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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5월 10일 화요일

수만년 태백산맥 구불구불 흘러 곳곳 한반도 지형

수만년 태백산맥 구불구불 흘러 곳곳 한반도 지형

조홍섭 2016. 05. 11
조회수 16 추천수 0
한반도 지질공원 생성의 비밀 <8-1> 영월·태백권-한반도 지형

 동해 밑 지각이 갈라지면서 
 2000만년 전 일본이 떨어져 나가고 
 태백산맥을 융기의 축으로
 한반도 동쪽으로 기울어 솟아올라 
 
 옛 곡류, 바닥 좁고 깊게 파며 흘러 
 현재의 산악 곡류를 이뤄
 
 연간 0.2㎜ 1000년에 20㎝씩 
 바닥 깎으며 수만년 흐른 어라연
 잣봉 거의 180도 휘돌아
 강변 곳곳 절벽 협곡 소 등 절경
 
 곡류가 원을 이뤄 처음과 끝 만나면
 목이 부러져 옛 물길 남기고 직행
 
 영월읍 방절리 ‘전형적인 옛 물길’
 4대강 공사로 한순간에 사라져


y1.jpg» 강원도 영월군 한반도면 옹정리에 위치한 한반도지형은 태백산맥 산악 하천이 빚어내는 전형적인 곡류 지형이다. 동해가 열리고 한반도가 솟아오른 지각변동이 이런 하천이 탄생한 지질학적 배경이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미시시피강이나 아마존강처럼 넓은 평야를 흐르는 큰 강 하류에서 강물은 끊임없이 물길을 바꾸며 흐른다. 크게 휜 곡류가 맞닿아 마침내 소뿔 모양의 호수를 남기고 새 물길을 내기도 한다. 한강, 낙동강 등 우리의 큰 강 하류는 개발로 물길이 자유롭게 넘나들 공간이 없다. 

그러나 눈길을 동강, 평창강, 내린천 등 태백산맥과 소백산맥의 산악하천으로 돌려보면, 놀라울 정도로 굽이치며 흐르는 하천지형을 발견할 수 있다. 한강·낙동강·금강의 중·상류에는 왜 곡류하천이 생겼고, 어떻게 진화하고 있을까.
 
3일 대표적인 산악 곡류하천이 흐르는 강원도 영월군 한반도면 옹정리의 한반도지형을 찾았다. 지질탐방로를 따라 전망대로 향했다. 

도로변에서 보는 것과 달리 키가 큰 자생 회양목이 석회암 지대임을 알렸다. 산 곳곳에 땅이 깔때기 모양으로 움푹 꺼진 돌리네도 나타났다. 동행한 김련 한국자연유산연구소 박사가 “석회암이 빗물에 녹아 밑에서부터 꺼져 생긴 지형”이라고 설명했다.

y2.jpg» 석회암이 물에 녹아 땅이 꺼진 지형인 돌리네. 전통적으로 밭으로 많이 이용돼 왔다. 사진=곽윤섭 선임기자
 
남한강의 상류인 평창강(서강)은 이곳에서 한반도 형상을 한 언덕을 휘감아 동에서 서로 흐른다. 강물은 석회암 암반을 깊이 파냈고 물살을 정면으로 받은 산은 깎여 석회암 절벽을 드러냈다. 절벽에는 동굴도 눈에 띄었다.

y4.jpg» 한반도지형 가운데 능선에는 강바닥에 쌓였던 자갈과 물살에 뚫린 구멍바위가 있어 한때 이곳에 물길이 있었음을 보여준다. 사진=강원도 등(2016)
 
능선 중간 물살이 뚫은 구멍바위
 
그렇다면 석회암이 물에 녹아 이런 산악 곡류가 만들어진 것일까. “그렇지 않다”고 태백산맥의 지형과 지질 역구자들은 말한다. “동해의 탄생에서 비롯된 한반도의 지각운동이 근본 원인”이라는 것이다. 이들의 설명을 풀면 대개 이렇다. 

한반도가 중생대인 약 2억5000만년 전 대륙충돌로 형성될 때 깨진 지각 틈으로 바위가 녹은 마그마가 다량 흘러들었다. 이 마그마는 고생대 때 만들어진 석회암을 뚫고 올라와 땅속 수천m 깊이에서 굳었다. 오랜 세월 동안 침식을 받아 지표가 깎여 나갔고 상대적으로 약한 화강암체가 드러났다. 화강암이 풍화돼 깎이면서 평평한 저지대가 형성됐고 그곳에 하천이 구불구불 흘렀다. 약 2000만년 전 동해 밑 지각이 갈라지면서 일본이 떨어져 나갔다. 그 지각변동의 여파로 한반도는 동쪽으로 기운 상태로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태백산맥은 그런 융기의 축이었다. 지표가 상승하면 물이 깎는 힘도 커진다. 과거의 곡류는 주변 지질구조의 틀 안에서 바닥을 좁고 깊게 파며 흘러 현재의 산악 곡류를 이뤘다."

y5.jpg» 동강의 전형적 곡류의 하나인 나리소. 물살이 쳐 깎인 절벽에는 동굴이 나 있고 반대편에는 모래와 자갈이 퇴적돼 있다. 사진=조홍섭 기자

한반도가 솟아오르면서 강물에 깎인 강바닥은 점점 낮아져 과거의 강바닥은 강변의 평평한 언덕(하안단구)로 바뀌었다. 한반도지형 안에 있는 야트막한 산의 능선에 오르면 둥근 자갈층이 있다. 한때 물이 이리로 흘렀다는 증거다. 능선 중간의 암반에는 물살이 쳐 뚫은 구멍바위도 있다.
 
동강 길이, 직선거리보다 3배 길어

y3.jpg» 산악하천의 곡류를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영월 동강의 위성 사진. 하천의 길이는 곳에 따라 직선거리의 3.5배에 이른다. 구글 위성지도
 
윤순옥 경희대 교수가 하천지형의 변화를 토대로 계산한 동강 상류인 골지천이 지난 1만5000년 동안 하천바닥을 깎는 속도는 연간 0.2㎜로 1000년에 20㎝이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산악 곡류가 탄생한 이래 수만년 동안 쌓인 변화는 만만치 않다. 그 크기를 실감할 수 있는 곳이 동강 어라연이다.
 
어라연 전망대가 위치한 잣봉(해발 537m)에서 동강을 향해 삐죽 튀어나온 나지막한 능선이 있는데, 강물은 이를 휘감아 거의 180도를 돌아 흐른다. 건너편에서 보면 어라연 능선은 또 다른 한반도 지형으로 보일 것이다. 

y6.jpg» 어라연 전망대 잣봉에서 바라본 삼선암. 잣봉과 삼선암은 모두 1억 8000만년 전 중생대 쥐라기 때 하천 바닥에 쌓인 자갈과 모래가 굳은 지층이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강변을 따라 절벽, 협곡, 바위섬, 소, 급류 등 다양한 하천지형이 절경속에 펼쳐진다. 그러나 가장 놀라운 볼거리는 능선 꼭대기에 있다.

아름드리 소나무 아래 꼬리진달래와 철쭉이 무리를 지은 능선을 따라가면, 커다란 호박돌로 이뤄진 역암층이 나타난다. 표면이 매끈하게 닳아있는 이 암석은 강물에 쓸려 굴려내려가다 강바닥에 쌓여 굳은 역암이다. 

약 1억8000만년 전 중생대 쥐라기 때 강바닥에 쌓인 자갈과 현재 어라연 바닥에 쌓이고 있는 자갈이 높이가 70m인 절벽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다. 동강이 흐름을 시작했을 때 강바닥의 높이는 현재보다 180m가량 높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강은 영월과 정선 일대에서 특히 심하게 구불거리며 흐른다. 이광률 경북대 지리교육과 교수가 쟀더니 동강의 시점부터 종점까지 직선거리보다 실제 하도는 평균 2.57배나 길었다. 심하게 휜 곡류는 굽이가 거의 원을 이뤄 출발점과 도착점이 만나 ‘목이 부러지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렇게 되면 강은 옛 물길(구하도)을 남겨두고 새로운 지름길로 직행한다.
 
석회암 녹여 뚫고 합류하며 폭포
 
y7.jpg» 단종의 유배지인 청령포. 평창강이 영월읍에 이르러 크게 휘감은 모습이다. 그러나 이보다 훨씬 큰 규모의 곡류가 잘라져 현재 저류지가 돼 있다. 사진=조홍섭 기자

단종 유배지인 청령포를 건너 보는 영월읍 방절리의 강변저류지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전형적인 구하도’란 평가를 받았던 곳이다. 평창강은 석회암을 깎아내고 흐르다 청령포 앞에서 주변보다 단단한 셰일층을 만나 영월읍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강물은 물살과 만나는 강변 절벽을 때려 그 부스러기를 맞은편 기슭에 쌓는 일을 계속했고 곡류는 반지름을 점점 늘리며 원형에 가까워졌다. 마침내 좁아진 곡류의 목 부분이 무너졌다. 물길은 4.1㎞나 짧아졌고 그곳에 15m 높이의 폭포가 생겼다. 폭포의 끄트머리는 침식과 함께 차츰 상류로 이동해 갔다.

y8.jpg» 청령포 앞 옛 물길인 방절리 구하도 전경. 4대강 사업으로 자전거길과 저류지 등으로 개발됐다. 사진=조홍섭 기자
 
y9.jpg» 청령포 인근 옛 물길의 형성과정. 그림=서화진(1988)

옛 물길에서 채취한 토탄층의 연대를 측정한 결과 4만4580년 전으로 나왔다. 그러나 수만년을 이어온 옛 지형은 4대강 공사로 한 순간에 사라졌다. 정부가 2012년 저류지를 건설하면서 옛 물길을 모두 파내 생태하천, 자전거 도로, 산책로 등을 만들었다. 이광춘 상지대 명예교수(지질학)는 "원형은 무너졌지만 자연유산으로서 현재도 보존가치가 크다"라고 말했다.

y10.jpg» 황지천 쪽에서 본 태백시 구문소. 하천이 곡류목인 석회암 암벽을 뚫고 철암천과 합류한다. 주차장 주변에 옛 물길이 있다.

y11.jpg» 구문소에서 황지천과 철암천이 하천쟁탈을 통해 물길이 변한 과정. 그림=강원도 등(2016)
 
태백시 구문소동에도 대규모 옛 물길이 있다. 전기 고생대 화석산지로 유명한 구문소에는 암벽에 큰 구멍이 뚫려 그리로 낙동강 상류인 황지천이 흐른다. 황지천은 크게 휘어 흐르다가 곡류의 목이 점점 좁아지자 석회암을 녹여 뚫고 이웃 지천인 철암천과 합류했다. 

그 영향으로 황지천은 구문소 앞에서 경사가 급해져 작은 폭포를 이루고 있다. 약 4만년 전 형성된 것으로 알려진 옛 물길은 현재 원형이 유지되고 있다. 

영월·태백/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 공동기획: 한겨레, 대한지질학회, 국립공원관리공단 국가지질공원사무국, 한국지구과학교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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