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대현 (전 한국진보연대 집행위원장)
전혀 다른 세상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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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7일 북의 우주로켓 발사 이후 사위가 급변하고 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
2월 7일 북의 우주로켓 발사 이후 사위가 급변하고 있다. 사드배치 실무협의 발표(7일) 개성공단 전면중단(10일), “미국 전략자산의 6개 핵심전력인 B-52 전략폭격기, B-2 스텔스 폭격기, 핵추진 잠수함, 핵추진 항공모함, F-22 스텔스 전투기, 해상사전배치선단(MPSS)의 지속적 투입(동아일보 2월 17일)”, 박근혜 대통령의 16일 “북한붕괴, 흡수통일” 공개 발언, 중국 관영언론(환구시보)의 17일 “한국과 미국이 38선을 넘어 북침하면 중국도 관여할 것”이라는 논평 등 한국전쟁 휴전 당사자들 간 위험한 말과 행동이 상호 작용, 증폭되고 있다.
“만약 이대로 변화 없이 시간이 흘러간다면 브레이크 없이 폭주하는” 대결의 기운은 점점 더 시뻘겋게 달아오를 것이며 3월 7일부터 장장 54일 동안 전개되는 사상 최대, 최고 수준의 한미합동 군사훈련으로 빨려 들어갈 것이다. 그럼 어떻게 될까. 위험의 깊이, 폭발의 높이는 아무도 모른다. 아는 것은 하나, 여기서 빨리 나가야 한다는 것.
개성공단은 우주로켓을 쏘지 않았다.
<7일 박 대통령이 주재한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도 개성공단 전면 중단은 결정되지 않았다. 당시 박 대통령은 “유엔 안보리에서의 강력한 제재 조치”를 말했고,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이날 국회 국방위 긴급현안 보고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개성공단 폐쇄 문제를 들은 바 없다”고 확인했다.(한겨레 2월 15일)>
그도 그럴 것이, 개성공단에서 작년에는 다섯 배, 지난 10년 동안에는 열 배 우리가 더 이익을 챙겼고, 유엔안보리대북제재위원회가 단 한 번도 개성공단을 제재대상으로 언급한 적이 없었으며, 남과 북의 하나 남은 공유, 소통의 공간이라는 점 등 때문에 4차 핵실험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조차 “개성공단의 안정적 관리”를 거듭 강조해 왔던 것이다. 이처럼 탄탄한 배경을 등에 업은 까닭에 사드 배치가 발표되던 그 날에도 개성공단은 살아남았다. 그런데 그로부터 3일 후, 상황은 급변한다.
세컨더리 보이콧과 개성공단 보이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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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은 16일 국회 국정연설에서 대북 강경정책 기조를 천명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
<(박근혜 대통령이) 9일에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연이어 통화했다. 그런 뒤 나온 게 개성공단 중단 결정이었다.(중앙일보 2월 11일)> 북의 ‘우주로켓 발사 때문에’ 개성공단이 전면 중단된 게 아니라 ‘북의 우주로켓 발사 이후 있었던 두 통의 통화 때문에’ 개성공단은 전면 중단된 거다. 미국과 일본 중 우리 정부에 즉각 영향을 줄 수 있는 건 미국일 것.
여기까지는 언론의 행간을 통해 추론 가능하다. 그러나 전화로 어떤 조율이 오고 갔 길래 개성공단 전면중단이 나왔는지는 둘로 갈린다. 첫째는 “미국에 영향을 주기 위해서”다. <정부의 이번 선제적 조치는 ‘우리는 개성공단을 닫았으니 미국도 세컨더리 보이콧을 가동하라’는 주문이다.(경향신문 2월 12일)> 둘째는 “미국의 영향을 받아서”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세컨더리 보이콧 실현 가능성이 커진 것과도 무관치 않다”고 말했다. 정부의 유일한 대북 제재 수단인 ‘개성공단 중단’ 카드를 미국의 독자 제재로 인해 써보지도 못하고 버리는 것보다는 선제적으로 사용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얘기다.(조선일보 2월 11일)>
어떤 게 사실에 부합하는지 가리는 것은 부질없다. 둘째가 “우리가 세컨더리 보이콧하면 너희 개성공단은 어차피 닫아야 해”식의 직접 압박이라면, 첫째는 “너희가 개성공단 안 닫으면 우리 세컨더리 보이콧은 어림없어”식의 간접 압박이기 때문이다.
국제사회와 함께 하는 조치의 시작?
대통령 어법으로 “국제사회와 함께 취해 나갈 제반 조치의 시작”인 개성공단 폐쇄로부터 일주일 여가 흐른 지금 국제사회의 반응은 벌써 명확하다. <뮌헨안보회의 참석차 독일을 방문 중인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이들(중국, 러시아, 미국, 영국 외교장관 등과의)면담에서 안보리 결의와 관련,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전략적 셈법을 바꿀 수 있도록 강력하고 실효적인 ‘끝장 결의(terminating resolution)’가 돼야 한다면서 협조를 당부했다.(연합뉴스 2월 13일)> 현 정부가 창조한 새로운 용어 ‘끝장 결의’는 “북이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도록 하는 수준의 고강도 제재 결의”다. 자. 그럼 결과를 보자.
먼저 중국. <윤 장관은(...) 어렵게 이뤄진 개성공단 전면중단 조치에 대해 설명하고, 중국도(...) 책임 있는 역할을 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외교부가 전했다(...) 그러나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안보와 관련된 조치를 취하는 데 있어 주변국의 이해와 우려를 감안해 신중히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한겨레 2월 12일)> 중국의 대답은 “사드 배치 반대”인 거다.
다음은 러시아. <러시아 외무부는 한러 외교장관 회담 관련 언론보도문을 통해(...) “러시아 측은 모든 관련국이 인내심을 유지하면서 동북아 지역의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는 행동들을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밝혔다.(연합뉴스 2월 13일)> “사드 반대”로 해석할 수는 있어도 “끝장 결의”는 없다.
미국과 한 몸으로 돌아가는 일본은?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이 카메라 앞에 나섰다(...) 여러 대북 제재를 쏟아낸 것 같지만, 사실상 별 효과가 없는 상징적인 조처들뿐이었다(...) “납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화는 계속해가고자 한다”고 분명히 말했다.(한겨레 2월 12일)>. <북한 국적자의 입국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새 제재 조치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가 북한 여자 축구 대표팀 입국을 허용하기로 했다고 (교도통신)이 15일 보도했다.(통일뉴스 2월 15일)>. 독자제재의 모양을 갖춰 미국과 보조를 맞추고 한국에 영향력의 밧줄을 거는 동시, 대북 관계의 끈도 유지, 정세의 변화무쌍함에 대비하고 있는 거다.
정부가 동아줄처럼 의지하는 미국은 어떤가. 북과 거래하는 제3국의 개인과 기업 등을 미국이 직접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을 포함한, 유례없이 강력한 독자제재 법안을 통과시켰다. 자, 그래서 어떻게 돼가고 있는가. <하지만 제재의 핵심인 ‘세컨더리 보이콧’이 의무 조항이 아니고(...) 때문에 이란에서처럼 ‘치명타’를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조선일보 2월 11일)>
미국 의회는 세컨더리 보이콧 조항을 넣되 그 적용 여부는 행정부에 슬쩍 떠넘기는 줄타기 입법을 했다. 북과 거래하는 기업 가운데는 중국이 많은데, 한데 엮여 돌아가는 미.중 간 경제를 볼 때 중국 업체를 제재할 경우 미국 경제도 피해를 입기 때문에 의회가 자본의 눈치를 본 결과다. 우리 정부는 다섯 배, 열 배의 피해를 감수하면서 개성공단 보이콧을 강행했는데 미국 의회는 세컨더리 보이콧 앞에서 주판알을 튕겼다. 그렇다면 행정부는 과연 총대를 멜까?
<윤 장관은 우리 정부의 개성공단 전면중단 배경과 기대효과를 설명했고, 우리 정부의 결정이 미국과 일본, 유럽연합(EU) 등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조치와 상호 추동할 수 있도록 긴밀히 공조해 나가자고 했다. 케리 장관은 개성공단 전면중단에 대해 “매우 용기 있고 중요한 조치”라면서 전적으로 지지한다는 의견을 표명(...)했다.(연합뉴스 2월 13일)> 이게 어찌된 일인가? 세컨더리 보이콧을 틀림없이 관철하겠다, 그런 다짐은 없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강력한 독자 제재를 취해 나가자던 그 얘기는 어디 갔을까.
물론 단정은 이르다. 장차 미국 정부가 북과 거래하는 기업들, 중국 업체도 예외 없이 강력 제재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3차 핵실험에 대한 제재로 중국이 국영은행인 중국은행을 통해 북한의 대외 금융 사업을 총괄하고 외국환을 결제하는 조선무역은행과 거래를 중단하기로 했다. 그런데 2014년 6월(...) 러시아는 러시아 은행에 북한이 계좌를 개설하고 두 나라 간 무역 결제를 루블화로 하는데 합의해줌으로써 숨통을 열어주고 있다 (프레시안 2월 15일)> 효과는 별로 없고 전선만 러시아로 확대된다. 유럽과 중동에서 첨예한 군사대치 상태인 러시아에게 “북 제재에 동참해 달라” 입이 떨어질까. 러시아가 응할까. 중국과 피 흘려 싸운 다음 결국 러시아와 막다른 골목에서 만나는, 그런 정치적 선택을 미국이 할까.
미국의 이익이란 잣대로 미국의 대북 독자 제재, 즉 세컨더리 보이콧의 장래를 들여다보는 눈치는 우리 수구언론이라고 왜 없겠는가. 그래서 그들은 외친다. <미국은 이란에 했던 제재의 10분의 1도 지금까지 북한에는 하지 않았다는 전문가의 지적까지 있다.(동아일보 2월 11일)> <미국이 나서지 않으면 어떤 제재도 성공할 수 없다(...) 미국이 중국과 갈등을 피하려고 뒤로 물러난다면 북의 핵미사일이 언제 미 본토를 겨냥할지 모른다는 점을 각인해야 한다.(조선일보 2월 11일)> 북의 핵미사일을 가지고 미국을 겁박하는 수구언론의 ‘진정성’에서 미국의 이중성이 툭 불거진다.
우주로켓 불허, ‘강자의 논리’ 또는 ‘전쟁의 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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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공위성 광명성4호는 미국 상공을 지나는 궤적을 보이고 있다. [사진출처 - N2YO.com] |
지난 7일 오전 북이 발사한 우주로켓 “광명성4호는 루이지애나·아칸소·미주리·아이오와·미네소타주 등 미국 본토 상공을 관통하는 궤적을 보이고 있(동아일보 2월 9일)”으며 “폭스뉴스는 9일(현지시간) 미국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북한이 지난 7일 쏘아 올린 위성이 현재 궤도에서 안정된 상태(뉴시스 2월 10일)”다.
우주로켓으로 인공위성을 지구궤도에 실어 나른 것이 분명한데도 유엔은 다음날 즉각 긴급회의를 열고 “이번 도발에 상응하는 ‘중대한 조치(significant measures)’를 이른 시일 안에 채택하기로” 한다. 작년 12월 21일 미국 기업 일론 머스크가 우주로켓(팰컨9)을 쏴 올린 것, 러시아 국방부가 북 발사와 거의 동시(현지 시각 3시 31분)에 우주로켓(소유즈-2.1b)을 발사한 것 등에 보인 반응과는 천지차이다.
<안보리는 북한이 비록 위성 또는 우주발사체로 규정했지만, 이번 발사는 명백히 핵무기 운반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한 탄도미사일 기술을 활용한 것이며, 이는 4차례의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것이라고 규정했다.(연합뉴스 2월 8일)>
첫째, 핵 때문에 안 된다는 것은 안보리상임이사국 자신들이 핵무기 대량보유국이라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렇다면 둘째, 유엔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것이라는데, 이것이 바로 ‘강자의 논리’다. 이를 옳고 그름으로 분류하는 것은 순진하다. 또한 강자의 논리는 북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한미 미사일지침’에 따라 우리는 사거리 800킬로미터 이상 비행하는 어떠한 미사일도 개발할 수 없다. 우리 생활에 반드시 필요한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려면 “부르는 게 값”인 국제 우주로켓 시장에서 꼬박꼬박 사다 써야 하는 거다.
그런데 북에는 강자의 논리 외에 ‘전쟁의 논리’가 추가된다. 북 4차 핵실험에 대한 미국의 첫 번째 대응이 국무장관의 기자회견에서 중국에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었다면 북 우주로켓에 대한 미국의 1차 반응은 대통령의 텔레비전 인터뷰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8일 방송된 미국 CBS와 인터뷰에서 “북한(미사일)이 미국의 기관이나 미국민에게 도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조선일보 2월 8일)>
이처럼, 그들이 북의 우주로켓과 미사일을 구별하지 않는 것은 북과 미국이 국제법(휴전협정)의 ‘보증’ 하에 지금도 ‘전쟁 중’이기 때문이다. 미국 상공을 지나가는 북의 우주로켓이 언제든 핵을 싣고 자기들에게 육박할 수 있는 미사일로 인식되는 것, 이것이 바로 전쟁의 논리다.
북 우주로켓 때문에 불가피 사드 배치?
북이 우주로켓을 발사한 지난 7일은 미국이 공언한 유엔안보리의 강력한 대북제재가 중국 등의 반대로 벽에 부딪힌 채 한 달을 넘기고 있는 시점이었다.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의 공통된 DNA 즉, ‘강자의 생리’를 득득 자극, ‘강력한 대북제재’를 이끌 수 있는 기회가 미국에게 온 거다. 그런데도 그들은 전혀 다른 행보, 즉 중국과 러시아가 펄펄 뛸 일을 먼저 벌인다. 대북제재, 즉 그들의 언어로 “북의 핵과 미사일을 저지하는 것” 보다 더 중요한 국익이 있는 거다.
북 우주로켓 발사 당일 오바마 대통령은 CBS와의 인터뷰(7일 녹화, 8일 방송)에서 “미사일 방어망 확충을 위해 한국과 처음으로 협의하고 있다”고 말한다. 여기서 미국이 진정 전하고 싶은 말은 “처음으로”다. 사드배치의 알리바이가 북 우주로켓이란 거다. 그리고 다음날 <피터 쿡 미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 8일 브리핑에서 “향후 일정을 못 박지는 않겠지만, 우리는 이러한 조치(사드 배치)가 최대한 빨리 이뤄지는 것을 보고 싶다"” 말했다.(조선일보 2월 11일)> “미국의 요청도, 협의도 없었으며 결정도 안 내렸다.” 사드 3원칙에 불안하게 기대섰던 우리 정부를 쿵, 자빠뜨린 거다.
정말 그런가. 북 우주로켓 때문에 정말이지 사드는 불가피한가. 아니다. <한·미 당국은 지난해 비밀 채널을 만들어 사드 배치 실무협의를 했으며 사드 배치가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조선일보 2월 11일)> 사드배치는 북이 우주로켓을 발사한 2016년 2월 7일 훨씬 이전에 미국이 벌써 마음먹은 것이다. 바로 이 점이다. 미국의 알리바이를 믿는 사람이 많아지면 사드재앙은 진짜 온다. 사드가 미국의 이익 때문에 온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사드를 막을 가능성도 커진다.
사드는 미국식 정명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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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드가 북의 미사일로부터 한국을 방어하는 무기가 아니라는 점은 널리 알려지고 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
사드가 북의 미사일로부터 한국을 방어하는 무기가 아니라는 점은 널리 알려지고 있다. 그 중 인상적인 하나를 소개한다. <핵미사일을 요격해도 문제다. 요격 지점인 미사일 낙하 구간은 어차피 남쪽 영공이다.(중앙일보 2월 10일)> 사드로 핵미사일을 명중시키는 행위는 머리 위에서 핵을 터뜨리는 거란다. 그 어떤 미사여구를 갖다 붙여도 사드는 결국 일본(의 미군기지)과 미국을 위한 거다.
우리 땅 평택미군기지는 세계에서 가장 큰 미국의 해외군사기지이자 중국의 수도 베이징과 가장 가까운 미군기지다. 그런 곳에 사드를 설치하면 “사드의 레이더 탐지 범위가 한반도를 넘어 아시아 대륙 깊숙이 들어가고(왕이 중국 외교부장 13일 발언)” 그리하여 중국의 전략적 이익을 해친다.
사드의 중요부품인 엑스밴드 레이더의 2천 킬로미터 탐지범위 안에는 중국이 미국, 일본과 전략적 군사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 축적한 각종 미사일들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미사일의 배치와 운영은 물론 시험 발사되는 미사일의 궤적 등을 미국은 빠짐없이 차곡차곡 기록, 분석한다. 그 모든 작전의 궁극 목표는 중국 미사일에 대한 실질적 요격능력이다. 미국이 그런 능력을 착실히 쌓아 나가는 자체가 동북아 전략적 균형의 붕괴이며, 그런 능력의 발전은 중국의 국가적 재난이다.
자, 이제 분명해진다. 미국이 우리에게 윽박지르는 것은 사드 배치를 위한 부지가 아니며, 그 운용비용만도 아니다. 중국을 치러가는 길, 정명가도다.
난처한 정부는 ‘눈 가리고 아웅’이라도 해보려 했다. <정부 관계자는 “군사적인 면으로 보면 평택 배치가 맞지만, 중국 코앞에 있는 서해안 도시에 사드를 배치하면 중국이 가만히 있겠느냐”며 “중국에서 되도록 멀리 떨어진 동해안 쪽을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조선일보 2월 11일)>
그러나 정부의 언론 플레이는 오래 가지 못한다. <문(국방부)대변인은 이날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사드의 군사적 효용성은 한국 기준인가 미국 기준인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미국 쪽 (군사적 효용성) 기준을 가장 중요하게 판단할 것”이라고 답했다.(한겨레 2월 16일)> 이제 중국은 우리 한국을, 유방(중국)을 살해할 목적으로 칼춤을 추던 항우(미국)의 수하, 항장이라고 공식 거명한다.
한반도 전쟁 위기가 동북아 전쟁 위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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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본토의 패트리엇 부대가 한반도에 첫 순환배치형식으로 전개됐다. 사진은 지난 8일 미군 수송기에서 패트리엇 장비가 내려오는 모습. [자료사진 - 통일뉴스] |
3월 7일부터 벌어지는 한미연합 군사훈련은 이전과 다르다. 먼저 미국이 다르다. <정부 소식통은 “미국의 이번 대대적인 대(對) 한반도 화력 집중계획은 주한미군 차원에서 이뤄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며 “미 본토의 정책 결정권자들의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동아일보 2월 17일)> 핵무기 투발수단을 모조리 투입하고, 인원도 최대로 확대하며, 대대적인 상륙훈련에, 참수작전도 연습한다. 무려 54일 동안 그런다.
우리 정부도 이전과 다르다. <“박정희 대통령 이후 남한 국가원수 입에서 ‘(北) 체제 붕괴’라는 말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방법론 유무를 떠나 국민과 국제사회를 향해 언급했다는 것 자체가 보통 일이 아니다.(동아일보 2월 18일)> 그리고 북도 다르다. <북한이 ”미국의 도발적인 북침전쟁책동은 자기를 파멸의 구렁텅이에 들이미는 어리석은 짓“이라며 미국을 향한 비난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같은 날 같은 신문)>
그리고 또 하나 다른 게 있다. <(환구시보)는 17일 미국과 한국이 38선을 돌파해 북한에 전면적으로 군사행동을 취한다면 중국이 군사적 개입을 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했다.(한겨레 2월 18일)> <익명을 요구한 국방부 핵심 관계자는 17일 “미국이 핵심 전력을 한반도에 배치하고 있는 것과 맞물려 중국과 러시아가 맞대응할 수도 있다”며 “그럴 가능성에 대비해 OPT(한·미 공동작전기획팀)를 지난주부터 가동했다”고 전했다.(중앙일보 2월 18일)>
전쟁 대 평화, 당연히 평화로
미국의 미.일 안보가이드라인 개정과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해석개헌으로 일본은 이제 미국과 함께 한다는 명분만 있으면(즉 미국이 용인하는 한)세계 어디에서도 선제적 무력공격을 할 수 있다. 그 미.일동맹의 얼굴로 일본은 한반도 진출을 모색한다. 한.미연합 군사훈련은 그런 일본에게 더없이 좋은 무대다. 게다가, 중국과 러시아의 맞대응이 예상된다니, 일본이 끼어들 여지는 더욱 넓어졌다.
미.일동맹이 우리에게 주문하는 것은 정명가도, 즉 맨 앞에, 가장 위험한 데 서있으라는 거다. 안 된다. 한.미.일 덩어리에 섞이면 우리는 지금 받는 미국의 영향력에 더하여 일본의 아랫자리에 들게 되며, 중국과 러시아의 표적이 된다. 그 와중에 북과도 점점 멀어진다.
자, 이제 출구를 말하자. 북의 핵실험과 미국의 한.미합동 군사훈련을 동시에 중단하자. 그리고 평화를 위한 대화를 시작하자. 한쪽은 그렇게 하잔다. 이제 한쪽만 마음을 바꾸면 된다. 전쟁연습과 전쟁위기의 3-4월을 맞을 것인가 평화와 대화의 봄을 맞을 것인가. 국민이 묻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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