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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5월 4일 수요일

7년 전 아이 응급실 실려간 그날 영국 옥시 본사로 항의 방문 떠나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경북 구미에서 소방관으로 재직 중인 김씨는 4일 오전 환경보건시민센터 최예용 소장과 함께 옥시레킷벤키저의 영국 본사 주주총회장에 항의 방문하고, 검찰에 고발하기 위한 2차 항의 방문길에 나섰다. 승준이가 처음 열이 올라 응급실에 실려간 2009년 5월4일로부터 꼭 7년이 지난 날이었다. 어린이날을 맞아 놀러 가자고, 선물을 사달라고 조르는 승준이와 행복하게 보냈어야 할 어린이날이 김씨에겐 레킷벤키저 본사를 항의 방문하는 슬픈 날이 되어버린 것이다. 김씨는 “지난해 방문 때는 레킷벤키저 본사 관계자를 문전박대 끝에 만났지만 본사와 한국 지사는 별개라면서 책임이 없다고 했었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행위에 대해 (본사가) 관리하고 감독했다는 게 검찰 수사에 나타나고 있다”며 “그 사실을 듣고 분노해서 오늘 이 자리에 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ㆍ가습기 살균제에 아들 잃은 소방관 아빠의 ‘슬픈 어린이날’
“영국 옥시 본사로 항의 방문” 가습기 살균제 피해로 아들을 잃은 김덕종씨(왼쪽에서 두번째)와 환경보건시민센터 최예용 소장(맨 왼쪽)이 4일 오전 7박8일 일정으로 옥시레킷벤키저(옥시) 영국 본사 항의 방문을 떠나면서 인천공항 출국장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영국 옥시 본사로 항의 방문” 가습기 살균제 피해로 아들을 잃은 김덕종씨(왼쪽에서 두번째)와 환경보건시민센터 최예용 소장(맨 왼쪽)이 4일 오전 7박8일 일정으로 옥시레킷벤키저(옥시) 영국 본사 항의 방문을 떠나면서 인천공항 출국장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승준이는 다섯 살이던 2009년 5월4일 갑자기 열이 올라 응급실에 갔다. 다음날 폐가 좋지 않다는 진단을 받고 경북대병원 중환자실로 옮겨졌고, 이틀 후인 7일 세상을 떠났다. 김씨는 승준이가 세상을 떠난 지 5년 뒤인 2014년 환경부의 2차 피해조사에 승준이 조사를 신청해 가습기 살균제 피해 가능성이 ‘거의 확실’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정부가 2011년 유해하다고 발표하기 전까지 계속 옥시 제품을 사용해 온 동생 둘이 아직까지 이상이 없다는 점만이 위안이라고 할 수도 없는 위안이다.
김씨는 꼭 1년 전인 지난해 5월에도 환경단체와 전문가, 피해자와 유족들로 이뤄진 레킷벤키저 영국 런던 본사 항의 방문단에 참가한 바 있다. 그는 당시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공무원 신분이 마음에 걸린다면서도 “우리 승준이를 위해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제조업체와 정부의 무책임한 모습에 분개하는 마음이 들었다. 누구 하나는 나서야지 뒷짐 지고만 있을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고도 말했다.
하지만 당시 옥시레킷벤키저 측은 김씨와 다른 피해자들, 최예용 소장 등으로 이뤄진 항의 방문단과의 대화에 나서긴 했지만 사과하거나 책임지는 태도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유감스럽고, 피해자들의 고통을 공감하지만 소송 중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하기 어렵다”는 뻔한 대답만 반복할 뿐이었다. 최근 옥시레킷벤키저가 사과 기자회견을 하고, 영국 본사가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린 것과는 전혀 다른 태도였다.
김씨와 최 소장은 5일 오전(현지시간) 레킷벤키저 영국 본사의 주주총회장 앞에서 사과를 요구하는 기자회견 및 시위를 벌이고, 현지 검찰에 이 업체를 고발할 예정이다. 영국을 포함한 유럽 시민단체들의 도움도 받는다. 6일에는 역시 다국적기업으로 국내에서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 유통시킨 테스코 측에 항의서한을 전달하고, 테스코 역시 영국 검찰에 고발할 계획이다. 12일에는 가해기업 중 하나인 세퓨의 원료공급업체 덴마크 케톡스사에 대해 덴마크 정부에 항의서한을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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