야기한 40석이 안 되면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책임을 지겠다는 건 무슨 뜻인가요?"
김성식 "네, 그것은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책임을 진다는 뜻이고요. "
손석희 "…"
<더불어민주당>
손석희 "1여다야 구도에 국민의당만큼 혹은 그보다 더 큰 책임이 사실 더불어민주당에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용섭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 당에서 나간 분들이고, 통합을 하자는 제안도 했고."
손석희 "진정성 있는 통합 제의라기보다는 압박하는 모양새다 이런 이야기가 있는데요."
이용섭 "그렇지 않습니다."
손석희 "제 질문과는 상관없이 그저 입장만 반복해서 말씀하시네요"
<새누리당>
손석희 "탈당한 무소속 비박들은 복당한다고 하는데요"
권성동 "선거 후 최고위원회에서 판단 할 사안입니다"
손석희 "그렇다면 복당은 절대 없다는 당의 입장이 변화가 있는거군요?"
권성동 "그렇지는 않고요."
손석희 "알겠습니다. 제가 뭐라고 물어봐도 다들 하고 싶은 말씀만 하시는 군요."
이 날 20분 넘게 텔레비전 뉴스를 봤습니다만, 그 동안 정치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하나도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하긴 인터뷰를 잘 한다는 손석희 앵커가 전혀 이해를 못하는데 제가 무슨 수로 이해를 하겠습니까?
주요 3당을 대표해서 나온 정치인들은 다른 정당보다 자신의 정당이 옳다고 합니다. 그런데 국민이 보기에는 똑 같습니다. 일단 무슨 말인지를 알아들어야 뭐가 어떻게 다른지 짐작이라도 할 것 아닙니까? 이런 정치를 좀 그만 할 수는 없을까요?
영국의 정치학자 버나드 크릭은 정치란 '다른 사람의 말을 듣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국민이 들어도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는 이야기를 하는 것을 '정치'라고 부를 수는 없습니다. 설령 이것을 정치라고 한다 해도, 그 정치가 민주주의가 아니라는 것만은 확실합니다.
당선인 정치인 여러분, 국민이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정치하십시오.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모두 국민들에게 알기 쉽게 말했던 정치인들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정치인들의 수사를 따라하지 않았고, 박근혜 대통령의 수첩연설은 50대의 중졸 아주머니들이 쉽게 이해하는 수준에 맞춰져 있던 것으로 유명합니다. 대통령이 되고 싶다면 지금부터 '쉽게 말하는 법'을 연습하십시오.
비상식의 일상화와 '의원병'
우리 정치인들이 알아듣지 못할 말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가끔 무슨 말인지 알 수 있는 말을 하기도 합니다. 위 인터뷰와 같은 날 여당의 친박실세 최경환 의원은 한 출마자의 개소식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제가 경제부총리를 했습니다. 전관예우라고 제가 임명해 놓은 공무원들이 수두룩합니다. 용인에 확실한 예산을 보내드리겠습니다. 돈이 어디로 누구한테 가는지 손바닥처럼 알고 있습니다. 야당 뽑아서는 용인을 위한 예산을 절대 확보할 수 없습니다. 제대로 하려면 힘 있는 여당을 뽑아야 합니다. (도시가 발전하려면) 야당 후보를 뽑으면 절대 안 됩니다."
이 분은 경제부총리를 하는 동안 국가 경제에는 관심이 없고, 어떻게 하면 전관예우를 받아서 총선에서 여당의 승리에 기여할 것인지를 고민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한국의 경제가 지금 이 모양 이 꼴이고, 조선 산업 구조조정이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되었나 봅니다.
저런 사람에게 한국 경제를 맡겨 놓았던 것도 문제지만, 자기가 하는 말이 얼마나 부끄러운 말인지 모른다는 것이 더 큰 문제입니다. 대통령은 '비정상의 정상화'를 이야기 하신 바가 있습니다만, 정작 주변 사람들이 실천한 것은 '비상식의 일상화'였습니다. 비상식적인 이야기를 자주하다보니 그게 뭐가 문제인지도 잘 모르게 되는 것입니다.
비상식의 일상화는 '의원병'에 이르는 첩경입니다. 자신이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도 잘 모르면서 주변 사람들이 지적하지 않으니 그 말이 다 옳은 줄 여기고 계속 그런 언행을 하게 되는 것, 이것이 '의원병'의 전형적 증상인데, 이 병에 걸리기는 매우 쉽습니다.
12일처럼, 2층에서 1층을 내려가는 '의원님들'을 위해 엘리베이터를 잡아 놓는다든지, 200미터를 걸어가는 '의원님들'을 위해 버스를 준비해 놓는다든지 하는 일에 대해 화를 내지 않으면, 이 병에 이미 반쯤 걸린 것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새누리당 초선이 조심할 말
새누리당의 초선 당선자들에게 특별히 당부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한번 상식에서 어긋나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으니, 선배들의 언행을 보고 배울 때는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19대 국회에서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은 세월호 사건에 대한 조사와 보상을 방해하면서 교통사고의 비유를 들었습니다. 가습기 살균제의 피해자에 대한 조사와 보상도, 교통사고 사망자와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고 하면서 특별법을 반대했습니다.
언뜻 보기에 그럴 수도 있습니다. 이것도 사고입니다. 교통 사고라고 쳐봅시다. 그런데 그 교통 사고의 원인이 운전자의 잘못이 아니라, 배를 탄 학생들과 가습기를 사용한 사람들의 잘못이 아니라, 도로가 잘못되고, 표지판이 잘못되고, 버스도 낡고, 타이어도 낡고, 그것을 바로잡을 공무원들이 나태하고, 관련 규정은 엉망이고, 그나마도 전혀 지켜지지 않았고, 그래서 결국 사고가 났을 때조차 국가가 준비한 시스템이 생존자를 구조하지 못한 데에 있다면, '상식적으로' 이것을 그냥 교통 사고일 따름이라고 쉬이 말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일단 세월호를, 가습기 살균제를 부인하겠다고 마음먹기 시작하면, 그 때부터는 그럴 듯하게 말이 되는 듯한, 실제로는 말 아닌 말이 술술 쏟아져 나옵니다. 그러면 그때부터 그 정치인은 망가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당에서는 여러분을 '이제 말을 제대로 한다'고 치켜세울지 모르겠지만, 여러분의 정치 인생은 그 때부터 끝장입니다. 공천은 당이 주지만, 당선은 국민이 시켜줍니다. 이번 총선에서 보지 않았습니까? 정치 오래 하고 싶다면, 정신 바짝 차려야 합니다.
상식의 국회, 상식의 나라
언젠가부터 우리는 상식적인 방향으로 문제가 해결되리라고 믿는 것이 비상식적인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정치의 책임입니다.
상식적인 방향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도덕적으로 옳은 일일 뿐만 아니라 사회적 비용도 줄이는 일입니다.
상식의 언어로 하는 상식적인 정치를 보고 싶습니다. 그것은 나라에도 좋고 여러분에게 좋을 것입니다.
20대 국회가 가장 '상식적인 국회'였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기를, 당선인 여러분과 함께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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