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태 광주오월문학축전 조직위원장 “한국문학에 희망 보인다”권미강 기자 승인 2016.05.23 댓글 0
▲김준태 광주오월문학축전 조직위원장이 민플러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작가들이 서사를 찾은 거 같더군요. 이야기를 찾은 것입니다. 사실 한동안 방황을 했었어요. 이야기를 찾았으니 이제 한국문학에 희망이 보이는 거 같습니다.”
지난 21~22일 광주에서 열린 ‘광주오월문학축전’에는 400여명의 한국작가회의 회원들이 참여해 성황을 이뤘다. ‘기억과 초혼, 문학의 저항’이란 주제로 한 ‘오월문학의 현대적 흐름과 전망’ 심포지엄을 통해 각 장르별로 오월광주를 담아낸 작품들과 그 의미를 짚어보았다.
이번 문학축전을 총괄 지휘해 온 광주전남작가회의 고문인 김준태 축전 조직위원장은 22일 민플러스와 인터뷰에서 작가들이 서사를 찾은 것을 이번 축전의 성과로 꼽았다. 김 조직위원장은 ‘아아 광주여, 우리나라의 십자가여’란 작품으로 80년 광주항쟁과 신군부의 학살 만행을 세상에 알린 시인으로 유명이다.
김 위원장은 이런 문학적 성과들을 통해 5월 문학의 미래를 내다보길 바랐다. “작가회의에 부탁하고 싶은 것은 ‘오월에서 통일로’라는 화두에 주목하고 집중했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우리 민족은 통일해야 살 수 있습니다. 국가적 위상으로 보나 남한이 큰 틀 속에서 북녘과 함께 손을 잡고 우리 민족의 재생기를 한번 꾀할 시기가 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광주오월문학축전의 의미를 새겨본 김 위원장과 인터뷰는 이날 오전 축전 현장에서 이뤄졌다.
- 16년 만에 광주에서 대규모 오월문학축전을 열었습니다. 4.13총선 이후 맞는 전국단위의 문학축전인데요, 먼저 그 의미를 말씀해주시지요.
“한국작가회의는 74년도에 조직된 자유실천문인협회에서부터 시작됐습니다. 6월 항쟁 무렵에 생긴 민족작가회의를 거쳐 작가회의로 발전했지요. 작가회의의 원뿌리는 자유실천문인협회입니다. 600명에서 3000여명으로 거대조직이 됐지요. 세계적으로 이런 문인조직이 없습니다.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던, 선거혁명이라고도 할 수 있는 4.13총선 직후에 이번 행사가 열렸어요. ‘현 정권으로는 안 된다’는 것을 민심으로 보여준 선거혁명 이후에 열려서인지 어느 행사보다도 성황리에 진행됐습니다.
행사를 준비하고 치르면서 보니 작가들이 서사를 찾은 거 같더군요. 이야기를 찾은 것입니다. 사실 한동안 방황을 했었어요. 이야기를 찾았으니 이제 한국문학의 희망이 보이는 거 같습니다.
하지만 이럴수록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됩니다. 아직도 개혁세력이 아닌 굉장히 극우적 성향의 세력들이 많습니다. 보수적인 심지어 극보수적이고 극우적인 성향의 세력들이 많습니다.
다수의 민족, 민중과는 괴리된 세력들이 이번에 깜짝 놀랐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여기서 멈추면 안 되죠. 재무장해서 다시 전열을 가다듬고 새로운 시절을 열어가야 합니다. 그래야 광주 5.18뿐 아니라 8.15해방 이후의 모든 사건들, 나라가 분단됐기 때문에 일어난 학살들에 대해서 단죄할 수 있지요.
광주학살은 군인세력들이 5.17군사쿠데타를 일으켰기 때문에 이루어진 학살입니다. 그 학살은 계속돼 왔었지요. 그런 차원에서 우리 민족에게 화두였던 5월 정신, 즉 ‘대동세상, 5월에서 통일로, 생명존중’은 이번 5.18의 가장 큰 화두였고 작가들도 그 화두를 찾아가야 하죠.”
▲김준태 광주오월문학축전 조직위원장이 민플러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 이번 오월문학축전을 통해 얻은 성과와 작가회의가 나아갈 방향은 무엇일까요?
“앞서 말한 화두에 대부분이 공감하고 재인식하는 거 같습니다. 또 그런 의도를 가지고 조직위원회에서 이번 행사를 기획했구요. 근자에 이렇게 많이 작가들이 모인 적이 없었습니다. 400여명이 넘는 작가들이 광주를 찾았고 서울에서 제주까지 모든 작가회의 지부가 참여했습니다.
작가회의에 부탁하고 싶은 것은 ‘오월에서 통일로’라는 화두에 주목하고 집중했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우리민족은 통일해야 살 수 있습니다. 국가적 위상으로 보나 남한이 큰 틀 속에서 북녘과 함께 손을 잡고 우리 민족의 재생기를 한번 꾀할 시기가 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8.15해방 이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나요.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여순사건, 제주4.3, 대구 10월항쟁, 전국 각처에서 일어난 보도연맹사건, 6.25한국전쟁, 자유당 독재시절의 이루 말할 수 없는 억울한 죽음들, 최근엔 세월호 사건까지 거쳤습니다.
4.13총선 통해 민(民)의 의중 알게 됐다
현재 우리사회는 굉장히 생명 경시풍조가 만연해 있습니다. 이번 강남역에서 일어난 사건을 보듯이 인명 경시현상이 일어난 거죠.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우리 사회가 리듬이 깨져 버린 거 같습니다. 다시 새 틀을 짜서 새롭고 아름다운 정치 환경 속에서 함께 살아가야 하고 그 힘을 모아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우린 이야기를 찾았습니다. 담론을 찾았습니다. 4.13선거를 통해서 민(民)의 의중을 알게 됐습니다. 민심이 천심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우리 민족이 기로에 서있는 거 같습니다. 경제적으로나 통일문제에 있어서나. 이번을 기점으로 해서 우리 민족이 전열을 가다듬으면서 평화와 생명존중과 통일의 세상을 위해서 전진해야 합니다.”
▲김준태 광주오월문학축전 조직위원장이 민플러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 이런 시점에서 작가들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그리고 심포지엄에서 ‘5월에서 4월로’라는 내용이 나왔는데 이에 대한 견해를 말씀해주시죠.
“작가들은 글 쓰는 것 자체가 행동입니다. 작품을 통해서, 모든 사회단체들과 연대도 하면서. 이제 서사를 찾았으니 더 바람직한 서사를 통해서 나가야 합니다.
4.19는 분단사회가 만들어낸 자유당 독재에 맞선 혁명이었습니다. 헤아릴 수 없는 비극이 일어났었지요. 결국 사월혁명은 민주주의를 부르짖었습니다. 자유와 민주주의의 혁명이었습니다. 그리고 통일이었구요. ‘가자 북으로, 오라 남으로’였습니다. 우리민족이 살 길은 통일입니다. 4.19혁명도 궁극적으로 통일입니다. 자유구요. 나라가 분단됐기 때문에 자유가 없었죠. 극우세력들은 모두가 반공, 종복으로 밀어붙였죠. 자기 당을 반대하게 되면 종북으로 몰고 있습니다. 있지도 않은, 만들어낸 단어가 종북입니다. 예전 같으면 공산주의자로 모는 것입니다. 그래서 4.19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도 통일이고, 5.18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이 통일입니다. 4.19에서 통일로. 통일 안에는 ‘자유와 평화, 함께 사는 삶’이 들어있습니다. 5월에서 통일로도 마찬가지입니다. 4.19의 숙제는 5.18의 숙제입니다. 4월 혁명의 숙제는 5월 혁명의 숙제입니다. 우리는 지금 숙제를 풀고 있습니다. 아직 답은 만들어내지 않았습니다.
우리 민족이 살 길은 통일
이번 4.13선거는 명예혁명이라고도 합니다. 여기서 우리 민족의 희망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80년 5월에 우리가 희망을 느꼈었지요. 우리는 과거에 주었던 4월 혁명의 숙제, 5월 혁명의 숙제, 이 숙제를 계속 풀어야 합니다. 숙제를 완성하지 않았지만 그 숙제의 정답은 바로 ‘통일’입니다. 그런데 통일을 왜, 어떻게 그 길을 찾아내야 하느냐. 그 숙제를 혼자가 아닌 다 같이 풀어야 합니다. 작가는 그 안에서 글과 연대를 통해 풀어야 합니다. 종교든 단체든 모든 조직이 각자의 방식대로 내용을 풀면서 외부 단체와 연대해야 합니다. 예술로 봤을 때 미술인공동체, 음악인공동체, 문학인공동체 등 각 예술의 공동체들이 연대를 이뤄서 숙제를 풀어가야 합니다.”
- 오월문학축전을 계속 이어나갈 계획이신가요?
“오월문학축전은 87년부터 해마다 계속해오고 있습니다. 거리의 문학전을 해오고 있지요. 갇혀 있는 공간이 아니라 열려있는, 금남로에서 스피커 틀어놓고 시를 낭송했습니다. 음악도 미술도 문학도 밖으로 나왔습니다. 앞으로도 오월마다 진행할 것입니다.”
- 노무현 정부 때처럼 북한의 작가들과 교류를 추진할 계획은 있으신가요?
“해야죠. 저도 평양을 갔다 왔습니다. 민족문학작가회의 시절에. 결국 관계 속에서 소통이 됩니다. 관계와 소통이 되지 않고는 통일을 이룰 수 없습니다. 남과 북 작가들이 관계를 갖고 다시 회복하고 나가서 소통을 해야 합니다. 지금은 관계와 소통이 없는 절벽이지요.
현 정부가 허락하지 않겠지만 노력을 해야 하지요. 우리 민족은 희망 있는 민족입니다. 한반도는 인류의 모든 고충들을 축약한 곳입니다. 나라가 분단됐고 엄청난 모더니즘 사회로 가고 있고, 신자유주의로 가고 있지만 이런 상황 속에서 남과 북은 아름다운 관계를 맺고 소통을 하고 궁극적인 목표인 통일로 가야 합니다. 우리 작가들도 한국문학의 발전을 꾀하면서 동시에 우리 민족의 화두인 통일로 나가야 합니다. 통일로 가는 길만이 진정한 정치 민주주의, 경제 민주주의로 나가는 길입니다.”
권미강 기자 kang-mom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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