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첫 날, 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찾아 떠난 그 토요일, 배우 황정민과 강동원을 만나러 극장으로 향했다. 우연히 돌리던 텔레비전 채널에서 이 영화가 개봉 후 줄곧 이슈가 되면서 관객몰이를 하고 있다는 소개에 끌린 것이다.
|
© 임두만
|
이 영화는 6일 기준으로 누적 관객 수 250만 명을 돌파했다. 7일 영진위 영화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 결과에 따르면 6일 하루에만 무려 93만 8,966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일일 박스오피스 1위에 자리한 가운데 개봉 4일째를 맞이한 ‘검사외전’의 누적 관객은 255만 1,423만 명이 되었다.
일단 텔레비전에서 소개된 영화의 줄거리가 괜찮았다. 리뷰는 살인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힌 현직검사가 사기꾼을 이용해 누명에서 벗어나려는 이야기를 담은 것으로 나왔다. 주인공은 ‘국제시장’ 으로 내게 낯익은 황정민이란 배우였다. 또 그동안 텔레비젼을 통해 낯을 익힌 강동원이란 배우도 있었다.
저녁 7시30분 시작이라는데 광고가 10여 분을 잡아먹더니 40분쯤 되어서 영화는 시작되었다. 소문이 사실인듯 극장 안은 빈 의자가 없이 가득 찼다. 시작은 여타 다른 영화와 달랐다. 출연진과 스탭을 소개하는 화면이 어딘지 모르게 정돈되지 않은 느낌… 그러나 시작과 함께 몰입이 무엇인지 알 수 있도록 영화는 스토리 안에 나를 잡아 가뒀다. 물론 이는 배우들의 현실감있는 연기가 뒷받침 되었기 때문이다.
국제시장에서 낯익은 배우 황정민, 그는 국제시장에서 전쟁 피난민으로 살아남기 위해 몸에 베인 절약이 수전노로 비친 연기로 나를 사로잡았었다. 그 눈빛, 행동 하나하나에 담긴 진실성과 현실성, 그럼에도 애절하게 나타났던 인간사랑… 그런데 검사외전의 황정민은 또 다른 연기를 선보였다.
한 폭력검사가 ‘피의자를 때려 죽였다’는 누명을 쓰고 징역 15년의 형을 받아 감옥에 갇힌 뒤 그 누명을 벗기 위해 사기꾼을 이용한다. 그 사기꾼의 활약에 의해 검사를 감옥으로 보낸 거악이 단죄된다. 영화의 줄거리다. 물론 영화니까 가능한 상상이다. 영화니까 그 거악이 단죄되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지금도 상류층이라 이름한 곳곳에 그 거악들이 양심의 가책도 없이 당당하게 살아가고 있으므로…
우리는 지금도 종종 언론에 보도되는 폭력시위란 용어에 익숙하다. 시위대의 폭력에 경찰이 부상하고 경찰 장비가 파손되었으며, 이러한 공권력의 무력화를 막기 위해 더 강한 공권력 행사가 필요하다는 여론몰이는 늘 성공한다. 그래서 결국 '정의롭던’ 시위는 ‘사회안정을 해하는 근절되어야 할 폭력시위’쯤으로 몰려 ‘정의’는 소수의 목소리가 되어버린다. 지난 12월의 서울 도심 시위소식…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뒤 아직도 의식을 찾지 못하는 백남기 농민의 상황이 기억에도 생생하다.
그뿐인가. 철거에 반대하다 경찰의 강압진압에 밀려 불에 타서 죽은 사망자가 나왔던 용산참사의 시위 주동자들은 긴 옥살이를 했다. 그런데 이 진압이 당당하고 정당한 공권력 행사였다는 경찰 총수는 국영기업체 장을 거쳐 국회의원에 입후보 한다는 뉴스가 현실이 되었다. 특히 그의 국회의원 출마를 그가 근무했던 공기업 노조원들이 지지한다는 뉴스까지 눈을 어지럽힌다.
검사외전도 이와 다르지 않다. 철새 도래지를 개발하여 돈을 벌려는 검은 자본가, 그 철새도래지 개발을 반대하는 환경단체 회원과 주민들의 대치, 이 시위의 합법적(?) 진압을 위해 동원된 폭력조직원, 그들의 뒤에 얽힌 검찰 상층부와 집권당이란 거대한 검은 커넥션…이 영화의 얼개를 이루는 핵심이다.
스스로 폭력 검사를 자임하는 정의로운 검사 변재욱(황정민 분)은 이 검은 커넥션을 벗기려고 혼자서 고군분투한다. 하지만 이런 고군분투 때문에 이 거대한 검은 커넥션이 제거해야 할 명단이 가장 먼저 오른다.
지난 대선과정의 국정원 등 권력기관의 불법 선거운동 사례를 수사하다 낙마한 뒤 지금도 현직으로 돌고 있는 윤석열 검사, 그 검사의 수사를 뒷받침하다 ‘사생아’추문으로 낙마한 검찰 총수 채동욱.
그런데 당시 이들과 반대 자리에서 권력기관의 불법선거를 감쌌다는 의혹을 받은 고위 경찰은 지금 집권당의 공천만 받으면 국회의원 당선이 유력한 지역에서 유력 후보로 활동 중이다.
다시 영화 이야기… 환경단체로 위장한 폭력배들의 경찰폭행과 시위진압 경찰의 사망… 이 사망사건의 피의자로 체포된 폭력배는 그러나 이미 검은 커넥션이 버리기로 한 카드다. 이 카드는 검은 커넥션을 벗기려는 변재욱 검사를 함께 보내는 카드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카드는 멋지게 조합되어 결국 변재욱 검사는 수사 중 피의자를 죽인 검사가 되어 징역 15년을 받는다. 물론 이 카드를 성공시킨 고위검사와 검은 커넥션 안의 핵심들은 성공가도를 질주한다. 채동욱과 윤석열을 제거하는데 성공한 검은 커넥션들의 성공이 떠오른다.
하지만, 영화는 결말이 현실과 다르다. 이 검은 커넥션을 보기 좋게 깨는 것이다. 그도 한 어설픈 사기꾼에 의하여… 그 안에 들어 있는 페이소스와 개그가 던지는 의미는 그냥 웃음으로 종결 지을 것이 아니다.
앤딩크래딧이 다 올라가도록 관객 거의 전부를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게 한 전율… 마지막에 자신의 모든 죄가 밝혀졌음에도 그 거악의 화신이 던지는 외침 “이는 야당이 나를 죽이려는 음모야” 이 영화가 던지는 핵심 메시지다. 그래서 나도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날 수 없었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유독 많은 법조인들이 국회의원직에 출사표를 던지고, 언론은 이들을 ‘새피’라고 소개하며 각 정당의 영입인사로 각광을 받고 있다고 보도한다. 무슨 검사, 무슨 판사… 특히 고위직 검사와 대법관을 지낸 이는 ‘더 훌륭한 인재’쯤으로 포장되어 무려 ‘험지차출론’의 대상으로 추켜세워진다. 그가 공직후보자 청문회도 서지 못하고 낙마한 대상임에도… 이들이 만약 검사외전을 관람한다면 이 영화를 그냥 ‘영화니까, 영화적 상상력으로 뭔들 못해?’라고 웃으며 넘길 수 있을까.
그래서다. 나는 이 영화가 선거가 시작되기 전에 1,000만이 아니라 1,500만도 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우리 주변에선 우리가 알게 모르게 그 같은 검은 커넥션이 움직이면서 금수저와 훍수저의 차이를 더 강고하게 만들고 있을 것이므로…
그래서 이 영화를 통하여 권력 안에 담긴 진실을 조금이라도 인식할 수 있도록 영화는 더 흥행에 성공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괜한 조바심이 들기도 했다. 혹시 이 영화가 불편한 권력의 이러저러한 압력에 이 영화가 조기 종영되는 불상사가 생기지는 않을 것인지 하는 조바심이 그것이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