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이후 침묵행진 ‘가만히 있으라’를 제안했던 용혜인 4.16연대 운영위원이 3월11일 열리는 노동당 비례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했다.
용 후보는 지난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넘을 수 없는 벽을 기어이 넘기 위해, 수레바퀴를 이고, 단호하고 정직하게 나아가겠다"라며 출마의 변을 밝혔다. 26세라는 어린 나이에 당선 가능성이 높은 정당도 아닌 노동당에 비례대표 경선에 출마를 하는지 궁금하여 지난 12일 군자역 근처 커피숍에서 용 후보를 만났다. 다음은 용 후보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용혜인 노동당 비례대표 경선 후보 ⓒ 이영광 기자 |
- 지난 5일 총선 출마선언을 하셨어요. 일주일이 지났는데 어떠세요?
“언론에는 많이 보도되진 않았어요. <미디어오늘>과 <오마이뉴스>, 수원 지역 신문에 나왔지만 온라인에서는 하루 만에 블로그 방문 숫자가 만 명을 넘어섰고 페이스북에서 또한 그 10만 명 정도가 보셨고 좋아요 2700개 정도로 많은 분이 반응해 주셨어요. 또한 시민의 응원도 많이 받았고 조언도 많이 받았고요.”
“선거 3만표 받은 이완구가 600만 국민 서명 무시하더라”
- 주위 반응은 어때요?
“저와 비슷한 고민을 가진 친구들이어서 제 친구들과 같이 선거 준비를 도와주고 있고 부모님 같은 경우는 걱정도 하시고 ‘너가 막 이왕 하는 거니까 열심히 잘하면 좋겠다. 부모님이 넉넉하지 않은 거 많이 못 도와줘서 미안하다’고 그렇게 말씀하시고 그랬어요.”
- 장문의 출마선언문을 쓰셨어요.
“보시면 대학 들어갈 때 알바했던 이야기나 고시원 살았던 이야기로 시작해서 제 이야기가 많아요. 물론 정치를 하는 사람으로서 구체적인 정책을 내놓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건 앞으로 선거기간에 할 수 있으니 출마선언문에서는 저의 이야기를 말씀드리는 게 좋을 것 같았어요. 쓰고 지우는 걸 4번 정도 반복했던 것 같아요.”
- 이전에 정치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셨어요?
“정치는 저의 일이 아니라 여의도에 있는 국회의원들이 하는 것으로 생각했어요. 제가 깜짝 놀란 장면 몇 가지가 있지만, 정치가 뭐지란 고민을 했던 게 세월호 특별법을 제정하려고 2014년 여름에 세월호 유가족들이 광화문광장 등에서 농성할 때 당시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그리고 유가족이 만났었는데 그때 이 원내대표가 유가족에게 ‘새정치민주연합에 협상의 전권을 주시라’라고 마치 자기들은 유가족을 대변하지 않은 것처럼 대하는 모습을 보고 뭔가 잘못된 것 아닌가란 생각을 많이 했어요.
▲ 2014년 11월4일 오전 서울 마포구 가톨릭청년회관 바실리오홀에서 열린 '공소장 조작, 인권침해, 회유와 협박 세월호 추모자 탄압고발 기자회견'에서 '가만히 있으라' 침묵행진 제안자인 용혜인(오른쪽) 씨가 검찰의 공소를 규탄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
찾아보니 그때 세월호 유가족들이 특별법 제정하자고 한 600만 명 정도 서명을 받았는데 이 원내대표가 선거에서 3만 표 정도 받았더라고요. 그러면 유가족들이 훨씬 더 많은 국민의 뜻을 모은 것이잖아요. 그래서 저는 ‘정치라는 것이 실제 우리의 뜻과 의지를 전혀 반영해 주지 않는구나. 새누리당 새정치민주연합과 같은 국회의원들이 하는 정치에는 우리가 없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해서 ‘정치에 우리가 없다면 우리가 직접 성취를 해야 하는 거 아닐까’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청년문제가 청년복지 정도로 해결 안돼…사회 자체가 변해야”
- 26살이잖아요. 어떻게 보면 어리게 생각될 수도 있는데 왜 총선에 출마할 생각을 하셨어요?
“작년 6월 박근혜 대통령이 ‘청년 문제가 심각하다’고 하면서 청년 문제가 한국사회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잖아요. 그 이후 누구나 청년 문제를 이야기 해요. 실제로 이번에 저 말고도 저와 비슷한 나잇대의 후보들이 예전보다 많이 출마선언을 했더라고요. 그것은 청년 이야기가 많이 된 것에 반증이라고 생각하는데 실제로 청년이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없어요. 그래서 청년들이 직접 이야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지난해 ‘절망라디오’라는 팟캐스트를 하면서 진짜 청년들의 현실을 드러내는 학자금 대출이나 혹은 빈곤문제, 고시원에서 어렵게 사는 것에 대해 많이 접했죠. 그래서 청년 문제가 ‘청년들이 지금 순간 조금 더 살기 좋게 해준다고 해서 해결되는 게 아니구나. 한국사회가 지금까지 만들어온 문제들이 지금까지 쌓이고 쌓여 폭발된 것이 청년 문제라서 청년 복지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순 없겠다. 한국사회 자체가 변해야 청년 문제도 해결되는 것 아닌가’란 고민을 하면서 정치라는 걸 고민하게 됐어요.
기존의 정치인들이 지금까지의 대한민국을 만들어온 것이잖아요. ‘그들에게 정치를 맡겨놓고 있지 말고 그들의 정치엔 우리가 없으니 우리가 직접 정치를 해보자. 청년 문제에 대해 청년이 직접 이야기하고 빈곤이나 주거의 문제를 가진 사람이 직접 정치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제가 2014년 세월호 이후에 비슷한 고민되는 계속하고 있는 친구들에게 총선에 출마해보자고 하게 되어 출마했어요.”
“불안정, 미래 꿈꿀 수 없는 것이 청년세대의 가장 큰 문제”
- 현재 청년의 가장 큰 문제는 뭐라고 보세요?
“저는 불안정함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청년들에게 미래가 없어요. 지금 50대 정도 되시는 386이라고 불리는 세대는 대학 다니는 동안 아무리 열심히 데모해도 졸업 하면 정규직으로 취업하고 결혼도 하고 집과 처를 장만하는 걸 꿈 꿀 수 있었거든요. 그러나 지금은 대학을 졸업해도 돈을 벌어서 결혼하고 집과 차를 장만하는 것은 불가능한 거죠. 집에 돈이 많은 친구도 자기가 돈 벌어서는 그게 불가능한 시대가 된 거예요. 그래서 미래를 꿈꿀 수 없는 것이 지금 청년 세대의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해요.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미래가 없는 문제가 드러나는 방식이 헬조선이라거나 혹은 죽창이나 흙수저 같은 어떤 청년 담론들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청년들이 미래가 없어서 절망에 빠진 것을 해결하는 방법은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안정적인 기반을 만들어서 소득에 충분히 보장하고 사회 안전망을 확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해결방법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많은 청년이 최저임금 수준을 받고 일하기 때문에 최저임금을 올린다거나 노동시간단축 위해서 일자리를 더 늘리고 늘린 일자리는 지금과 같은 비정규직이나 파견을 하는 게 아니라 정규직인 안정적인 일자리를 보장하고 그래도 부족한 소득에 것 같은 경우는 기본소득 등으로 보충 해 나가면서 이 사회에서 사는 청년들이 안정적으로 살 수 있고 미래를 꿈 꿀 수 있는 소득 기반을 갖게하는 것이 가장 중요 하지 않을까 싶어요.”
- 아마도 ‘용혜인’이라는 이름을 세상에 건 세월호 참사 침묵 행진 같아요. 이전과 이후가 다를 것 같은데.
“저는 원래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그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거는 그만둔 것이 가장 큰 변화일 것 같고 어떻게 보면 지금과 같은 삶을 앞으로도 계속 살아가고 싶다라고 생각하게 된 게 가장 큰 변화인 것 같아요.
제 출마 선언문에 보면 ‘제가 깔린 수레바퀴에서 저 혼자 빠져나가지 않고 우리 모두를 짓누르고 있는 수레바퀴를 같이 들어 올리고 싶다’는 이야기 썼는데 원래는 제가 공무원시험을 준비했던 것도 제가 열심히 해서 성공 하면 된다고 생각했거든요. 세월호 참사가 저에겐 결정적이었지만 여러 가지 일에서 사람들을 보면서 그런 문제가 아니란 걸 깨달았고 그래서 사고방식과 지금의 나의 사랑 편지 문제와 이 사회의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는 것도 되게 큰 변화인 것 같아요.”
▲ 세월호 참사와 관련 ‘가만히 있으라’ 침묵행진을 최초 제안한 용혜인씨가 2014년 5월24일 시민들의 명동 일대 행진에 앞서 발언을 하고 있다. ⓒ go발뉴스 |
- 어떤 정치를 꿈꾸나요?
“저는 추상적으로 말하면 사실 이 사회에서 계속 사람이 죽잖아요. 세월호 참사 같은 경우도 생명보다 이윤이 더 중요한 사회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참사라는 이야기들을 많이 했고 경비를 줄이고 더 많은 이윤을 내기 위해서 배의 평형수를 빼고 더 많은 짐을 싣고 낡은 배를 사 오고 규제를 완화하는 등 일의 결과로 세월호 참사가 난 것이잖아요. 그것과 비슷하게 계속해서 기업의 더 많은 이윤을 위해서 미래의 올지도 모르는 경영상의 위기 때문에 쌍용차에서는 정리해고했고 그 정리해고 이후에 파업하면서 파업이 끝나고 막 20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죽기도 하고 그렇게 죽어가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잖아요. 이렇게 자꾸 돈 때문에 죽는 고리를 끊고 싶어요. 돈이 없어서 청년들이 자살하고 먹고 살기 힘들어서 청년들뿐만 아니라 지금 한국이 가장 OECD에서 자살률이 높다고 하는데 정치를 통해서 이런 죽음의 고리를 끊고 싶다고 생각해요.
구체적으로는 아까 이야기했던 것과 비슷한데 실제로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이냐에 있어서 빈곤의 문제를 해결하는 게 필요한 것이잖아요. 그리고 인간보다 이윤이 더 중요한 사회를 바꿔야 하는 거고 그래서 이제 그런 사회변화를 가져가는 과정에서 애가 당장은 거 당선된다면 기본적으로 최저임금을 많이 올리고 일자리를 늘리는 것들과 함께 개인적으로는 기본소득이라는 것을 한국사회에서도 많이 논의되고 법안을 연구하고 싶단 생각은 좀 있어요.”
“세월호 결정적, 물대포‧최루액 맞으며 사회 문제 관심 커져”
- 어떻게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나요?
“대학에 와서 알바도 하는 등 평범한 20살을 보냈죠. 그땐 힘들긴 했으나 제가 노력해서 스팩을 쌓고 공부를 열심히 하면 취업 될 것으로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대학에 다니면서 한진 중공업의 크레인 농성 등을 보긴 했지만 제가 먹고사는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저에게 가장 결정적인 것은 세월호였던 것 같아요. ‘304명이라는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쉽게 죽을 수 있고 이런 사고 계속 반복되고 있는데 이렇게 반복되는 죽음을 끊어 내지 않지’라는 생각을 했어요. 또 가족을 잃은 사람이 추모하고 슬퍼하기도 부족한데 길거리에 나와서 경찰한테 물대포와 최루액을 맞으며 싸우는 모습을 보면서 ‘한국사회가 많이 바뀌어야겠구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사회 문제점 관심을 가졌던 것 같아요.”
▲ 2014년 5월18일 경찰에 연행돼 유치장에 수감된 용혜인씨. ⓒ 트위터 |
- 노동당 비례대표 경선에 출마하시잖아요. 인지도도 낮은 원외 군소정당이라 당선 가능성이 낮아요. 그래서 비교적 큰 당으로 가서 출마하는 게 나을 것 같은데 왜 노동당을 택했나요?
“세월호 이후에 거리에 있으면서 사회 문제와 정치에 대해서 고민하게 됐는데 그렇게 거리에 있을 때 저에게 항상 만날 수 있었던 정당의 노동당이었어요. 그래서 길거리에서 싸우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정당이 어딜까를 고민했을 때 노동당이라고 생각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고 그렇게 만들겠다는 확신과 의지가 있고 그게 저와 방향성이 맞아서 노동당에서 출마하게 됐어요.
말씀하신 대로 당선 가능성이 많이 낮기도 할 거고 큰 정당에서 비례대표로 출마하면 편하죠. 이번에 그 출마선언문이 언론에는 많이 보도가 안 되겠지만 시민들이 SNS 통해서만이 전달해주시고 입소문 내주시고 하는 걸 보면서 ‘여전히 우리가 가질 힘은 그런 데서 나오는 거구나’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지금은 조금 사람들이 많이 모를 수 있겠지만 제가 남은 기간 동안 열심히 하면 다시 그런 어떤 시민들의 풀뿌리와 자발적인 힘으로 좀 더 많은 지지를 모아 낼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은 사실 출마 선언 이후에 좀 했어요.”
- 하지만 무조건 국회의원이 거리에 있는 게 맞는 건 아닌 것 같은데..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근데 기존의 정치가 거리에서 싸우는 사람들을 외면해 왔다면 이 사람들이 요구를 기존의 정치로 받아들이도록 해서 그렇게 사회를 바꾸는 것이 어렵다고 했을 때는 우리와 같은 사람들이 실제로 그 말씀 하신 대로 거리에서만 무언가를 하는 게 아니라 정치의 방식으로 한국 사회를 바꿔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저도 출마를 직접 하게 된 거고 그렇지 않으면 그냥 계속 길거리에서 집회나 데모하면 되겠지만 스스로 그런 것이라기보다는 싸우는 사람들의 요구를 정치라는 공간에서 받아 안고 싶고 통로가 되고 싶다고 생각해서 출마하게 됐어요.”
“朴정부, 청년을 잉여‧쓰레기 취급…기본소득 도입 촉구”
- 최근 서울시와 성남시의 청년수당에 대한 논란이 있는데 어떻게 보세요?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논란을 더 만들고 싶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그것을 포퓰리즘이라고 억압하는데 그것이 체제에 위험한 목소리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체제는 청년을 마치 '잉여'나 '쓰레기'처럼 취급하고 있습니다. 최저임금에, 여유 없이 시달리는 젊은 아르바이트 노동자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그들의 절망, 그리고 삶을 향한 요구에 답해야 합니다. 사람들은 모두 존엄합니다. 청년은 쓰레기가 아닙니다. 매일 직장에서, 고시원에서, 거리에서, 집에서 각자의 삶을 위해 분투하는 인간은 모두 존중받아야 합니다.
저는 지금처럼 정부에게 압박받아 위축되는 청년수당, 구직수당에 머무르는 아직 충분치 않은 청년수당을 넘어, 보편적인 기본소득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비정규노동이 '일반' 노동이 되어가는 이 체제, 불평등을 양산하는 이 체제에서 삶의 여유는 먼 이야기입니다. 반면 소득을 적극적으로 재분배해야 하고, 소득이 있어야 소비가 있다는 기본소득은 모두가 삶의 여유를 누려야 한다는 현실적 관점에 입각해있어요. 많은 사람이 기본소득을 이야기하기 시작했고, 그것과 함께 변화시킬 삶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저는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이들과 함께 오히려 기본소득으로 더 큰 논란을, 스캔들을 만들고 싶습니다.”
▲ 용혜인 노동당 비례대표 경선 후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이영광 기자 |
- 마지막으로 <GO발뉴스>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려요.
“저는 돈도 없고 빽도 없고 권력도 없고 제가 속한 정당이 힘 있는 정당도 아니고 말씀하신 대로 당선도 어려운 정당 아니지만 그렇기 때문에 제가 믿을 건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다른 사람들이 아픔에 공감하는 시민들의 힘 밖에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GO발뉴스> 독자들이 저희 소식에 많이 관심 가져주시고 제가 잘하는지 못하는지도도 지켜봐 주시고 잘하면 지지도 많이 해주시고 소문도 많이 내주시고 4월 13일에 꼭 투표해 참여해 주시면 좋겠어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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