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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2월 20일 토요일

제주를 평화의 섬으로 만드는 일이 곧 헌법을 지키는 것


우리가 원하는 것은 폭력과 전쟁이 아니라 평화입니다
임병도 | 2016-02-21 08:59:40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제주 강정 해군기지 공사장 정문에서 열리고 있는 ‘강정생명평화미사’ ⓒ강정이야기
지난 1월 25일, 32년 만의 폭설로 제주가 난리가 났습니다. 그러나 제주해군기지 앞에서 열린 미사는 오히려 더 따뜻했습니다. 매일 진행됐던 해군기지 공사도 미사를 방해하거나 날카로운 눈초리로 쳐다보는 감시하던 경찰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2011년 8월부터 해군기지 공사장 정문에서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일 ‘강정생명평화미사’가 열립니다. 미사는 엄연히 종교적 행사이지만, 경찰과 해군기지 관계자들에게는 눈엣가시와 같은 존재에 불과했습니다.
제주해군기지를 아직도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느냐는 물음을 가끔 받습니다. 해군기지가 아직도 완공되지 않았느냐고 묻기도 합니다.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지금도 평화를 외치고 있습니다. 제주해군기지는 오는 2월 26일 완공식을 합니다.
제주해군기지를 표기할 때 언론은 항상 ‘제주민군복합형관광미항’이라는 말을 늘 앞에 사용합니다. 그러나 이내 ‘제주해군기지’라고 합니다. 이유는 민간과 함께 사용하는 관광미항이라기보다는 진짜 해군기지이기 때문입니다.
▲제주해군기지 창설과 함께 제주로 향하는 해군 부대. 붉은색 안이 제주해군기지에 주둔하는 4개 전대 ⓒ제주의소리
제주의소리에 따르면 제주해군기지 건설에 맞춰 제주지역 군부대의 개편과 함께 최대 4천여 명의 군인이 제주에 거주한다고 합니다. 지난해 12월 1일 제주해군기지의 작전을 지휘,지원하는 ‘제주기지전대’도 창설됐습니다.
이제 제주는 아름다운 자연을 간직한 섬이라기보다는 제주해군기지로 군사적 요충지가 됐습니다. 특히 해군기지와 함께 공군기지 등 여타의 군사기지화가 가속될 전망입니다. 또한 사드배치 문제와 함께 미군 항공모함이 정박할 수 있는 제주해군기지는 중국을 자극할 우려가 커졌습니다. 이 말은 제주가 언제든지 한국의 의도와는 다르게 강대국들의 갈등만으로 전쟁의 위기나 시작점이 될 수 있는 위험에 빠져 있다는 의미입니다.
처음 제주에 해군기지를 건설하려고 가졌던 계획과 설계는 모두 변경됐고, 불법적인 방법으로 주민 간의 갈등을 유발했습니다. 자연과 환경이 무참히 파괴됐습니다. 안보라는 명분을 위해 정부가 벌인 일치고는 너무나 가혹한 일이었습니다.
▲2월 23일부터 제주에서 열리는 강정,생명평화문화마을 선포 주간 포스터 ⓒ 강정친구들
2월 26일 열리는 제주해군기지 준공식에 맞춰 제주에서는 ‘강정 생명평화마을 주간’ 행사가 시작됩니다. 23일 저녁 7시에는 제주시청에서 ‘강정촛불문화제’가 26일 금요일 오전 7시에는 ‘생명평화 백배’가 해군기지 공사장 정문에서 열립니다. 오전 9시에는 강정 생명평화문화마을 선포식과 장승세우기를 합니다. 오전 11시 생명평화 미사를 마치면 인간띠잇기 행사도 진행됩니다.
이 행사들이 열리는 이유는 더는 강정마을이 해군기지의 부속 마을이 아니라 아름다운 자연을 보존하며 함께 살아가는 평화의 마을이 되기를 원하기 때문입니다.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했지만, 결국 해군기지는 완공됐습니다. 건설된 해군기지를 폭력으로 파괴할까요? 아닙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폭력과 전쟁이 아니라 평화입니다. 서로가 싸우자고 턱밑에 칼을 대고 있는 급박한 상황에서는 서로가 한 걸음씩 물러나 평화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어야 합니다.
냉전시대에 벌어졌던 전쟁의 공포가 다시 몰려오고 있습니다. 미국과 일본, 중국 등이 한반도를 사이에 두고 군비경쟁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전쟁의 광풍이 지배하는 사회 속에서 국민의 자유와 기본권은 제한될 것이며, 민주주의는 안보에 밀려 계속 후퇴할 것입니다.
▲오는 4월 열리는 제1회 강정국제평화영화제 개최를 위한 시민모임
강정 활동가로 알려진 양윤모 영화평론가가 집행위원장을 맡은 ‘제1회 강정국제평화영화제’가 오는 4월 23일부터 26일까지 서귀포 시내에서 열립니다. ‘모다들엉, 평화'(모두모여 평화)라는 슬로건으로 강정평화영화제를 하는 이유는 전쟁의 공포와 위협 속에서 평화를 다시 회복하기 위해서입니다.
제주와 오키나와, 타이완을 잇는 동아시아의 바다가 전쟁이 없는 비무장 지대와 평화의 바다가 된다면 어떨까요? 우리 아이들은 전쟁의 공포에서 해방돼 더 자유롭게 행복할 수 있습니다. 제주해군기지를 반대했던 이들이 앞으로 하려고 하는 일이 바로 평화의 바다, 평화의 섬들을 만들려는 것입니다.
‘해님과 바람의 내기’라는 이솝우화를 보면 세상에서 자기보다 힘이 세다고 자랑하던 바람은 결코 나그네의 외투를 벗기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해님의 따듯함이 얼어붙은 나그네의 외투를 벗겼습니다.
평화는 강력한 무기와 전쟁의 공포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대화와 타협, 상대방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제주를 평화의 섬으로 만드는 노력이 곧 헌법에 명시된 ‘항구적인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하는 일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13&table=impeter&uid=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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