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백남기 도보순례, ‘절뚝절뚝’ 80대 노인의 소원
행진 10일차, ‘백남기 농민 국가폭력 사건 100일 문화제’ 옥기원 기자 ok@vop.co.kr
최종업데이트 2016-02-20 20:59:52
“기어서라도 끝까지 가야지”
최동대(81)씨는 노란 나무지팡이에 의지해 힘겨운 발걸음을 내디뎠다. 무릎이 아파 다리를 절뚝거렸지만 도보 행렬에 뒤처지지 않았다. “잠시 쉬었다 합류하라”는 주위의 만류에도 최씨는 혼자 뚜벅뚜벅 걸었다.
최씨는 ‘백남기 도보순례’ 최고령 참가자다. 지난 11일부터 오늘(20일)까지 이어진 200km 강행군에도 최씨는 한 번도 낙오하지 않았다.
“물대포를 맞아 사경을 헤매는 백남기 농민과 그 가족을 생각하면 이건 힘든 것도 아니지. 늙은 노인이 할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잖아. 조금이라도 힘이 될 수 있다면 끝까지 걸어야지”
최씨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기자의 질문에 답했다. 다소 싸늘한 날씨에도 최씨의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최씨는 세월호 참사를 겪으며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손자 같은 아이들이 억울하게 세상을 떠난 상황에서 죽을 때까지 뭐든지 해야겠다는 생각에 집회 등에 참석했다”고 말했다.
“우리 손녀 이름이 (최)예은이야. (세월호 유가족 유경근씨 딸이 예은이다) 그래서 마치 내 손녀 일 같이 마음이 아팠어. 수백명이 사람들이 물에 빠졌는데 이유도 책임자도 없잖아. 나도 이렇게 속상한데 부모들의 맘은 얼마나 아프겠어. 그래서 집회에 참석했어. 그러다 보니 현재 노동자, 서민들이 얼마나 힘든지 알게 됐지.”
최씨는 작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에 참여해 백남기 농민이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상황을 목격했다.
“국민이 경찰 물대포에 맞아 목숨이 위태로운 나라가 어디 있어. 사람이 죽어가는데 책임자도 없고, 경찰청장, 대통령 아무도 사과도 없잖아. 백남기 농민이 일어나고, 사과를 받을 때까지 끝까지 걸을 거야. 힘들어도 끝까지 가야지.”
그는 앞에 가는 150명(경찰추산 120명)의 도보행진 참가자들을 바라보며 환하게 웃었다. “이렇게 함께 하는 사람이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도보행진을 하다가도 응원해주는 시민들을 만나면 정말 힘이나.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이 함께 했으면 좋겠어. 많이 모이면 이상한 나라를 바꿀 수 있잖아”
최씨는 백남기 농민이 쓰러진 지 100일이 되는 내일(21일이) 81번째 생일이다. 그는 ‘축하한다’는 인사에 “생일 축하보다 (백남기 농민에 대한) 대통령·경찰청장의 사과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00일 문화제 참석한 백남기 농민 큰딸
“정말 나쁜 정부에 사과받는 그 날 오길···”
“정말 나쁜 정부에 사과받는 그 날 오길···”
도보행진 10일 차 일정이 진행되던 이날 오후 6시 대전시청 북문공원에서 ‘백남기 농민 국가폭력 사건 100일 문화제’가 열렸다.
이날 문화제에는 도보행진 참가자를 비롯한 200여명의 시민들이 함께했다.
문화제에 참석한 김영호 전국농민회총연맹 회장은 “농민들이 농사짓고 살 수 없고, 노동자가 땀 흘려 일해도 집 한 채 장만할 수 없는 현실을 국가가 방관하는 자체가 국가폭력”이라면서 “이에 대한 국민의 반발이 작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였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는 민중의 요구에 귀를 막고 차벽과 물대포로 짓밟았다”면서 “노동자·농민·서민들의 목소리가 전달될 때까지 끝까지 민중들의 목소리를 모으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백 농민의 첫째 딸 백도라지씨는 문화제를 찾아 도보행진 참가자 등을 응원했다. 백씨는 “많은 분들이 마음을 보내주고 있어서 아빠가 힘내서 일어날 것 같다”면서 “정말 나쁜 박근혜 정부지만 언젠가는 참회하고 사과를 받는 날이 올 수 있을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도보행진 참가자들은 백 농민이 쓰러진 지 100일이 되는 21일 오전 대전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1일차 도보행진 일정을 시작한다. 이들은 27일까지 서울로 행진해 4차 민중총궐기에 참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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