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16-02-17 19:33수정 :2016-02-18 05:29
2000년 마늘관세 10배 올리자
휴대전화 등 수입중단 조처 전례
전문가 “중국 정경분리” 전망에도
재중 한국 기업인들 좌불안석
“중국, 국익 걸리면 무섭게 돌변”
휴대전화 등 수입중단 조처 전례
전문가 “중국 정경분리” 전망에도
재중 한국 기업인들 좌불안석
“중국, 국익 걸리면 무섭게 돌변”
“당시 한국에서는 거국적인 수준의 대규모 협상단이 갔다. 그러나 면담 신청을 해도 중국에서 전혀 반응이 없었다. 그저 기다릴 뿐 속수무책이었다. 마냥 호텔에서 머무를 수 없어 철수를 하려고도 했다. 그러나 막판 중국 쪽에서 만나겠다는 연락이 왔고, 중국은 극소수의 인사만 협상에 나왔다. 결국 대부분 중국의 의사가 관철됐다.”
2000년 여름 한-중 관계를 뒤흔들었던 ‘마늘 분쟁’ 협상을 가까이서 지켜본 한 인사는 당시를 이렇게 기억했다. 마늘 분쟁은 한국이 같은 해 6월 중국산 얼린 마늘과 식초에 절인 마늘의 관세율을 2003년 5월까지 기존 30%에서 10배가 넘는 315%로 올리며 시작됐다. 한국 정부는 당시 값싼 중국 마늘로부터 농민을 보호하려 취한 조처였지만 당시 세계 마늘 생산량의 75%가량을 차지하고 있던 중국은 갑작스런 큰 폭의 관세 인상 조처에 강하게 반발했다. 산둥성의 농민이 자살을 하는 사건도 중국 정부의 태도를 강경하게 만들었다.
중국은 일주일 뒤 한국산 휴대전화와 폴리에틸렌 수입을 잠정 중단한다는 보복 조처를 발표했다. 결국 한국은 관세율을 거의 기존 수준인 30~50%로 낮추고, 중국은 휴대전화 수입 중단 조처를 풀면서 마늘 분쟁은 끝났다. 사실상 중국의 무역 보복이 위력을 발휘한 마늘 분쟁은 이후로도 중국의 경제 보복 사례로 입길에 오르내린다.
10년 뒤인 2010년 9월 중국은 일본과의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 때도 희토류의 일본 수출 중단이라는 경제 보복 카드를 꺼내들며 17일 만에 일본에 나포됐던 자국인 선장을 되돌려 받았다. 첨단기술 제품의 핵심 원료인 희토류는 희소 자원으로 일본은 전적으로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에 의존하고 있었기 때문에 굴욕적으로 두 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문제로 한-중 관계가 빠르게 퇴보하면서 중국의 경제적 제재에 관한 우려가 퍼지고 있다. 일단 중국 경제 전문가들 다수는 중국이 ‘정경분리’ 원칙을 지킬 것이라고 전망한다. 베이징 코트라 자료를 보면, 지난해 중국은 한국의 전체 무역 비중에서 23.5%를 차지해 1위였다. 한국 역시 중국의 전체 무역 비중에서 비중이 7.1%로 4위였다. 중국 경제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도 경제 보복 카드를 꺼내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또 두 나라가 가입된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상 정치적 이유로 인한 무역 제한은 할 수 없도록 돼 있다. 박은하 주중 한국대사관 경제공사는 “한-중은 경제 발전 목표를 실현하는 데서 상호 핵심 파트너다. 중국이 북한 핵실험으로 발생한 정치안보 문제를 경제와 연계시키는 것은 중국의 국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중 기업인들 사이에서는 “중국이 유·무형의 수단을 통해 티 나지 않는 제재를 할 가능성이 있다”는 불안감이 존재한다. 베이징에 진출한 한국 기업체의 한 직원은 “중국 여론을 매일 점검하고 있는데 아직 특이 동향은 없다. 그러나 혹시 불똥이 튈까봐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베이징 소식통은 “당장은 아니지만 사드 배치가 결정되거나 갈등이 더 커지면 중국이 가장 가시 효과가 큰 유커(중국인 국외 관광객)의 한국 관광 제한 조처를 취할 것이라는 소문이 많다”고 말했다.
단둥 등 북-중 접경지대에서 북한 무역을 하고 있는 이들도 “좌불안석이다. 중국인들은 국익이나 애국이라는 문제가 걸리면 무섭게 돌변한다”고 우려했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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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경제 보복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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