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정부가 10일 북측의 장거리 로켓(위성) 발사와 관련 개성공단 전면 중단 결정을 내렸습니다. 최근 극도로 악화된 남북 상황에서 우려했던 일이 터진 것입니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이 조치는 북측에 ‘혹독한 대가’를 주는 게 아니라 오히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에게 치명적인 고통을 주는 것으로 결국엔 우리 측에 더 큰 손해를 가져다 줄 것입니다.
지난 1월 6일 북측이 수소탄 시험을 했을 때부터 개성공단을 둘러싸고 이상기류가 흘렀습니다. 당시 재빠른 대북 확성기 전면 재개도 성에 안 찼는지 박근혜 대통령이 개성공단 중단 카드를 만지작거린 것입니다. 개성공단 체류 인원 축소 등이 나오더니 이번 북측의 위성 발사를 계기로 개성공단 전면 중단 결정이 내려진 것입니다.
무릇 한 나라의 최고지도자라면 매사를 냉정하고 합리적으로 처리해야 하는데 박 대통령은 무슨 억하심정이 있는지 북측의 핵 시험과 위성 발사를 접하자 그만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고스란히 드러내고 말았습니다.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토하듯 내뱉는 행위는 상대편에 상처를 주지 못하고 오히려 자신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기 십상입니다. 자업자득이 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이로써 지난 2013년 4월 중단됐다가 그해 9월 재가동된 지 2년 5개월 만에 개성공단이 다시 멈춰 서게 된 것입니다. 남북관계의 ‘옥동자’로 불리며 최후의 보루로 남아있던 개성공단이 가동을 중단함으로써 이제 남과 북을 연결할 수 있는 끈은 완전히 없어진 것입니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이날 오후 5시 브리핑을 통해 개성공단 전면 중단의 이유로 “우리 정부는 더 이상 개성공단 자금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 이용되는 것을 막고, 우리 기업들이 희생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개성공단을 전면 중단하기로 하였다”고 밝혔습니다. 한마디로 개성공단 자금이 북한의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 고도화에 사용됐다는 것입니다. 이는 무릇 민족화해정부 시절 대북 지원사업을 두고 보수세력이 ‘대북 퍼주기’로 규정한 논리를 연상케 합니다.
북측에 지원을 하든 정상적인 경제협력이나 경제사업을 하든 뭐든지 ‘대북 퍼주기’이고 ‘대북 군사력 강화’라면, 도대체 대북 인도적 사업이란 게 어떤 것이고 또한 정상적인 대북 상거래가 성립이 되겠습니까? 그런 논리라면 북측과는 어떠한 경협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인데 이게 말이 되냐는 것입니다. 북측에 혹독한 대가를 주겠다는 명분 아래 억지 논리를 펴는 것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억지 논리에 앞서 정부는 북측과의 신뢰문제에서도 엇나가고 있습니다. 앞에서 밝힌 지난 2013년 개성공단 조업 중단시 남과 북은 그해 8월 14일 7차 당국간 실무회담을 열고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5개항의 합의서를 채택한 바 있습니다.
당시 회담의 최대 쟁점인 개성공단 중단사태 재발방지와 관련 남북은 합의서에서 “남과 북은 통행 제한 및 근로자 철수 등에 의한 개성공단 중단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하며, 어떠한 경우에도 정세의 영향을 받음이 없이 남측 인원의 안정적 통행, 북측 근로자의 정상 출근, 기업재산의 보호 등 공단의 정상적 운영을 보장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렇다면 정부는 북측의 핵 시험과 위성 발사에 대응해 개성공단 전면 중단을 결정함으로써 ‘어떠한 경우에도 정세의 영향을 받음이 없이’라는 합의에 어긋난 조치를 취한 것입니다.
결국 정부는 논리적으로도 도덕적으로도 잘못된 길로 들어섰습니다. 결정적 오판을 한 것입니다. 남북관계가 언제까지나 험악하지만은 않을 것이고 언제고 풀어지기도 할 것입니다. 그때 남측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더 많은 대가를 치르게 될 것입니다. 그러기에 정부의 개성공단 전면 중단을 두고 ‘제살 뜯기’의 전형이라 부르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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