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선거는 미래를 보고 투표하고 국회의원 선거는 회고적(retrospect) 투표의 경향을 띤다고 한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이번 20대 총선이야말로 새누리당이 딱 걸렸다. 박근혜 정권이 엉망진창으로 굴러가는데 새누리당이 도대체 여당 역할을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권은 지난 3년간 대선 공약을 제대로 지킨 것이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노인 기초연금’에서부터 ‘4대 중증질환 100% 국가책임’, ‘고등학교 무상교육실시’, ‘소득연계 맞춤형 반값 등록금’에 이르기까지… ‘공공부문 비정규직 폐지 후 정규직 고용’ 공약은 지금 오히려 노동법 개악시도라는 정반대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무상보육’ 공약은 예산도 확보하지 않은 채 그 실시 책임만을 교육청에 떠넘기면서 현장에서 유례없는 대혼란을 빚어내고 있다.
출산율 최저, 자살률 최고는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온갖 끔찍한 사건·사고가 매일 일어나고 있다. 경제는 곤두박질 치고 있다. 청년들은 직장을 구하지 못해 거리를 헤매고 있고 직장마다 명예퇴직. 희망퇴직으로 실업자가 넘쳐나고 있다. 그런데도 박 정권은 경제가 어려운 것에 대해 야당 탓만 하고 있다. 필사적으로 정규직. 비정규직 간, 세대 간 싸움을 붙이고 있다.
세월호 참사나 위안부 협상 같은 외교참사는 차라리 말을 말자. 이런 정권을 응징하지 않고 심판하지 않는다면 도대체 선거는 무슨 소용이 있나. 더구나 수구보수세력은 선거 때마다 당명을 바꾸기도 하고, 과거야 어떻든 그럴듯한 새인물을 내세워 호화찬란한 공약을 내걸고 이기곤 했는데 이번에는 그 수법도 통하지 않을 것 같다.
호랑이같은 대통령이 “내가 못 한 것이 뭐가 있느냐”고 눈을 부릅뜨고 있으니 새누리당으로서는 국민들에게 반성한다는 소리도 못 하고, 앞으로 잘 하겠다고 읍소도 못할 처지다.
그러므로 이번 선거는 보나마나 야당 승리로 여소야대가 될 것이다, 이렇게 예언해야 옳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어제 나온 세계일보 여론조사에 따르면 새누리당이 151석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는 예상이 53.6%, 이중에는 무려 180석 이상 차지할 것이라는 답변도 11.1%가 된다고 한다. 새누리당이 130석 미만이라는 답변은 불과 8.5%다.
이번 총선이 ‘야당 심판’이냐 ‘경제무능 심판’이냐는 질문에는 다행히 ‘경제무능심판론’이 30.8%로 ‘야당심판론’ 21.3%보다 더 많이 나왔다. 더민주당 김종인 선대위원장은 야당 심판선거라는 건 들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전혀 위로가 안 된다. 문제는 나라를 팔아 먹어도 새누리당을 찍겠다는 35%의 콘크리트요, 이들에게 명분을 주고 사기를 높여주는 야당 분열이요, 거의 배 차이가 나는 영호남 의석수다.
국정원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다. 이 나라, 도대체 답이 보이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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