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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5월 14일 토요일

로또보다 낫다는 제주 부동산. 떳다방까지 출몰


제주가 투기의 섬으로 변하면 자본을 가진 사람들만이 살아갈 수 있을 것
임병도 | 2016-05-14 18:00:26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제주 첨단과학단지에 조성되는 한화 꿈에그린 아파트에 몰린 사람들
제주시 아라동 첨단과학단지에 분양되는 한화 꿈에그린 아파트의 청약 평균경쟁률이 218.38대 1을 기록했습니다. 일반분양 160가구 모집에 3만 4,941명이 신청했습니다. 제주도 분양 아파트 중에는 역대 최고 경쟁률입니다.
‘꿈에그린’ 아파트는 이미 작년부터 육지와 제주도에서 큰 관심을 끌었습니다. 모델하우스 개장 때부터 많은 사람들이 몰려 줄을 서서 들어가기도 했습니다. 제주 부동산 관련 사이트마다 아파트 분양 관련 소식이 폭발적으로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제주 부동산이 미친 듯이 급등하고 있는 시기이니 당연한 관심이라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꿈에그린’ 아파트는 산업단지 용도의 공공부지를 이용해 아파트를 분양하는 시스템입니다. 일반 아파트의 부지 매입가 (노형2차 아이파크의 경우 486만원)보다 저렴하지만 (3.3㎡당 116만원)하지만 분양가는 비슷한 900만 원에 가깝습니다.
저렴하게 택지비와 건축비를 들여 건설하는 아파트이지만 분양가격이 높은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구매를 하기 때문입니다. 비싸도 사겠다는 사람이 많다는데 건설사 입장에서는 저렴하게 공급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부동산 투기를 위한 떳다방까지 등장’
‘꿈에그린’ 아파트 청약이 시작되면서 제주 부동산에 관심 있는 사람은 너 나 할 것 없이 어떻게든 분양을 받으려고 애를 썼습니다. 웬만한 로또보다 더 낫다는 계산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요새 제주 부동산 가격을 보면 틀린 생각도 아닙니다.
제주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33.7%로 전국 평균보다 3배 이상이나 높습니다. 제주 아파트 가격이 강남과 비슷한 경우도 허다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아파트를 분양받고 프리미엄을 붙여 판매한다면 적게는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억대까지의 차액을 벌 수 있습니다.
▲제주 부동산 관련 커뮤니티에 올라온 꿈에그린 재테크 관련 글과 떳다방에서 나눠주는 전단지
‘꿈에그린’ 아파트 청약과 모델하우스 주변에는 떳다방이 등장했습니다. 청약 당첨자에게 웃돈을 주고 분양권을 매입해 다시 웃돈을 받고 파는 사람들입니다. 제주도 인구가 늘어나면서 발생하는 단순한 부동산 과열 현상이 아닙니다. 그냥 투기판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차액을 노린 부동산 거래를 하겠다고 하는데 무슨 문제냐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분양권 전매 차익을 노린 떳다방은 불법입니다. 왜냐하면 꿈에그린 아파트는 계약 후 1년 동안 전매행위가 금지돼 있기 때문입니다.
분양을 받아도 팔 수 없는 아파트를 1년 후에 정식 매매를 하는 불법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원래 전매를 하거나 거래를 알선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고, 분양권 당첨 자격도 취소됩니다. 하지만 수천만 원의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불나방들처럼 몰리고 있습니다.

‘손 놓고 있는 제주도, 대책도 없는 제주’
제주 아파트에 떳다방이 등장하자, 제주 경실련은 제주도가 강력하게 단속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또한 청약자격자의 ‘거주기간 제한 제도’를 도입, 외지 투기 세력을 차단해야 한다는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청약자격자의 ‘거주기간 제한 제도’는 분양을 받은 본인이 최소 몇 년간은 거주하면서 거래를 하지 못하는 제도입니다. 그러나 이 제도가 시행된다고 해도 몰래 전세나 연세로 돌리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제주 아파트의 연세는 1~2천만 원이 훌쩍 넘습니다. 월세 1백만 원 이상 되는 아파트가 태반입니다. 서울의 아파트 월세와 맞먹습니다. 이마저도 공급이 없어 사람들은 집을 구하려고 아우성입니다.
제주 부동산의 미친듯한 고공행진을 제주도가 막을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글쎄요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습니다. 제주 원희룡 도정의 기본은 개발정책이기 때문에 부동산 투기가 과열돼 난리가 나도 겨우 단속하는 시늉 정도만 보입니다.
‘꿈에그린’ 아파트 분양가 논란이 벌어졌지만, 제주도가 했던 일은 별로 없습니다. 그저 억지로 끌려가거나,  떳다방 단속에 소극적으로 오히려 부동산 투기를 널리 알리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아이들의 미래가 암담한 제주’
자본주의 사회에서 거래를 하거나 투자를 하는 행위를 직접적으로 막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제주도민이 볼 때는 앞으로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제주가 지금보다 더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전에는 제주도의 농사짓던 땅을 팔면 시내에 작은 아파트나 주택을 구입해 결혼하는 자식에게 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어렵습니다. 외곽 지역 땅값이 아무리 올라도 주택 가격 자체가 너무 상승했기 때문에 땅을 팔고 대출까지 받아야 겨우 살 수 있습니다.
제주 변두리에 있는 땅을 개발하면 되지 않느냐고 묻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미 변두리도 건설과 분양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꿈에그린’ 아파트가 위치한 지역도 시내가 아니라 한라산 중턱에 있는 중산간 지역입니다.
▲제주 해안가 지역은 이미 부동산 개발이 끝나고 있다. 중산간 지역도 점차 개발이 진행돼 몇 년 안에 제주에서 직접적으로 바다를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제주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주택 건설 현장들, 그 속에 우리 아이들이 살 집이 존재할까요? 힘듭니다. 월 150만 원 급여조차 많다는 제주에서 3억짜리 빌라를 구매하거나 5억이 넘는 아파트를 구매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제주에 인구가 늘고 외지인들이 투자 목적으로 아파트를 구매해도 서민들이나 보통 사람들이 살 수 있는 주거 정책만 제대로 이루어지면 그나마 낫습니다. 하지만 원희룡 도정이 계획하고 있는 공공임대주택 사업은 협약식만 거창하게 했지, 도대체 어디에 임대할지가 명확하게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제주가 투기의 섬으로 변하면 자본을 가진 사람들만이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땅이 사라지는 제주의 모습이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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